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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AI 만병통치약' 찾기

인공지능이 중국의 파편화된 공공의료 시스템을 고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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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2026.01.02 15:51

The Wire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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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전기차가 저렴한 가격과 안정적인 성능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도 순조로이 진출하고 있죠. 어쩌면 나중에는 중국산 AI 의료 서비스가 한국 시장에서 '아이폰 모먼트'를 보여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이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공격적인 '의료 AI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14억 인구가 쏟아내는 막대한 데이터와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 환경은 중국을 AI 기술의 '살아있는 실험실'로 만들고 있죠. 만약 중국이 이 실험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표준은 중국의 데이터와 기술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습니다. 더와이어차이나의 12월 14일자 커버스토리는 중국의 AI 헬스케어 산업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봅니다.


중국의 의료 현실이 당면한 과제는 한국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의료 수요자들은 지역 병원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주요 도시의 대형 병원만 찾습니다. 한국에서는 '과잉의료'를 우려하며 원격의료 등을 규제하는 와중에 중국은 오히려 고질적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AI(인공지능)'라는 과감한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챗봇이 환자를 문진하고, AI가 엑스레이를 판독하며, 디지털 아바타가 의사를 대신하는 세상. 먼 미래의 공상과학 같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딥시크 같은 최신 AI 모델이 수백 개의 병원에 도입되며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실험이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연 AI 의사를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적 질문부터, 수익 모델의 부재, 그리고 환각 현상과 같은 기술적 한계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공의료 시스템이 점차 무너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곳은 한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일까요?


올해 초 1월 어느 추운 밤, 장샤오잉은 11살 된 딸 샤오후이를 치료해 줄 의사를 찾아 필사적으로 병원을 전전했다.


지속적인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던 샤오후이는 장시성 시골 집 근처의 지역 진료소에서 며칠 동안 정맥 주사를 맞으며 지냈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모녀는 인근 마을의 더 큰 병원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검진 결과 폐와 다른 장기에 물이 차고 있음이 밝혀졌다.


병원의 의사는 그들을 시립병원으로 보냈고, 그 병원은 다시 모녀를 성도인 난창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했다. 긴 수술 끝에 장샤오잉의 딸은 간신히 고비를 넘겼지만 장샤오잉이 독감이라고 생각했던 병은 성 내 최고의 병원조차 제대로 치료할 장비를 갖추지 못한 공격적인 형태의 림프종으로 판명되었다.


딸에게 최대한의 기회를 주기로 결심한 장샤오잉은 동쪽으로 수백 킬로미터를 가 소아과와 종양학 치료로 유명한 상하이의 선도적인 병원을 찾았다. 거의 1년 동안 그들은 병원 근처의 자선 숙소에 머물고 있다. 딸이 화학요법을 견디는 동안 장샤오잉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모금을 하고 있다.



장샤오잉은 딸의 상태가 언제쯤 안정되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집에는 6살 된 아들이 이웃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린 아들은 엄마가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통화할 때마다 운다. "우리 딸이 회복할 수만 있다면 제가 감당해야 했던 모든 고통도 그만한 가치가 있을 거예요." 장샤오잉은 말했다.


장샤오잉과 샤오후이의 상황은 중국 공공의료 시스템의 고질적인 난제 중 하나와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인 혁신적 효과를 부각시킨다.


대부분의 의료 자원은 부유한 도시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격차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수년 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촌 오지의 의료접근성은 여전히 고르지 않다. 중국 정부는 AI의 발전이 의사와 간호사 부족과 같은 제약을 극복하여 국가의 파편화된 의료 시스템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AI의 도움을 받았다면 더 빠른 진단으로 샤오후이의 치료를 앞당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더 효율적인 시스템 하에서는 병상을 구하기 위해 며칠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다.


작년에 국가위생건강위원회(NHC)는 침술 로봇, 인간 치료사 대신 챗봇을 이용한 치료, 백신 접종을 거른 아동 추적 등 80개 이상의 AI 적용 시나리오를 나열한 45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발표했다. 지난 11월 당국은 또 다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2027년까지 실험적 의료 AI 시범 구역을 설립하고 2030년까지 1차 진료에 AI 진단 도구를 보편적으로 도입하는 등이 목표다.


이러한 정책들은 업계의 행동을 촉발시켰다. 한 집계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755개 이상의 병원과 진료소가 항저우의 스타트업이 개발한 AI 모델 딥시크를 도입했는데 이 모델은 주요 해외 경쟁사들의 성능에 필적하면서도 비용은 훨씬 저렴하다. 상하이 인근 도시인 쉬저우의 한 병원은 로봇이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태를 확인하는 지능형 환자 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의료인들이 완료하는 데 7시간이 걸리던 작업이 이제는 10분이면 된다고 병원 측은 주장했다.


민간 기업들은 2023년 16억 달러(2조3000억 원)에서 2030년까지 거의 190억 달러(27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앤트그룹과 징둥닷컴JD.com을 포함한 테크 기업들은 온라인 질의에 답변하는 의사 디지털 아바타와 같은 서비스를 출시했다. 한편 바이촨Baichuan과 기타 소규모 스타트업들은 현재 의사가 수행하는 업무를 궁극적으로 대신하게 될 대형언어모델(LLM)을 훈련시키고 있다.

너무 느린가, 아니면 너무 빠른가?

쉬저우의 사례와 같은 지역적 실험은 오랫동안 중국 정책 결정의 특징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명이 걸린 분야에서 AI가 무질서하게 도입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결과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발표된 논평에서 일군의 중국 학자들은 규제감독을 앞지른 딥시크의 도입이 "너무 빠르고 이르다"고 경고했다.


"의료 환경에서 AI 모델을 어떻게 훈련하고, 평가하고, 테스트하고, 조사할까요? 그 전체 과정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습니다." 칭화대학교 산하 칭화의학원의 안과의사이자 해당 논평의 저자 중 한 명인 웡티엔인은 말한다.


홍콩 출신의 싱가포르 국적자인 웡티엔인은 의료 분야에서 무분별하게 AI를 사용할 경우 오진과 궁극적으로는 비극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것이 본질적으로 가장 두려운 위험성입니다." 웡티엔인은 더와이어차이나에 말했다. "사람들이 의료 현장의 대형언어모델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고 그 결과 AI의 의료 통합이 10년은 아니더라도 수년은 지체될 것이라는 점이죠."


중국 정부는 수년간 더 많은 의료 자원을 중소 도시와 농촌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농촌과 도시 인구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간에는 여전히 극명한 격차가 존재한다.


농촌 지역의 1인당 의료 시설, 병상, 의사 수는 전국 평균을 훨씬 밑돈다. 2020년 랜싯Lancet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농촌 지역 임상의 중 불과 5분의1만이 흔한 심장 질환인 불안정 협심증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진단을 내린 경우에도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는 비율은 절반 미만이었다. 중국 농촌 지역 의사들의 역량에 대한 다른 연구들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단순히 의료 취약 지역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큰 구조적 불평등이 해결되어야 한다.


"한 가지 주요 장벽은 1차 의료 분야에 자격을 갖춘 의료인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하버드대학교 보건정책학 교수 위니 입Winnie Yip은 말한다. "의대를 졸업하면 이미 도시에 살면서 신분 상승을 하겠다는 열망을 갖게 되죠. 농촌이나 덜 개발된 지역으로 가려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해요."


쓰라린 경험으로 형성된 환자들의 굳어진 습관을 바꾸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과제다. 지역 의사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는 장샤오잉과 같은 농촌 거주자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여 치료받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전국의 환자들이 일류 도시 병원으로 몰려든다. 본래 이들 병원은 전문치료를 위해 설계된 곳이지만 결국 국가 전체 의료 부담의 상당 부분을 짊어지게 된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전문치료를 포함하는 3차 병원으로 분류되는 병원은 중국 전체 병원의 약 10%에 불과하지만 작년 전체 외래 방문의 27%, 전체 입원 환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1차 의료기관을 건너뛰고 도시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 합니다." 뉴욕 외교협회(CFR)의 세계보건 선임연구원 옌중 황Yanzhong Huang은 말한다. "수요가 높다는 것은 농촌 의료를 희생시키면서 도시 의료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짐을 의미하죠. 그것이 악순환을 만듭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중국의 의료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말 기준으로 60세 이상 인구는 3억1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2%를 차지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망에 따르면 이 숫자는 2040년까지 4억 명에 달해 전체 인구의 28%를 차지할 수 있다.


중국의 총 의료비 지출은 2023년 9조 위안(1820조 원)으로 GDP의 7%였으며 2030년에는 20조5000억 위안(40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다가오는 인구학적 위기는 의료 AI에 대한 열기를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다. 싱가포르와 같이 비교적 탄탄한 의료 시스템을 갖춘 선진국에서 AI 애플리케이션은 금상첨화 같은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AI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라고 칭화의학원의 웡티엔인은 말한다.


웡티엔인은 자신의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은 이미 AI 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인다.


그는 14억 인구를 가진 국가가 희귀질환에 대한 데이터를 비롯, 막대한 양의 의료 데이터를 생성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높은 휴대전화 보급률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디지털 인프라 또한 성숙한 상태다. 그리고 많은 환자들은 이미 병원 모바일 앱이나 병원 로비의 디지털 부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료 예약을 하거나 의료보험을 청구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모든 요인은 기관들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환자들이 챗봇이 상태를 평가하여 적절한 치료를 안내하는 가상 환자 분류와 같은 AI 기반 시스템에 더 쉽게 적응하게 만든다.


게다가 중국인들은 AI를 더 신뢰한다. 여기에는 의료 분야의 AI도 포함되는데 필립스미래건강지수Philips Future Health Index 조사에 따르면 중국 응답자의 90%가 AI 사용 확대를 환영하여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방식으로 건강 AI를 위한 살아있는 실험실이 되었다." 중국 태생으로 영국에서 훈련받은 의사이자 린트리스헬스LINTRIS Health 컨설팅의 설립자인 루비 왕은 자신의 뉴스레터 '차이나 헬스 펄스'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에 대한 거버넌스 및 규제 우려로 의료 AI 개발이 둔화된 영국과 비교할 때, 중국은 AI의 잠재적 이점에 대해 더 열정적이라고 루비 왕은 말한다. "환자와 소비자뿐만 아니라 정책 입안자, 임상의, 공급자들도 의료 분야의 AI기술을 더 잘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1차 진료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AI기술은 더 빠르고 비용 효율적이며 확장 가능한 새로운 경로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그는 덧붙였다.


"저는 AI가 궁극적인 평등화 장치라고 굳게 믿습니다." 홍콩에 본사를 둔 AI 인프라 전문 벤처캐피털 회사 3C AGI의 설립자 에스더 웡은 말한다. "이론적으로 4선 도시나 산간 벽지에 사는 사람도 [AI 모델로부터] 상하이에 사는 사람과 동일한 답변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 시스템은 수백만 개의 데이터로 훈련되었고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헬스케어의 미래

항저우에 본사를 둔 웨이마이Weimai의 설립자 추지아린은 의료서비스를 진료소와 병원에서 가정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웨이마이의 목표는 타오바오Taobao가 휴대전화로 쇼핑을 가능하게 만든 것처럼 환자가 어디에 있든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2015년에 설립된 웨이마이는 이른바 '풀 코스' 헬스케어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단돈 40위안(8000원)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있는 의사 20만 명 중 한 명과 상담할 수 있다.


딥시크나 알리바바의 큐원Qwen과 같은 LLM을 기반으로 구축된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의료 보고서를 해석할 수 있다. 웨이마이는 또한 전국 160여 개 병원과 파트너십을 맺고 수술 후 환자에게 추적 상담 및 복약 지도를 포함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바이두는 물론 소스코드Source Code와 IDG 같은 유수의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는 웨이마이는 5억5000만 달러(77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홍콩에서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추지아린은 AI가 아직 의사 상담이나 진단에 활용될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사용자들은 [AI를] 신뢰하지 않고 결과도 그리 정확하지 않아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이 회사는 연간 매출 6억5300만 위안(1300억 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치료 후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지아린은 AI의 잠재력을 확신한다. "과거에 AI는 표준화된 절차를 실행하는 도구에 불과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의사를 위한 AI 도우미는 대부분의 사용자 질문에 답할 수 있죠." 그는 말한다. "과거에는 한 의료 플랫폼의 환자 관리자가 100명의 환자만 다룰 수 있었다면 이제는 200, 300명, 또는 500명의 환자를 돌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실에서 항저우 유수 병원의 부원장이자 우울증 및 수면장애 전문가로 명망 높은 마오홍징은 일주일에 약 10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하지만 지난 6월 앤트그룹이 출시한 AQ 앱에서 마오홍징의 AI 아바타는 이제 매일 최대 3만 명의 환자로부터 오는 문의를 처리하며, 그중 대부분을 독자적으로 답변한다.


이는 AQ 플랫폼에 있는 300명의 'AI 의사 에이전트' 중 하나다. 각 아바타는 실제 의사의 진단 기록, 환자와의 대화, 연구 결과물을 학습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회사 측은 "AQ는 임상 진단 도구가 아닌 AI 건강 서비스로 포지셔닝되어 있다"고 말한다.


연구자들은 또한 실제 시나리오에서 AI를 테스트하고 있다.


한 연구에서 연구진은 두 의료 센터의 접수처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와 환자 간의 전화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챗봇을 훈련시켰다. 도입 결과 챗봇은 원무과 간호사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어주었다. 업무에 시달리는 인간 간호사보다 챗봇이 더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고 느낀 환자들의 만족도 또한 더 높았다.


칭화의학원의 웡티엔인이 주도한 또 다른 연구에서 연구진은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당뇨병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을 선별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의 지원을 받은 1차 진료 의사들은 질환을 더 정확하고 짧은 시간 내에 식별해 냈다. 또한 모델의 조언을 따랐던 당뇨병 환자들은 컨디션 관리를 더 잘했다.


하지만 의료 분야에서 이렇게 AI 모델의 성능을 엄격하게 테스트하고 검증한 연구는 일반적이라기보다 예외에 가깝다. 사실 이 두 연구는 의료 현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AI 도구를 구축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현지화된 실제 임상 데이터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데이터의 대부분은 인터넷에 오픈 소스로 공개되어 있지 않죠." 웡티엔인은 말한다. 예를 들어 당뇨망막병증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해 연구진은 7개국의 검진 프로그램에서 얻은 21개의 데이터 세트를 사용했다.


그리고 중국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고된 작업이다. 임상 데이터를 위한 국가 차원의 중앙집중식 저장소는커녕 성 단위의 저장소조차 하나도 없다. 심지어 시 단위에서도 기업들은 민감한 것으로 간주되는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의료기관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찾아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 간에 데이터를 공유하는 관행이 없었고 요구사항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꽉 쥐고 있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베이징의 사이먼-쿠처Simon-Kucher 컨설팅 선임파트너인 브루스 리우는 말한다.


데이터를 확보하더라도 이를 라벨링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일반적인 AI 모델과 도구의 경우 기업들은 도로에서 찍은 사진 속에서 자동차에 '자동차'라는 태그를 붙이는 식의 고된 라벨링 작업을 비숙련 노동자에게 아웃소싱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용 LLM의 경우 의사 소견서의 증상에 라벨을 붙이거나 뇌 스캔에서 종양의 윤곽을 그리는 등 데이터 주석 작업의 대부분은 의료전문가만이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임상적 판단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이라 증상은 차치하고라도 동일한 스캔이나 엑스레이에 대해 의사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앤트그룹은 AQ의 기반이 되는 건강 AI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해 임상보고서, 의료 영상, 제약 정보를 포함한 "1조 개 이상의 의료 자료 토큰"을 통합했다. 또한 데이터를 라벨링하고 결과를 검토하기 위해 수천 명의 의료전문가를 모집했다.


그러나 이러한 단계들을 철저히 이행하더라도 머신러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AI 모델은 거짓 정보를 생성하여 사용자에게 확신을 가지고 전달함으로써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환각' 현상을 일으키기 쉽다. 또한 입력 데이터에 포함된 유해한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거나 증폭시키는 편향성에도 취약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테크 대기업인 바이두가 개발한 '어니봇Ernie Bot'은 허난성 소도시 뤄허의 의사들보다 천식과 흔한 심장질환인 불안정 협심증을 진단하는 데 있어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의사들의 정확도가 25%인 데 비해 어니봇은 77%의 정확도를 기록하여, 외진 지역의 의료 성과를 개선할 수 있는 AI의 막대한 잠재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어니봇은 불필요한 실험실 검사를 요청하고 부적절한 약물을 놀라울 정도로 높은 비율로 처방하기도 했는데 이는 중국 의사들에게서도 흔히 나타나는 습관이다. 이는 "학습 데이터의 잠재적 편향"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현재의 컨센서스는, AI가 효율성을 높이거나 2차 소견을 제공하는 지원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처방을 주도하거나 임상 결정에 책임을 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리우는 말한다.


하버드대학교의 위니 입은 이렇게 덧붙인다. "이러한 제품들이 주장하는 기능을 실제로 수행하는지 여부, 그리고 어떻게 검증되었는지가 불분명해서 그 점이 몹시 우려스럽습니다."


"중국이 이러한 제품이 사용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적절한 규제와 기준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새로운 기술, 오래된 문제

기술적 과제와 윤리적 우려는 차치하고라도 AI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비용을 누가 지불할지 해결해야 한다.


"의료 산업에 관련된 AI 기업들은 아직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익창출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의료 산업 전문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장홍량은 말한다.


대부분의 중국 소비자는 소프트웨어나 온라인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징둥닷컴의 'JD헬스' 같은 일부 원격 의료 플랫폼은 환자에게 의약품을 추천하고 구매액의 일부를 커미션으로 챙겨 수익을 창출한다.


소비자가 서비스 구독료를 지불하는 방식에 의존하는 웨이마이와 같은 다른 기업들은 수익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웨이마이의 투자 설명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연구 개발 지출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에 1억9300만 위안(38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최소 3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다.


개인이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회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한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일류 병원에 접근하여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뒤, 실제 비용을 지불할 다른 병원들에게 이들 '고객'을 보여주려 한다. "모든 기업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유력 병원들은 사실 이러한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는 습관이 없죠." 베이징의 의료 산업 컨설턴트 조나단 리우는 말한다.


반면 중소 병원과 진료소들은 이미 매출 감소와 정부 보조금 축소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들은 번지르르한 새 AI 시스템을 쉽게 감당할 수 없다.


간단히 말해 의료 AI는 확장하기 어렵고 마진이 적다. 텐센트와 같은 새로운 플레이어가 의료 시장에 진입하는 것보다 의료 공급업체가 기존 제품에 AI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고 사이먼-쿠처의 브루스 리우는 말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개입하여 특히 빈곤 지역의 의료 AI를 위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는 그 핵심이 공공재입니다." 3C AGI의 에스더 웡은 말한다. "공공투자는 혁신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중국의 핵심 과제는 대중을 위한 비용 효율성과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AI 생태계 육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에요."


업계와 정부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또 다른 영역이 있다. 현재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의사들이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불필요하더라도 더 많은 진단 검사를 의뢰하고 더 많은 약물을 처방하도록 장려한다.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 당국은 지능형 도구를 도입하여 그러한 행동을 억제하고 있다.


AI는 적절한 자격을 갖춘 의료제공자가 부족한 곳에서 치료 역량을 개선하는 데 유망할 수 있다고 하버드의 위니 입은 말한다. 하지만 다른 문제도 있다. "이미 자격을 갖춘 의사들이 있는 곳에서는 AI가 널리 도입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AI를 자신에 대한 위협으로 보거나 확립된 진료 패턴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가 품질과 접근성을 개선하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AI를 사용하며, 최종 책임을 지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장려하려면 의료 시스템 자체가 변해야 합니다."


뉴욕타임스 중국 특파원 출신인 데이빗 바르보자가 2020년 만든 중국 전문 온라인 주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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