
1950년, 미국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는 아내 멜Mell과 함께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했다. 이는 그가 생애 동안 피렌체를 방문한 두 차례의 여행 중 첫 번째였다. 로스코 자신의 회고에 따르면, 그는 특히 르네상스 시대의 두 기념비적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하나는 옛 산마르코 수도원에 있는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의 종교적 프레스코화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의 전실(前室)이었다.
이 두 장소는 모두 오는 토요일 피렌체에서 개막하는 대규모 로스코 전시의 일부 작품들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전시의 중심은 15세기에 건립된 스트로치 궁전Palazzo Strozzi에 설치된 60여 점 이상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산마르코 수도원에서는 로스코의 작품 다섯 점이 수도사들의 독방에 전시된다. 로스코는 1950년 이 공간에 깊이 매료되어 수도원을 쉽게 떠나지 못했으며, 다음 날 다시 찾을 정도였다. 한편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의 전실에는 로스코의 〈시그램 벽화Seagram Murals〉를 위한 습작 두 점이 전시된다. 이 작품들은 뉴욕의 포시즌스 레스토랑을 위해 의뢰받은 대규모 프로젝트의 일부였으나, 로스코는 결국 해당 의뢰를 철회하고 완성을 포기했다.
《피렌체의 로스코Rothko in Florence》 전시는 로스코가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에 대해 지녔던 깊은 애착이 그의 예술세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그것이 그의 작품 제작에도 직접적으로 반영되었다는 점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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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공동 기획자이자 로스코의 아들인 크리스토퍼 로스코는 "로스코는 피렌체 예술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다"고 말했다. 그것은 단지 회화 작품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피렌체라는 도시가 지닌 독특한 분위기와 더 넓은 문화적·공간적 맥락까지 포함하는 것이었다. 또한 그는 로스코가 피렌체에서 경험한 이러한 환경이 그의 예술적 감수성과 작품 세계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 전시를 본다고 해서 로스코가 피렌체의 모든 광장이나 언덕 풍경을 스케치한 작품들을 보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중요한 것은 그런 풍경 자체가 아니라, 그것들이 그의 정신 속으로 스며들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점입니다."
전시의 또 다른 공동 기획자인 엘레나 게우나는 전시 도록에서 초기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예술가들이 "기하학은 은총에 이르는 길이며, 비례는 신적 질서를 반영할 수 있고, 벽에 배치된 색채는 인간의 영혼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고 썼다.
최근 스트로치 궁전에서 열린 전시 투어에서 게우나는 로스코의 회화에는 "관람자와 소통하고자 하는 영적이며 인문주의적인 열망"이 담겨 있으며, 그것은 유럽 미술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로스코가 이러한 전통을 전후(戰後) 뉴욕 미술에 "수혈하듯 옮겼다"고 설명했다. 즉, 그는 거대한 캔버스와 색채를 통해 이를 구현했는데, 이는 당시 유럽에서 전개되던 미술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었다고 덧붙였다.
로스코는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바넷 뉴먼Barnett Newman, 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과 함께 '뉴욕 화파'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뉴욕 화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미술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예술 운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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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30여 년에 걸친 로스코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1930년대 중반의 구상 회화가 신초현실주의Neo-Surrealist 시기를 거쳐 점차 넓은 색면으로 해체되고 변화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로스코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결정적인 도약이었다.

전시 기획자들은 로스코가 유럽을 방문하기 훨씬 이전에 제작한 초기 작품들조차도 유럽의 미술과 건축을 참조하고 있으며, 특히 균형과 규모를 통해 공간을 이해하는 유럽적 관념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로스코의 아들에 따르면, 로스코는 대체로 독학으로 공부한 예술가였지만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프릭 컬렉션Frick Collection을 통해 유럽 미술에 대한 깊은 지식을 쌓았다. 또한 그는 대단한 독서가였으며,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과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 나갔다"고 아들 크리스토퍼 로스코는 말했다.
크리스토퍼 로스코에 따르면, 로스코는 1950년, 1959년, 1966년 세 차례의 이탈리아 여행 동안 역사와 미술사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동시에 "풍경과 도시 경관에 새겨진 시간의 흐름"에도 강한 매력을 느꼈다. 그는 로마의 거리를 걸으며 "서로 다른 시대의 건축적 역사가 층층이 쌓여 있는 모습을 실제로 목격했다." 크리스토퍼는 이러한 경험이 로스코가 회화의 형식을 점점 더 단순화해 나가는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은 점차 넓고 평평한 색면들로 특징지어지게 되었는데, 이는 역사와 시간이 축적된 공간에 대한 로스코의 사유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게우나는 또한 "파에스툼의 고대 유적과 폼페이의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빌라들의 짙은 붉은색 역시 매우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피렌체에서 로스코는 자신이 추구하던 하나의 완결된 우주와 같은 공간을 발견했다. 그것은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의 전실이나 산마르코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기도하던 독방과 같은 장소들이었다. 특히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도서관 입구 공간은 내부 벽면이 마치 외부 건물의 파사드를 안쪽으로 뒤집어 놓은 듯한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로스코는 이 공간에 대해 한 친구에게 "미켈란젤로는 내가 추구하는 바로 그 감각을 실현해냈어. 그는 관람자들이 마치 모든 문과 창문이 벽돌로 막혀 있는 방에 갇혀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그래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영원히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것뿐이야"라고 말했다.


로스코 역시 관람자가 작품에 둘러싸인 듯한 경험을 하도록 의도했다.
경력의 마지막 10년 동안 로스코는 휴스턴의 로스코 채플Rothko Chapel을 비롯한 여러 대규모 벽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크리스토퍼 로스코에 따르면 "하지만 그는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내려 한 것이 아니었다 ... 오히려 그는 이러한 공간들을 가능한 한 친밀하게 만들고자 했다. 관람자가 작품에 둘러싸여 그 공간 속에 완전히 몰입하고, 결국 자기 자신을 잊어버릴 정도의 경험을 하기를 바랐다. 이는 산마르코 수도원에서 더 작은 규모로 경험할 수 있는 것과도 매우 유사하다."
피렌체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수년간의 준비 끝에 성사되었다. 임상심리학자로 활동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버지의 유산을 관리해 온 크리스토퍼 로스코와 그의 여동생 케이트 로스코 프리젤은 오랫동안 피렌체에서 적절한 전시 장소를 물색해 왔다. 그들은 마침내 스트로치 궁전에서 자신들이 찾던 공간을 발견했다. 이곳은 균형 잡힌 비례를 갖춘 아치형 천장의 방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르네상스 시대 건축에서 흔히 사용된 회반죽 벽과 회색 석재가 공간의 특징을 이루고 있다.
크리스토퍼는 "전시실 자체가 매우 아름답고 고요합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시 공간은 회화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작품을 뒷받침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파리 시즌 동안 가장 큰 화제 중 하나였던 루이비통 재단Fondation Louis Vuitton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 지 3년 만에 개최되었다. 크리스토퍼는 그 전시를 "장대한 오페라"에 비유한 반면, 이번 전시에 대해서는 "각 전시실이 마치 현악 사중주의 한 악장과 같다"고 표현했다.


스트로치 궁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스트로치 궁전과 산마르코 수도원에 나뉘어 개최되었던 프라 안젤리코 특별전의 성공에 이어 마련되었다. 스트로치 궁전 재단 관장인 아르투로 갈란시노는 이것이 의도된 기획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두 전시 모두 약 5년 전부터 준비가 시작되었다고 설명하며, "분명히 두 전시 사이에는 강한 연결성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갈란시노는 산마르코 수도원의 수도사 독방에 회화 작품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하며, 이것이 "위대한 미국의 거장과 위대한 피렌체의 거장 사이의 수 세기를 뛰어넘는 관계"를 기리는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에 작품을 설치함으로써 "처음으로 이러한 관계, 그리고 이 폐쇄적이고 압박감 있는 건축이 로스코에게 준 강력한 영감 사이에 구체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매우 강렬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 가운데 상당수는 크리스토퍼 로스코와 케이트 로스코 프리젤의 개인 소장품이다. 이 작품들은 아버지의 사후에 벌어진 악명 높은 소송을 거쳐 두 사람의 소유가 되었다. 이 소송은 이후 탐욕과 미술 시장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널리 알려졌으며, 미술계에서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전설적인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피렌체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지 60년이 지난 지금, 로스코는 아마도 자신이 상상하지 못했을 방식으로 다시 피렌체에 돌아오게 되었다. 워싱턴 국립미술관에서 로스코 작품의 학술 목록 정리 작업을 진행해 온 레일리 나스르는 크리스토퍼에게 편지를 보내, 만약 로스코가 이 전시를 보았다면 얼마나 기뻐했을지 상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토퍼는 "이처럼 역사적인 장소에 작품이 걸린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예술이 과거와의 단절이 아니라 연속적 진화라는 점을 매우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라고 크리스토퍼는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연결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해줍니다."
엘리사베타 포볼레도는 로마에 거주하는 뉴욕타임스 기자로, 이탈리아와 바티칸, 그리고 이 지역의 문화를 취재하고 있다. 그녀는 35년간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왔다.
역자 이희정은 영국 맨체스터대 미술사학 박사로 현재 서울대와 국민대 출강중이다. 역서로 <중국 근현대미술: 1842년 이후부터 오늘날까지>(미진사, 2023)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