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3 14:23
2024년 5월부터 베트남 국가주석으로 재임 중인 또 럼To Lam은 전임자인 응웬 푸 쫑이 사망한 후 지난 8월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 취임했다. 또 럼의 등장은 베트남 국가운영에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베트남은 공산당이 일당 독재하는 몇 안 되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역내 최강국인 중국과 달리 베트남은 한 명의 지도자에 의해 운영되지 않는다. 공산당 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 등 이른바 '네 개 기둥'이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다. 전 공안 수장이었던 럼 서기장은 올해 초 공식적으로 공안 관련 권한을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비공식적으로 경찰과 정보기관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 결과 그는 1980년대 중반 이래 베트남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통일 후 10여 년이 지난 1986년 개혁이 시작된 이래, 베트남 공산당 지도부는 세대를 이어가며 권력을 원활하게 승계함으로써 한 명의 지도자로의 권력 집중을 막아왔다. 이러한 권력 공유 방식은 일반적으로 의사 결정의 속도는 늦추지만 전면적 독재의 출현을 막아왔다. 따라서 또 럼의 부상과 권력 공고화 가능성은 이러한 시스템에 충격을 주고 있으며, 그 파장은 베트남 국내 정치와 외교 정책에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안 수장으로서 대대적인 반부패 수사를 지휘한 럼은 서기장으로서 이 캠페인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국내의 시민적 권리와 자유를 위협하고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베트남 IT 산업 현대화의 기반이 되는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위험성이 있다. 동시에 정치적 반대자들을 달랠 수 있는 명민한 실용주의자라는 럼의 명성은 그에게 권력이 집중한다고 해서 베트남 통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거나 베트남이 어렵게 얻은 외교적 이득을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도 준다.
외교나 경제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 없이 평생 공안만 맡아왔던 럼은 새로 배워야 할 것들이 산적해있다. 그는 푸 쫑의 유산을 이어받아 국내 반부패 캠페인을 계속하고 지정학적 경쟁국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이른바 대나무 외교를 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몇 년 동안, 적어도 2026년 차기 당 대회가 열릴 때까지 럼의 최우선 관심은 국내 권력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럼이 외국인 투자를 통한 경제성장 추구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지만, 베트남은 최근 몇 년간 얻은 대외 정책 모멘텀을 잃을 위험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럼 서기장에게 안정적인 대외 관계가 국내 통제를 최대한 확보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새로운 PADO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카톡으로 알려드립니다 (무료)]
유연성은 베트남의 힘
럼은 집권하기 전인 2021년 런던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유명 셰프 솔트 베이가 요리한 금박 뿌린 스테이크를 즐겼던 사건으로 유명했다. 당시 공안부 장관이었던 럼은 베트남의 고위 당 지도자, 재계 거물, 시민 운동가들을 연루시킨 반부패 캠페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쾌락주의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쫑 전 서기장이 사망하기 전에도 베트남은 지난 2년 동안 세 명의 국가주석을 축출하는 등 정부 고위급의 체포, 해임, 사임이 잇따르면서 정국이 흔들렸다. 2021년 공산당 대회에서 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정치국에 선출된 정치국원의 절반 가까이가 해임되었고, 해임된 정치국원 중 5명은 2026년 당 대회에서 서기장 직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내분이 진행되는 중에도 베트남은 2023년 9월 미국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는 등 주요 강대국과의 관계를 확대심화하면서 국제적 입지를 강화했다. 하노이는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의 격화되는 경쟁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노련한 외교의 혜택을 누려왔다.
하노이의 외교 정책 성공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86년에 시작한 도이모이 개혁은 베트남의 전통적 '친구와 적' 패러다임(동료 공산주의 국가는 친구, 서구 제국주의 국가는 적)을 버리고 보다 실용적인 외교 정책을 추구했다. 베트남은 과거 적대국이었던 국가들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훨씬 더 다양한 파트너와 교역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아세안ASEAN에 가입하고 근년에 전쟁을 치른 적국이었던 중국 및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 베트남은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 통합되었다.
오늘날 베트남은 세계경제에서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 무역에 가장 개방적인 국가 중 하나가 되었는데,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베트남은 호주, 중국, 인도, 일본, 러시아, 한국, 미국과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 등 다자간 무역협정에 가입하면서 파트너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베트남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외교적, 전략적 파트너 중 하나이며 중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옮겨가는 인기 있는 대안 시장이다. 또한 주요 신흥경제 블록인 브릭스(BRICS)에 가입하기 위해 협상중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사우스의 허브와 연결을 강화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중(美中)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베트남은 헤징에 능숙함을 입증하며 중국과 서방의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에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을 받은 유일한 국가였고, 2024년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받았다. 베트남은 중국과 우호적인 경제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압력과 강압에도 불구하고 단호하고 일관되게 남중국해에서 자국의 입장을 고수하며 개진해왔다. 13년간 통치한 쫑 서기장이 "대나무 외교"라고 불렀던 것은 바로 이러한 유연성을 의미했다.
유연성이 베트남 대외관계의 기본 원칙이 되었다면, 국내정치에서는 그 반대가 사실이었다. 쫑은 점차 당 간부와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그의 숙청 대상은 베트남의 새로운 자유무역으로 만들어진 부를 개인적으로 착복한 무위도식 '지대 추구자들'과 부정부패 연루자들로, 가장 유명한 인물은 국영 은행 및 당과 연계된 부동산 재벌 쯔엉 미 란으로 지난 봄 베트남 국내총생산의 6%에 해당하는 270억 달러(36조 원)를 횡령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용광로 속으로
쫑은 반부패 캠페인에 대한 이념을 제공했지만, 이를 실행할 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 집행 기관과의 제휴와 캠페인에 협조적인 정치국이 필요했다. 전문가들이 1990년대 시작한 이후 정체되기 시작한 정치경제 개혁을 진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여겼던 2021년 제13차 당 대회는 오히려 쫑의 3선 연임과 함께 전후(戰後) 베트남 역사상 가장 많은 군과 경찰 관료가 정치국에 진출하는 이례적인 결과를 낳았다.
“중국 편에 서는 것은 나라를 잃는 것이고, 미국 편에 서는 것은 공산당을 잃는 것이다”
금년 7월 쫑이 사망할 때까지 이 캠페인은 부패한 정부 관리와 공산당과 대립하는 반체제 인사뿐만 아니라 정치국원들과 공산당 연줄을 이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부호들을 점점 더 제거해 나갔다. 수사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쫑이 후계자로 지목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들을 포함한 가까운 측근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국회의장을 지낸 부엉 딘 후에와 3월 축출되기 전 잠시 국가주석을 지낸 보 반 트엉이 표적이 되었다. 이러한 해임은 쫑이 통치 말기에 숙청 캠페인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또 럼은 공안기관 수장의 위치에서 수사와 기소를 감독하고 정보 파일에 접근할 수 있었으며, 반부패 캠페인을 맡고 있는 모든 기관들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그는 당 서기장 취임 연설에서 "타오르는 용광로"라고 불리는 이러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성역 없는 반부패 캠페인을 더욱 강력히 추진할 것입니다."
독일에 본부를 둔 반부패연합인 국제투명성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베트남 사회와 정치에 만연한 부정부패 근절에 있어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진전이 더 우호적인 투자 환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실제로 세계은행의 '사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베트남의 기업 환경은 악화되었다. 이 반부패 캠페인의 효과가 무엇이든, 베트남이 투자를 받고자 하는 국가와 산업에서 하노이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반부패 캠페인은 오히려 베트남이 많은 동맹을 확보하고 무역협정 추진할 수 있게 해준 역동적인 외교를 방해할 위험성이 있다. 기소 또는 적어도 조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관료들이 외국 기업에 대한 조달 및 인허가 업무에서 신속한 처리를 주저할 수가 있다. 이로 인한 행정 마비는 국내에 기존 거점이 없는 기업을 위축시키고 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전반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주요 허브가 되고자 하는 베트남 계획의 핵심이지만 경기 위축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는 IT 부문에 대한 투자를 예로 들어보겠다. 베트남의 엄격한 2018년 사이버보안법은 정보 및 데이터 현지화에 대한 공산당의 통제를 보장하고 있어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려는 서방 및 다국적 IT 기업을 우려하게 만들 위험성이 있었다. 전 공안부 장관으로서 법이 부여한 권한을 잘 알고 있는 럼이 국내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더욱 엄격한 통제를 도입한다면 해외 IT 투자와 국내혁신, 연구와 개발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럼에 권력이 집중할까
또 럼이 독보적인 권력을 획득했지만, 럼 혼자서 베트남이 나아갈 길을 결정할 수는 없다. 정치국 내 투쟁은 서구식 교육을 받고 일반적으로 국제적 참여를 수용하며 유능한 전문관료들을 지지하는 개혁파와 당 노선에 대한 도전자에 회의적이고 당에 대한 충성심과 사회주의 이념 준수를 강조하는 중국식 통치 방식에 더 가까운 보수파의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경쟁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에 따라 베트남이 계속 대외개방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내부로 후퇴할지가 결정될 것이다. 럼 서기장은 이 두 가지 범주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는 정권의 정당성에 경제적 성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자기 아버지 경호원의 아들인 르엉 탐 꽝(공안부 장관)을 정치국원에 임명하는 등 정치국과 부총리직에 대한 그의 초기 인선은 당의 정파보다 그에게 개인적으로 충성하는 측근을 선호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 결과 현재 15명으로 구성된 정치국원 중 6명이 공안기관 출신이다.
당과 국가의 수장으로서 럼의 첫 해외 순방은 베이징이었다. 베트남 지도자들은 일반적으로 양국 관계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과 관계를 구축하는 데 주의를 기울인다. 그가 미국에 어떻게 접근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며, 11월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모든 지도자와 마찬가지로 그는 "중국 편에 서는 것은 나라를 잃는 것이고, 미국 편에 서는 것은 공산당을 잃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베트남 표현에 담긴 영원한 두려움에 직면해 있다. 마찬가지로 럼 서기장은 원대한 야망, 집권이라는 특수한 상황, 권력의 공고화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운 지정학적 환경에서 강대국 관계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전임자들과 동일한 제약과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때 베트남 공산주의 정권을 무너뜨리려 했던 미국과 새롭게 구축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전시키면서 이념적으로는 가깝지만 지정학적으로는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럼의 재임기간 동안 풀어야 할 숙제다. 그는 중국도 경계하면서 계속해서 바뀌는 미국 정부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우려하는 국민 정서도 신경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럼 서기장 체제에서 베트남이 권위주의로 치우친다면 국제 투자자들은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려는 계획을 철회할 수도 있다. 럼의 집권으로 베트남이 격변에 빠지고 그 결과 베트남이 다른 회원국들에게 좋은 국가운영의 모범으로 홍보되지 못한다면 아세안 등 지역 외교에서 상대적으로 최근 부상한 베트남의 지도력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만약 럼이 자신의 권력을 우선시한다면 지난 40년 동안 어렵게 얻은 모든 성과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럼은 베트남의 최근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다. 그의 출신 배경이 공안 쪽인 점과 쫑 전 서기장과 같은 이념적 추진력을 못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부패 캠페인은 2026년 당 대회를 앞두고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는 무자비한 도구로 변할 수 있다. 그리고 럼이 외교 정책의 방향을 바꿀 가능성은 낮지만, 그 지속적 성과가 그의 국내 권력 장악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변형될 수도 있다. 즉 계속되는 외교적 성과와 투자유치가 전례 없는 권력 집중이라는 그의 국내정치 아젠다를 정당화할 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그의 통치가 베트남의 기존 체제에 대한 근본적 위협까지는 아니더라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베트남은 그간 국제적 성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 '대나무 외교'를 포기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럼 서기장 체제 아래서 어쩌면 베트남의 외교적 권위가 위태로워질지도 모른다.
흐엉 르 투는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아시아 프로그램 부국장이다.
베트남은 미국, 중국과 함께 '한국의 3대 교역국'입니다. 일본보다 더 많은 상품을 거래합니다. 결혼이주민도 많아서 언젠가 베트남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한국을 "사돈의 나라"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베트남은 인구가 거의 1억에 달하며 세계 기업들이 '디리스킹'을 위해 중국을 떠날때 대안으로 생각하는 유력한 나라입니다. 앞으로도 빠른 경제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베트남에는 본질적인 딜레마가 하나 있습니다. 여기 소개하는 포린어페어스 9월 9일자 기사가 인용했듯 베트남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중국 편에 서는 것은 나라를 잃는 것이고, 미국 편에 서는 것은 공산당을 잃는 것이다." 베트남 공산당을 생각한다면 공산주의 동지였던 중국, 러시아 등과 가까이 지내야 하지만 베트남의 근대화와 번영을 생각한다면 미국을 위시한 서방진영에 들어와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베트남을 지켜보면 아직 이 갈림길에서 주저하고 있는 듯합니다.
포린어페어스 기사는 새로 취임한 국가서열 1위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이 공안 부문에서 커리어를 이어왔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집단지도체제에서 혹시나 막강한 공안 권력을 이용해 권력집중을 도모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와중에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추진해왔던 대외개방을 후퇴시키지 않을까라는 우려입니다. 이제 막 출범한 또 럼 체제가 현명한 선택을 해나갈 것을 기원하면서 우리와 더욱 가까워질 '3대 교역국' 베트남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