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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개발도상국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낙관론자들은 AI가 심각한 인적자본 부족을 완화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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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oogle DeepMind

2024.02.16 14:18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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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창의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형식화된 기본적 지식을 전달하는데 최적화된 수단입니다. 그런 점에서 형식화된 기본적 지식을 담지한 지식계층이 태부족인 개발도상국에 특히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높은 수준의 의학지식이 필요한 의료행위를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가난한 나라에서 의학적 근거가 빈곤한 민간요법 대신 과학적으로 검증된 기본적 의학지식에 근거해 간단한 처방을 제시할 수는 있습니다. 초등교육도 제대로 못받는 아이들이 많은 가난한 나라에서 AI는 가르칠 교사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이 1월 25일자 기사는 AI가 개발도상국에게 미칠 영향을 너무 핑크빛으로 그렸을 수도 있지만 설득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예상 결과에 대해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읽어보시고 AI가 한국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25년 전 한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이 콩고에서 휴대폰을 구입했다. 휴대폰을 사용하는데 매일 평범한 현지인이 몇 달 동안 벌어야 하는 돈이 들었다. 전화기는 벽돌 반 개 정도로 무거웠고 유용성은 일반전화보다 조금 낫다고 할 정도였다. 콩고에는 내각 장관과 재벌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아무도 휴대폰이 없었기 때문에 전화할 상대도 많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휴대폰은 세계 최빈국 사람들 대부분의 삶에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오늘날, 콩고의 많은 농부들이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다. 인구는 두 배로 증가했는데 휴대폰 개통건수는 5000배나 증가했다. 특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모바일 기기는 개발도상국 전역의 삶을 변화시켰다(차트 1 참조). 저소득 또는 중하위 소득 국가에 거주하는 40억 명의 사람들은 과거보다 정보에 훨씬 더 많이 접근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들과 매일 채팅하며, 은행 계좌가 없어도 휴대폰을 은행 카드처럼 사용한다.


브라질, 인도, 케냐, 콩고민주공화국의 100명 당 휴대전화 개통량, 인터넷 사용 인구 비율 추이. /그래픽=The Economist

브라질, 인도, 케냐, 콩고민주공화국의 100명 당 휴대전화 개통량, 인터넷 사용 인구 비율 추이. /그래픽=The Economist


인공지능(AI)도 이와 비슷한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낙관론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둘째,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 신기술이 늘 그렇듯이 부유한 국가가 먼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AI 모델 훈련에 드는 높은 비용이 낮아진다면 빈곤층에게 AI 기술을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새로운 기기를 사야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세 번째 이유는 개발도상국에는 교사, 의사, 엔지니어, 관리자 등 숙련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컬럼비아대학교의 다니엘 비요르케그렌Daniel Björkegren은 AI가 기존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어 이러한 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보건 및 교육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AI로 인해 일부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지만 IMF는 개발도상국의 노동시장이 선진국보다 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측한다. 또 다른 흥미로운 가능성은 AI가 가난한 지역들에 대한 정밀한 최신 데이터를 제공하여 모든 종류의 개발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을 예로 들어보자. 오스트리아 빈 소재 비트겐슈타인센터의 볼프강 루츠Wolfgang Lutz는 2015년 사하라 사막 이남의 학생들이 6년 동안 학교에 다니지만 학습량은 고작 3년치밖에 안된다고 추정했다. 이에 반해 평균적인 일본 학생은 14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16년치의 학습량을 흡수한다. 세계은행은 다른 방법론을 사용해 부유한 국가보다 가난한 국가의 교육 수준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차트 2 참조).


국가별 재학 기간 대비 학습량 비교(위)와 인구 1000명당 의사 숫자 비교. /그래픽=The Economist

국가별 재학 기간 대비 학습량 비교(위)와 인구 1000명당 의사 숫자 비교. /그래픽=The Economist


케냐의 사업가 토니 은둥구Tonee Ndungu는 인공지능이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올해 출시 예정인 앱 두 개를 개발했다. 소마나시Somanasi('나와 함께 배우기'라는 뜻)는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말하는 챗봇에게 케냐의 학교 커리큘럼과 관련된 질문을 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도 질문을 해봤다. "분수를 어떻게 하면 백분율로 바꿀 수 있나요?" 챗봇은 단계별 풀이를 제공했다.

머신 러닝

챗봇은 하루 중 어느 때라도 각각의 어린이에게 전념할 수 있으며 결코 지치지 않는다(휴대폰이 충전되어 있는 한). 또한 현지 문화에 맞게 조정도 가능하다. "전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사과를 본 적이 없어요." 은둥구는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A는 애플apple' 대신 'A는 애니멀animal'이라고 하죠." 이 서비스는 다양한 학습 스타일에 맞게 조정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연필을 반으로 쪼개고 다시 쪼개보라고 말하면서 나눗셈을 설명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학생의 반응에 따라 이 접근 방식이 효과적인지 파악하고 학생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어떤 아이들은 숫자를 더 많이 배우길 원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챗봇은 이에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숙제를 채점하진 못한다. 하지만 은둥구의 회사인 키타부Kytabu는 교사들을 위한 앱인 호다리 Hodari('용감한'이란 뜻)도 제공한다. 단계별 수업 계획을 작성하여 교사의 업무 부담을 덜어준다. 학생 개개인이 스마트폰으로 질문에 답하도록 하여 학생이 무엇을 이해했는지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교실당 폰 하나로 충분하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가 와이파이가 잘 되는 카페에서 두 앱을 사용해 본 결과, 모두 잘 작동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교실과 가정에서 사용하게 되면 그 효과가 제대로 입증될 (그리고 버그도 고쳐질) 것이다. 처음에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나중에는 추가 기능을 유료화할 계획이다. 더 많은 학생이 등록할수록 서비스 제공 비용이 저렴해진다. 은둥구는 50만 명이 가입하면 아동 1인당 비용이 월 3.50달러(통신비 제외)에서 약 15센트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챗GPA

많은 기업가들이 부유한 국가에서 개발된 오픈 소스 모델을 사용하거나 게이츠 재단과 같은 자선 단체의 도움을 받아 유사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새로운 언어를 학습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저렴해 보인다. 상업 출판사가 출판하기에는 너무 사용자가 적은 언어로 된 어린이 책을 쓰는 데 이미 AI가 활용되고 있다.


그 필요성은 눈부실 정도로 강렬하다. 개발도상국에는 교사가 너무 적고, 이들 중 상당수는 커리큘럼을 숙지하지 못한 상태다. 2015년의 한 연구(2007년까지의 데이터를 사용)에 따르면 남아프리카의 6학년 수학 교사 중 5분의4가 자신이 가르쳐야 할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의 10세 어린이 중 거의 90%가 간단한 글자조차 읽지 못한다.


비요르케그렌은 기초적인 IT 기술로도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한 연구에서는 학교에서 적당한 자격을 갖춘 교사를 고용하고 태블릿 컴퓨터를 통해 수업에 대한 자세한 '대본'을 제공하는 접근법을 분석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마이클 크레머Michael Kremer와 다른 연구자들은 케냐에서 저렴한 사립학교 그룹인 브릿지인터내셔널아카데미가 운영하는 학교에서 이런 방식으로 교육 받은 학생 1만명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평균적으로 2년이 지난 후 이 학생들은 일반 학교 학생들에 비해 거의 1년 분량의 커리큘럼을 더 습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에서 실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개인화된 컴퓨터 교육이 특히 뒤처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됨을 발견했다.


의료 분야에서 AI를 사용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교육용 챗봇이 잘못 작동하면 학생이 시험에서 떨어지겠지만 의료용 챗봇이 혼란을 일으키면 환자가 죽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론자들은 잠재성이 크다고 본다. 몇몇 AI 의료 키트는 이미 부유한 나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가난한 나라에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초음파 스캔을 할 수 있는 휴대용 초음파 장치나 흉부 엑스레이에서 결핵을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또한 정확한 인공지능 번역을 통해 글로벌 사우스의 환자와 의료인들이 전 세계의 의료 지식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다.


한 추산에 따르면 불완전한 AI 도구라도 연간 80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개발도상국의 의료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 하버드의 토드 루이스Todd Lewis 등은 빈곤 및 중간소득 국가 9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최근 졸업한 1차 의료 종사자 2000명이 병원 방문 환자들을 상대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임상 지침에서 요구하는 정확하고 필수적인 작업을 수행한 경우는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외딴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는 심지어 기준 미달의 병원도 너무 멀거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전통의학에 의존하는데 그 중 상당수는 쓸모없거나 오히려 해롭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의 민간요법 치료사는 때때로 환부에 상처를 낸 후 수은이 함유된 독성 가루를 문지르기도 한다. AI 도구가 완벽해야만 이보다 더 나은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상파울루대학교의 연구진은 건강 관련 질문에 답하는 AI를 훈련시키고 있다. 교육 기회가 적은 브라질의 1차 의료 종사자에게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부두교1voodoo 건강 정보로 가득한 인터넷이 아닌 브라질 보건부의 임상 지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다. 이 AI 도구를 널리 배포하기 전에 테스트하고, 수정하고, 다시 테스트해야 한다. "이버멕틴Ivermectin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입니까?" 같은 정확하고 기술적인 질문을 하면 그 성공률은 "매우, 매우 높다"고 연구진의 일원인 프란시스코 바르보사는 말한다. 문제는 인간이 종종 그렇듯, 모호한 질문을 할 때 발생한다. 만일 "길에서 넘어졌어요. 약국까지 어떻게 가죠?"라고 질문하면 현재 위치를 모르는 AI가 엉뚱한 조언을 할 수도 있다.


바르보사는 AI는 개선되어야 하고 사용자들은 AI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곧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AI는 모든 걸 바꾸고 있어요." 새 병원을 짓는 데는 수백만 달러가 든다. 새로운 의사를 교육하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 AI가 저렴한 1차 의료 종사자들이 더 많은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하여 병원에 갈 필요가 없도록 돕는다면 브라질은 더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국민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브라질의 의사 수는 인구 467명 당 1명인데 케냐는 4425명 당 1명이다. 2만9000명의 고객을 보유한 가상 의료 플랫폼인 엠닥타리mDaktari를 운영하는 케냐 기업 액세스아피야Access Afya의 다프네 응군지리Daphne Ngunjiri는 AI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소정의 월 사용료를 내면 몸이 불편할 때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사진=Google DeepMind

/사진=Google DeepMind

인공지능 사용법

380명의 사용자로 구성된 테스트 그룹을 위해 엠닥타리는 시스템에 AI 기반 챗봇을 추가했다. 고객의 질문을 기록하고, 추가 정보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표시하고, 해당 정보를 제안된 답변과 함께 의료종사자(주로 간호사)에게 제공한다. 의료종사자는 이를 읽고 조언이 타당하다면 이를 승인한 후 고객에게 다시 보내며 약국이나 병원으로 안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사람이 개입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증상 정보 수집은 AI가 수행하므로 간호사는 더 많은 환자를 상대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간호사가 환자에게 직접 전화할 수도 있다. 성병과 같은 난처한 질병의 경우 챗봇과 대화하는 것을 선호하는 환자도 있다. 챗봇은 환자를 절대 판단하지 않는다.


나이로비 빈민가에서 일용직 노동과 뒷마당 텃밭 채소로 생계를 유지하는 고객인 버지니아는 엠닥타리가 간단하고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한 번은 몸이 아파서 앱을 통해 상담한 결과 요로 감염으로 판명된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처방받았다. "심지어 휴대폰으로 간호사에게 연락하여 답변을 받을 수도 있어요." 그는 말한다.


여러 회사에서 인공지능으로 보강된 의료 기기를 테스트하여 열악한 지역에서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네덜란드 회사인 필립스는 케냐에서 초음파 이미지를 해석할 수 있는 AI 추가기능이 탑재된 휴대용 초음파 장비에 대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산부는 많은데 초음파 스캔을 판독할 수 있는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 부족하다는 만성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디키 지라Sadiki Jira는 케냐의 한 시골 의료 시설에서 조산사로 일한다. 주민 3만여명이 이 시설을 찾지만 의사는 한 명도 없다. 그는 몇 년 전 뱃속에서 아기가 사망한 임산부의 사례를 떠올렸다. 임산부는 아기가 사망한 사실을 몇 주 동안 모르고 있다가 출혈이 시작되고 나서야 도움을 요청했다. 지라가 그를 병원에 데려갔지만 너무 늦었다. 그는 사망했다.


지라는 이제 AI 기반 스캐너를 사용한다. 조산사라면 누구나 최소한의 교육만 받으면 필립스 기기를 임산부의 배 위로 문질러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다. AI는 태아의 임신 개월수, 둔위(역아) 여부, 양수의 양이 충분한지 여부 등 중요한 정보를 알려준다. "사용하기 쉽습니다." 지라는 말한다.


필립스는 가난한 나라에서 하루 사용료 1~2달러에 기기와 AI를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필립스의 마티즈 그루트 바싱크Matthijs Groot Wassink는 이 기술을 출시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라고 말한다. 현지 정부가 이전에는 더 자격을 갖춘 사람이 필요했던 과정을 조산사가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인가? 인도처럼 여아를 식별해 낙태하는 데 초음파를 사용할 것을 우려해 규제를 특히 엄격히 하는 곳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열악한 지역일수록 수집하는 데이터의 품질도 열악하다. 마지막으로 농업 인구 조사를 실시한 게 15년 전인 국가는 49개국이며, 그 중 13개국은 그동안 일반적인 인구 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공식 통계치가 존재하더라도 정부의 취향에 맞게 왜곡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서는 에티오피아, 말라위, 나이지리아의 소규모 농장에서 옥수수가 얼마나 재배되고 있는지에 대한 공식 추정치와 힘들게(하지만 드물게) 실시한 가구 방문 조사 결과를 비교했다. 공식적인 수치는 훨씬 더 낙관적이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마샬 버크Marshall Burke 등은 위성 이미지와 머신러닝이 개발도상국에서 데이터의 품질과 적시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최근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주장한다. 약 25억 명이 작은 토지를 경작해 살고 있다.. 최근까지 이러한 소농의 생산량은 측정하기 어려웠다. 위성 사진이 충분히 선명하지 않았고 위성 사진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해석하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탠퍼드대학교의 버크와 데이비드 로벨David Lobell은 작물의 새로운 고해상도 이미지에 AI를 적용함으로써 측량만큼 정확하면서도 더 빠르고 저렴하게 작물 수확량을 측정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농업 현황에 대한 빈번하고 상세한 분석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 언덕에는 얼마나 많은 비료가 필요할까? 이 계곡에서 가장 잘 자라는 작물은 무엇일까? 이러한 지식은 농촌의 생계를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저자들은 예상한다.


보다 정확한 일기예보도 마찬가지다. 미국 기업인 애트모Atmo는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훨씬 빠르게 처리하기 때문에 자사의 인공지능 기반 일기예보가 기존보다 100배 더 상세하고 2배 더 정확하다고 한다. 가격도 저렴하다. "기상학의 불편한 비밀은... 엄청난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애트모의 사장인 알렉스 레비Alex Levy는 말한다. 가난한 국가에서는 예보가 덜 상세하거나 신뢰성이 떨어진다. "가장 극단적인 날씨를 보이는 지역이 오히려 최악의 일기예보 서비스를 받고 있어서 주민들은 예상 못한 날씨에 기습 당하면서도 적절히 대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트모의 서비스는 우간다에서 사용 중이며 곧 필리핀에도 배포될 예정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인구조사는 비용이 많이 들어 드물게 이루어지며 실시되더라도 조작에 취약하다. 나이지리아에서는 각 주가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이 인구와 연동된다. 이는 각 주들에게 인구 통계를 조작할 동기가 된다. 1991년, 가구당 최대 9명의 구성원을 입력할 수 있는 인구조사 양식에 일부 주에서는 모든 가구에 정확히 9명의 구성원이 있다고 보고했다. 2006년 인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당시 라고스 주지사인 볼라 티누부Bola Tinubu는 자기 주의 인구가 공식 집계치의 두 배라고 격분하며 주장했다. 나이지리아는 그 이후로 인구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작년에 취임한 대통령(하필이면 바로 그 티누부 주지사다)은 2024년에 인구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AI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잘 사는지에 대한 보다 빈번하고 상세한 추정치를 생성할 수 있다. 밤의 불빛은 종종 경제적 번영의 추정치로 사용된다. 스탠퍼드대학교의 닐 진Neal Jean 등은 아프리카 빈민가의 낮과 밤 이미지를 촬영하고 컨볼루션 신경망(머신러닝의 한 형태)을 훈련시켜 낮 이미지를 가지고 밤에 얼마나 많은 빛이 있을지를 예측하게 했다. 다시 말해 AI는 경제 활동과 관련된 건물, 인프라 및 기타 표식의 종류를 인식하는 방법을 학습한 것이다. AI는 가구 간 자산 편차의 55~75%를 예측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정보는 정부와 자선단체가 빈곤층을 돕기 위한 노력의 효과를 더 잘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기업이 시장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버크는 연구자들이 이러한 기술을 열렬히 시도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채택하는 데 더디다고 한탄한다. 그는 이를 부분적으로 "특정 결과를 측정하지 않음으로써 일부 정책가들이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익"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AI는 또한 많은 빈곤 국가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관료주의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아이티Haiti에서는 부유한 카타르보다 부동산 등기가 200배나 더 오래 걸린다.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수고를 덜어줄 만큼 정확하게 양식을 작성할 수 있다면 어떨까? 2023년 9월, 인도는 문맹인 농부들이 재정 지원 신청에 대해 구두로 문의할 수 있는 챗봇을 출시했다. 출시 첫날 약 50만 명이 이를 사용했다.

깊은 지뢰밭

물론 AI는 가난한 국가에서도 리스크가 있다. 일반적으로 부유한 국가에 비해 덜 민주적이기 때문에 많은 정부가 자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중국이 이 분야의 선구자다—AI 감시도구를 채택할 것이다. 가난한 국가들은 덜 안정적이기 때문에 선동적인 딥페이크로 인해 정치가 왜곡되거나 폭력사태를 유발할 가능성이 더 높다. 자금이 부족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규제 당국은 AI의 남용 가능성에 대한 적절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에 AI를 배포하는 데에는 큰 난관이 있다. 우선 인터넷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 일부 국가는 다른 국가보다 더 빨리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인도에는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가 7억9000만명이며 보편적인 디지털 신원 시스템과 초저가 실시간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인도 IT 업계 사업가인 난단 닐레카니Nandan Nilekani와 타누즈 보와니Tanuj Bhojwani는 IMF의 매거진 '파이낸스 앤 디벨롭먼트'에서 지적한다. 이들은 "2020년대 말이 되면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AI 사용자가 되는 데 유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AI 기술이 결국 얼마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하지만 잠재적인 가능성은 흥분을 감추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는 인공지능이 전 세계 인구가 더 건강하고, 더 나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정보를 얻도록 도울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이로 인해 다들 이전보다 훨씬 부유해질 것이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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