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PADO /사진=AFP=뉴스1
2024.01.1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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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봄이다. 에마뉘엘 마크롱과 마린 르펜이 엘리제궁의 돌계단으로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 이양식을 위해 안뜰에 레드카펫이 깔려 있다.
지난 10년간 마크롱의 라이벌이자 경쟁자였던 극우 포퓰리스트 지도자 마린 르펜이 유럽연합(EU)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회원국 중 하나이자 두 번째로 큰 경제대국인 프랑스에서 정치적 지진을 일으키며 마크롱 후임을 결정하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군악대가 연주하는 가운데 미소 띤 르펜이 마크롱과 함께 레드카펫 끝에 있는 검은색 세단으로 향한다. 그들은 악수를 나눈다. 마크롱은 차에 올라 타고 르펜은 프랑스의 새 대통령으로 그 자리에 서 있다.
프랑스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미래 전망은 더 이상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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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펜과 그가 이끄는 국민연합(RN)은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례 없는 의석수를 확보해 정치적 정당성을 새롭게 확보했고, 제도권 주류에 진입한 이후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마크롱은 1년 반 전 재선 이후 명확한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의회 과반수 의석을 상실하면서 원대한 개혁 야망을 실현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다.
마크롱의 두 번째 임기가 아직 3년 남짓 남았지만, 정부 내에서는 완전고용 달성, 프랑스의 기업친화적 환경 조성, 비용만 많이 들면서 종종 비효율적인 공공서비스의 개선 등 아직 실현되지 않은 많은 목표에 대한 초조함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생활물가, 양질의 교육 및 보건 서비스, 범죄 등 시민들의 일상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르펜을 집권시키고 마크롱의 유산을 망가뜨릴 수 있는 국민적 항의표시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이런 초조함을 증폭시키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과 가까운 중견 상원의원 프랑수아 파트리아는 엘리제궁의 열쇠를 르펜에게 넘겨주는 것은 마크롱에게 '악몽'이 될 것임을 인정한다.
"마크롱은 르펜이 자신의 뒤를 잇는다면 모든 사람들이 마크롱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마린 르펜을 불러들였다고 비난할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마크롱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에 대놓고 말하지는 않더라도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매일같이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대선에 영향을 미칠 국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으며, 다른 후보가 등장할 수도 있다. 유권자들은 르펜이 지난 세 차례 대선에 출마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지도력을 의심하거나 그의 민족주의, 반이민 정책, 어설픈 경제정책이 프랑스와 유럽연합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여 반대표를 던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롱은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가 이끄는 중도 연정은 의회 과반수 의석에 약 40표가 모자라 더 이상 자신의 입법 의제를 추진할 수 없다. 프랑스 공공재정의 파탄 상태는 팬데믹과 에너지 위기 때와 달리 정부가 지금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대중적 지지도는 그 어느 때보다 낮으며, 심지어 같은 진영의 정치인들에 대한 영향력도 약화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대통령들은 종종 세계정치 무대에서 자신의 유산을 구축하려고 노력해왔는데, 마크롱 역시 유럽연합 문제에는 영향력을 행사해 왔지만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분쟁이 세계정치 질서를 뒤흔드는 상황에서는 세계정치의 지도자로서 능력에 한계를 보였다.
마크롱의 측근들은 대통령 임기 이후에 일어날 일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이며 무의미하다고 거부하며, "임기 마지막 15분까지" 일하겠다는 마크롱의 발언을 지적하고 있다.
마크롱의 초기 지지자였던 한 정부 인사는 "마크롱에게는 집권하는 10년 동안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유용하고 깊은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집착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마린 르펜과 같은 포퓰리스트는 정부의 무능과 비효율성을 먹이로 삼아 살기 때문에 마크롱은 모든 것이 대담한 개혁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앙멤탕'
마크롱이 직면한 도전은 12월에 오래전부터 약속해온 이민개혁을 둘러싸고 벌어진 한 편의 드라마에 요약되어 있다.
이민에 대한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정부는 이민제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좌우파 정책을 가리지 않고 참고하면서 계획을 수립하는 데 수개월을 보냈는데, 이는 마크롱이 '앙멤탕1en même temps'이라고 부르는 접근방식이자 공익을 위해 오래된 당파적 분열을 뛰어넘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2017년의 약속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난민 규정을 강화하고 불법 체류자 및 범죄를 저지르거나 테러 위험을 초래하는 이민자의 추방을 용이하게 하는 일련의 조치가 포함되어 있지만, 노동력이 부족한 부문에 고용된 서류 미비자에게 취업허가를 부여하는 더 부드럽고 기업친화적인 정책도 포함되어 있다.
정부가 수개월 동안 보수정당인 공화당(LR)의 표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은 좌파로부터는 너무 엄격하다는 공격을, 우파로부터는 너무 관대하다는 공격을 받아 의회에서 거의 무산될 뻔했다.
법안을 구하기 위해 마크롱은 법안의 관대한 면을 축소하고 엄격한 면을 강화하는 공화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수정안이 너무 오른쪽으로 기울어지자 르펜은 마크롱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의 중도 연정을 분열시킬 수 있는 순간임을 감지하고는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입장을 바꿔 법안 지지를 선언했다. 르펜의 국민연합 소속 어느 의원은 이것을 "의도적인 죽음의 키스"라고 표현했다.
이 법안은 소란스러운 심야 표결로 국회에서 승인되었지만, 드물게도 마크롱 연정 소속 의원 251명 중 거의 4분의 1이 극우파와 같은 쪽에 투표하는 것을 꺼려 반대표를 던졌다. 마크롱의 보건부 장관은 이에 항의하며 사임했다.
마크롱은 TV 인터뷰에서 불법이민에 대한 "필요한 방패"를 구축하고 국민연합이 먹잇감으로 악용하는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자신의 '균형 잡힌 개혁'이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동료시민들은 우리가 불법이민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런 개혁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르펜은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한 반면, 좌파 정치인들, NGO, 노조는 마크롱이 외국인 혐오에 굴복했다고 비난했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의 애널리스트 마티유 갈라르는 마크롱이 의회에 휘둘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법안 통과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말한다. 그는 "마크롱은 얼마 안 남은 '앙멤탕'(좌우 모두)을 다 버리고 우파로의 전환을 완성했습니다"라고 말한다. "남은 임기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대가는 무엇이었을까요?"
이 에피소드는 또한 마크롱이 과반수 의석 없이 통치하기 위한 초기 전술, 즉 임기응변식으로 법안을 어떻게든 처리해보려 한 다음 그것이 실패하면 헌법적 법안 강행 메커니즘을 사용하여 국회를 우회하는 전술이 이제 효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크롱은 이민법안에는 '49조 3항'으로 알려진 프랑스 헌법의 독특한 조항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지난 4월 수개월간의 거리 시위 끝에 인기 없는 연금개혁을 강행하기 위해서는 이 조항을 사용했다. 이 조항은 프랑스 헌법에 규정된 독특한 제도로서, 국회가 내각 불신임을 표결해 법안을 사후적으로 무효화하고 내각을 무너뜨리지 않는 한 내각(행정부)은 국회의 동의 없이 법안을 우선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국회 밖에서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졌지만 마크롱 정부는 근소한 차이로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았는데, 일부 의원들은 마크롱이 국회를 해산하고 조기 선거를 실시할 것이 두려워 투표에 주저했다.
지금까지 마크롱 정부의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49조 3항을 주로 예산안과 관련하여 22번 사용했지만, 야당이 너무 분열되어 한 목소리를 낼 수 없었기 때문에 모든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니스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뱅상 마르티니는 더 이상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야당들이 이젠 내각 불신임으로 얻을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신임을 위해 단결할 수 있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마크롱의 국정운영 방식은 더 이상 힘이 없고 국회와 국민이 원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마르티니 교수의 진단이다.
마크롱 진영에서는 정부가 의회에서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생각을 거부하며 재생 에너지 장려, 실업률 해소, 가계의 인플레이션 대처 지원 등 보다 정파를 넘어선 부문에서 통과된 수십 개의 법안들을 지적한다.
마크롱의 르네상스당2 소속 의원인 마크 페라치는 "이민 이슈에 대한 야당들의 제휴 같은 것이 계속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1월에 원래의 길을 전진해나가면서 경제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고 관료주의를 없애는 등 우리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핵심 개혁 의제로 돌아가야 합니다."
포퓰리즘에 맞서
임기의 3분의 2를 남겨두고 있는 마크롱은 2017년 5월 르펜을 누르고 처음 당선되었을 때 약속한 공약, 즉 르펜 같은 포퓰리스트들이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도록 정치를 해나가겠다는 공약을 아직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39세의 정치 초년생인 마크롱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하고, 더 많은 부를 공공 서비스에 재투자하여 프랑스를 더욱 역동적인 경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당선되었다.
마크롱은 대선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에서 극우 후보 르펜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분노와 혼란, 때로는 강한 신념" 때문에 르펜를 지지했던 것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5년 동안 유권자들이 더 이상 극단적인 정치에 투표할 이유가 없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다짐했다.
국내외 정치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 당선되고 영국이 브렉시트에 투표한 직후에 나온 그의 승리를 포퓰리즘의 부상을 막을 수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 이후 프랑스 유권자들에 대한 르펜의 호소는 놀라울 정도로 탄력적인 것으로 입증되었다. 르펜은 생활비 문제를 앞장서서 이야기했고 학교, 병원, 우체국 폐쇄로 소외감을 느끼는 농촌 지역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2018년 정부의 유류세 인상 계획을 둘러싸고 벌어진 노란 조끼 시위가 벌어졌을 때 르펜은 마크롱 대통령을 국민들의 실생활을 모르는 관료주의자로 낙인찍었다. 그 이후 그는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실생활을 모르는 관료주의자'라고 계속해서 비판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2022년 대선에서 마크롱을 물리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크롱은 만성적으로 높은 실업률을 낮추고, 법인세를 낮추고, 프랑스를 국제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나라로 만들겠다는 등 경제 분야 공약을 자신이 어떻게 이행했는지를 내세웠다.
또한 마크롱 정부는 2020년의 팬데믹, 2022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위기로 인한 충격에서 국민들을 돕기 위해 예산을 아낌없이 지출했다. 공공부문에서는 OECD 기준에 비해 오랫동안 저임금에 시달리던 교사와 의료 종사자들의 임금이 대폭 인상되었고, 법원과 교도소도 6천억 유로의 공공 부채를 감수하면서까지 예산이 대폭 증액되었다.
마크롱의 한 보좌관은 "두 번의 위기 동안에도 우리는 장기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되고 공공서비스에 계속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투자와 생산 능력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원칙을 고수했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크롱과 르펜의 득표율 차이는 2017년의 33%에서 지난해 17%로 좁혀졌다. 이번에도 결선투표제 덕을 봤는데, 좌파 유권자들이 더 큰 위협으로 여겨지는 르펜을 막기 위해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달 후 예상치 못한 국회 과반수 의석 상실로 마크롱의 2기 계획들은 갈길을 잃었고, 마크롱 대통령답지 않은 우유부단의 시기가 시작되어 그의 측근들조차 그의 뜻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일부에서는 효과적인 입법을 위해 보수적인 공화당과 연정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는 듯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수개월에 걸친 격렬한 연금 투쟁 같은 것이 발생했다.
그 이후로 프랑스의 정치적 분위기는 긴장되어 있고, 마크롱은 이 상황을 장악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연금 투쟁을 비껴나가기 위해 "프랑스를 위한 100일간의 침착함, 단결, 야망, 행동" 같은 슬로건을 내걸며 국민의 근로와 급여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에 다시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그의 촉구와 달리 6월 말 경찰이 비무장 10대 청소년에게 총격을 가한 후 저소득층 교외지역인 '방리유'에서 일주일간 폭동이 일어났다. 또 10월에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반유대주의 사건의 증가뿐만 아니라 이슬람주의 테러 공격의 재개를 촉발했다. 칼로 사람을 공격해 두 명이 사망한 사건들이 발생했고, 프랑스는 이후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극우파는 이러한 사건을 통제불능의 이민이 프랑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증거로 삼고 있으며 비록 그 연관성이 미약하고 정부가 새 법안 등을 통해 이러한 비판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건들을 이슈화했다.
르펜과 28세의 젊은 나이로 국민연합 당 대표를 맡고 있는 르펜의 2인자 조르당 바르델라는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 여론조사에서 3, 4위를 다투고 있다.
르몽드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년 만에 처음으로 국민연합을 야권에 있을 정당이 아닌 집권할 수 있는 정당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마크롱의 정당을 12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극우 세력의 부활에 직면한 마크롱이 남은 임기 동안 해야 할 일 목록에는 무엇이 있을까? 마크롱의 장관, 의원, 보좌관들은 흔들리는 교육 시스템 복구 같은 난제 등을 담은 매우 긴 정책 목록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마크롱이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크롱의 오랜 측근은 마크롱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주저하고, 참을성이 없고, 확신이 없으며, 아주 고독한 시기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마크롱은 최근 분열되고 회의에 빠진 프랑스를 통합하기 위해 1월에는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암시했다. "국민과의 만남이 필요한 때입니다. 국민에게 다시 희망을 주고 미래에 대한 열정을 심어줄 때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민 논쟁 이후 새 총리를 지명하기 위한 정부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를 완전고용—실업률을 현재 약 7%에서 5%로 낮추는 것—으로 이끄는 것을 여전히 자신의 핵심 임무로 보고 있다. 높은 고용율은 더 많은 부와 세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크롱은 프랑스 병원, 학교, 법원을 복구해 포퓰리스트들이 파고드는 "프랑스가 몰락하고 있다는 느낌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권을 갱신하는 데 70일이나 걸리고 의사를 만나는 데 몇 주나 걸리는 일은 없어야 하며, 자녀가 좋은 교육을 받고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이러한 일상적인 문제는 마크롱이 2017년에 내건 거창한 공약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후임자가 마크롱의 정치적 유산을 파괴하지 않도록 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마크롱의 오랜 재정경제부 장관인 브뤼노 르메르는 르펜의 엘리제궁 입성을 막을 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마치 바위를 거의 산 정상까지 굴렸고, 이제 올바른 쪽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마지막 한 번 미는 일이 남은 것 같다"는 비유로 답했다. 그 올바른 쪽에는 국가의 '권위'가 존중되는 더욱 자신감 있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프랑스가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에는 여전히 바위가 다시 뒤로 굴러가서 모든 것을 부숴버릴 수 있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었다. 르마레 장관은 이렇게 말한다. "만에 하나 르펜이 당선된다면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갈 것입니다."
레일라 아부드는 파이낸셜타임스 파리 지국장이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부르봉 절대왕조가 만들어놓은 거대한 국가관료조직이 혁명을 거치면서도 해체되지 않아 고질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는데, 어느 정도 진전은 있었지만 근본적인 개혁은 이뤄내지 못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고질병을 고치는 일은 지금같은 평상시에는 어려울 것이며 전쟁이나 중대재난, 또는 경제적 대파국 같은 '비상한' 상황 속에서나 가능할 것입니다.
프랑스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개혁 방향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평가를 받을 만 하지만 마크롱에게는 당장 3년 반 뒤에 찾아올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극우파 마린 르펜의 도전을 막아내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이민 문제와 함께 유럽 전반에 불고 있는 배외주의, 극우 포퓰리즘이 프랑스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크롱은 34세의 가브리엘 아탈을 신임총리로 임명하면서 국면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마크롱은 남은 3년 반 동안 어느 정도의 개혁을 완수하고 떠날까요? 과연 르펜의 집권을 막을 수 있을까요? 강력한 국가관료제가 87년 민주화 이후에도 건재해 비슷한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마크롱의 개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마크롱이 현재 처한 정치적 위기를 설명한 파이낸셜타임스의 2023년 12월 27일자 '빅리드' 기사를 프랑스와 한국의 유사성을 염두에 두고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