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3 14:23
2024년 3월, 채소를 키우는 농부 플로랑 세반은 삽을 내려놓고 파리로 가서 대규모 농민 시위에 합류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더 높은 품질의, 더 환경 친화적인 식품을 원하지만 농부들은 이를 따라가기에 충분한 수입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농민은 잠재적 전환의 중심에 있습니다. 하지만 관행을 바꾸길 원한다면 안정적인 수입을 지원해야죠." 세반이 덧붙였다.
프랑스 농민들은 시위로 유명하지만 이는 농업계가 목소리를 내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무대 뒤에서 농업 로비는 막대한 재정 자원, 깊은 정치적 연결, 그리고 정교한 법률 및 홍보 전문가 네트워크를 갖춘 거대하고 복잡한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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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로비는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로비로 손꼽혀 왔죠. 매우 오랜 기간 동안 끈질기게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면에서요." 비정부기구 버드라이프인터내셔널BirdLife International의 유럽 이사 아리엘 브루너Ariel Brunner가 말한다.
또 다른 NGO인 체인징마켓파운데이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계 단체들은 유럽연합(EU) 로비에만 연간 935~1154만 유로(132~163억 원)를 지출한다.
미국에서도 농업 관련 협회들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농업무역정책연구소Institute for Agriculture and Trade Policy의 농촌 전략 및 기후 변화 이사 벤 릴리스턴Ben Lilliston이 말한다. "미국의 농업 정책은 그들이 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참여과학자모임(UCS)의 분석에 따르면, 농업 분야의 미국내 로비 지출은 2019년 1억4500만 달러(1930억 원)에서 지난해 1억7700만 달러(2360억 원)로 증가했으며 이는 석유 및 가스 대기업들이 지출한 총액보다 많다.
농업이 GDP의 4분의1을 차지하는 브라질에서는 인스티투토 펜사르 아그로페쿠아리아Instituto Pensar Agropecuária가 "가장 영향력 있는 로비 단체"라고 상파울루대학의 연구원인 카이오 폼페이아Caio Pompeia가 말한다. "이 단체는 경제적 힘과 명확하게 정의된 목표, 잘 실행된 전략, 그리고 정치적 정보력을 결합하고 있어요." 그가 덧붙였다.
이러한 영향력의 결과로 대형 농기업들과 농민들은 엄격한 환경 규제로부터 면제를 받고, 상당한 보조금을 얻었으며, 유리한 세금 혜택을 유지했다.
농업계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고품질의 식량을 저비용으로 공급하려 노력하는 농민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몬산토를 소유하고 있는 독일의 작물 과학 및 농화학 그룹 바이엘Bayer은 로비가 "민주적 과정의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규제의 증가가 농부들이 더 적은 자원과 더 낮은 온실가스 배출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려는 노력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농업계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현대화와 탈탄소화의 필요성을 회피하고, 대형 농기업 그룹들이 다른 토지 소유자와 사용자들의 이익을 무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에너지, 국방 또는 담배 산업과 같은 다른 영향력 있는 로비스트들과 달리, 농업은 목가적인 목초지와 가축을 돌보는 소박한 남녀의 건전한 공공 이미지를 투사한다.
"모두가 소농小農이란 관념을 좋아해요. 농업에 대한 낭만적인 관념이죠.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먹고 살만한 사람들도 종종 이런 관념을 갖고 있어요." 이전에 유럽의회 농업위원회에 참여했던 EU 집행위원 마이리드 맥기네스Mairead McGuinness가 말했다.
릴리스턴은 "이는 막대한 돈, 기업 권력, 로비의 혼합이지만 동시에 풀뿌리 동원이기도 하다"며 특히 이것이 농업 로비를 "무시무시하게" 만든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식량 시스템은 포함되는 항목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21~37%를 차지한다. 축산에서만 이 배출량의 절반 이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농업은 선진국에서 탄소 배출에 대한 구속력 있는 제한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몇 안 남은 분야 중 하나다. 몇몇 계획이 논의 중이긴 하지만 아직 EU의 배출권 거래 제도에 포함되지 않은 몇 안 되는 산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농업이 메탄 배출 감소 프로그램에서 면제되어 있으며, 브라질에서는 지난 10년간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 대규모 의회 내 단체caucus인 '농업을 위한 의회 전선'(FPA)이 작년에 규제된 탄소 시장을 만들기 위한 법안에서 1차 농업과 축산업에 대한 예외를 확보했다.
FPA는 또한 원주민의 토지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 통과를 도왔는데, FPA는 자신들이 원주민의 권리에 반대하기보다는 토지소유권에 대한 더 큰 명확성과 농촌 내 갈등 감소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체인징마켓파운데이션의 최고경영자 누사 우르반치치는 농업에서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가 더 명확해지자—일례로 축산업은 인간이 야기하는 메탄 배출의 가장 큰 원인이다—육류 및 유제품 업계가 정책 입안자들에게 '농업 예외주의'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한다.
이는 자발적 조치와 금융 인센티브에 의존하는 "당근만 있고 채찍은 없는" 규제 접근법을 초래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식량 생산은 또한 상당한 국가 지원을 받는다. 비즈니스포네이처와 어스트랙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정부는 농업 보조금으로 연간 약 5200억 달러(693조 원)를 지출한다. EU에서는 농업 보조금이 유럽연합 전체 예산의 3분의1을 차지한다.
체인징마켓파운데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 및 식품 업계는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담배 및 화석연료 업계의 전략을 차용했다.
우르반치치가 설명하는 첫 번째 전략은 "본질적으로 그린워싱"이다. 배출량 감소 노력을 홍보함으로써 소비자와 정책 입안자들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산업의 자발적 조치를 기다리는 동안 정부에 환경 규제를 지연시키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거액의 정치 기부금과 로비를 통해 규제를 실패하게 만든다.
JBS와 카길과 같은 농업 대기업을 대표하는 미국 로비 단체인 미트인스티튜트Meat Institute는 "육류가 친환경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 식량안보와 기후 해법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세계 기후 목표에 부합하는 야심찬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NGO와 학계에 따르면, 농업 단체와 농기업들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과학적 발견에 의문을 제기하고 종종 이 분야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제시하는 대안적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연구 기간이 충분히 길지 않았다, 적절한 수의 사람들이 없었다, 결과가 결정적이지 않았다고 말하기만 하면 돼요." 뉴욕대학교의 식품영양학 및 공중보건학 교수인 마리온 네슬Marion Nestle이 말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축산 분석 부서장을 역임했던 헤닝 스타인펠드Henning Steinfeld는 2006년 축산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첫 추정치를 발표한 후 유엔 내부의 관리들이 10년 넘게 그의 팀을 "약화"시키고 "비방"했다고 말한다.
올해, 두 학자는 FAO가 한 보고서에서 그들의 연구를 왜곡하여 표현했다고 비난했다. 보고서는 개발도상국의 식단을 개선하기 위해 육류 생산 증대를 옹호했으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부유한 국가에서의 소비를 줄이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FAO에 항의 서한을 보낸 라이덴대학의 폴 베렌스Paul Behrens 부교수는 "대규모 감축이 필요하다는 게 현재 과학계의 합의인데" 고소득 국가의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보고서에서]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와 스타인펠드 모두 FAO에 파견된 외교관들이 농식품 업계를 대신해 간접적으로 로비한다고 말한다. "국가들 자체가 민간 부문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고 있어요." 스타인펠드가 말했다.
FAO의 수석 경제학자 막시모 토레로Máximo Torero는 이를 부인한다. "FAO는 기술적 작업이 회원국들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세계에서 몇 안 되는 기관 중 하나입니다." 그가 말했다.
"우리도 [각 국 정부로부터] 압력은 받아요. 정부에서 우리에게 전화하는 일이 잦지만 그건 괜찮습니다... 결국에는 회원국 정부에서 제가 뭘 바꾸도록 강요할 수 없거든요."
농업 단체와 농기업들은 로비 활동이 농민을 보호하고 식량안보를 지키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버드라이프의 브루너는 EU 전역의 농업 조합과 협동조합을 대표하는 우산 조직인 코파코게카Copa-Cogeca와 EU 관리들 간의 정기적인 회의는 농업 로비의 영향력이 "제도화"되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코파코게카의 사무총장 대행 패트릭 파가니Patrick Pagani는 로비가 정상적인 관행이며 조직 대표가 핵심 주장을 설명하는에 대한 동영상을 공개하기 때문에 "투명하다"고 반박한다.
"EU 의회가 법을 만들 때 법을 현장에서 실행해야 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가 덧붙였다.
브라질의 FPA(농업을 위한 의회전선)는 "농업과 환경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며 논란이 됐던 농약 규제 완화법—작년에 통과됐다—을 옹호했다. 작물 손실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브라질 국민의 식탁에 더 안전한 음식을 제공하며 식량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의 농부들은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와 비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많은 이들이 투입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관료주의적 규제로 인해 고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2019년에 초안이 작성된 EU의 그린딜Green Deal 기후법은 농약 사용을 줄이고 식품 시스템을 개선하며 대규모 산업형 농장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제시했다.
미국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계획과 2030년까지 미국 토지와 수역水域의 최소 30%를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30x30'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미국 농업 로비 단체들은 농업이 에너지, 물, 토지를 집약적으로 사용함을 고려할 때 두 계획 모두 농업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기후스마트농업 실천에 대한 새로운 인센티브가 부족하다고 그들은 덧붙인다.
"목장주들의 이윤폭이 매우 작은데, 기후변화와 극단적인 날씨 속에서 쇠고기를 생산해야 하면서 더욱 작아지고 있어요." 텍사스주 3000에이커(1200헥타르) 규모 농장에서 지속가능한 방목 기법으로 소를 키우는 메러디스 엘리스가 말했다.
지속가능한 관행을 장려하기 위한 자금 지원이 긍정적인 방향이긴 하지만 그는 현재로서는 기후 해법의 비용이 생산자에게 떠넘겨지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일괄적인 메탄 세금과 같은 처벌적 방식"을 피할 것을 촉구한다.
탈탄소화 노력에 큰 금액을 투자해야 할 위험성은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보조금 제도를 지키기 위한 농업계의 더 큰 공세를 촉발했다.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보조금이 옥수수와 대두 같은 작물의 과잉 생산을 장려하며, 이들 대부분이 동물 사료나 바이오 연료로 전환된다고 말한다.
참여과학자모임의 분석에 따르면 2019~2023년 사이에 대형 농기업, 식품 및 농업 협회, 기타 이익집단들이 공시에서 연방 정부 로비에 5억2300만 달러(6970억 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보고했다. 미국 상공회의소, 미국농민연맹, 코크인더스트리즈Koch Industries가 로비에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했다. 이들 단체 모두 질의에 응답을 거부하거나 답하지 않았다.
이들의 로비 대부분은 10년 동안 1조5000억 달러(2000조 원)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식품농업 법안에 집중되었다. 예산의 가장 큰 부분은 영양 관련 프로그램에 사용되지만 나머지는 농업에 사용된다.
싱크탱크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에 관한 국제 전문가 패널IPES-Food'의 라즈 파텔Raj Patel은 수혜자가 농약 회사부터 육류 생산업체까지 다양하지만 가장 큰 부분은 흉작을 맞거나 시장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토지 소유자들을 위한 보험에 사용된다고 말한다.
식품농업 법의 최신 개정안은 2023년 9월까지 통과될 예정이었지만 연기되었다. 참여과학자모임의 분석에 따르면 대형 농기업과 연관된 정치 기부자들이 하원 농업위원장인 공화당 글렌 톰슨을 포함한 법안의 주요 설계자들에게 340만 달러(45억 원)의 선거 기부금을 제공했다.
EU에서는 로비 단체들이 2028년에 발효될 공동농업정책의 차기 개정을 앞두고 이미 입장을 정립하고 있다.
현행 공동농업정책은 보조금 지급을 더 나은 환경 성과 및 농약 사용 감소와 연계하려는 시도로 인해 농민들의 비판을 받았다. 대대적인 시위 이후,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다음 공동농업정책이 "목표지향적"이 될 것이며 "인센티브, 투자, 규제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한 EU 관리는 다른 대규모 산업 대부분이 포괄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가지고 있는 반면, "농업은 여전히 공동농업정책을 어떻게 미세조정할 것인가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말한다.
버드라이프의 브루너는 공동농업정책에 대한 "집착"이 농업 조합이 이만한 권력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서는 농부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그 나라의 지배적인 농업 조합을 통해야 해요." 그가 덧붙였다.
"그래서 소득 지원을 받고 싶다면 서류 작업을 해주는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게 좋죠."
연구에 따르면 대형 농장과 토지 소유자들이 소규모 농가보다 보조금 패키지에서 훨씬 더 큰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로비 활동의 마스코트가 되는 건 종종 후자이지만 말이다.
"의회에서 증언하거나 언론에 나와 얘기하는 건 거의 언제나 농업대기업 JBS의 CEO가 아니라 일반 농부죠." 릴리스턴이 말했다.
하지만 NGO 환경워킹그룹Environmental Working Group에 따르면 1995~2023년 미국 농부들에게 지급된 보조금의 약 27%가 수령자 중 가장 부유한 1%에게 갔다. EU에서는 공동농업정책에 따라 지급되는 보조금의 80%가 단지 20%의 농장에 돌아간다.
이는 농업계 내에서 긴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채소 농부인 세반은 농업 로비가 지난 봄의 농민 시위를 "탈취"하고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두었다고 말한다. 평범한 농부들의 주된 관심사는 불충분한 소득 문제였는데 로비는 거대한 산업형 농장과 농기업의 이익에 봉사했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 최대 농업 로비 단체인 FNSEA가 "농민의 소득을 보장하는 데는 관심이 없지만" 농약 사용을 추진하는 데는 "엄청난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농산업 회사 아브릴Avril의 회장인 아르노 루소가 FNSEA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FNSEA는 질의에 대한 응답을 거부했다.
EU의 대표적인 청년 농부 기구인 CEJA의 사무총장 마리온 피코는 유럽연합 차원에서는 회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종종 코파코게카의 더 지배적인 목소리에 묻힌다고 느낀다고 말한다. "우리는 다른 농업 단체에서 젊은 농부들이 좀 더 부각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코파코게카의 전 사무총장 페카 페소넨은 이 단체가 EU에서 전 연령대를 가장 잘 대표하는 산업 로비 단체라고 주장한다. 또한 국제적인 영향력도 가지고 있다. 코파코게카 관계자들은 2년마다 캐나다농민연맹, 미국농민연맹, 멕시코 전국농축산위원회Consejo Nacional Agropecuario의 카운터파트들을 만난다.
2023년 9월의 최근 회의 전에 발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들은 "농업에 영향을 미치는 시급한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향해 협력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세계적 협력은 농업 단체들에게 더 큰 영향력을 준다고 한다. "그들은 정부의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국제법정에서도 활동하죠." 릴리스턴이 말한다.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합니다."
우리가 농업에 대해 갖는 환상 하나는 농업이 친환경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서울 근교에서 볼 수 있는 논과 밭을 잘 살펴보면 각종 농약과 비닐 등이 사용된 후 버려지는 걸 쉽게 볼 수 있죠. 경기도 너머로 나가면 축사 근처를 지날 때마다 분뇨로 인한 악취로 차 안에서도 코를 틀어막기 일쑤입니다. 인간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4분의1 정도가 농업(상당 부분 축산)에서 나온다는 현실 때문에 최근 세계 각국에서 농업의 탄소 저감 규제를 추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농업에 대한 또다른 환상은 소규모로 목가적인 분위기에서 농사를 짓는 소농小農의 이미지입니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 유럽 등 주요 농업국의 농업은 이미 상당히 산업화가 돼 있습니다. 정부기관부터 농민단체까지 한국의 농업계가 열심히 벤치마킹하는 유럽만 하더라도 평균 농지면적이 16헥타르로 한국의 1.5헥타르에 비해 10배 이상 크고, 미국은 어마어마한 180헥타르 입니다. 그러다보니 업계 전반적으로 산업형 농가(농기업)와 소농의 격차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농기업들이 주축이 된 농업 로비가 대외적으로는 '소농'의 이미지를 활용해 대중의 지지를 얻고 정부를 압박하는데 실제로는 농기업의 이익을 주로 대변한다는 데 있습니다. 유럽연합 예산의 3분의1이 농업 관련 보조금임에도 불구하고 소농들이 허덕이고 있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농지 규모가 1.0헥타르가 안되는 '극소농'이 농가의 70%가 넘는 한국에서 유럽을 비롯한 타국의 경험에서 직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만, 농업 로비의 영향력을 파헤친 파이낸셜타임스의 8월 25일자 기사는 이미 어느 정도의 산업화를 이루고 각종 영향력을 활용해 농기업에 유리한 규제 양보를 얻어내는 세계 농업계의 추세를 좀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