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워싱턴의 새로운 중도주의: 네오포퓰리즘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이젠 자유시장 정신을 불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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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erre Blaché

2024.07.05 15:20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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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특정짓는 것은 정치적 입장이 다르더라도 서로 공유하고 있는 특정한 이념 또는 관념입니다. 그걸 '시대정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고 '패러다임' 또는 '정치질서political order'라고도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시대의 시대정신은 (특히 미국 기준으로) 물론 '신자유주의'입니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대한 깊은 믿음을 갖고 (대중의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트럼프는 그 시대가 종결됐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입니다. 트럼프는 기성 엘리트의 입장에서 매우 이단적인 존재이지만 트럼프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트럼프가 시작했던 반중국, 보호무역 기조는 뒤집히기는 커녕 오히려 강화됐습니다. 미국의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었다고는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 의회가 초당적인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편입니다. 시대정신이 바뀐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의 '워싱턴 컨센서스'를 대체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은 무엇일까요? 뉴욕타임스의 베테랑 기자 데이비드 레온하트는 2024년 5월 19일자 기사에서 이를 '네오포퓰리즘'으로 정의합니다. 보통 '포퓰리즘'이란 표현에는 부정적인 가치판단이 따르는 편인데 레온하트는 네오포퓰리즘을 두고 세계화, 자유무역에 염증을 느낀 대중의 불만을 정치권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시대정신이 바뀌었다는 것은,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이 나아가는 방향에는 이미 그 큰 흐름이 정해졌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그 전반적인 추세 아래에서도 많은 변동이 있을 것이지만 시대정신의 변화를 이해하면 앞으로의 예측은 좀 더 정확해질 것입니다. 미국 정치가 어떤 부분에서 양극화되고 어떤 부분에서 초당적 중도수렴을 이루는지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미국 정치에 대해 가장 많이 논의되는 사안은 미국의 극심한 양극화일 것이다. 공화당은 여러 측면에서 우클릭했고, 민주당은 좌클릭했다. 양당은 서로를 생존의 위협으로 본다. 정치인과 평론가들은 종종 이러한 양극화의 한 결과로 워싱턴 정가의 교착 상태를 지적한다.


하지만 연방정부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어야 할 국가에서 지난 4년은 설명하기 어렵다. 이 시기는 수십 년 만에 워싱턴 정가가 초당파적으로 가장 생산적인 활동을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의회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함께 모여 긴급대책을 통과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동안 의회는 인프라와 반도체 칩에 대한 주요 법안뿐만 아니라 퇴역군인 건강, 총기 폭력, 우편 서비스, 항공 시스템, 동성 결혼, 반아시아 혐오 범죄, 선거 과정에 대한 법안을 초당적 다수로 통과시켰다. 무역에 있어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 정책 중 몇몇을 유지했고 심지어 확장하기도 했다.


이 추세는 5월까지도 계속됐다. 먼저 우크라이나와 다른 동맹국들을 지원하는 법안이 초당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됐고 중국 소유주에 의한 틱톡의 강제 매각을 요구하는 법안도 통과됐다. 법안 통과 후, 하원의 극우파 공화당 의원들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이를 막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축출하려 했고 하원의 민주당 의원들은 존슨의 직위를 지키는 데 투표했다. 한 당의 하원 의원들이 다른 당 소속의 의장을 구한 건 전례 없는 일이다. 5월 초 하원은 재난 구호에 대한 또 다른 초당적 법안을 추진했는데 당파적 투표를 피하기 위해 드문 절차를 사용했다.



이러한 초당파주의의 급증은 놀라울 수 있지만 우연은 아니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미국 중도주의의 출현에 따른 것이다.

중도주의라는 개념 자체가 많은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들에게는 혐오스러운 것으로, 우유부단한 온건파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새로운 중도주의가 늘 온건한 건 아니다. 인기 있는 SNS 앱을 강제로 매각하게 만드는 건 심약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인프라를 재건하고 자국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들은 야심찬 경제 정책이다.


새로운 중도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냉전 종식 이후 약 25년 동안 워싱턴을 이끌었던 과거의 중도주의와 얼마나 다른가 하는 점이다. 당시의 중도주의—워싱턴 컨센서스 또는 신자유주의라고도 불렸다—는 시장경제가 승리했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무역 장벽을 낮추고 큰 정부의 시대를 끝냄으로써, 미국은 자국민의 번영을 창출하고 세계를 자국의 형상에 맞게 빚어 중국, 러시아 등 다른 곳에 민주주의를 전파할 것이라 생각했다.


역사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부유층을 제외하고 소득과 부가 느리게 증가했으며 오늘날 미국의 기대수명은 다른 어떤 고소득 국가보다도 낮다. 중국을 비롯해 한때 가난했던 국가들이 더 부유해지긴 했다. 그러나 그들은 덜 자유로워졌고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새로운 중도주의는 이러한 전개에 대한 대응으로, 신자유주의가 그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바이든의 국가안보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이 말했듯이, 과거의 방식이 번영을 가져오리라는 생각은 "지켜지지 못한 약속"이었다. 그 대신 새로운 세계관이 등장했다. 이를 네오포퓰리즘이라 하자.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자유무역에 대해 회의적으로 변했다. 5월 14일 바이든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에 대응해 여러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발표했다.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원들은 정부가 시장의 단점을 해결하려는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도 지지하게 됐다. 인프라와 반도체 관련 법들이 그 예다. 이러한 정책들은 로널드 레이건이나 빌 클린턴 시절보다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나 프랭클린 루스벨트 시절과 더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네오포퓰리즘'이란 용어가 적절한 이유 중 하나는 여론조사에서 이러한 새로운 정책들이 워싱턴 컨센서스의 주요 정책들보다 더 인기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 양당의 정치인들은 대중의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역의 자유화를 추진했다. 당시를 돌이켜 보면, 정치인 다수는 물론이고 심지어 일부 경제학자들도 당시 국민들이 갖고 있던 회의주의가 옳았다고 생각한다.


"좌우를 막론하고 그리고 많은 무당파 유권자들 사이에서 여러 곳에서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를 지역구로 둔 진보 민주당 하원의원인 로 카나Ro Khanna가 내게 말했다. 보수 싱크탱크인 맨해튼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다니엘 디살보Daniel DiSalvo는 더 많은 공화당원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이 노동자 전반에게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0세기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국제적 경쟁이다. 그때는 냉전이었다. 지금은 중국이 주도하고 러시아, 북한, 이란, 하마스와 후티 같은 집단들을 포함하는 신흥 독재 동맹과의 싸움이다.


"중국이 이를 통합하는 세력이죠. 반론의 여지가 없어요." 메인 주 공화당 상원의원인 수잔 콜린스Susan Collins가 내게 말했다. 펜실베이니아 주 민주당 상원의원인 존 페터먼John Fetterman은 인공지능(AI)의 부상을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에 비유했다. 이는 교육과 과학 연구에 대한 초당적 입법으로 이어졌다. 페터먼은 인공지능에 대한 불안이 반도체칩 법안의 통과를 가능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미국적 삶의 방식에 대한 위험을 인정할 때 가장 잘 단결할 수 있습니다." 페터먼이 말했다. "당신은 누구 편입니까? 민주주의의 편입니까, 아니면 푸틴, 하마스, 중국의 편입니까?"


새로운 중도주의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공화당에는 큰 고립주의 세력이 있고, 일부 진보주의자들은 미국의 힘이 좋은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공화당에서 지명한 대법관들이 지배하는 대법원은 대체로 자유방임 경제를 지지한다. 낙태처럼 논란의 여지가 있는 몇몇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 연방 법안이 통과될 전망이 희박하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가 있다. 그는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컨센서스의 일부이지만 독립적인 사법부와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비롯한 기본적인 민주주의 전통에 적대적이다. 만약 그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그가 내건 공약들은 상당히 극단적이어서 초당적 협력을 냉각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오포퓰리즘을 만들어낸 세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것들은 지속적인 경제적, 국제적 트렌드와 여론을 반영한다.


"모든 것이 괜찮다는 건 아니에요. 분명히 그렇지 않으니까요." 오랫동안 초당파주의를 옹호해온 콜린스가 말했다. "하지만 저는 시계추가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레이건주의의 쇠퇴

당파적 양극화의 증가는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난 현상으로 그 근본적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20세기 중반의 두 주요 정당은 이념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였다. 보수적인 남부 민주당원들과 진보적인 북부 공화당원들이 있었다. 정당들이 더 합리적으로 정리되자, 초당파주의는 필연적으로 더 어려워질 운명이었다.


개인의 성격도 역할을 했다. 공화당원들은 1987년 로버트 보크의 대법관 지명이 그의 훌륭한 법조 자격에도 불구하고 상원에서 거부된 것이 워싱턴 정가를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민주당원들은 1990년대 하원의장이었던 뉴트 깅리치가 의회를 덜 협력적인 곳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한다.


당파적 시대의 정점은 아마도 2009년,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직후에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오바마는 타협의 옹호자로 유명해졌고 의료 보험과 청정 에너지에 대한 초당적 법안을 통과시키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상원 공화당 지도자인 미치 맥코넬은 오바마가 추진한 법안을 통과시키면 오바마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믿었고, 다른 공화당원들을 설득해 거의 모든 주요 정책에서 오바마에 반대하게 만들었다. "초당적이거나 아니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맥코넬이 당시 말했다.


맥코넬과 그의 동맹들은 민주당의 의제에 대해 원론적인 반발도 갖고 있었다. 그들은 경제에 대한 정부 개입을 반대하는 경향이 있는 자유방임주의 공화당원들이었고, 때문에 그들과 오바마가 정책에 대한 공통점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트럼프의 부상은 이러한 역학을 변화시켰다. 그는 2016년 레이건주의의 핵심 부분을 버리면서도 공화당 후보 지명을 받았다.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발언과 일부 사안에 대한 극우적 견해 때문에 그를 중도주의자로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몇 가지 큰 경제 이슈에서 공화당을 중도로 이동시켰다. 레이건주의자들과 달리 트럼프는 자유무역을 비판하고 메디케어와 같은 정부 프로그램을 칭찬했다. 그는 한때 자신을 "대중주의자popularist"라고 표현했다.


다른 공화당원들에겐 충격적이게도 그의 자유시장경제 거부는 정치적으로 그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후보 지명을 받는 데 도움이 되었고 대선에서 그는 이전에 오바마를 지지했던 노동자 계급 유권자들을 얻었다. 트럼프의 승리로 양당은 워싱턴 컨센서스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인기가 없음을 인식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내 정책 논의에 구멍을 만들고 넓혔습니다." 당시 진보적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대표였고 현재 바이든의 국내 정책 고문인 니라 탠든Neera Tanden이 2018년에 말했다.


트럼프 자신은 여러 정책 문제에 대해 일관성 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포퓰리즘 대통령처럼 말하면서도 규제 완화를 지지하는 각료들을 임명했고, 그의 대표적인 국내 법안은 부유층에 편중된 2조 달러 규모의 감세였다. 재선되면 그는 감세를 연장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선거 캠프에 거액을 후원한 후원자이자 틱톡의 모회사에 지분을 가진 회사 오너와 대화한 직후 틱톡의 강제 매각 조치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역과 정부 개입에 대한 트럼프의 이단적 입장은 다른 공화당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더 쉽게 바꿀 수 있게 만들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정치학자 다니엘 슐로즈만Daniel Schlozman은 트럼프의 공화당이 부정 선거에 대한 그의 거짓말을 비롯한 일부 주제에 대해 충성을 강요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공화당은 다른 이슈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덜 동질적이다.


"이것이 바로 이 상황의 매우 이상한 역설입니다." 5월 출간된 '공허한 정당들: 미국 정당 정치의

과거와 무질서한 현재The Hollow Parties: The Many Pasts and Disordered Present of American Party Politics'의 공동 저자인 슐로즈만이 말했다. "공화당이 민주주의의 핵심, 즉 '우리가 직접 투표를 셀 것인가' 같은 사안에서 우경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와 인프라와 같은 일반적인 정책에서는 자유롭게 활동할 여지가 많아졌습니다."

바이든의 초당적 본능

네오포퓰리즘적 초당파주의를 가능하게 한 마지막 전개는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이다.


그는 오랫동안 자신이 다른 많은 민주당 정치인들보다 더 노동자 계급에 가깝다고 자처해 왔다. 그는 또한 자신의 당의 이념적 중심에 가까이 머무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았고, 많은 정책 전문가들이 신자유주의에 환멸을 느꼈던 2020년에 당의 리더가 됐다. 그리고 바이든은 1973년—지금과는 다른 시대다—에 시작된 상원 경력에서 비롯된 초당파주의에 대한 거의 신앙에 가까운 믿음을 유지해 왔다. 그가 초당적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하며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코웃음을 쳤다. 국가가 너무 양극화되어 있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이든은 계속 노력했고, 종종 무대 뒤에서 활약했다. 그는 자신이 법안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 피할 수 있다면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여겼다. "그는 인내심을 갖고 물러서야 할 때와 개입해야 할 때를 잘 알고 있어 도움이 됐죠." 미네소타 주 민주당 상원의원인 에이미 클로부샤Amy Klobuchar가 말했다. 대통령으로서 바이든의 약점이 무엇이든, 그의 초당적 법안 서명 기록은 근래의 어떤 대통령보다 뛰어나다. 예를 들어 인프라 법안에 대해 맥코넬을 포함한 상원의 50명의 공화당원 중 1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여전히 네오포퓰리즘적 의제에 동조하지 않는다. 그동안 초당적 다수는 거의 모든 민주당원과 소수의 공화당원을 포함하는 편이었다. "그들이 2조 달러의 감세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할 준비가 되기 전까지는 전 그들을 경제 포퓰리스트로 보지 않아요."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렌이 트럼프의 원래 감세안을 언급하며 내게 말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소비자들을 착취해 온 시장 규제 완화에 의문을 제기할 준비가 된 일부 공화당원들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예요."


워렌 의원은 미주리 주 공화당 상원의원인 조시 홀리와 함께 항공사가 취소된 항공편에 대해 승객에게 환불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작업했고, 캔자스 주 공화당 상원의원인 로저 마셜과 함께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법안을 작업했다.


또 다른 네오포퓰리즘적 순간은 2024년 2월에 일어났다. 오하이오 주 공화당 상원의원인 JD 밴스Vance가 바이든이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임명한 반독점 운동가 리나 칸Lina Khan이 "꽤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칭찬한 것이었다. 밴스는 트럼프가 2024년 러닝메이트로 고려하고 있는 우파 공화당원이며, 칸은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진보 인사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스는 칸을 그가 기꺼이 칭찬할 수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유일한 구성원으로 선택했다.


이러한 우파와 좌파의 융합은 어느 정도는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견해에 합리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신호다. 선거 후원자, 싱크탱크 전문가, 기자들을 포함한 많은 정치 엘리트들은 오랫동안 여론을 잘못 해석해 왔다. 여론은 많은 엘리트들이 가진 사회적으로 진보적이고 재정적으로 보수적인 견해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향이 있다.


미국인들은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좌파로 기운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그들은 무역 제한, 부유층에 대한 높은 세금,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지지한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사회주의자가 아니나 생활비를 낮추고 좋은 임금의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을 선호한다. 이러한 견해는 왜 최저임금 인상과 메디케이드 확대를 위한 주민 발의안이 공화당 지지 주에서도 통과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또한 왜 공화당원들이 일률적으로 반대한 바이든 정책의 일부, 예를 들어 의료비를 줄이는 법안 같은 것이 극도로 인기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게 바로 이 나라의 무게중심이 있는 곳이죠." 백악관 고위 관료인 스티브 리체티Steve Ricchetti가 내게 말했다.


사회적, 문화적 이슈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그러한 많은 이슈에 대해 우파로 기운다(비록 낙태에 대해 공화당이 옮겨간 만큼 극우는 아니지만).


바이든 시대의 가장 명확한 예는 이민이다. 한때 양당이 지지했던 신자유주의의 핵심 신조는 높은 이민이다. 상품과 자본의 더 자유로운 이동과 함께, 신자유주의는 사람들의 더 자유로운 이동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유권자들, 특히 노동자 계급 유권자들은 이에 반발한다. 바이든 대통령 재임 중 급증한 이민—그 중 상당수가 불법이었다—은 정치적 부담이 됐고, 올해 또 다른 네오포퓰리즘적 법안을 거의 만들어낼 뻔했다. 상원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국경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계획을 함께 만들었다. 이는 공화당원들이 반도체와 인프라 법안을 지지하기로 동의한 것의 거울상이었다. 이번에는 일부 민주당원들이 여론과 어긋나는 정책 입장을 포기했다.


이민 관련 개정안은 트럼프가 이를 바이든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보고 의회 공화당원들을 설득하여 이를 폐기하도록 했기 때문에 결코 법제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2025년 이후에는 바이든이나 트럼프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 법안의 새로운 버전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정책은 여전히 인기가 높다.

현실에 더 민감해진 정치

앞으로 다른 어떤 네오포퓰리즘 정책들이 나올 수 있을까?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더 많은 법안과 더 많은 산업정책이 가능하다. 미국이 리튬과 구리 같은 중요 광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안은 둘 다에 해당할 것이다.


자유방임 경제학을 비판하는 보수 싱크탱크인 아메리칸컴퍼스American Compass를 운영하는 오렌 캐스Oren Cass는 젊은 가족들을 돕기 위한 정책들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4년 1월 하원에서 초당적 다수로 자녀 세액공제 확대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에서 막혔다.


물론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포퓰리즘의 요소들도 있다. 트럼프가 종종 보여주듯이 포퓰리즘은 권위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 만약 그가 백악관으로 돌아온다면 그의 두 번째 임기는 너무나 혼란스럽고 급진적이어서 지난 몇 년간의 초당적 생산성을 멈추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만이 미국 정치 체제에 대한 유일한 위협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워싱턴은 많은 유권자들이 싫어하고 약속된 결과를 전혀 내지 못한 일련의 정책들을 추구했다. 많은 시민들이 좌절감을 느낀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좌절감은 미국 경제를 되살리고 세계 무대에서 경쟁자들과 경쟁하려는 네오포퓰리즘의 발동으로 이어졌다. 국가가 양극화되어 있는 만큼 양당은 적어도 그 현실에 대응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의외로 많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데이비드 레온하트는 뉴욕타임스의 주력 뉴스레터 '더 모닝'을 운영한다. 1999년 뉴욕타임스에 입사한 이후, 경제 칼럼니스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워싱턴 지국장, 업샷 섹션의 창립 편집장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1825년 창간된 미국의 진보 성향 일간지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퓰리처상을 수상(130회 이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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