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암 치료를 받으러 중국으로 날아가는 환자들

2026년 4월 19일 중국 북부 톈진의 톈진의과대학 암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중국은 빠른 속도로 한국이 앞서 있던 산업 부문들을 정복해가고 있습니다. 자동차, 그 중에서도 전기차는 이미 추월해서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게 중론이고 메모리도 기술적 복잡성이 떨어지는 D램부터 야금야금 삼켜들어오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분야로 의료 부문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9월 6일자 기사는 최첨단 암치료 기법 중 하나인 CAR-T를 위해 중국에 들어오는 서구 암 환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다른 산업 부문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강점은 단순히 저렴한 치료비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맞춤형 세포치료제를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공급망'이 의료 부문에서도 강력한 이점을 발휘합니다. 우리나라 의료가 관료주의적 탑다운 정책 결정과 처벌 위주의 법적 처분으로 정체되는 동안 중국 의료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암 환자들이 최첨단 치료를 받으러 중국을 찾게 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이클 월터스(25)는 대학을 졸업하고 첫 정규직 일자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지난해,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뉴질랜드 출신인 월터스는 오클랜드에서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면역요법을 수차례 받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자 의사들은 그에게 CAR-T 치료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추출해 실험실에서 재설계한 뒤, 암세포와 싸우도록 몸 안에 다시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월터스는 미국과 인도는 물론 호주까지 치료처를 알아보았다. 멜버른의 한 병원에서 해당 치료가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비용이 최대 60만 달러(8억6000만 원)에 달해, 그의 가족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상하이 시노유나이티드병원SinoUnited Hospital에서 월터스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비용을 지불했고 8월 18일 치료 덕분에 림프종이 완전 관해complete remission 상태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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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해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월터스는 말했다. "10년이나 15년 전이었다면 제게 이런 선택지는 없었을 거예요."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 therapy의 약칭인 CAR-T 치료법은 미국에서 처음 개척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상하이는 미국을 비롯한 부유한 국가의 환자들이 선호하는 행선지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치료 비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중국이 생명공학 분야의 혁신국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다른 산업에서 해온 방식을 CAR-T 세포 치료에도 기본적으로 똑같이 적용했어요. 바로 산업화한 것이죠." 휴스턴에 위치한 텍사스대학교 MD 앤더슨 암센터 림프종·골수종과 CAR-T 프로그램 디렉터인 사이라 아메드 박사는 말했다.


일부 분야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앞질렀다. 지난 6월 중국 당국은 위암 및 상부 소장암을 치료하는 CAR-T 치료제를 승인했다. 고형암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승인된 CAR-T 치료제다.


금융 서비스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조시 브롱크호스트(59)는 승인 후 가장 먼저 이 치료를 받은 환자 중 하나였다. 지난해 12월 암 진단을 받은 그는 4개월 동안 화학요법과 면역요법을 받았지만 종양은 계속 자라기만 했다.


의사들은 화학요법을 한 차례 더 진행하더라도 성공 확률이 1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브롱크호스트는 중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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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나아지고 있어요." 브롱크호스트는 8월 6일 상하이 자후이국제병원嘉会国际医院 병상에서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재설계된 세포가 체내에 주입된 지 열흘째 되던 당시, 브롱크호스트의 암으로 인해 복수 등 체액이 차오르던 증상이 멈추면서 의료진은 배액관을 제거할 수 있었다.


"기적의 약은 아니지만 제가 찾을 수 있었던 가장 좋은 선택지였죠." 그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8월 16일 그는 고국 뉴질랜드로 돌아갔으며 현재도 회복 중이다.


MD 앤더슨의 아메드 박사는 일부 해외 환자들에게 중국에서 치료받을 것을 권유해왔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CAR-T 치료 비용이 55만~85만 달러(8~12억 원)에 달하는 반면, 중국에서는 15만~23만 달러(2~3억 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수십 개국의 규제 당국이 백혈병, 림프종, 골수종을 비롯한 혈액암에 대해 CAR-T 치료를 승인했다. 브롱크호스트와 월터스가 받은 치료제는 중국 규제 당국이 승인한 9개 CAR-T 제품에 포함된다. 승인 제품 수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브롱크호스트의 위암 치료제는 상하이에 본사를 둔 카스젠 세라퓨틱스CARsgen Therapeutics가 개발했다. 카스젠은 미네소타의 메이요클리닉과 MD 앤더슨에서 미국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을 거쳐, 이 고형암 CAR-T 치료제에 대한 중국 당국의 승인을 획득했다.


"암과 싸울 새로운 무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카스젠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리쭝하이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많은 사람이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치료 방식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선택지도 정말 많아졌어요."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임상시험의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6세 여아를 포함한 3명이 시험용 의약품을 투여받다가 숨진 것으로 보도된 뒤였다. 중국 규제 당국은 대체로 미국이 요구하는 것보다 중앙정부의 감독을 덜 받는 상태에서 병원이 임상시험을 시작하도록 허용한다. 이 제도는 혁신을 가능하게 했지만 임상시험 환자의 위험도 키웠다.


반면 중국의 민간 국제병원들은 대체로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임상시험을 피하고, CAR-T 치료제를 포함해 당국으로부터 상용화 승인을 받은 치료법만을 고수해왔다.


면역계를 활용해 암을 공격하는 방식은 금세기 이뤄진 수많은 의학적 진보의 기본 원리이며, 그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지난 8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모더나와 파트너사 머크는 자사의 mRNA 기반 백신이 고위험군 흑색종 환자에게서 암의 재발이나 전이를 막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잠재적 돌파구는 치명적인 피부암을 앓는 수십만 명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8월 췌장암 치료제를 승인했는데 이는 치사율이 높은 췌장암과 싸우는 데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다.


중국 당국은 2021년 해외 환자에 대한 CAR-T 치료제 투여를 처음으로 승인했다. 상하이 시노유나이티드병원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인 캐시 스Kathy Shi 박사는 2023년 CAR-T 치료를 시작한 이래 12개국에서 온 약 36명의 환자를 치료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의 에모리대학교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친 심장내과 전문의인 스 박사는 이들 대부분이 현재 완치된 상태라고 전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시노유나이티드병원에는 MD 앤더슨과 메이요클리닉,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들도 찾아오고 있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스 박사는 미국 전역과 캐나다, 유럽, 동남아시아 각지에서도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치료받기를 원하는 중국인 환자들과 자주 상담했어요." 자후이병원 종양내과장 쉬안린리는 말했다. "지금은 점점 더 많은 해외 환자가 저희에게 진료 상담을 요청하고 있죠."


CAR-T 치료법은 미국에서 1980년대부터, 중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연구되어 왔다. 2012년 당시 6세였던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에밀리 화이트헤드가 이 치료를 받고 소아로는 최초로 백혈병을 극복하면서 결정적인 전기가 마련되었다. (화이트헤드는 현재 자신이 CAR-T 치료를 받았던 곳에서 아주 가까운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 학부생으로 재학 중이다.)


CAR-T는 치료 가능한 암의 종류가 제한적이어서 암 치료 분야에서 여전히 틈새 영역으로 남아 있다. 현재로서는 주입으로 인한 염증 등 잠재적 부작용 때문에 다른 치료법이 실패한 후에야 CAR-T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환자들이 중국을 택하는 이유는 저렴한 치료비뿐 아니라 중국 국제병원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CAR-T 치료에는 중환자 치료와 심장 전문의, 신경과 전문의 등 여러 전문의의 개입이 필요할 수 있어 이는 중요한 요인이다.


CAR-T는 환자마다 맞춤형 세포치료제를 만들어야 한다. 상하이에서 차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실험실에서 불과 며칠 만에 치료제를 생산하는 중국의 역량은 대기 기간이 더 긴 나라들보다 우위를 안겨줄 수 있다.


중국에서 즉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점은 진행이 빠른 암과 싸우는 환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브롱크호스트와 월터스는 의료비자 발급 지원과 더 높은 영어 구사 능력 등 다른 나라를 검토할 때보다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경험했다고도 말했다.


월터스는 UC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친 시노유나이티드병원 혈액내과 전문의 릴리 저우와 화상 통화를 한 후 안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에서는 제가 상담한 의사들보다 제가 더 많이 조사했고 이 치료에 대해 더 잘 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월터스는 말했다. "하지만 저우 전문의는 경험이 아주 풍부해요... 자신이 하는 일을 정확히 아는 분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죠."


월터스와 친구들은 치료비 대부분을 충당하기 위해 온라인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고, 6월 말 그는 저우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상하이로 날아갔다. 그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의 25번째 생일날, 시노유나이티드병원 직원들은 그에게 케이크를 선물했다.


다음 생일에는 암이 여전히 관해된 상태로 오클랜드의 집에서 생일을 맞이할 계획이다.


"지금 건강해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내놓을 거예요." 월터스는 말했다. "대학교, 직장, 여자친구, 시시콜콜한 소문거리처럼 남들 다 하는 일상적인 걱정을 저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