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베트남 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새로운 지도자는 걱정이 많다

베트남의 수출 주도 성장이 곧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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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뉴스1

2025.06.06 13:20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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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차이나'의 대표 주자이자 한국 기업들의 핵심 생산 기지인 베트남 경제는 지난 수십 년간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전체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양국의 경제는 깊숙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중 '디커플링'의 대표적인 수혜국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죠. 하지만 놀랍게도, 베트남의 새로운 지도자 또럼은 이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혁명적 개혁'이 시급하다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공안부 출신의 강경파로 알려진 그가 이끄는 베트남은 지금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코노미스트의 5월 22일자 기사는 베트남이 마주한 중대한 갈림길을 심도 있게 분석합니다. 수십 년간 성장을 이끌었던 저임금 노동력과 수출 주도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저렴하지 않은 인건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그리고 핵심 부품을 수입해 단순 조립만 반복하는 저부가가치 경제 구조는 베트남을 '중진국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재벌'을 모델로 삼았지만 글로벌 경쟁력 없이 국가의 비호 아래 성장한 자국 대기업 문제, 그리고 반도체 엔지니어 부족으로 대표되는 후진적 교육 시스템은 베트남의 발목을 잡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베트남의 문제를 살펴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와 유사한 한국 경제의 문제도 함께 생각해 보게 됩니다. 또럼이 자신의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문제를 직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한국보다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예상치 못한 발언이었다. 베트남 경제는 지난 15년간 연평균 6% 성장하며 동남아시아의 부러움을 사고 있을지 모르나 급진적인 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난해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되기 전 8년간 베트남의 무자비한 공안기관들을 이끌어왔던 또럼Tô Lâm은 그렇게 주장한다. 그는 "모든 생산력을 해방"하기 위한 "혁명"을 추구하며 공무원을 해고하고 경제법을 개정하느라 분주하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는 취임 직후 동지들에게 경고했다.


베트남 경제는 원래도 가난했던 나라가 베트남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래 50년 동안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처음에는 승리한 공산주의 정권이 민간 부문을 "청산"하려 했다. 물자 부족, 배급제, 기아가 뒤따랐다. 1980년대 소련은 경제난으로 베트남에 대한 원조를 줄였고 이는 불안을 더욱 심화시켰다. 연간 인플레이션은 454%에 달했고 베트남 국민 절반이 빈곤에 시달렸다. 1986년 당시 총비서가 사망한 후 새로 임명된 총비서가 민간 기업을 합법화하고 시장 경제를 수용하는 길을 열었다.

쇄신의 쇄신

'쇄신'이란 의미의 '도이머이Đổi mới'는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지난 40년 동안 1인당 GDP는 18배 증가했고 빈곤은 급감했다. 베트남의 저렴한 노동력, 정치적 안정(일당 독재 국가이다), 아시아 공급업체와의 근접성, 제조업에 대한 관대한 인센티브에 매력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들은 수출용 소비재를 조립하는 많은 공장을 건설했다. 미국과의 무역 협정,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그리고 최근에는 탈중국 다변화를 추구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바람이 베트남 투자로 이어졌다.


그러나 베트남의 호황을 이끌었던 동력들이 둔화되거나 역전되고 있다. 저렴한 노동력의 풀은 줄어들고 있고 임금은 상승하고 있다. 대미 무역은 대체로 자유로웠으나 이제 도널드 트럼프는 46%의 관세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베트남의 두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인 중국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 소유 공장에서 나머지 경제 부문으로의 파급 효과는 비교적 적었다. 베트남은 다른 곳에서 제조된 부품에 거의 부가가치를 더하지 못하는 조립 허브로 고착될 위험이 있다. 더 유망한 발전 경로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지만, 또럼은 자신의 임기를 걸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외국계 공장들은 베트남 최근 번영의 핵심이다. 연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23년 190억 달러(26조6000억 원)에 달했다. 외국 기업들은 그해 GDP의 5분의1을 차지했는데 이는 1995년의 6%에서 증가한 수치다. 가장 큰 기업은 삼성으로, 하노이 인근 공장 도시인 포옌에 있는 삼성 단지는 노동자 16만여 명을 고용하여 삼성 스마트폰 대부분을 조립한다. FDI 붐은 결과적으로 수출 급증으로 이어졌다. 베트남의 대외수출액은 2007년 이후 8배 증가하여 연간 3850억 달러(약 539조 원)에 달한다. 외국 기업들은 고용의 단 10%와 투자의 16%만을 차지하지만 수출의 72%를 차지한다. 삼성 혼자 수출의 14%를 차지한다.


그러나 베트남 노동자들은 대체로 중국이나 한국에서 만들어진 부품을 단순히 조립하고 있을 뿐이다. 수출 물량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단가는 정체되어 있다. 베트남이 수출품에 부여하는 부가가치는 인근 말레이시아와 태국보다 적다. 최종 조립이 노동집약적이기 때문에 생산성이 낮다. 베트남의 시간당 생산량은 아시아 중상위 소득 국가 평균보다 37% 낮다. 제조업 일자리의 90% 이상이 거의 또는 전혀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현지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기준을 충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트남의 다국적 기업들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보다도 현지 부품 조달 비중이 낮다. 중국 뉴스 매체 '관찰자망观察者网'의 최근 기사는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막대한 입지를 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공급업체 중 베트남 자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으며, 이 기사는 베트남 엘리트층 사이에서 널리 읽혔다. 글로벌 제조업체들에 공급하는 소수의 베트남 기업들은 주로 판지나 플라스틱과 같은 단순한 자재를 제공한다.


한편 베트남은 개발도상국이 농촌 잉여 노동력을 소진하고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하는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했다. 2014년에서 2021년 사이에는 노동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년 100만 개 이상의 농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2022~2023년에는 감소 속도가 20만 개로 줄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이코노미스트의 자매 회사)에 따르면, 제조업 노동 비용은 이미 인도나 태국보다 높으며 2029년까지 추가로 48% 상승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곧 노동집약적 제조업에는 너무 비싸고 다른 것을 하기에는 기술적으로 너무 미숙한 상태, 즉 전형적인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성장에 대한 다른 장애물들도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에 부족한 것은 비생산적인 농촌 노동자뿐만이 아니다. 경제학자 부탄뜨앙Vu Thanh Tu Anh과 드와이트 퍼킨스에 따르면 15~64세 총 노동 인구는 2030년경 정점을 찍을 것이다. 베트남 전체 생산량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도시 호찌민시와 하노이는 세계에서 가장 홍수 위험이 높은 도시로 손꼽힌다. 베트남의 곡창지대인 메콩강 삼각주의 비옥한 농지는 매년 500헥타르씩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위협적인 것은 트럼프대통령의 관세다. 호찌민시 소재 투자회사 비나캐피털의 마이클 코칼라리는 이 관세가 장기적으로 베트남의 연간성장률을 2.5%p 낮출 것으로 추정한다.


또럼은 이러한 난관에 대한 날카로운 이해를 보여준다. "베트남이 단순 조립 가공 기지가 되고 국내 기업들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게 되서는 안됩니다." 그는 지난 1월 역설했다. 그는 현지 기업들을 더 혁신적이고 생산적으로 만들고자 한다. 5월 초 베트남 공산당 정치국은 연구개발 지출에 대한 대규모 세금 감면을 승인했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와 협력하는 현지 기업들을 위한 특별 인센티브도 채택했다. 또럼 총비서는 민간 부문이 "국가 경제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민간 부문의 생산 비중을 현재의 약 50%에서 70%로 끌어올리기를 원한다.



도이머이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민간 부문의 삶은 쉽지 않다. 규제는 복잡하고, 집행은 불투명하며, 국가가 은행업을 지배하여 신용 접근도 통제한다. 이 모든 것은 정치적으로 연결된 대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공공조달을 위한 입찰 조작, 특혜 토지 거래, 할인 대출이 만연하다. 성공한 사업가들은 결국 사회에 기여하리라는 기대를 받는다. 베트남 외부로 자본을 옮기는 것은 눈총을 받는다. 2021년 민간 항공사인 비엣젯의 억만장자 창업자 응우옌 티푸엉타오는 옥스퍼드대학의 리나커 칼리지Linacre College의 이름을 타오 칼리지로 바꾸는 대가로 1억5500만 파운드(당시 3010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공언했다. 기부는 결코 실현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정부가 막았기 때문일 것이다.


베트남 최고 부호인 팜냣브엉은 1990년대 우크라이나에서 인스턴트 라면을 팔아 재산을 모았다. 그는 자신의 식당 사업을 네슬레에 매각하고 그 수익금을 베트남의 고급 부동산 시장에 투자했다. 그의 회사인 빈그룹은 곧 국내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가 되었다. 이후 그 사업을 발판 삼아 스마트폰 설계부터 학교 설립까지 모든 것을 하는 거대 복합기업으로 성장했다. 빈패스트라는 자회사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토종 전기차 제조업체이다. 2024년에 거의 1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베트남 정치인들은 한국의 재벌을 존경하며 현지 대기업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한국 정부가 재벌에게 후한 지원을 쏟아부은 건 사실이지만 그 지원은 시간 제한이 있었고 수출 시장에서의 성공과 연결되어 있었다. 1999년 한국 정치인들은 당시 세 번째로 큰 재벌이었던 대우그룹의 해체를 용인했다.


반면 베트남의 대기업 중 어느 곳도 글로벌 경쟁력이 없는데 이는 부분적으로는 국가가 경쟁자들을 견제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는 빈패스트의 차량과만 호환된다. 그럼에도 빈패스트는 2021년 이후 전기차를 생산하며 90억 달러(약 12조60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는데, 그 중 많은 차량이 빈그룹이 소유한 다른 사업체에 판매된다. 정부는 또 다른 자회사인 빈스피드에 600억 달러(약 84조 원)의 고속철도 건설 계약을 주어 빈그룹을 지원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


또럼 총비서는 대기업들을 더 많은 경쟁에 노출시키는 것 외에도 베트남의 중소기업들을 활성화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영기업, 대기업, 외국인 투자자들 같은 정치적 영향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토지, 신용, 인허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호찌민시에 있는 사모펀드 회사인 메콩 캐피털의 채드 오벨은 은행들은 대출 담보로 부동산이나 내구재 재고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예상되는 미래 현금 흐름에 대해 대출할 의향이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중소기업은 또한 인재 부족에 직면해 있다. 부분적으로 이는 국가가 인재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국영기업 직원의 절반 이상이 고등 교육 학위를 소지하고 있는 반면, 외국인 투자 기업은 약 15%, 국내 기업은 5%에 불과하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교육 시스템이다. 베트남의 학업 성취도는 아시아 다른 나라들에 뒤처져 있다 (도표 2 참조). 중국, 싱가포르, 한국과 달리 베트남에는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없으며 최고의 교육기관조차 인도나 말레이시아의 대학들보다 순위가 낮다. 대부분의 베트남 대학은 국립이며 교육 과정은 공산당 관료들에 의해 면밀히 감시된다. 한 베트남 학자는 공대생들조차 학업시간의 4분의1을 마르크스-레닌주의와 호찌민 사상에 대한 필수 강좌를 듣는 데 써야 한다고 불평한다.


반도체 산업을 구축하려는 야망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는 반도체 엔지니어가 5000여 명에 불과하다. 최근 예측에 따르면 2030년까지 반도체 설계자 1만5000명, 조립 엔지니어 1만 명이 필요할 것이다. 풀브라이트대학교 베트남 캠퍼스의 설립자 토마스 밸리는 인턴십 프로그램과 같은 산학 연계도 너무 적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의 삶을 개선하려면 더 간소하고 유능한 국가도 필요할 것이다. 또럼은 이 부분에서 가장 대담했다. 그는 5개 부처를 폐지하고 베트남의 705개 현 단위의 관료 체계 전체를 없앴다. 그는 도의 수를 63개에서 34개로 줄이고 있다. 이리 하여 공무원 일자리 10만 개를 없애고 있다. 그는 관료주의적 형식 절차를 30% 감축해야 한다고 포고했다.


동시에 또럼 총비서는 행정 역량을 구축하기를 원한다. 그는 유능한 공무원들에게 더 높은 급여를 줄 것을 촉구했다. 그의 개혁안 중 일부는 전임자가 시작한 반부패 운동인 "불타는 용광로"의 유산을 뒤집으려 한다. 반부패 운동으로 33만 명 이상의 당원이 기소되거나 처벌받았고 수만 명이 사임했다. 그로 인해 관료들은 복지부동을 선호하게 됐다. 또럼은 그 대신 실수에 대한 관용의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했다.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더 깊은 정치적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베트남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더 효율적이 될 뿐만 아니라 통제도 줄여야 한다. 또럼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인 디지털 경제를 예로 들어보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부족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놀랍도록 활기찬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인터넷을 검열하고 테크 기업들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전력 생산을 독점하는 국영기업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베트남 최초의 "하이퍼스케일"(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업계 거물이 건설하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국영기업 비엣텔이 담당하고 있다. 다낭에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가 재벌 기업 FPT에 의해 설립되었는데 FPT의 통신 부문은 또럼이 과거 이끌었던 베트남 공안부 소유가 될 수도 있다. 정부가 디지털 경제의 많은 부분을 확고하게 통제하는 상황에서 베트남이 디지털 강국이 되는 걸 상상하기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또럼 총비서의 입지는 강고해 보인다. 그는 자신의 동맹들을 중요한 직책에 승진시켰고 눈에 띄는 저항 없이 전면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그가 임기 연장을 추구할 내년 1월의 당대회에서 그의 지위를 약화시키려 할 수 있다. 또럼은 그가 자신의 과제를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가 이를 완수할 능력이 있는지는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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