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 17일, 영국 브리지워터 인근 힝클리 포인트 C 원자력 발전소에서 인부들이 지상 크레인 '빅 칼'이 들어 올린 245톤의 돔형 지붕을 두 번째 원자로 건물 위에 설치하기 전 대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2025.09.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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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다시 원자력 강국으로Make america nuclear again."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에너지부 장관을 역임했던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의 목표다. 페리 전 장관은 이 구호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7월 4일,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및 데이터센터 복합단지 건설을 목표로 하는 기업 '페르미 아메리카'를 출범시켰다. 텍사스 팬핸들 지역의 목축 도시 애머릴로Amarillo 외곽에서는 붉은 흙을 옮기는 불도저 작업이 한창이다. 이곳에는 먼저 천연가스와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 들어서고, 이후 재래식 원자로와 여러 기의 소형모듈원자로(SMR)가 건설되어 총 11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지난 20년간 원자력 에너지 업계는 순탄치 않았다. 일부 국가에서는 원자력이 에너지 믹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 기간 유럽이나 북미에서 공기와 예산에 맞춰 완공된 원자력 발전소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재생에너지 비용이 급락하면서 이미 비용이 많이 드는 미국, 영국, 핀란드의 원자력 프로젝트들은 공사 지연과 막대한 비용 초과 문제에 시달렸다. 하지만 지난 8월 25일, 원자력에 대한 열기를 보여주는 최근의 움직임으로 페르미 아메리카와 원자력 기술 기업 웨스팅하우스는 애머릴로에 웨스팅하우스의 대형 AP1000 원자로 4기를 건설하기 위한 승인을 추진하는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길었던 원자력의 겨울이 끝나고 봄의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것일까?
원자력에 대한 낙관론이 커지는 것은 세 가지 변화를 반영한다. 첫째, 많은 서방 국가 정부들이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전력 공급원을 점점 더 원하고 있다. 둘째, 빅테크 기업들의 안정적인 전력에 대한 갈증과 탄소 배출에 대한 우려가 자금력 있는 친환경 후원자를 등장시켰다. 셋째, 새로운 운영 및 금융 모델이 원자력의 취약한 경제성을 개선할 수 있다. "이번에는 뭔가 달라요." 세계원자력협회(WNA)의 회장 사마 빌바오 이 레온은 강조한다.
이러한 태도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은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50년까지 국내 원자력 발전 용량을 4배인 400GW로 늘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비현실적으로 야심찬 목표이긴 하지만 이는 정치권을 움직이게 했다. 지난 7월 통과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은 원자력 산업에 막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텍사스와 같은 공화당 주들은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일부 민주당 주들도 마찬가지다. 2021년에 대형 원전을 폐쇄했던 뉴욕의 관리들은 이제 주 소유 전력회사가 새로운 원전을 짓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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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건너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6월 원자력 발전 용량이 100GW에서 2050년까지 최대 145GW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독일은 유럽연합 법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녹색'으로 분류하는 데 대한 반대를 철회하여 프랑스가 신규 원전 6개를 더 쉽게 건설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7월 영국 정부는 380억 파운드(71조 원) 이상의 비용이 들 수 있는 대형 원자로 2기인 사이즈웰C 프로젝트의 추진을 최종 결정했다.
한편 스웨덴은 최근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여 적합한 부지로 운송할 수 있는 소형 발전기인 소형모듈원자로(SMR) 여러 기를 건설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SMR은 아직 상업적으로 실현 가능하진 않지만 대형 원자로보다 자본 지출이 적고 확장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120개가 넘는 기업들이 SMR 개발에 뛰어들었다. 바클레이즈 은행은 2030~2050년 사이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지역의 순 원자력 발전 용량이 50% 이상 증가하여 450GW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며, 이 중 SMR이 전체의 40~60%를 차지해 1조 달러(1400조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수십 개의 스타트업들이 거의 무한한 청정에너지의 가능성을 지녔지만 훨씬 더 위험한 도전 과제인 핵융합을 추구하고 있다.
거대한 야망
빅테크 기업들은 두 종류의 기술 모두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SMR 스타트업들은 2024년 초 이후 20억 달러(3조 원) 이상을 유치했다. 지난 6월에는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후원하는 오클로Oklo가 4억6000만 달러(6400억 원)를,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가 6억5000만 달러(9100억 원)를 각각 조달했다. 구글은 카이로스파워Kairos Power가 2035년까지 일군의 SMR을 개발하는 것을 돕는 계약을 체결했다. 핵융합 스타트업들도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역시 후원하는 커먼웰스퓨전시스템스Commonwealth Fusion Systems는 8월 26일 8억6300만 달러(1조2000억 원)의 신규 자금 유치를 발표했다. 종합하면 핵융합 스타트업들은 7월까지 1년간 26억 달러(3조6400억 원)를 조달했다.
구글의 마이클 테럴은 테크 업계가 재생에너지를 보완하기 위해 원자력으로부터 "깨끗하고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구글이 '단기, 중장기적'으로 원자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테럴은 단기적으로는 수명 연장, 재가동, 출력증강uprating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증된 설계를 사용하는 대형 발전소와 SMR이 그 다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핵융합이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 최대 민간 원자력 발전소 운영사인 콘스텔레이션에너지Constellation Energy가 운영하는 일리노이주의 클린턴 발전소는 빅테크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보여준다. 이 발전소는 저렴한 셰일가스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어 주 보조금이 끊기는 2027년에 폐쇄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페이스북을 소유한 메타가 지난 6월 원자력 발전으로 얻는 탄소배출권을 받는 대가로 발전소의 수명 연장에 자금을 지원하는 20년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는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의 폐쇄된 원자로를 재가동하기 위해 유사한 계약을 맺었다.
클린턴 발전소는 또 다른 교훈을 준다. 콘스텔레이션은 생산량 확대를 위해 장비, 소프트웨어, 공정에 투자하고 있다. 콘스텔레이션 CEO 조 도밍게스는 이러한 점진적인 개선을 통해 미국 원자력 발전 설비에 7~10GW가 추가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도밍게스 CEO는 빅테크의 지원 덕분에 기존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30GW의 전력이 시장에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원전 산업에 돈을 쏟아붓는 것은 빅테크뿐만이 아니다. 원자력 개발사와 공급망 업체들은 기업 공개를 통해 수억 달러를 조달하고 있으며 상장된 원자력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산업 지원 행정명령을 내린 이후 급등했다. 오클로의 CEO 제이콥 드위트는 이렇게 말한다. "정부 자금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희소성 기반의 사고방식이 더는 없기 없기 때문에, 우리는 목표를 향해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원자력 낙관론의 세 번째 이유로 이어진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의 암울한 경제성을 해결하는 새로운 금융 모델과 운영 방식의 출현한 것이다. 바클레이즈가 지적하듯이 일반 원자력과 SMR 비용 모두 "오늘날 전력 시장 가격을 초과한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은 5년 안에 예산에 맞춰 대형 원자로를 건설하는 것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두 나라는 설계를 표준화하고 부지당 여러 개의 원자로를 건설했으며,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신속하게 다음 프로젝트로 돌입해 인력과 공급망을 활성 상태로 유지했는데 이 모든 것이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었다.
과학 저널 '네이처'에 실린 존스홉킨스대학교 대니얼 캐먼Daniel Kammen과 공동 저자들의 새로운 논문은 수요 확실성을 제공하고 공급망 투자를 촉진하는 데 있어 중국의 "광대하며 확장 중인 전력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매우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서방에서도 이러한 수요를 재창출할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투자은행 구겐하임증권의 짐 셰퍼는 (빅테크 기업과 같은) 산업 내 전력 다소비 기업들을 모아 위험 분담 파트너십과 시장 가격 이상의 장기 계약을 통해 원자력 발전 설비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모델을 지지한다. 그 대가로 이 기업들은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받게 될 것이다. "평범한 전력회사와 그 고객들은 '최초'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댈 여유가 없어요." 그는 설명한다.
개선이 필요한 시점
금융 혁신도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운영상의 발전 또한 필요하다. "한두 개로는 안 되고 열 개를 만들어야 해요... 일련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가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비영리단체 클린에어태스크포스(CATF)의 아먼드 코언은 주장한다. 웨스팅하우스도 이에 동의하는 듯 하다. 웨스팅하우스는 2030년까지 미국에 AP1000 발전소 10기의 건설을 시작하기를 원한다. 스타트업 뉴클리어컴퍼니The Nuclear Company도 비슷하게 "한 번 설계해서 많이 짓는" 접근법을 계획하고 있다. 회장 패트릭 멀로니는 동일한 발전소 6개를 짓기 위해 고객 연합을 구성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원자력 르네상스를 좌절시킬 수 있는 것들은 많다. 새로운 혁신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은 여전히 골칫거리다. 과도한 규제는 여전히 장벽이며 규제를 줄이려는 노력은 대중의 반발을 살 위험이 있다. 공급망은 저개발 상태고 숙련된 노동력은 부족하다. 업계에서 평생을 보낸 이들이 절실히 느끼듯,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는 모두 변덕스러울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척자들은 굴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규모를 키우고 상업화하는 데 필요한 정부 자금이라는 편안한 나무그늘이 없어요." SMR 스타트업 엑스에너지X-energy를 운영하는 클레이 셀은 단언한다. 엑스에너지는 텍사스에 있는 다우 석유화학 시설에 첫 원자로 4기를 건설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마존은 엑스에너지의 확장에 투자했으며 원자로 수십 기를 배치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약속했다. 그는 "지금은 1960년대 상업용 원자력 시대의 여명기보다도 원자력 혁신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본다. 이는 아직 현실은 아닐지라도 업계의 치솟는 야망을 반영하는 주장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재생에너지 업계의 빠른 성장으로 원자력 에너지는 이제 화석연료와 함께 '과거'의 에너지원으로 남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원자력 업계는 글로벌 호황을 맞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각국 정부의 노력과 함께,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끄는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전력 수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들이 이제 원자력 에너지의 가장 큰 후원자로 나서고 있죠. 여기 소개하는 이코노미스트 9월 4일자 기사는 조심스럽게 원자력 업계의 '부활'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원전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는 숙련된 인력, 노하우와 공급망을 유지하는 것이 원천기술 못지않게 중요한데 이것은 꾸준히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어야 가능합니다. 기사는 중국과 더불어 원자력 발전소를 기한 안에 경제적으로 건설할 수 있는 국가로 한국을 꼽습니다. 한국의 원자력 경쟁력을 어떻게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