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9.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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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웬 오릴리오는 4기 폐암 진단을 받은 후 자신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이미 암세포가 눈까지 침투했기 때문에 당시 31세였던 오릴리오는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오릴리오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리고 여전히 전이성 암을 앓고 있다.
그의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병을 완치시키지는 못하지만,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의 시간을 벌어주는 새로운 치료법들이다. 하나의 약이 효과를 멈추면 새로운 약이 나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오릴리오는 화학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했고 이후 새로운 치료법으로 바꾸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다음은 뭘까요? 이 약이 효과가 없어지면 그 다음엔 어떤 치료를 받게 될까요?" 노스캐롤라이나주 가너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오릴리오는 말했다. "제 좌우명은 과학이 저보다 한 발짝만 앞서가면 된다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효과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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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오릴리오는 41세의 나이로 연금을 붓기 시작했다.
오릴리오는 암에 걸린 후 생존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바꾸고 있는 새로운 암 치료 시대의 한 사례다. 불치성 또는 진행성 암에 걸린 후 과거보다 더 오래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 수가 작지만 계속 늘고 있다. 이들은 점차 만성질환과 유사해지는 병과 함께 남은 삶을 헤쳐나가고 있다. 유방암에서 시작된 이러한 경향은 흑색종, 신장암, 폐암 및 기타 암 환자들에게까지 확대되었다.
새로운 약물들은 오릴리오의 진단처럼 한때는 신속한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던 몇몇 암에 대해서도 생명을 수년간 연장시킬 수 있다. 이 약물들은 또한 사람들을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한다. 다음 검사에서 약이 더 이상 듣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와 의사들이 새로운 약을 찾아야 하는 아슬아슬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생존 기간의 범위가 매우 넓어져 암 전문의들이 환자에게 남은 시간을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대부분의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은 결국 바닥나게 된다.
환자들은 극심한 피로감이나 신경 손상과 같이 지속적인 치료와 암으로 인한 부작용과 싸우지만 환자처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수개월이 아닌 수년간 생존하게 되면서, 다른 일상적인 건강 문제와 여러 차례의 약물 치료로 인한 재정적 부담 또한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
"암을 완치 아니면 죽음이라는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캔자스대학교 암센터의 부인과 종양 전문의이자 완화의료 의사인 로리 스푸작 박사가 말했다. "우리 환자들이 겪는 경험은 훨씬 더 복잡합니다."
만성질환으로서의 암
현재 미국에는 전체 인구의 5% 이상인 1800만 명 이상의 암 생존자가 있으며 이 숫자는 2040년까지 2600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암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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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에는 69만 명 이상이 6대 주요 암(흑색종, 유방암, 방광암, 대장암, 전립선암, 폐암)의 4기 또는 전이성 질환을 앓고 있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는 2018년의 62만3000명에서 증가한 수치이며 1990년 이후 상당한 증가세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연구진은 이러한 증가가 부분적으로는 방광암과 전립선암의 증가, 그리고 더 많은 4기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향상된 진단 도구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 수 증가의 대부분은 환자들이 더 오래 생존하기 때문이다.
국립암연구소 논문에 따르면, 전이성 흑색종으로 진단받은 생존자의 거의 30%와 전이성 대장암 또는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생존자의 20%는 10년 이상 자신의 병과 함께 살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매년 60만 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한다. 4기에 도달하여 뇌, 간 또는 다른 신체 부위로 전이된 암은 생존 확률이 가장 낮다. 많은 환자들이 몇 주 안에 사망한다. 그러나 미국 연방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20년 전과 비교하여 현재 많은 암에서 말기 진단 후 5년이 지나도 여전히 생존해 있는 환자의 비율이 더 커졌다.
"제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생존 기간이 수년 단위로 측정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유타주 인터마운틴 헬스의 소화기 종양학 책임자인 마크 루이스 박사가 말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암을 만성질환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암 사망 원인인 폐암조차도 연방 데이터에 따르면 진행성 질환에 대한 5년 상대 생존율이 2004년에 진단받은 환자의 3.7%였지만 2017년에는 진단받은 환자의 9.2%로 조금씩 상승했다. 미국폐협회에 따르면 흡연율 감소, 검진, 그리고 신약 개발이 사망자 수를 줄이면서 전체 폐암 생존율은 지난 5년간 26% 증가했다.
암의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거나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치료법이 늘면서 여러 암에 대한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 한 2024년 추정치에 따르면 1975년과 2019년 사이 유방암 사망자 수 감소의 29%는 전이성 질환 치료에 기인했으며, 나머지는 조기 질환에 대한 검진 및 치료 덕분이었다.
유방암 종양 전문의이자 예일 암센터 소장인 에릭 와이너 박사는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이 암이 만성질환이 되어간다고 말하는 걸 들어왔다. 항상 소수의 환자 집단에게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제 유방암에서는 전이성 유방암을 앓는 환자들 중에서도 만성질환화가 되는 경우가 더 많아졌습니다."
2000년경부터 유방암에 대한 허셉틴이나 백혈병에 대한 글리벡과 같이 특정 유전적 이상을 공격하는 약물들이 암의 분자적 기반에 대한 더 나은 이해에 힘입어 새로운 종류의 표적 치료법을 확립했다. 면역관문억제제checkpoint inhibitor라 불리는 면역요법은 2011년 흑색종에 도입되었다. 2014년에 처음 승인된 키트루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물로 손꼽히며 암 18종의 치료에 사용된다. 발전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치료 옵션의 가용성과 발전 자체가 엄청났어요." 신시내티 암 자문단의 유방 종양학 책임자이자 미국임상종양학회 전 회장인 로빈 존 박사가 말했다. "우리는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약을 투여하는 데 있어 더 정밀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존 박사는 2024년 4월, 전이성 환자를 위한 생존자 관리 지침에 대한 새로운 권고안 작성에 참여했다. 이 권고안에는 치료를 다 마친 환자들에게만 국한되곤 했던 생존자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권을 그들에게도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진행성 암을 안고 장기 생존하는 인구 집단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며 몇 가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난관에 직면해 있다.
탬파 종합병원의 종양내과 전문의인 노먼 아슈라프 박사는 20년 전에는 4기 폐암 환자들이 고콜레스테롤이 문제를 일으킬 만큼 오래 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제 10년에서 15년을 살기 때문에 환자들의 심혈관 건강에 대해 걱정해야 해요." 아슈라프 박사는 말했다. "이건 좋은 문제라 할 수 있죠."
'뉴 노멀'
환자들이 더 오래 살게 되면서, 질병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한 채 검사, 치료, 진료를 위한 이동 등에 따르는 재정적 부담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중된다. 비상사태가 일상이 되면서 처음에 친구와 가족들로부터 쏟아졌던 지원은 점차 사라진다.
암이 진행되었는지 또는 재발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정기적인 스캔과 검사는 환자들을 엄청난 공포에 빠뜨릴 수 있는데 이를 가리키는 '스캔 불안scanxiety'이라는 산조어까지 생겼다.
오릴리오는 12주마다 받는 스캔 검사 때마다 이 불안감을 느끼며 언제 검사 결과가 나쁜 소식을 알리고 또 다른 신약이 필요하게 될지 궁금해한다.
"스캔 결과를 받으면, 다음 검사를 받기 전 12주 동안은 암이 없는 척할 수 있어요." 오릴리오가 말했다. "그 사이에는 평범한 삶을 살려고 노력해요."
오릴리오는 이 '뉴 노멀' 속에서 10년을 보냈다. 2014년 말, 연이은 편두통과 안과 검진을 통해 의사들은 오릴리오의 눈 뒤쪽에서 종양을 발견했다. 더 많은 스캔과 수술이 이어졌다. 병실에서 외과의는 그에게 암이 폐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4기였다.
오릴리오의 생각은 생후 18개월 된 딸에게로 향했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무섭다고 말했다. 남편이 우는 것을 본 유일한 순간이었다.
"남편에게 절대 나를 떠날 수 없다고 말했죠." 오릴리오가 농담처럼 말했다.
검사 결과 그녀의 암에는 ROS1 융합이라는 희귀한 유전적 변이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는 그의 생존 확률을 높였다. ROS1은 표적 약물에 취약한 여러 폐암 변이 중 하나이며, 바로 그가 필요로 하던 시점에 이 약물들이 처음으로 시장에 출시되었다.
오릴리오는 화학요법을 그만두고 암 성장을 유도하는 특정 단백질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크리조티닙이라는 약물로 전환했다. 이 약물은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ROS1 양성 폐암 환자를 위한 최초의 치료제로 승인받게 된다.
이 약은 2017년 암이 뇌에 나타날 때까지 오릴리오에게 효과가 있었다. 의사는 다음 단계는 수술이나 전뇌 방사선 치료라고 말했다. 오릴리오는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비행기를 타고 보스턴으로 가 ROS1 전문 의사를 만났다. 그는 로라티닙이라는 약물의 임상시험에 등록했고 이후 뇌에 있던 점들이 사라졌다.
이후 4년간의 평온한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오릴리오의 암에서 ROS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로라티닙이 효과가 없게 되었다. 그는 또 다른 실험용 약물을 시도하여 몇 달을 더 벌었고 치료 기간 내내 여러 차례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현재 그녀는 지데삼티닙을 투여 중이며 이 약은 약 3년간 효과를 보이고 있다. 제약사인 누발렌트는 지난 6월 이 약에 대한 긍정적인 데이터를 발표했다.
오릴리오는 매일 아침 양치하기 전에 이 약을 복용한다. 그가 시도했던 대부분의 치료제처럼 이 약도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체중도 늘었다. 그의 주치의는 이미 다음 약이 무엇이 될지 고민하고 있으며 연구진과 함께 새로운 치료 옵션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암은 매우 똑똑하기 때문에 힘들어요." 오릴리오의 주치의인 보스턴 매스 제너럴 브리검의 폐암 전문가 제시카 J 린 박사가 말했다. "우린 언젠가 암이 다시 치료를 피할 방법을 찾아내리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린 박사의 환자 중 오릴리오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전이성 진단을 받은 지 최소 5년이 지났다. 그는 환자들로부터 결혼식과 졸업식 이야기를 들으면서 동시에 암이 재발했을 때 가능한 선택지에 대해 설명한다. 암은 여전히 대부분 환자의 삶을 단축시킨다.
"가능한 한 현실적이고 투명하게 설명하려는 것과 희망이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해요. 우리는 항상 투명하려고 노력합니다." 린 박사가 말했다.
오릴리오는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함을 알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더 낙관적이다. 그는 진단 후 1년이 넘어서야 폐암 통계를 찾아보았다. 치료가 효과를 보이고 자신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신감이 더 생겼을 때였다.
계속되는 취약성
학교 육상 코치이기도 한 오릴리오는 피로와 싸우며 고등학생들에게 수학 수업과 준비 운동을 가르친다. 암이 척추까지 전이되었기 때문에 그가 가장 좋아했던 종목인 멀리뛰기 시범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교실에서 그는 때때로 화이트보드에 폐암에 대한 사실들을 적고 학생들의 질문에 답한다. 담배를 피웠나요? (피우지 않았다.) 아직도 암에 걸려 있나요? (그렇다.) 그럼 선생님의 풍성한 머리카락은요? (화학요법 후에 다르게 자랐다.)
"저는 그냥 4기 암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오릴리오가 말했다.
지역사회의 어른들조차 종종 그가 완치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오릴리오는 말했다. 그는 딸의 주말 축구 경기장에서 때때로 그들을 정정해 주어야 한다.
오릴리오가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동료들은 그를 중심으로 뭉쳐 5km 달리기 대회를 개최했고 수만 달러(수천만 원)를 모금했다. 연간 약 5000달러(700만 원)에 달하는 본인 부담금은 그 모금액을 서서히 잠식해 왔다.
"만약 암이 악화된다면 지원은 있을 거예요." 오릴리오가 말했다. "하지만 항상 모든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외롭게 느껴질 때가 많죠."
오릴리오가 남편과 딸과 함께 사는 집은 크다. 부부는 더 많은 자녀를 가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암의 공격성 때문에 오릴리오는 즉시 치료를 시작했고 난자를 냉동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이미 있는 아이의 곁에 있고 싶었다.
그의 딸은 이제 10대 초반이 되었고 오릴리오는 때때로 딸이 대학에 가면 삶이 어떤 모습일지, 은퇴 후에는 무엇을 할지 공상에 잠긴다. 어떤 날에는 왜 굳이 돈을 모으는지 의아해하기도 한다. 가족은 때때로 즐거움을 위해 무리를 하기도 하는데 올해 초 봄방학에 유니버설 올랜도로 여행을 갔을 때가 그랬다.
"저렴한 여행이 아니었죠." 오릴리오가 말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추억을 만드는 것이었고, 그게 지금 저에게는 더 중요해요."
6월 말, 오릴리오의 최근 스캔에서 아무런 문제의 징후가 보이지 않자, 그들은 캠핑카에 짐을 싣고 뉴욕에 있는 가족의 호숫가 별장으로 향했다. 세 사람은 패들보드를 타고, 축구를 하고, 평소 집에서 허용되는 것보다 더 많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7월 중순에는 많은 친척들이 합류했다. 그들은 그의 42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매일 약을 먹는 것 외에 오릴리오는 자신의 암에 대해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다. "제겐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여름이 있어요." 그는 말했다.
그의 다음 스캔 검사는 9월로 예정되어 있다.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영양, 섭생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서 인간의 수명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수명이 늘면서 결국 한번쯤은 병치레를 할 수 밖에 없는 '유병장수'가 더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암환자들의 사례가 그렇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8월 17일자 기사는 4기 폐암 진단을 받고 나서도 10년 넘게 생존하고 있는 한 교사의 이야기를 상세히 소개합니다. 과거에는 말기암 판정이 거의 사형선고나 나름없었지만 지금은 주변에서도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관리'하고 있는 분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뉴 노멀'에 맞추어 의료제도를 비롯한 각종 사회제도의 재설계를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