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유럽을 위협하는 민족주의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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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2021년 연설에 모여든 군중. /사진=Elekes Andor (CC BY-SA 4.0 DEED)

2023.10.06 12:52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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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있었던 슬로바키아의 선거에서도 우익 포퓰리즘 정당이 승리했습니다. 무솔리니 파시즘과도 연관이 있는 정당이 이탈리아에서 승리했고 그 당수인 멜로니가 현재 이탈리아 총리입니다. 영국의 수낙 총리도 이민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민족주의적 색채를 가진 우익 포퓰리즘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유럽에서는 어떻게 '유럽 합중국'을 만들 것인가, 어떻게 유럽 통합군을 창설해 운영할 것인가를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국도 아니고 국민국가도 아닌 느슨한 형태의 유럽연합(EU)에 대한 희외감이 팽배해 있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낙후된 국가들 안에서 독일 등 유럽연합 선진국들에 의해 자신들이 보이지 않는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있습니다. 현재의 유럽연합으로는 지속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아프리카, 중동 지역이라는 유럽 뒷마당의 거버넌스가 흔들리면서 유럽 경내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미국의 흑인문제만큼이나 유럽의 아프리카, 아랍계 이민자 문제는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아픈 유산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동심원을 그리며 팽창한 '(보편)제국'이 아니라 원격의 낙후지역을 군사적, 경제적 힘으로 압박해 통합했던 제국주의였기에 새로운 주민들을 포용할 수도 없었습니다. 포용할 수도 없는 새로운 주민들을 안고가야 하는 것이 제국주의, 식민주의 국가들의 고치기 어려운 병이 되었습니다. 또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했던 몇 나라만이 안고 갈 수도 있는 이 문제가 유럽연합이 회원국들 사이의 국경을 열어버림으로써 유럽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거기에 미국에서 트럼프가 보여준 성공사례도 자극이 되고 있습니다. 인구절벽 앞에서 이민의 문을 열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반면교사가 될 것입니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남쪽 낮은 산들로 둘러쌓인 신트헤네시위스로데(Sint-Genesius-Rode)는 브뤼셀로 통근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는 부유한 도시인데, 9월 2일 50여명의 주민들이 교구(敎區) 청사에 모여 샴페인을 마시고 벨기에의 분할을 논의했다. 이 모임을 조직한 것은 '플라망의 이익'(Vlaams Belang)이라는 우익 정당인데, 이 정당은 주로 플라망(영어로는 플란더스)식 생활방식을 위협하는 이슬람, 이민자,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고약한 프랑스어를 주로 공격한다. 이 작은 도시는 플라망 지역(벨기에의 절반을 차지하는 네덜란드어 사용 지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지난 수십년 간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벨기에인들이 이주해 들어왔고 지금은 이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플라망의 이익' 소속으로 플라망 지방의회 의원인 클라스 슬로트만스에게 있어서 이 '쇠락'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플라망 지역이 독립을 선언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헛소리는 아닐지라도 협소하고 국수주의적이고 분열적인 것으로 들릴텐데, 확실히 잘 먹히고 있다. 모임에서 슬로트만 의원이 "민중이 자기 나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소리 높이자 모여든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플라망의 이익'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정당이고,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22%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굳히기 위해서 이 당은 내년에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 유럽의회 선거, 그리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다른 벨기에 정당들은 '플라망의 이익'을 함께 일하기에 너무 극단적인 정당이라고 말해왔고, 따라서 연립정부에 포함시키기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플라망의 이익'이 실제 선거에서 20% 이상을 득표하게 될 경우 이 이른바 '(정치적) 방역대'는 폐기해야 할 것이다. 여하튼 이러한 배척이 실제로는 '플라망의 이익'을 도와주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이 당의 지지율은 3배나 상승했다.

오른쪽이 옳은 쪽인 시대

이젠 흔한 모습이 되었다. 유럽 전역에 걸쳐 '플라망의 이익'과 같은 포퓰리즘으로 무장한 우익 정당들이 정치적 변두리에 웅크리고 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계속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은 헝가리, 이탈리아, 폴란드에서 현재 집권하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스위스에서는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라는 이름의 정당이 현재 22%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데, 작년 선거때만 해도 10%에 불과했던 것이 이렇게 상승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국민연합'(RN)이라는 가장 큰 강경 우파 정당이 24%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재정복'이라는 또다른 반이민 정당이 얻고 있는 5%를 더하면, 강경 우파는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고 있는 그룹이 된다. 네덜란드에서도 아직 규모가 작은 우익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모두 합쳐 25%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포르투갈, 루마니아, 스페인 같은 민주주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나라에서도 상황이 비슷하다.


강경 우파의 선전은 물론 하나의 모습을 갖고 있거나 한 방향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덴마크와 스페인에서는 최근 민족주의 포퓰리스트들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들 우익 정당의 이념과 정책이 똑 같은 것도 아니다. 어떤 당은 대서양주의자이고, 다른 당은 친러시아다. 어떤 당은 자유지상주의를 추구하고, 다른 당은 좀 더 확대된 복지정책을 추구한다. 물론 복지확대를 주장해도 순수 혈통의 자국민들에 대한 것이다. 더욱이 이들 우익 그룹은 권력에 가까이 갈수록 입장이 부드러워지거나 분열되거나 하는데, 부드러워지면서 동시에 분열되기도 한다. 예컨대 이탈리아 정부는 비록 파시즘과 연결되어 있는 이탈리아형제당이 이끌고 있지만 집권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것보다 온건해졌다.



그럼에도 현재의 흐름은 걱정스럽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폭넓게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5개국 중 4개국에서 강경 우파 정당이 정권에 참여하고 있거나 아니면 여론조사에서 20%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둘째, 현재의 상황이 강경 우파들에게 유리하다. 팬데믹 동안의 소강상태가 끝난 이후 다시 이민이 늘고 있고, 물가는 높고, 기후변화 정책의 높은 비용이 포퓰리즘적 분노를 일으킬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셋째 이유가 가장 중요한데, 강경 우파는 꼭 정권을 잡아야만 정치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지지를 확보해 이미 정책논의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유럽 정부들이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이민, 기후변화 같은 시급한 문제에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 없게 되었다.


유럽 국가별 민족주의 또는 극우 정당 지지율. 짙은 색일수록 지지율이 높다.

유럽 국가별 민족주의 또는 극우 정당 지지율. 짙은 색일수록 지지율이 높다.

자유의 투사들

2000년 오스트리아의 강경 우파 정당인 자유당이 연립정부에 가담했을 때, 다른 유럽연합 정부들은 경악했고 그 항의의 표시로 오스트리아 정부와의 접촉을 최소한도로 줄여버렸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강경 우파는 장애물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전진했다. 2010년에 중도파에서 포퓰리즘으로 돌아선 시민동맹당이 헝가리에서 집권하면서 유럽의 강경 우파가 처음으로 유럽의 한 정부를 이끌게 된 것이다. 당시 이 같은 일이 완숙한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벌어지지 않을 거라 장담했던 사람들은 그 예측이 어긋나버렸는데, 작년에 '이탈리아의 형제들'이 정권을 잡았다.


새로운 역사들은 계속 쓰일 것 같다. 강경 우파 정당들은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선전이 예상된다. '이탈리아의 형제들'의 당수이자 이탈리아의 총리인 조르자 멜로니는 유럽의회내 중도우파 연합인 '유럽인들의 당'(EPP)에게 강경 우파인 유럽 보수연합, 개혁연합(ECR)과 제휴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 멜로니는 개혁연합을 이끌고 있다. 이것이 성사되면 유럽연합 전체의 입법을 포퓰리즘 방향으로 돌릴 것이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선거때마다 강경 우파의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지난 두 번의 대통령선거에서 결선까지 올랐던 마린 르펜은 2027년에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의 강경 우파 정당 국민전선/국민연합의 대선 득표율.

프랑스의 강경 우파 정당 국민전선/국민연합의 대선 득표율.


일련의 외부요인들도 강경 우파를 돕고 있다. 2015년 불법이민이 폭증하면서 포퓰리즘 정당들에 대한 지지가 급증했는데, 팬데믹 기간 동안 소강상태였던 불법이민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벌써 허가받지 않은 유럽 입경(入境)이 16만5000건이나 되었는데, 이는 2015년보다는 상당히 낮지만 작년 1년 전체와 같은 규모다. 우익 포퓰리스트들에게는 경제적 혼란도 유리한 환경이 되는데, 지난 2년 동안의 초인플레이션, 특히 에너지 가격 급등이 크게 도움이 된다.


비싼 유가, 난방비, 전기요금 때문에 기후변화 관련 정책들에 대한 반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데, 강경 우파들은 이 점을 포착하고 있다. 시작은 2018년 후반에 있었던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였다. 이 시위는 자동차 연료에 대한 탄소세 증세에 대한 항의로 시작되었다. 올해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상승은 석유나 가스를 사용하는 가정용 보일러를 금지하는 정책 때문이었다. 네덜란드에서는 새로운 포퓰리즘 정당인 '농민시민운동'(BBB)이 질소배출 제한에 대한 농민들의 항의에서 시작해 창당했다. '농민시민운동'은 3월에 있었던 지방선거에서 득표율 20%를 기록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많은 유럽국가들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팬데믹 기간 동안 잠시 올랐다가 지금은 전반적으로 다시 하락하고 있는데, 이것도 강경 우파에게는 유리한 상황이다. 미국식의 '문화전쟁'이 유럽에서도 치열해지고 있고, 이 역시도 강경 우파들에게 유리하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을 이끄는 후보인 막시밀리안 크라는 그가 틱톡에 올린 연애 데이트 관련 조언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진짜 사나이는 우익입니다. 포르노 보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다른 비디오에서 그는 "다문화는 다범죄를 의미합니다"라고 주장하고, 무지개 깃발에 대해 개탄하거나, 또 투자회사인 블랙록이 "소수자와 이민자로" 독일인들을 대체하려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잘 활용해 권력을 획득하거나 유지하는데 가장 능한 유럽 정치인은 시민동맹당의 당수이자 2010년 이후 헝가리 총리로 집권해오고 있는 빅토르 오르반이다. 그는 이민자, 동성애자, 유럽연합을 헝가리 고유의 가치와 어긋난다고 주저없이 공격한다. 그는 그가 그런 말들로 국회에서 다수파를 장악했고, 이 다수파를 이용해서는 법원에 충성파들을 심고 선거구를 집권당에 유리하도록 멋대로 획정하고 있다. 그의 패거리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를 아예 사버렸다. 그의 통치는 국내에서 민주주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의 정책결정도 방해하고 있는데, 그는 중국과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익 포퓰리즘을 밀어붙여 한 나라를 장악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폴란드의 '법과 정의'가 2015년에 집권했을 때, 이 당은 오르반의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국영 언론기관을 당의 선전국으로 만들었고, 법원에는 우호적인 법관들을 심었다. 하지만 '법과 정의'는 헝가리의 시민동맹당 정도로 밀어붙일 수는 없었다. 많은 법관들이 저항했고 유럽연합은 '법과 정의'의 법원 장악을 멈추게 하려고 지원 예정이었던 수십억 유로의 원조를 유보했다. 언론도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 다음달로 예정된 선거에서는 아직 '법과 정의'의 인기가 높지만, 야당도 여전히 인기가 있다.


오르반의 방식을 채용한 다른 우익 포퓰리스트들의 성적은 아직 반반이다. 도널드 트럼프처럼 트위터를 잘 활용한다고 해서 ('티토 원수'를 빗대어) "트위토 원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전 슬로베니아 총리 아네스 얀사는 2022년에 정권을 잃었다. 에스토니아의 극우 보수인민당은 집권중이던 2019년에 언론 장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집권 연립정부가 무너지면서 올해 있었던 선거에서 고전했다.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 영향력을 갖게 된 나라에서도 강경 우파가 정치적 망명을 불허하거나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정책들을 폐기하는 등의 과격한 정책들을 실행에 옮기는데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스웨덴의 예를 들어보자. 스웨덴에서는 스웨덴민주당이 네오나치즘과의 관련성 때문에 오랫동안 다른 정당들의 기피대상이 되어왔는데, 2022년 선거에서 21%를 득표했다. 스웨덴민주당은 중도우파 소수파 정부를 밀겠다는 신임-지원 협정을 맺었고, 이를 통해 이민과 범죄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 8월 담화를 통해 이 당의 짐미 아케손 대표는 합의내용을 실행에 옮기는데에 진척이 없는 점에 대해 사과를 해야 했다.


이탈리아의 멜로니는 서유럽 국가에서 국회를 장악해 강경 우파의 의제를 법으로 만들어 실천할 힘을 가진 첫번째 지도자다. 하지만 아직도 그는 매우 전통적인 국정운영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가 실행에 옮긴 유일한 포퓰리즘 정책은 은행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태생부터 잘못된 정책, 항공운임을 일부 제한하는 정책, 동성 부모에게 파트너의 자식을 자신의 아이로 입적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뿐이다. 그가 유럽연합의 재정 준칙의 통제를 받아 운신의 폭이 좁은 점도 있긴 하다. 하지만 집권 '이탈리아의 형제들'은 예전만큼 극단적이지 않다. "이들은 이제 실용주의를 앞세운 (통상적인) 중도우파 정권에 불과하며, 가끔씩 약간의 정체성 정치 즉 '문화전쟁'을 펼치고 있을 뿐입니다." 로마의 LUISS대학 조반니 오르시나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유럽 문제에 대해 많은 강경 우파 정당들의 입장이 누그러져 있다. 몇몇 날을 세우고 있는 포퓰리스트들은 유럽연합(EU)을 (구 소련/USSR에 빗대어) "EUSSR"이라 부르면서 해체해버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형제들'은 집권 전에 주장했던 유로화 사용 폐기와 유럽연합의 변혁을 더 이상 주장하지 않는다. 멜로니 총리는 그 대신 유럽연합이 북부 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 남부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막아줌으로써 이탈리아를 도와주기를 요청한다. 이번 여름에 멜로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유럽연합의 행정수반)인 우르술라 폰데어 라이덴과 함께 튀니지에 가서 이민 관련 협상을 벌였다. 멜로니는 또한 유럽연합이 재정 준칙을 어느 정도 완화해줘서 이탈리아 정부가 재정지출을 좀 더 늘릴 수 있기를 원한다. 그는 심지어 유럽연합을 유럽의 평화와 문명의 수호자라고 치켜세우며 유럽주의자들에 힘을 불어넣기도 한다.


프랑스의 국민연합은 더 이상 프랑스가 유럽연합과 유로권을 탈퇴할 것을 주장하진 않는다. 물론 아직도 말로는 유럽연합에 반대하지만, 구체적인 반(反)유럽연합 정책은 제시하지 않는다. 이렇게 급진적인 정책에서 한발 뺀 것은 아마도 집권을 위해 지지기반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르펜이 집권을 하게 되더라도 그는 프랑스 대통령직이 가지는 엄청난 권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책을 실행에 옮기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현 대통령인 마크롱의 경우, 작년 재선 선거운동 기간동안 미리 국가연금 개혁을 이야기 해놨는데도 막상 실행에 옮기려 하니 엄청난 저항에 부딪히게 되었다.


극우 정당들은 일반적으로 당원들이 젊고, 또 광신적인 이념가들이 많고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들에 의존적인 경우가 많다 보니 당내 분열에 취약하다. 핀란드의 '핀인들의 당'은 첫 집권시 두개로 쪼개졌다. 이번 5월에 시작된 두번째 집권은 벌써 수많은 스캔들과 사임으로 혼란해졌다. 폴란드에서는 집권당인 '법과 정의'의 복지확대 정책이 재정긴축론자들을 실망시켰고 이들 일부는 국가연합당이라 불리는 자유지상주의 정당으로 옮겨갔다. 르펜은 자신의 극단주의적 이미지를 누그러뜨린 후 더 오른쪽에 있는 당인 '재정복'(再征復)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재정복'의 내년 유럽의회 선거 지도자는 르펜의 조카인 마리옹 마레샬이다.


이러한 혼란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네덜란드인데, 2002년 이후 일련의 우익 포퓰리즘 정당들이 갑자기 약진하다가 무너지는 경우가 이어졌다. 2019년 지방선거에서 매끈한 외모의 유럽연합 회의주의자인 티에리 바우뎃이 이끄는 민주주의포럼당이 17%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몇 달 되지 않아 이 당은 세 개로 쪼개졌고, 바우뎃은 지금은 코로나19와 이민에 대해 음모론이나 주장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정파는 3% 지지율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금년 초 '농민시민운동'이 우파의 선두주자로 짧은 기간 부상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1%로 하락해있다. 우파진영에 포퓰리즘을 내세우며 새롭게 등장한 '새로운 사회계약'에 지지자들을 빼앗겼던 것이다. 이 새로운 당은 세무당국의 횡포를 파헤치는 것으로 유명해진 국회의원이 창당했다.


이들 당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민중과 함께 엘리트에 맞선다는 어렴풋한 감정이다. 프랑스 국민연합의 새로운 입장이 잘 보여주듯, 시급한 중요 이슈에 대한 그들의 입장은 애매하다. 지역정치로 가면 그들의 후보자들이 매우 실용주의적 모습을 보인다. 지난 6월 독일 작센지역의 라군예스니츠(Raguhn-Jessnitz)라는 작은 도시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의 후보가 최초로 선거에서 당선됐다. 후보자인 한네스 로트는 에너지가 넘치는 42세의 채소농(그의 표현을 빌자면 "양배추, 스위트콘, 각종 양파"를 재배했다) 출신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코로나 테스트 기관이 너무 없어서 지역 주민들이 여행 허가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로트 씨는 자신이 코로나 테스트 기관을 직접 열었다.


로트 씨의 주 관심사는 상태가 나쁜 도로, 소방서, 도시의 예산적자(작년에 150만 유로였다)다. 예산적자가 발생한 것은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시청 난방비가 같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로트 씨는 '독일을 위한 대안'의 정책노선을 따라 해법은 중앙정부가 폐쇄해버린 핵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멈춰 세워 러시아 가스관을 다시 여는 것이라고 말한다.


당면한 문제와 동떨어진 해법 사이의 괴리는 강경 우파 포퓰리즘 정당들에 대해 매우 중요한 점 하나를 보여준다. 로트 씨는 자기 지역구 주민들이 에너지가격 폭등으로 겪는 고통을 예민하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의 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의 해법은 어느 정도 환상적인 부분이 많다. 어떤 기대를 할지 모르겠지만 러시아 가스를 싸게 도입하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는 해법이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이 기사 맨 처음에 이야기한 벨기에 신트헤네시위스로데 모임에 참여한 유권자들의 걱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들은 자기 도시의 언어가 네덜란드어에서 프랑스어로 바뀌는 것을 지켜봤다. 자기 아이들을 보낼 네덜란드어 학교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플라망의 이익'이 제시하는 해법은 환상적일 뿐이다. 플라망 지역의 독립은 가능하지 않다. 만에 하나 독립이 이뤄진다고 해도, 신트헤네시위스로데 시민들에게 주로 네덜란드말만 쓰라고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 도시가 프랑스어권 도시가 되었던 것은 관료들의 음모에 의한 것이 아니었고, 이 지역에 정착한 이민자들이 (별로 안 쓰이는) 네덜란드어 보다는 (많이 쓰이고 있는)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포퓰리즘 정당들이 공격하는 것들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것들이고 적어도 쉽사리 뒤바뀔 것 같지도 않다. 인구구성 변화, 성적 해방, 젠더 평등, 화석연료의 사용중단을 어떻게 하겠는가? '플라망의 이익'처럼 그들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제안하는 정책들은 대체로 일관성도 없고 실현가능성도 낮다. 포퓰리스트들에게 실현불가능한 이상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후보들은 이미 해결된 문제들에 대해서는 선거철에 목소리를 올릴 수가 없는 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대의 목소리 올리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것을 통해 극우 정당들은 논의의 방향 자체를 틀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확실히 그들은 편견에 따른 증오나 여성혐오와 쉽게 연결되며 법의 지배를 훼손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가끔 그들은 헝가리나 폴란드에서처럼 권력을 획득해 민주주의를 실제 훼손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욱 빈번하게, 거대한 포퓰리즘 우익 그룹들은 환상적 해법을 계속 제시하면서 눈앞의 시급한 문제를 실제 해결하려는 노력을 방해한다.


이것은 유럽연합에 필요한 것이 절대 아니다. 내년 선거로 출범하게 되는 새 유럽의회는 유럽의회의 제도개혁, 에너지 안보, 기후, 우크라이나 지원 같은 중대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만약 유럽의회 의원의 25%가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진지한 해법모색을 거부한다면, 해법을 찾아내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강경 우파가 이런 문제 해법 모색을 방해하기 위해서는 꼭 정권을 잡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25%만으로도 충분하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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