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

[評천하] 아제르바이잔 사태 종결, 사라진 중국 국방부장 外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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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나케르트 AFP=뉴스1) 박재하 기자 = 20일(현지시간)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스테파나케르트에서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2023.09.20/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023.09.2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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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과 아제르바이잔 영토 안에 반독립적 '종족의 섬'으로 존재한 나고르노-카라바흐 아르메니아 자치정부가 유혈분쟁 하루만에 휴전에 합의하고 아르마니아계 민병대 조직의 무장해제에 합의했습니다. 이로써 아제르바이잔은 일단 국토를 완전 통일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합의는 아르메니아계 지역을 보호하고 있던 UN평화유지군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러시아가 중재했습니다. 원래 구 소련 시절에는 엉켜 살다가 독립 후 아제르바이잔 영토 안에 아르메이나인 지역이 존재하게 됨에 따라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 지역 문제를 놓고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양국은 1992~1994년, 그리고 최근 2020년에 두 차례나 전면전이 발생했습니다.


2020년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은 같은 투르크계 군사강국 튀르키예(터키)의 지원을 제대로 받았던 데 반해 아르메니아는 동맹이라고 믿었던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참패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아르메니아는 러시아와 소원한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예상보다 군사적으로 약체임을 보여준 데다 그 힘조차도 소진해버린 러시아를 더 믿을 수 없었는지 미국에 손을 뻗쳐 미군과 함께 군사훈련을 가졌습니다. 미군 85명, 아르메니아군 175명이 참여하는 훈련이라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외교적인 의미는 매우 큰 '사건'이었습니다.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의 이러한 전환에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번에 러시아가 적극 개입해 빠르게 분쟁을 종식시키고 구소련 붕괴후 계속 되어온 아제르바이잔 내 아르메니아계 지역 문제를 종결지어버린 것은 아르메니아의 미국 접근에 대한 보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집중해야 하는 이 시점에 새로운 분쟁이 벌어져 러시아 군사력이 분산되는 것을 미연에 막기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기독교 국가인 아르메니아와 달리 이슬람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은 카스피해를 끼고 있는 석유자원 부국입니다. 중동산 석유가 세계 석유시장을 장악하기 이전에는 아제르바이잔이 주요 산유국으로 각광을 받았는데, 채굴가능한 석유가 고갈되어 버린 후 가난해졌습니다.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은 원래 아제르바이잔에서 석유 채굴로 큰 돈을 번 사람입니다. 구소련 붕괴후 선진국들의 새로운 채굴기술과 자본이 들어가 깊이 매장되어 있는 석유를 채굴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산유국으로 부유해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러시아의 중재로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무장해제에 합의를 하였기 때문에 이제 남은 과제는 부유한 아제르바이잔 중앙정부가 어떻게 이들 이교도 주민들을 끌어안을까입니다. 이제부터는 정치의 영역입니다. 정치가 실패하면 아르메니아계는 다시 무장할 것이고 이들 동포를 보호하려는 아르메니아와의 무력분쟁도 재현될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외교부장에 이어 이번에는 국방부장이 사라졌습니다. 친강 외교부장도 공식적으로는 건강 문제로 공식일정을 모두 취소한 후 사라졌고 이후 왕이 정치국원으로 교체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리상푸 국방부장이 사라졌는데 공식적인 해명은 역시 건강문제입니다. 외신 보도들은 '부패 문제'로 조사중이라고 하는데 군수비리 혐의라고 합니다. 현재 외교부장, 로켓군사령관, 인민해방군 군사법원장에 이어 고위직 인사가 계속 낙마하고 있습니다. 많은 내부 정보가 없으니 정확한 원인은 추측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고위직 인사들이 낙마하고 있는 것은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정치조직과 관련해 이해해야 할 것은, 그 어떤 난관이 있어도 내부조직만 단결되어 있으면 어느 정도는 난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외부에 대한 대응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적 단결입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의 외교적 갈등, 실업증가, 성장률 둔화, 경제위기 등이 터져나오고 있는 이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로서는 무엇보다 내부 단속이 중요할 것입니다. 외교안보를 중심으로한 고위관리들을 우선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외교부장과 국방부장의 교체가 '결과적으로는' 미국과의 교섭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선 친강 전 외교부장은 이른바 '전랑(戰狼) 외교'라는 대미 강경외교의 대표주자였는데 상대적으로 온건한 왕이로 교체가 되었고, 리상푸 국방부장은 러시아로부터 전투기와 미사일 구입을 주도한 이유로 미국의 제재리스트에 올라있던 인사입니다. 미국으로서는 공식적으로 접촉, 교섭하기 껄끄러운 인사였는데 이번에 교체된다면 미중교섭에는 도움이 됩니다.




인도캐나다가 외교적으로 논쟁중입니다. 지난 6월 캐나다 밴쿠버 근교의 한 시크교 사원에서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 지도자(캐나다 국적)가 두 명의 괴한에 의해 피살됐는데, 지난 9월 18일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이 피살 사건에 인도 정부의 "요원들"이 개입했다고 볼 수 있는 "믿을만한 정보"가 있어서 캐나다 정부가 조사중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인도 측은 "터무니없는" 의혹이라며 반발하고, 현재 양국은 상대국 외교관을 한 명씩 추방한 상태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에 있습니다. 캐나다가 추방한 외교관은 캐나다 대사관에 배치되어 외교관 신분으로 활동하던 인도 정보기관 팀장입니다. 인도 정부는 캐나다에서 인도 입국 비자 발행을 중단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두 나라는 트뤼도 총리의 발언 이전에도 관계가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캐나다는 인도내 주류인 힌두교도들과 분쟁을 벌여온 시크교들이 가장 많이 이주해 살고 있는 나라입니다. 현재 77만명이나 살고 있습니다. 인도는 캐나다 정부가 시크교도들의 반(反)인도 활동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고 불만이었습니다. 인도는 시크교 "테러리스트들"을 캐나다가 비호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힌두 민족주의를 강하게 내세우는 모디 총리로서는 시크교도들에게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더해 내년에는 중요한 총선이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이런 일이 터지고 모디 총리가 강력하게 캐나다와 시크교도들에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선거에 '호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곤혹스러운 것은 미국과 영국 등 '파이브아이즈'(Five Eyes) 국가들입니다. 미국으로서는 문화적으로나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들인데, 파이브아이즈 동맹의 멤버인 캐나다에 동조를 안 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장기적으로 대중국 포위망에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인도와 척을 져서도 안됩니다. 인도는 조사분석처(RAW)라는 해외정보 기관을 갖고 있는데, 인도의 대외적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조사분석처의 역할도 함께 확대되고 있습니다. 주로 적국인 파키스탄이나 중국 정보 수집에 초점을 맞춰온 조직인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활동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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