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

[評천하] 한미일 정상회의, 프리고진 사망 外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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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8.18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3.08.2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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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정상회의가 워싱턴 근교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3국간의 정상회의를 비롯 여러 수준의 3국간 회의 정례화가 결정되었습니다. 중국에 대한 공동 대응이 주제였고, 북한에 대한 언급은 예상보다 적었다는 평입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국이 제시한 초안을 놓고 한국의 대통령실(안보실)과 외교부 사이에 입장차가 있었다고 합니다. 대통령실이 '반중' 입장에 더욱 적극적이었고, 외교부는 조심스러워했다는 후문입니다.


한국으로서는 꽤 중요한 워딩의 변화가 하나 있는데, 지금까지 주로 사용했던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들어갔습니다. 워딩상 비핵화 대상에서 한국이 빠지게 된 것입니다. 보통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국측 협조를 이끌어내려 할 때,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 일본이 핵무장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게 동아시아 모든 나라가 핵무장하게 된다면 대만도 핵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는 식의 압박을 중국에 하는데 그런 차원의 워딩 변화일 수도 있고 좀 더 근본적인 미국의 입장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내년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국에서 열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오커스(미국, 영국, 호주),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에 더해 한미일 3국회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의 신흥 경제 5개국) 회의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 인도의 모디 총리,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참석했고, 푸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에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되어 있는 상태여서 체포될 것을 우려해 화상으로만 참석했습니다.


브릭스는 미국 패권을 견제하는 국제회의가 되고 있는데, 웬만해서는 해외방문을 하지 않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중국은 브릭스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국은 회원 확대를 통해 미국에 저항하는 세력을 확대하고자 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 지지를 이끌어내고자 하고, 브라질과 남아공은 '글로벌 사우스'의 입장을 모아내면서 선진국들에 맞서고자 합니다. 브릭스에서 가장 애매한 입장을 가진 것은 인도입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친러시아이고 국경 분쟁 등 때문에 중국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미국에 너무 경도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반미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세계 최대 인구대국으로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유연한 외교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브릭스는 최소한 한가지 방향에서는 입장이 일치되고 있습니다. 미국 일극체제를 다극체제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이 방향에 대해서는 중국도 찬성입니다. 중국은 미국 일극체제를 일단 다극체제로 바꾼 뒤 중장기적으로 미중 양극체제(아마도 아주 먼 미래에는 중국 일극체제)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이번 브릭스 회의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 6개국을 신규회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쿠젠키노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24일 (현지시간) 러시아 트베르 지역 쿠젠키노 인근에서 구조대원들이 추락한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용병 그룹 수장 탑승 전용기 잔해서 시신을 옮기고 있다. 2023.08.2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쿠젠키노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24일 (현지시간) 러시아 트베르 지역 쿠젠키노 인근에서 구조대원들이 추락한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용병 그룹 수장 탑승 전용기 잔해서 시신을 옮기고 있다. 2023.08.2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프리고진의 자가용 비행기가 미사일에 격추되었거나 폭발물에 의해 공중폭발해 추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식적으로는 결국 '사고'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러시아 항공당국 등이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푸틴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 많습니다. 우선 비행기 사고 있기 하루 전에 프리고진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공군사령관이 전격 숙청되었습니다. 그는 프리고진의 반란에 대해서 사전에 알고 있었고 협력했다는 의심을 받아왔습니다. 또 이번 비행기 '사고'를 전후해 벨라루스의 바그너 그룹 주둔지 일대에 인터넷이 차단되었다고 합니다. 바그너 그룹이 자기들의 수장이 살해된 것을 알게되면 행동에 나설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취해진 사전조치로 보입니다.


푸틴의 언급도 의심스럽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자신을 도왔던 프리고진의 죽음에 대해 애도의 말을 하면서도 프리고진이 "실수를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6월 반란'을 의미합니다. 푸틴은 프리고진의 반란과 관련해 두 가지 입장을 밝혔습니다. 나라에 대한 반란(즉 자신에 대한 배반)이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 하나이고, 프리고진을 (그를 달래기 위해) 용서한다는 것이 다른 하나입니다. 이 두 가지 입장이 상반되는데, 이 두 가지가 모순되지 않으려면 프리고진의 죽음이 '사고사'(事故死)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고도 결국엔 '사고'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프리고진의 반란과 제거는 군사적 관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군사적으로 징병(徵兵, conscript)은 방어에는 꽤 강한데 공격을 잘 못합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침공에는 바그너 그룹 같은 용병(傭兵)들에 역할이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참호를 깊게 파고 방어전에 주력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바그너 그룹이 더 이상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바그너 그룹과 프리고진의 쓸모가 없어진 것입니다.


또 한가지 지켜봐야 할 것은 프리고진에 대한 일반 러시아인들의 추모열이 생길 위험성입니다. 정치에서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정적을 '순교자'로 만들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정적은 희극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야지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들면 안됩니다. 정적은 비극적으로 순교하게 되는 순간 추모의 대상이 되고 누군가를 통해서든 다시 부활하게 됩니다. 프리고진은 일반 민중의 정서를 대변해가며 SNS를 통해 러시아군 지도부와 충돌해왔습니다. 때문에 러시아 국민들이 프리고진에 대해 어느 정도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프리고진의 문제는 아직도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닙니다.




대마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올라프 숄츠 총리의 독일 정부가 이번에는 이중국적 인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중국적을 인정해 독일국적자의 수를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이중국적 인정은 인구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는 한국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중국적을 인정하게 되면 한국 국적이 주는 혜택만 누리고 의무는 피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있지만, 의무의 이행이라는 것이 제도만으로 보장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서 우러나와 자발적으로 이행할 때 그 효과가 큰 것이므로 우리나라에 대한 진정한 애국심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애국심은 자발적이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중국적 인정을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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