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6 09:05
4월 말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조 바이든은 앞서 한 번 싸웠던 도널드 트럼프와 다시 붙을 가능성을 즐기는 듯 보였다.
자신이 2024년에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민주당 후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조종사용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바이든은 씩 웃었다.
"제가 유일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를 잘 압니다. 그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도 잘 알고요."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고요."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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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자신의 재선 운동을 공식적으로 시작한지 막 하루가 지난 때였고, 80세의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불식시키려 애쓰던 중이었다. 대선까지는 아직 18개월이나 남아 있고 그 사이에 정치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지만, 많은 분석가들도 2020년 대선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본다.
3년 전에 패배했지만, 트럼프는 뉴욕 맨하튼에서의 형사소송이나 조지아주에서2020년 선거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의혹 등 법적 문제들이 커져가고 있지만 2024년 공화당 대통령 지명전에서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음에 이론이 없다.
사실 최근 몇 주 동안 공화당 평당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그 당 대선후보로 트럼프를 선호한다는 비율이 많이 늘었다. 반면 그의 최대 라이벌인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의 선호도는 하락했다. 여론조사는 또한 미국인의 대다수가 트럼프의 출마를 바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령 NBC 뉴스 조사로는 트럼프가 다시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60퍼센트에 이른다.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도 웃고 즐길 상황이 아닌 것이, 같은 조사에서 70퍼센트의 미국인들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50% 약간 상회) 바이든도 다시 출마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 의견을 보인 사람들의 태반은 바이든의 나이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이미 미국 사상 최고령 대통령 기록을 갖고 있는 바이든은 만약 다시 한번 대통령의 자리에 앉는다면 82세에 취임하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울 것이다. 두 번째의 임기를 마칠 때면 86세가 될 것이다. 이번 주에 바이든은 이런 여론조사 수치의 의미를 폄하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다시 출마하는 이유, 그것은 우리가 아직 다하지 못한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도 말했다. 자신의 나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그가 또 4년 동안 백악관의 주인이 될 만한지 아닌지는 유권자들이 결정할 문제다.
"유권자들이 대선을 지켜보겠죠. 그리고 제가 이길 자격이 있는지 아닌지를 정할 겁니다." 대통령의 말이다.
기본 전략으로 돌아가기
공화당 예비선거전은 아직 시작일 뿐이지만 바이든은 벌써 트럼프를 상대방 후보로 놓고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화요일, 그는 깔끔히 편집된 3분짜리 선거운동 동영상을 SNS에 포스팅하는 것으로 개인적으로 네 번째이면서(2020년에 당선되기 전에도 1988년, 2008년에 나섰다가 실패했었다) 마지막이 될 대통령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누가 보더라도 이 고품질 영상은 확연히 트럼프 모습을 부각시키면서 이 전직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서 중심 역할을 하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동영상은 2021년 1월 6일 트럼프를 지지하는 군중이 연방의회의사당에 난입, 바이든의 당선 확정을 저지하려던 장면을 바이든의 내레이션을 곁들여 보여주며 시작된다. 트럼프의 선거 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의 머릿글자를 따서 그들을 "MAGA 극단주의자들"이라 부르며, 바이든은 그들이 낙태권이나 투표권 등 "기본적인 자유"를 공격하기 위해 "진을 짰다"며 경계를 촉구한다.
이 메시지는 바이든이 승리했던 2020년 선거운동 뿐만 아니라 작년의 중간선거에서 되풀이되어 왔는데, 작년 선거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이 "빨간색 파도"를 일으켜서 상원을 장악하고 접전 지역들의 주지사 자리도 확보하려 했던 기대를 꺾었다. 이는 많은 민주당원들에게 다음 해까지 바이든이 계속 밀어붙여야 할 기본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을 MAGA로 몰아붙여 바이든의 나이 문제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초당적인 성격의 쿡폴리티컬리포트 발행인인 에이미 월터의 말이다.
그런 전략이 효과를 볼 소지는 꽤 있다. 트럼프는 공화당원 다수에게 중간선거에서의 실망스런 결과에 대해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그가 낙점한 후보들 대부분이 경합주들에서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로 트럼프가 올라온다면 비록 바이든의 인기가 별로 높지 않지만 2022년처럼 경합주들이 바이든 편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대체로 믿고 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조사로는 바이든의 국정 수행에 대한 미국민의 지지율은 43퍼센트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달에 나온 월스트리트저널 조사로는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판단한 유권자 가운데 그래도 바이든을 선택하겠다는 비율이 54대 15로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 선거는 대통령 신임투표가 아니라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선택입니다. 그걸 확실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민주당의 싱크탱크 '서드웨이'(제3의 길)의 공동창업자인 매트 베넷은 말한다. "분명 바이든 선대본부는 선거가 바이든이냐 트럼프냐, 다시 말하면 바이든이냐 MAGA 공화당이냐는 선택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주 그럴듯한 예상이죠."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확신하는 건 아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전에도 과소평가되었다고 경고한다. 무엇보다도 2016년에 그가 힐러리 클린턴을 꺾었을 때 전 세계가 놀라지 않았던가? 그들은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나라에서 전국 규모의 선거는 박빙의 승부가 되기 마련이며, 바이든이 재선되려면 매우 힘든 싸움을 해야 하리라고 본다.
"민주당에서는 트럼프가 후보로 나오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그건 상당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중립적인 버지니아대학교 부설 정치학 센터 소속의 카일 콘딕의 말이다.
한 익명의 민주당 당직자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과거의 승리 방식에 매달리게 되면 새로운 싸움에서 지게 된다는 점을 걱정합니다. 이건 참으로 많은 게 걸려 있는 싸움이죠. 저로서야 바이든 행정부를 4년 더 연장시킬 수 있게 된다면 무척 기쁘겠죠. 다만 우리가 그걸 해 낼 수 있을지 확신이 안 드는 거예요."
내부에서의 지지
지난 선거 때 바이든은 꽤 힘든 과정을 거쳐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2020년 초, 그는 초반의 중요한 예비선거였던 뉴햄프셔와 네바다에서 내리 패한 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29포인트 차라는 큰 승리를 거둠으로써 기사회생했다. 이는 버니 샌더스, 피트 부티지지, 에이미 클로버샤, 엘리자베스 워렌 등등이 뛰고 있던 민주당 후보군의 각축전 구도를 더 굳혔을 뿐이었다.
바이든이 결국 예비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부분적으로 그야말로 트럼프를 꺾을 수 있는 가장 유망한 후보라는 민주당 유권자들의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그는 어려움 없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바이든에 맞서 승산 없는 경쟁에 나선 후보는 자기계발서 저자인 마리안 윌리엄슨과 백신 반대운동가이자 케네디가 출신인 로버트 F 케네디 2세 단 둘 뿐이다.
이전에는 바이든이 후보가 되는 일에 반대했을 법한 거물 진보인사들이 이번 주 그의 재선에 발빠른 지지를 보냈다.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과, 그리고 2020년에는 바이든과 대선후보를 놓고 겨뤘던 샌더스는 바이든이 선거운동에 들어간 몇 시간 만에 스스로의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혔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정치학 교수이며 베테랑 민주당 전략가인 밥 슈럼은 샌더스의 이런 선언이 민주당은 바이든 중심으로 똘똘 뭉쳤음을 보여준다고, 또한 제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단호히 저지하려는 의지를 나타낸다고 말한다.
"바이든은 어떻게든 당을 하나로 결속시켰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트럼프 시즌2나 디샌티스의 집권을 바라지 않아요." 슈럼의 말이다.
하지만 그의 나이와 준비 수준을 놓고 볼 때, 바이든이 과연 대선전의 혹독한(특히 백악관에서 할 일을 다 하면서 전국을 횡단하며 유세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정을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다. 바이든의 동료들조차 말이나 행동에서 실수가 잦은 그가 2020년에는 코로나 19 상황으로 장거리 유세와 대면 유세가 제한되었던 덕을 봤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바이든의 나이 문제는 이미 공화당의 공격적인 정치광고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전 UN 대사이며 공화당 후보 지명을 놓고 트럼프와 겨루고 있는 니키 헤일리는 이번 주 TV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86세까지 임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언급, 2024년 공화당 대선전이 어떤 식으로 치러질지를 예고했다.
많은 민주당원들이 재빨리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가 나이들기는 했지만, 백악관에서 4년을 더 보내기에 충분한 정신적-육체적 스태미너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주요 정치자금 기부자 중 한 사람(익명)은 바이든 대 트럼프라는 프레임을 잡고는 나이를 문제삼는 사람들은 트럼프도 이미 77세라 현 대통령보다 그리 젊다고 볼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르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당일이면 78세가 될 거예요. 조 바이든은 81세고요. 78과 81, 그게 큰 차이가 있나요?" 그의 말이다.
선거일까지 18개월 정도 남은 지금,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유권자들이 바이든에게 한 차례 더 임기를 줄 것인지를 결정하려 투표소로 가기 전에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다고 조심한다.
일부에서는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점을 지적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올 하반기에 완만한 경기 침체를 예상하며, 올 여름에는 재정 부채 한도를 늘리는 논란에 따라 위기가 점쳐지고 있다. 이는 바이든의 선거 운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또 작년 여름 고점에 이르렀던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향세를 탈 것인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권자들이 물가 문제에 계속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이든 지지자들은 그가 그린에너지 투자와 제조업 국내화를 힘껏 밀어붙인 결과가 정치적 혜택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리라 기대한다. 아직 대부분의 미국민은 바이든의 경제 정책을 좋지 않게 평가하고 있다.
"대통령이 내놓고 있는 입법들은 스크랜턴 같은 곳에는 정말 중요합니다. 미국에 필요한 정책, 가족을 위한 정책이죠." 바이든이 태어난 이 펜실베이니아 도시의 시장인 페이지 코녜티는 말한다. "이 모든 일을 계속 하도록, 그를 한 번 더 밀어줘야만 해요."
그러나 버지니아대학교의 콘딕은 지금 바이든의 전략은 그가 종종 고인이 된 바이든 자신의 아버지가 들려준 말이라며 언급하는 금언으로 요약된다고 말한다. "나를 전능한 주님과 비교하지 말고, 나의 대안이 될 사람과 비교해라."
"그것은 선거 구호라고도 할 수 있겠죠... 제가 보기에, 그것이야말로 '바이든 2024'의 비공식 구호입니다." 콘딕은 말한다.
역자 함규진은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로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고 저서로 <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 <세계사 평행이론> 등, 역서로 <공정하다는 착각>, <피에 젖은 땅>, <대통령의 결단> 등이 있다.
그때 그 사람들. 내년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 전망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작년 말까지 차기 미국 대선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사안은 과연 트럼프가 다시 공화당 후보로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트럼프는 퇴임 후에도 각종 스캔들에 휘말리고 있었고 론 디샌티스라는 젊은 정치인이 상당한 기세를 얻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9년 공화당 후보로 플로리다 주지사에 당선된 디샌티스는 트럼프 지지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치 성향이면서도 트럼프처럼 예측불허의 인물은 아니라는 점에서 트럼프의 대안으로 각광을 받았는데 주지사로 활동하면서 디즈니 같은 기업과도 충돌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자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지지도가 크게 꺾였습니다. 장시간을 요하는 '문화전쟁'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도 패착으로 보입니다. 바이든측도 트럼프가 나오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해 '바이든 vs 트럼프' 구도를 유도하는 듯 합니다. 현재로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트럼프가 무난하게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바이든과 민주당 생각대로 트럼프가 쉬운 상대일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초강대국 미국의 대선은 전세계 질서에 영향을 미치고, 무엇보다 한국의 정치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점에서 미국 대선 후보들의 공약, 양당의 정책, 선거 결과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분위기를 전하는 파이낸셜타임스의 4월 29일 기사를 전문 번역으로 소개합니다. 미국 대선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