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의 아프리카 '제국'

걸프 국가 아랍에미리트(UAE)가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토지와 항만, 영향력 확보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 모순되는 목표들을 추구하는 데에는 대가가 따른다

2019년 5월 2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대통령 전용공항에서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당시 아부다비 왕세제 겸 UAE군 부최고사령관(오른쪽)이 당시 수단 과도군사위원회 의장 압델 파타 부르한 압델라흐만 중장을 맞이하고 있다. 부르한은 다르푸르 유혈사태에 연루된 수단 과도정부 지도자 아와드 모하메드 이븐 오우프가 반대 시위 이후 물러나자 그를 대신했다. /사진=AP/뉴시스

아랍에미리트(UAE)는 국민(국적자, 시민권자)이 130만 명밖에 안되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 경기도의 수원시가 약 120만 명이니 대략 수원시 규모의 국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기업을 운영하고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입니다. 외국인들이 상주하면서 일을 하는 나라입니다. 이런 상주 외국인들까지 포함하면 주민의 규모가 1100만 명이 넘어 갑니다. 물론 그래도 아직은 작은 나라일뿐입니다. 물론, UAE는 석유 부국이고, 돈이 많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돈만으로는 오히려 이웃나라인 진짜 부국 카타르보다 못 합니다. 그런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월 4일자 '빅리드' 기사를 통해 UAE가 아프리카에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면서 UAE가 아프리카 속으로 어떻게 경제적, 군사적, 정치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는지 설명했습니다. 세상에서 크기가 모든 것은 아닙니다. 억만장자 1명이 제3세계의 가난한 주민들 1만명보다 셀 수 있고, 인구 40만의 아이슬란드가 14억의 중국을 축구로 제압할 수도 있습니다. 고대 아테네에서 시민은 오직 공직과 전쟁만 담당하고 상공업과 노동은 상주 외국인과 노예들에게 맡겼습니다. 그러한 힘으로 아테네제국을 만들었습니다. 중세 이후의 베네치아는 비록 작은 나라지만 상업과 해군, 그리고 외교의 힘으로 지중해에 해상 제국을 만들었습니다. 제국은 군사력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 부문이 아닌 민간 부문이 각개 활동을 통해 전 세계에 영향력을 심어가는 와중에 국가 부문이 관여하는 형식을 취합니다. 영국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영국은 중남미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하는 스페인제국의 부를 주로 카리브해에서 강탈하기 위해 해적질을 일삼았는데, 영국 정부는 이에 대해 묵인하기도 장려하기도 하는 정책을 취했습니다. 영국정부가 해적들에게 사적으로 전쟁을 해도 좋다고 허용했는데, 이것이 '사략선(私掠船, 또는 관허해적: privateers)'입니다. 드레이크 경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그는 영국 해군 제독이면서 동시에 해적이었습니다. 동인도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의 무역회사지만, 인도 현지에서는 용병을 고용해서 전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FT의 이 기사를 보면, UAE를 구성하는 토후국 중 아부다비는 주로 군사, 외교를 맡아 아프리카로 들어가고, 두바이 토후국은 상업을 담당합니다. 아부다비가 영국 정부의 역할을 한다면, 두바이는 동인도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형태로 국민이 120만명 밖에 되지 않는 UAE는 돈과 상업이라는 무기를 들고 아프리카에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는 것이 FT의 주장입니다. 수단의 내전도 리비아의 내전도 그 막후에는 UAE가 있습니다. 거버넌스가 취약한 나라들을 돈, 상업, 무기제공 등으로 뒤흔들면서 정치외교적, 상업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FT의 시선입니다. 시선을 바꾸면 '어떻게 저렇게 작은 나라가 강대국이 되어가고 있는걸까'라며 놀라게 됩니다. 비판이든 놀라움이든 UAE의 정치, 경제, 외교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줍니다.

2023년 4월 수단 내전의 포문이 열리던 시기,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금 탈취 사건이 벌어졌다.


준군사조직이 한때 자신들의 동맹이었던 수단군과 전투를 벌이면서 수도 하르툼에 있는 국영 금 제련소를 장악하고 중앙은행에 침입했다. 당시 가치로 1억달러에 달하는 최소 1.5톤의 금괴가 도난당했으며, 시중은행의 대여금고에서 보석류도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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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목격한 한 증인은 준군사조직인 이른바 '신속지원군(RSF)'이 이 금을 국경 너머로 운반했으며, 그 목적지는 이웃 국가인 차드와 남수단 등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증언은 이 작전을 잘 아는 다른 3명에 의해서도 확인됐다. RSF는 자신들의 소행이었다는 주장을 부인하고 있으며, 금 탈취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도 주장이 엇갈린다.


그러나 이 금의 대부분이 이후 어디로 향했는지는 알려져 있다. 금은 남수단 수도의 국제공항을 통해 UAE로 향했다.


"UAE 측은 화물기를 보냈습니다. 민간기도 있었고, 군용기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와서는 금을 실어 갔습니다." 한 내부 관계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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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에서 UAE가 한 역할은 이 걸프 국가가 아프리카의 역외 자본 중심지로서 수행하는 핵심적 역할을 잘 보여준다. 동시에 지난 10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외세로서 UAE가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약칭 'MBZ'로 불리는 전제적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의 지도 아래, 이 작은 사막 국가는 석유 이후의 미래를 위해 무역과 자원을 확보하려는 목표를 향해 놀라운 속도로 아프리카 전역에 투자와 영향력, 군비를 확산시켜 왔다.


UAE의 세력 투사는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걸쳐 이뤄졌으며, 항만에서부터 친환경 에너지 사업, 대규모 기업형 농장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다. UAE는 식량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수백만 헥타르의 농지를 임차했다. 또 에너지 전환과 급성장하는 자국 방위산업에 필요한 핵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기니에 이르기까지 광물 채굴권을 확보했다.


MBZ 체제 아래 UAE가 보여주는 확장 속도와 제국적 야심은 아프리카 정책 결정자들의 허를 찔렀다. 이는 2000년대 초 중국이 차관과 인프라 건설, 광산 개발 계약을 결합해 아프리카에 본격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입에도 대가가 따른다. UAE는 상업, 산업, 군사 분야가 복잡하게 얽힌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때로 취약한 나라들의 주권을 강화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훼손하기도 한다. 그 가장 두드러진 사례가 전쟁으로 황폐해진 수단이다.


UAE 당국자들은 아프리카에서 무역 관계를 구축하고 투자를 촉진하는 데 자신들이 수행하는 역할을 강력하게 변호한다.


레바논계 UAE 미디어 기업 경영자이자 정책 고문인 나딤 코테이치는 아프리카에서 UAE의 입지가 확대되는 것은 석유 이후 시대를 준비하는 UAE의 구상에서 아프리카 대륙이 "극도로 중요하다"는 인식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아프리카는 세계 경제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성장동력 중 하나입니다. 미중 냉전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고, 아랍-이슬람이라는 차원도 갖고 있습니다. UAE는 아프리카의 미래에 지분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의 안정과 번영을 규정하는 데에도 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테이치는 말한다. "UAE가 구축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투자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과거 UAE와 대립했던 많은 아프리카 정치인들은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UAE에 우호적이지 않은 에리트레아의 전제적 대통령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의 오른팔이자 공보장관인 예마네 게브레메스켈은 "아프리카에서 UAE가 안고 있는 문제는 이 지역 전체를 통제하려는 이해하기 힘든 야심"이라고 말한다.


게브레메스켈은 이어 "처음에는 동아프리카 전역에 흩어진 항만들을 자신들의 위성으로 장악하는 데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훨씬 더 광범위한 세력 투사와 자원 수탈로 변질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UAE의 아프리카 진출은 항만에서 시작됐다.


두바이를 무역·물류 허브로 만들려는 노력에서 탄생한 기업인 DP월드는 2000년대 지부티와 마푸투, 다카르에서 아프리카 최초의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권을 따냈다. 이후 이 거대 물류기업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동을 잇는 무역을 활용해 물동량을 세계 최대의 인공 항구인 두바이 제벨알리항으로 끌어모았다.


DP월드는 2006년 출범한 규모가 더 작은 물류기업 아부다비포트와 함께 현재 아프리카 13개국에서 항만과 내륙 터미널, 자유무역지대를 운영하거나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임페리얼 로지스틱스와 나이지리아의 FMCG 등 오랫동안 자리 잡아온 유통망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 25개국 이상에서 상품 유통 흐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DP월드의 물류망은 두바이의 허브를 중심으로 뻗어나가며 무역을 촉진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걸프 국가 간 비석유 부문 교역액은 현재 10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그중 압도적인 비중을 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차지한다.


UAE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펼치는 다각적인 접근을 추적해온 이탈리아 학자이자 걸프 지역 전문가인 엘레오노라 아르데마니는 항만을 "UAE의 아프리카 정책의 핵심에 자리 잡은 영향력 확대의 수단"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UAE의 영향력이 커지는 또 다른 원동력은 자금이다. 적어도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이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UAE는 지난 10년 동안 아프리카에 가장 많은 자본을 공급한 국가가 됐다.


국경을 넘나드는 외국인직접투자(FDI) 프로젝트를 추적하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fDi Markets'에 따르면 UAE는 2017년 이후 1680억달러(약 234조원)가 넘는 투자를 발표했다. 물론 이 가운데 일부는 투자 의향을 밝힌 것에 불과했다.


이러한 투자의 상당 부분을 집행하는 기관은 2400억달러 규모의 인터내셔널홀딩컴퍼니(IHC)다. UAE 국가안보보좌관이자 MBZ의 동생인 타흐눈 빈 자이드 알나흐얀이 회장을 맡고 있다.


UAE의 사업은 종류가 다양하고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분포해 있으며, 흔히 막대한 사업비와 함께 발표된다. 이집트의 100억달러 규모 풍력발전단지, 우간다의 40억달러 규모 정유공장, 세네갈의 12억달러 규모 항만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발표된 사업이 모두 실행에 옮겨지는 것은 아니다. 그중 하나인 모리타니의 340억달러 규모 그린수소 합작사업의 경우, 독일 측 파트너는 FT에 "어려운" 수요 여건 때문에 사업이 지연됐으며 UAE의 지원을 받는 투자자가 이 사업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UAE 당국자들은 이러한 투자가 다른 국가들이 위험을 우려해 투자를 꺼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에도 기꺼이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UAE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이 매년 총 1300억~1700억달러로 추산하는 인프라 투자 부족에 직면한 많은 아프리카 정부들은 이러한 자금 유입을 환영한다.


한 UAE 당국자는 FT의 질의에 "우리의 관여는 단지 거래적인 것이 아니다. 공유된 가치와 지속 가능한 발전, 포용적 성장이라는 비전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상호 신뢰와 존중, 그리고 양측 국민의 더욱 번영하는 미래를 위한 공동의 비전에 기반한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는 UAE의 의도와, 무역·투자·부채 및 권위주의 정도가 제각각인 정부들과의 불투명한 안보 협력을 통해 UAE가 확보하고 있는 영향력에 대해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에티오피아 출신 학자이자 역내 평화·안보 분야의 오랜 전문가인 메하리 타델레 마루는 "아프리카가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UAE가 투입하는 자원은 막대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UAE의 막대한 지원이 정부와의 공식적인 관계를 넘어 불안정을 초래하는 방식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아프리카의 뿔'과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UAE는 무기 공급과 불법 금 밀매 과정에서 비국가 무장단체들과 협력해왔다. 스위스에이드(Swissaid)의 추산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매년 약 300억달러 상당의 영세·수공업 방식으로 채굴된 금이 신고되지 않은 채 두바이로 수출된다.




금은 UAE로 흘렀고, 무기는 아프리카로 흘렀다.



지난 2년 동안 UN 전문가들과 서방 정보기관, 항공기 추적 전문가, 인권단체들은 수단 내전을 계속 부추기는 무기 공급망 관련 광범위한 증거를 수집해왔다.


여기에는 홍해 연안과 UAE에 우호적인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 있는 활주로와 군사기지, 해군기지가 포함된다. UAE는 이 시설들을 은밀한 무기 밀수 작전에 활용하고 있다.


UAE는 이 네트워크를 이용해 한때 경무장 수준에 불과했던 수단의 신속지원군(RSF)을 정교한 드론과 방공체계, 다수의 병력수송장갑차를 갖춘 무장세력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 RSF는 비아랍계 집단을 상대로 인종청소와 집단학살 범죄를 자행했다는 혐의를 UN과 미국, 인권단체들로부터 받고 있다.


UAE는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이슬람주의 세력이 부상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으며, 역내 여러 정부와 안보 협정을 맺고 있다. 그러나 UAE 대변인은 "UAE는 수단에서 교전 중인 어느 당사자에게도 군사적 또는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 적이 없으며 현재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는 UAE가 역내에서 확대하고 있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군사적 개입주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서아프리카의 한 고위 이슬람 지도자는 "중국과 달리 UAE, 특히 연합토후국인 UAE의 중심 토후국인 아부다비는 부정적인 방식으로 아프리카 정치에 개입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의 많은 공인들과 마찬가지로 후환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를 꺼렸다.


상업적 야심과 세력 투사가 결합된 가장 분명한 사례 가운데 하나는 소말릴란드의 베르베라항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여러 제국이 서로 차지하려고 다퉜던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해상 교통로 가운데 하나인 아덴만에 자리 잡고 있어 오랫동안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받아왔다. 허물어져가는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대의 저택과 해안가의 영국제 대포, 소련이 건설한 4.2㎞ 길이의 활주로는 과거 제국주의 열강이 이곳에 가졌던 이해관계를 보여준다.


그 위로는 훨씬 최근에 들어선 시설물이 우뚝 솟아 있다. UAE의 토후국 중 하나인 두바이 정부가 소유한 다국적 물류기업 DP월드가 부두에 설치한 거대한 선박-육상 간 갠트리 크레인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 시설들은 4억5000만달러 규모 투자의 일부다. 이 투자는 할리우드 영화의 제목을 따 '꿈의 구장(Field of Dreams)'식 접근법을 취했다. 수요가 뒤따를 것이라는 기대 아래 일단 먼저 건설하는 방식이다. UAE는 크레인 설치 외에도 저장시설을 개선하고, 베르베라와 빠르게 성장하는 소말릴란드의 이웃 국가 에티오피아를 연결하는 250㎞ 길이의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DP월드가 심해항인 베르베라항을 30년간 임차하는 계약은 UAE가 인근 해군·군사기지를 통제하고 구 소련 시대에 건설된 활주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불투명한 협정과 병행해 타결됐다. 최근 위성사진을 보면 활주로 인근에 추가적인 벙커와 군사시설이 건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2023년 5월 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수단 포트수단행 항공기에 실릴 예정인 세계보건기구(WHO)와 UAE-AID의 구호물자가 놓여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이러한 구도는 UAE식 접근법을 잘 보여준다. UAE 연합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은 두바이 토후국은 무역 중개자로서 한몫을 차지했다. 반면 권력과 오일머니가 집중된 아부다비 토후국은 안보를 담당하면서 해상 운송로를 감시하고 소말리아 해적과 예멘 후티 반군, 그 밖의 이슬람주의 무장단체들이 제기하는 역내 위협에 대응한다.


이 과정에서 쇠퇴하던 베르베라 항구는 21세기에 맞게 다시 활력을 얻었다. 이 항구는 내륙국인 에티오피아의 1억2000만명 규모 시장으로 들어가는 관문이 될 채비를 갖췄다. 2023년 세계은행과 S&P글로벌은 베르베라항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효율적인 항구로 평가했다.


DP월드는 베르베라항의 처리 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소말릴란드가 에티오피아로 하여금 이웃 지부티에서 교역 물량을 돌리지 못하게 가로막아온 지정학적 제약을 극복해야 한다. 소말릴란드가 주권국가로서 국제적 승인을 받으려는 논란 많은 시도를 둘러싼 역내 긴장이 걸림돌로 남아 있다. UAE는 소말릴란드의 이러한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으며, 이스라엘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몇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하지만, 결국 시간문제입니다." DP월드를 위해 인근 자유무역지대를 운영하는 케냐인 조지프 오구타는 말한다. 그는 DP월드가 UAE의 어떤 제국적 구상을 위한 교두보라는 주장에 웃어넘겼다.


"우리는 여기서 바스코 다 가마 놀이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식민지 수탈에 개방한 해상 항로를 개척했던 16세기 포르투갈 항해가를 언급하며 말했다.


레바논계 UAE 미디어 기업 경영자이자 정책 고문인 코테이치는 UAE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안보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이 합쳐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원래의 전략의 본질이 아니라 버그일 뿐"이라고 인정한다. 그는 "전략의 주된 동력은 경제 발전과 공급망 통합"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과거의 기억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UAE의 상업적 확장이 공급망 전반으로 뻗어나가고, 특히 자원 채굴 산업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한편, 아프리카 대륙의 역외 자본 중심지로서 UAE의 역할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단은 에티오피아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의 뿔과 홍해 무역로에 전략적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UAE의 구상에서 오랫동안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내전이 발발하기 전 UAE 기업들은 수단 해안에 새로운 항구를 건설하고, 이를 나일강 유역의 광대한 농경지와 연결하는 물류망을 구축할 계획이었다.


UAE가 초기에 진출한 사업 가운데 하나는 2020년 수단 북부 아부하마드의 나일강변에 조성한 대규모 농장이었다. IHC의 푸드홀딩 사업부는 2억2500만달러를 들여 수단 대기업 DAL그룹과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17만 에이커의 토지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아부다비포트 그룹이 수단 홍해 연안의 아부아마마항에 6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항구는 450㎞ 길이의 도로를 통해 아부하마드의 농경지와 연결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내전으로 이 같은 계획은 뒤집혔다. 수단의 사실상 군사정부는 UAE가 자신의 적대 세력인 신속지원군(RSF)을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한 보복으로 2024년 UAE와 체결했던 일련의 협정을 파기했고, 항만 개발 계약도 폐기됐다.


IHC 대변인은 현재 아부하마드 농장은 물론 수단 내 다른 어떤 사업에도 더 이상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성사진을 보면 IHC의 현지 파트너들은 지름이 거의 1㎞에 이르는 거대한 원형 농경지에서 계속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새로운 농경지 확대는 당초 계획했던 750개에는 미치지 못한 채 중단됐다.


위성사진을 보면 영양분이 풍부한 수단 나일강 유역의 다른 지역에도 과거 에미리트 기업들이 관리했던 수천 헥타르 규모의 농경지가 펼쳐져 있다. 그러나 FT의 분석에 따르면 내전 발발 이후 이들 농장의 확장 속도는 둔화됐다.


동시에 북쪽 국경 바로 너머 이집트의 토슈카 뉴밸리에서는 이와 비슷한 대규모 기업형 농장 수만 헥타르가 개발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MBZ의 동생인 셰이크 함단 빈 자이드가 설립해 회장을 맡고 있는 알다흐라가 소유하고 있다. 사막에 조성된 이들 농장에서는 주로 알팔파와 밀, 기타 사료용 작물을 재배하며, 대부분 UAE로 보내진다.


UAE 기업들은 앙골라와 모리타니, 남수단, 케냐, 탄자니아에서도 토지를 확보해 아프리카 대륙 전역으로 농업 자산을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IHC는 아프리카 광산 분야의 주요 투자자로도 부상했다. 잠비아의 구리, 콩고민주공화국-에티오피아-말리의 금, 모리타니의 철광석 사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지난해부터 IHC는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의 보유 자산을 통해 전 세계 주석 공급량의 7%를 장악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아프리카산 금의 세계적 거래시장으로서 두바이의 독보적인 위상도 계속 강화됐다.


신속지원군(RSF)이 하르툼의 금 정제소를 장악하기 전, 수단 중앙은행 역시 금 보유량을 늘려가고 있었다. 전직 수단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2021년 10월 준군사조직 RSF가 수단군(SAF)과 손잡고 과도정부를 전복했을 당시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7.2톤에 달했다.


이후 두 세력이 내전에 돌입하면서 전시 혼란 속에 이 금이 어떻게 됐는지를 둘러싼 증언은 엇갈리고 있다. RSF의 민간인 관리들은 당시 벌어진 약탈에 RSF가 관여했다는 주장을 부인한다. RSF 대변인은 당시 금괴가 남수단을 거쳐 UAE로 수출됐다는 의혹도 단호히 부인했다.


UAE 당국자는 금 탈취 사건에 관한 FT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지만, UAE가 "모든 금 거래의 안전성과 건전성, 투명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 체계를 구축했다"며 "모든 반입 지점에서 이를 철저하게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2025년 UAE를 거쳐간 수단산 금의 가치는 10억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3000억달러 규모인 UAE 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 문제에 관한 상세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영국 채텀하우스를 비롯한 여러 연구기관에 따르면, 수단에서 UAE로 수출되는 금은 수단 내전의 자금원이 되고 있다. 스위스에이드가 연간 40톤 이상으로 추산하는 수단의 영세·수공업 금 생산량 가운데 상당 부분은 국가에 정식으로 세금을 내지 않은 채 두바이로 밀반출된다.


여기에는 '헤메티'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RSF 지도자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의 가족이 소유한 지주회사 알주나이드가 장악한 광산에서 생산된 금도 포함된다. 알주나이드는 미국 재무부와 영국 양측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금 밀수 의혹에 대해 UAE 당국자는 자금세탁을 막고 책임 있는 금 조달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에서 UAE는 "국제적 표준 관행"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세계적인 상업 중심지로서 UAE는 "번영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토대로 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UAE가 아프리카 전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안, 아프리카의 엘리트들 역시 두바이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았다. 두바이는 이 작은 사막 국가(UAE)와, 이 국가가 활용하려 하는 광대한 아프리카 대륙 사이에서 변화하고 있는 관계의 모순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도시다.


두바이는 지리적으로 유리한 중계무역항이자 금융 중심지로, 아프리카와의 공식적인 무역과 투자를 이끄는 거점이다. 2025년 두바이상공회의소에 등록돼 활동 중인 아프리카 기업은 3만409개에 달했다.


그러나 파리 시앙스포의 정치학 교수이자 아프리카 자본의 역외 금융 중심지로서 두바이의 역할을 최근 연구한 리카르도 소아레스 드 올리베이라는 낮은 세금과 느슨한 규제 환경, 비밀주의에 이끌린 아프리카의 부가 두바이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두바이 입장에서 아프리카는 이야기의 한 부분일 뿐이지만, 아프리카 입장에서 두바이는 이야기의 매우 큰 부분입니다." 그는 런던과 제네바를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금융 중심지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면서 두바이가 부정하게 취득한 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도시가 됐다고 주장한다.


UAE 정부 대변인은 UAE가 "세계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 책임을 다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아프리카 개발기관의 비공개 추산에 따르면 아프리카인들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두바이 부동산에 누적액 306억달러를 투자했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나이지리아에서 유입됐다.


익명을 요구한 아프리카의 한 고위 금융계 인사는 "과거 식민 종주국의 금융 중심지에 돈을 넣을 수 없게 된 아프리카인들이 이제는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두바이의 부동산과 기타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데, 두바이는 이들로부터 막대한 자금 유입을 끌어들였다"고 말한다.


소아레스 드 올리베이라에 따르면 이러한 거래의 상당 부분은 과거 서방 금융 중심지에서 활동했던 바로 그 은행가들이 담당한다. 이들 역시 두바이의 보다 관대한 금융 문화에 이끌려 이곳으로 옮겨왔다.


이 아프리카 고위 은행가는 두바이에 대해 "그들은 그저 영리하게 행동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이미 하고 있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할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습니까?"




서방 원조국들이 아프리카에서 후퇴하면서 중견국들이 그 공백을 메울 여지가 생겼다. UAE만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이 뛰어들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견국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은 UAE였다. 이탈리아 연구자 아르데마니는 "UAE는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정부들만이 아니라 다른 행위자들과도 중요한 동맹관계를 확고히 구축했다"며 "변화하는 역학관계에 대처하는 데 매우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UAE가 최근 맞닥뜨린 도전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다. 이로 인해 DP월드의 핵심 항구이자 UAE 글로벌 물류망의 주춧돌인 제벨알리항이 고립됐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바로 인접 지역에서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아프리카 대륙을 향한 UAE의 야심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


에티오피아 학자 메하리 타델레 마루는 UAE가 이스라엘과의 동맹 및 이슬람주의 세력에 대한 반감의 공유, 여기에 오일머니를 활용한 투자와 공격적인 로비를 통해 서방 국가들에 상당한 영향력을 축적했으며, 그 덕분에 UAE가 "아프리카에서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메하리 타델레 마루를 비롯한 많은 학자와 활동가, 연구자들은 UAE의 아프리카 진출 초기 국면을 특징지었던 기업진출과 군사적 진출의 결합이 앞으로는 완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UAE는 국제적 관여의 규범을 따르지 않는 중견국"이라며, 이것이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딜레마를 안겨준다고 말한다. "그들의 투자는 받아들이면서도 ... 그들의 행동은 통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그들(UAE)은 우리의 이웃입니다. 앞으로도 관여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관여의 혜택이 특정 개인이나 협잡꾼들이 아니라 각 나라 전체에 최대한 돌아가도록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