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 동안 미국 관리들은 중남미에서 추진되는 중국의 초대형 프로젝트들을 우려해왔다. 예를 들어 역대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거대 해운기업이 지배‧운영하는 페루의 찬카이항과 중국이 건설한 에콰도르의 코카 코도 싱클레어 댐에 대해 경종을 울려왔다. 미국 정부는 중남미 관리들을 외교적으로 비난하고 비자를 취소했으며, 심지어 이 지역 정부들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하기까지 했다.
미국이 중국이 건설하고 운영하는 대규모 인프라에 그토록 우려하는 이유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많은 미국 관리들이 보기에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중국이 중남미 정부들에 대한 영향력을 축적하는 수단이다. 미국 정부는 2017년부터 이런 우려를 제기해왔다. 당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중국이 "국가 주도의 투자와 대출을 통해 이 지역을 자국 영향권으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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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은 이미 과거가 된 문제에 안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더 이상 서반구에서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에 승부를 걸지 않는다. 대신 규모가 작고 눈에 덜 띄는 사업들을 육성함으로써 이 지역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런 사업들은 흔히 시나 주 단위에서 이뤄진다. 중국 기업들은 아르헨티나 여러 주에서 리튬 사업을 하고 있다. 페루 수도 리마에 전력을 공급하는 모든 배전업체도 중국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중남미 전역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찰에 장비를 공급하는 한편, 감시카메라 시스템도 설치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보면 이런 활동들은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모두 합쳐놓고 보면 지원을 받는 국가들은 중국에 의존하게 되는 모양새가 된다. 예를 들어 중국이 제공하는 치안 관련 인프라로 인해 중남미의 상당수 도시와 주는 이제 법 집행과 긴급대응 인프라를 사실상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페루의 경우에는 전력 인프라마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많은 나라의 지도자들이 의도한 적도 없고, 심지어 예상조차 하지 못했을 수 있는 의존이다. 이들은 이 정도 수준과 형태의 의존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에 대처할 준비도 돼 있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사업은 중남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중국은 글로벌사우스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사업들은 중국이 과거 추진했던 많은 사업보다 훨씬 저렴하고, 식별하기도 더 어렵다. 다시 말해 중국은 크고 화려한 프로젝트보다는 눈에 띄지 않는 지방 차원의 장악을 중시하는 일종의 새로운 세계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작지만 아름다운
2010년대 상당 기간 동안 중국은 항만과 대형 댐, 심지어 페루의 태평양 연안과 브라질의 대서양 연안을 연결하려던 대륙횡단철도 같은 중남미 인프라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 철도는 결국 건설되지 않았지만, 여러 형태의 구상이 여전히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중국의 유명한 '일대일로' 구상의 일환이었다. 중국은 이를 통해 글로벌사우스 전역의 초대형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중국은 그렇게 함으로써 원자재 공급을 확보하고 중국 기업들을 위한 시장을 개척한 뒤, 경제적 영향력을 외교적 지지로 전환하기를 바랐다. 여기에는 여전히 대만을 인정하는 국가들을 설득해 외교적 승인 대상을 중국 본토로 바꾸도록 하는 것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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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20년대 초부터 중국은 특히 서반구(아메리카대륙)에서 전략의 방향을 바꿨다. 중국 국내 경제가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대형 프로젝트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지정학적 반발도 지나치게 크게 불러일으킨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신 중국이 "작지만 아름다운(小而美)" 사업이라고 부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런 투자는 물리적으로 위압적인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며, 대체로 규모가 작은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한다. 중국 정부는 현재 이 표현을 더욱 좁은 의미로 사용한다. 2025년 중남미 백서에서는 소규모 빈곤감축 사업에만 이 용어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 표현("작지만 아름다운")은 '보텀업'으로 이뤄지는 투자들이 축적되면서 상호의존과 영향력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중국 국가전략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관점을 제공한다.
이 모델이 얼마나 중요해졌는지 알려면 돈의 흐름을 따라가면 된다. 적어도 집계가 가능한 부분만이라도 그렇다. 중남미에 대한 전통적인 (국가차원의) 일대일로 대출은 2010년 거의 250억 달러에서 연평균 13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기업별 거래를 추적한 추정치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2024년에도 중남미에 85억 달러를 투자했다. 전년보다 불과 10% 감소한 규모이며, 이 수치조차 실제보다 적게 집계됐을 가능성이 크다. 달라진 점은 이제 이 돈이 중국 정부의 국가 대 국가 대출이 아니라 상업적 거래를 통해 흘러들어간다는 것이다. 상당 부분은 중국 정부가 새로운 초대형 프로젝트 건설에 돈을 쓰는 대신 중국 기업들이 배전업체나 광산 같은 기존 자산을 인수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새로운 장비의 형태를 띠는 경우에도 경찰 장비처럼 훨씬 규모가 작다. 이런 거래는 투자통계에 일반적으로 잡히지 않는 항목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관심도 덜 받는다. 장비 판매, 훈련 프로그램, 기부, 유지보수 계약은 투자가 아니라 조달로 분류된다. 때로는 비밀유지 조항에 가려져 있으며, 현지 언론이 계약서를 찾아낸 뒤에야 세상에 알려지는 경우도 많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이러한 생태계에 관여하고 있으며, 때로는 직접 지침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 역할은 좀 더 간접적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흔히 자국 내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이들 기업은 그 보조금 덕분에 중남미 정부에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러한 판매와 계약이 쌓이면 중국은 축적된 거래들을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결국 중국은 한 국가 안에서 진행되는 여러 상업 프로젝트를 해당 국가 정부와의 공식 협력협정 안으로 편입한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의 리튬 산지인 후후이주에서는 양국 지질기관 간 연구 교류가 발전해 주의 소금평원을 조사하는 명시적인 국가 간 협력사업으로 확대됐다. 결국 한 중국 기업이 현지 리튬 프로젝트의 지배지분을 인수했다.
중국은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온갖 종류의 지역 시스템에 파고들었다. 예를 들어 중국 기업들은 남미 여러 도시에 수천 대의 전기버스를 공급했다. 세계에서 도시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지역 중 하나인 남미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요 전철 노선 세 곳 모두에서 중국산 열차가 통근객을 실어 나른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중국이 각국의 국내 치안 지원에 관여해왔다는 점이다. 중남미에서는 치안이 중요한 정치적 사안이다. 살인 발생율이 인구 10만 명당 약 20명으로 세계 평균의 세 배에 이른다. 카르텔과 갱단의 폭력, 화물 절도, 랜섬웨어 공격은 대부분 시민들에게 심각한 위협이며, 정치인들은 거듭 더 강력한 대응을 약속한다. 중국은 저렴한 경찰 장비 공급자를 자처해왔다.
수혜국들은 흔히 기초적인 물품을 확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볼리비아 군에 기증된 폭동진압 장비와 장갑차, 카리브해 국가들의 경찰에 기증된 오토바이 등이 그런 사례다. 장비가 부족하면서도 범죄를 막고 있다는 모습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관리들의 필요를 이런 지원이 충족시켜준다. 결국 관계는 더욱 정교한 장비로 발전한다. 예를 들어 2025년 4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는 중국을 방문해 중국 감시기술 기업 하이크비전(Hikvision)과 다화(Dahua)로부터 2만 7000대가 넘는 몸 또는 차량 장착 카메라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엘패소 바로 건너편에 있는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는 지방정부 관리들이 같은 두 업체로부터 안면인식 카메라 1000대를 구입했다. 두 업체 모두 당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금지 목록에 올라 있었다. 2018년까지 아르헨티나가 수입한 감시장비 가운데 중국산은 62%에 달한 반면 미국산은 5%에 불과했다. 현재 최소 35개 중남미 도시가 중국산 감시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거래가 일단 성사되면 협력은 가속화한다. 때로는 정부 최고위층에까지 이른다. 에콰도르의 전국 긴급대응 시스템인 ECU-911의 발전 과정을 보자. 이 프로젝트는 2011년 에콰도르 정부가 중국 국유 방산전자기업 CEIEC와 계약해 화웨이 카메라를 기반으로 한 감시망을 구축하면서 시작됐다. 중국개발은행이 2억 4000만 달러의 대출을 제공해 시스템 구축 자금을 댔다. 담보는 국가 자산이 아니라 석유 판매 약속이었다. 이 계약에 따라 에콰도르 국영석유회사 페트로에콰도르는 이 감시시스템이 운영되는 기간 동안 하루 7만 2000배럴의 원유를 페트로차이나에 공급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프로젝트는 결국 중국 최고지도부의 관심까지 끌었다. 2016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에콰도르를 방문해 ECU-911 본부의 합동 보안연구소를 직접 개소했다. 이후 중국은 에콰도르군에 AK-47 소총 1만 정을 기증했다. 2018년 초에는 ECU-911 시스템에 중국산 안면인식 기술이 도입되었다. 그리고 2024년에는 에콰도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던 카메라까지 이 네트워크에 연결됐다. 하나의 계약으로 시작한 것이 에콰도르 국내 치안체계의 중추가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중남미 법집행기관 관리들을 훈련해왔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쿠바, 파나마 대표단은 모두 선양의 중국형사경찰학원(대학과정)에서 교육을 받았다. 2024년 9월 중국 공안부장은 니카라과 경찰청장과 마약, 사이버범죄, 테러 대응을 포괄하는 훈련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중국은 니카라과에 폭동진압 장비를 제공한 바 있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보다 더 많은 중남미 경찰관을 훈련한다. 그러나 미국의 교육과 달리 중국의 프로그램은 카메라, 플랫폼, 사법 교류와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있어 중국이 구축한 나머지 체계가 점진적으로 뿌리내리도록 만든다.
중국에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런 사업들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지방정부의 장비 계약, 주정부 차원의 양해각서, 유지보수 계약처럼 작은 규모에서 출발한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부담하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다. 예컨대 카메라 계약에는 댐 건설비의 극히 일부만 들 뿐 아니라 관심도 거의 끌지 않는다. 그 결과 한 나라의 중앙정부 정치인들은 자국 도시들이 점점 더 많은 업무를 중국 기업에 넘기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미국 관리들 역시 이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거의 탐지되지 않은 채 투자를 하나씩 늘려가다가 어느 순간 한 국가의 핵심 치안 인프라를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목표는 지속성
중국의 서로 맞물린 시스템이 일단 자리 잡으면 제거하기가 어렵다. 이는 의도된 것이다. 정권 교체가 잦은 중남미 민주국가들과 관계를 맺어오는 과정에서 중국은 정치적 부침을 뛰어넘어 지속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으며, 이 전략은 바로 그렇게 할 수 있다. 한 도시의 법집행 인프라 대부분이 중국산이고, 경찰과 검사들이 선양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법원이 베이징과 협력체계를 체결하고 나면(베네수엘라가 2023년에 그랬다) 그 관계에는 제도적 관성과 인적 유대가 생겨난다. 예를 들어 중국은 지방 정치인들과 거래함으로써 지속적인 정치적 관계를 구축한다. 이 정치인들이 더 높은 공직에 오를 경우 이런 관계의 가치는 빠르게 커질 수 있다.
수혜국 입장에서 중국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은 재정적으로도 어렵다. 중국과 여러 계약을 체결한 중남미 지방정부가 공급처를 다변화하려 한다면 폭동진압 장비처럼 특정한 필요에 대해서는 저렴한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공급업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합된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다. 조금 더 정교한 장비의 경우에는 대체 공급업체를 찾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널리 채택된 감시시스템을 만든다. 중국 기업들이 이를 판매하는 국가에서는 후한 정부 보조금 덕분에 현지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밀어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중국이 생산하는 카메라 설계 대부분은 독점 기술이기 때문에 중국의 지속적인 지원 없이는 유지보수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를 교체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매우 어렵다. 따라서 카메라가 고장 나면 도시들은 중국 기업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2020년 한 연구에서 중국의 감시-치안 플랫폼을 도입한 뒤 이를 완전히 없앤 정부를 단 한 곳도 찾아내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정부들은 시스템 전체를 철거하기보다는 특정 기능을 제한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 결과 많은 중남미 국가들은 경제적 강압에 매우 취약해졌다. 어떤 국가가 중국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입장을 취할 경우 중국은 예비부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술자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압박을 강화하고 상업적 협력관계를 영향력 행사 수단으로 바꿀 수 있다. 강압이 없더라도 중국에 대한 의존은 많은 역내 정치인들에게 불만을 안겨왔다. 에콰도르가 대표적인 사례다. ECU-911은 범죄를 눈에 띄게 줄이지 못했다. 실제로 에콰도르의 살인사건은 2016년 약 1000건에서 2022년 4800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시스템 자체도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2년에는 카메라 6500대 가운데 약 1100대가 작동하지 않았다. 현재 이 시스템은 겨우 작동하고 있으며 에콰도르 관리들은 불만스러워 한다. 그러나 에콰도르에는 대안이 없고, 기존 시스템을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려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비용과 불편이 따른다. 그 결과 ECU-911은 간신히 운영을 이어가고 있으며, 에콰도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긴급대응 시스템을 관리하기 위해 중국의 지원에 계속 의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종속 효과는 이미 통신 분야에서도 나타났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4대 주요 이동통신사 가운데 3곳의 4G망은 화웨이가 구축했고 지금도 화웨이가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갖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화웨이를 5G망에서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관리들에게 현재 대안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 것을 수입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실제로 많은 역내 지도자들은 중국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찾는다. 이 시스템들이 자국의 치안과 국정 운영상의 문제에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은 역내 정치인들에게 너무나 신속하게 해결책을 제공하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마련된 대안들을 압도한다.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중국산 제품을 신속히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중국에 선제적으로 정치적 양보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23년 3월 온두라스는 대만과 공식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3개월 뒤 중국과 스마트시티 사업을 포함한 17개 협력협정을 체결했고, 중국의 글로벌안보구상(GSI)에 대한 지지도 표명했다. GSI는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구상이다. 1년도 지나지 않아 온두라스의 911 시스템은 경쟁입찰 없이 중국산 영상관리시스템 도입 계약을 체결했고, 온두라스에는 화웨이가 만든 카메라 3500대가 설치됐다.
그 결과 중남미에는 불편할 정도로 익숙한 국민주권의 문제가 제기된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외세의 이익을 위해 자국민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흔히 그 답은 외국의 이해관계가 승리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원하는 리튬 프로젝트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자신들과 전혀 협의하지도 않고 계약을 체결했다는 데 항의해 주민들이 아르헨티나 소금평원으로 가는 길을 봉쇄하자, 후후이 주지사는 도로 봉쇄를 금지하는 헌법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했다.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주 경찰은 시위대를 폭행하고 불법 구금하기도 했다.
보텀업
중남미에서 중국의 활동은 누구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있는 위험을 만들어냈다. 중국 시스템을 기반으로 관리체계를 구축하면서 이 지역은 단기적인 저비용의 대가로 의존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와 함께 자국의 의사결정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 성과는 분명하다. 중국은 중남미에서 새로운 영향력을 확보했다. 이제 중국은 지방, 주 정부, 중앙정부에 걸쳐 상시적인 관계망을 갖고 있으며, 여기에는 중남미 17개국과 맺은 약 180건의 자매도시 협정도 포함된다. 중국의 전략에는 단 하나의 실패 지점도 없다. 중국은 반발에 가장 쉽게 노출되는 항만 같은 눈에 잘 띄는 분야를 우회하고, 대신 시장과 주지사, 주정부 기관, 눈에 잘 띄지 않는 중앙정부 부처들의 일상적인 필요 속으로 파고든다.
따라서 중국이 다른 지역에서도 똑같은 모델을 운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파키스탄 라호르에서는 펀자브 안전도시청이 847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통해 화웨이가 구축한 지휘센터와 감시카메라 1만 대를 설치했다. 케냐의 감시시스템도 중국 기술로 운영된다. 중국 공안부는 약 74개국과 치안 또는 안전 관련 협정을 체결했으며, 전체 거래 건수는 200건이 넘는다. 2000년 이후 중국이 훈련한 것으로 확인된 외국 경찰관도 1만2000명이 넘는다. 심지어 미국 내에서도 중국은 연방정부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수년 전부터 지방 당국과 사업자들에게 항만 크레인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지방 차원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중국의 국가전략에서는 이론이 언제나 행동보다 먼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선택한 행동을 이론이 뒤따르면서 실험으로 시작된 것을 정당화하고 확대하기도 한다. 2008년과 2016년에 나온 중국의 첫 두 중남미 정책문서는 역내 안전 문제를 무역 및 대만 관련 거래에 딸린 부수적 사안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2025년 12월 발표된 최신 정책문서는 안전 협력을 핵심 요소로 삼았다. 중남미의 치안과 안전에 초점을 맞춘 중국의 계약과 프로그램이 이미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략이 이미 이뤄지고 있던 관행을 사후적으로 공식화한 탓에 미국은 뒤처지게 됐다. 오늘날까지도 미국은 중국이 항만, 5G망, 우주 인프라처럼 크고 눈에 띄는 자산을 건설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춰 경계하고 있다. 지방정부 조달부서나 경찰학교와 중국 사이에서 이뤄지는 거래에는 그만큼 주목하지 않는다. 미국이 서반구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데 진지하다면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들 지방정부와 기관들이 직면한 문제에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중남미의 많은 이들에게 계속해서 가장 선호되는 협력 상대가 될 것이다.




마오쩌둥은 주변부인 농촌을 먼저 장악하고 충분히 힘이 생겼을 때 도시를 공격하라고 했습니다. 이른바 마오이즘의 전략입니다. 포린어페어스 8월 3일자 기고문은 트럼프 1기 이후 미국이 중국의 라틴 아메리카 진입을 적극 견제하기 시작하자 국가 대 국가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줄이고 그 대신 민간 기업 차원에서 조용히 라틴 아메리카 속으로 파고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구입한다든지 페루의 심해항을 관리한다든지 하면 미국이 견제를 하겠지만, 에콰도르의 치안을 돕기 위해 감시카메라 시스템을 지원한다든지 하는 것은 미국이 내버려둘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중국산 치안용 감시카메라, 중국산 버스, 중국산 배전기로 둘러싸인 나라는 자기도 모르게 중국의 영향력에 노출된다는 것입니다. 단적으로 중국이 치안용 감시카메라의 수리,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안 해준다면 해당국은 낭패이기 때문에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즉, 중국의 영향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글은 중국이 전통적으로 채택해오고 있는 마오이즘 전략의 국제판에 대한 설명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사우스를 먼저 장악한 후 결정적인 시점에 메트로폴리스(서방의 중심)를 타격한다는 중국의 대전략에 대한 설명으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