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 중국의 새로운 경제특구 실험

중국 남부의 큰 섬에서 추진되는 자유무역항 개혁이 다른 지역의 변화까지 촉발할 수 있을까?

2025년 12월 18일(현지시간) 중국 남부 하이난성 단저우 양푸항에서 석유화학 원료 17만9000톤을 실은 선박이 정박해 있다. 이날 중국은 하이난 자유무역항(FTP)에서 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 통관 운영을 시작했으며, 양푸항에 도착한 이 선박은 특수 통관 절차를 거친 첫 번째 무관세 석유화학 원료 적재 화물선이다. /사진=신화/뉴시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2월 1일자)는 중국 최남단 하이난섬에서 진행 중인 거대한 경제 실험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대만 면적에 육박하는 이 섬은 현재 '자유무역항'이라는 이름의 특구로 변모 중입니다. 파격적인 감세 정책은 물론이고 규제 또한 최소화했습니다. 단적으로, 중국 본토에서는 엄격히 금지된 해외 소셜미디어 접속이 이곳에서는 허용됩니다. 사실상 '제2의 홍콩'을 건설하겠다는 야심 찬 구상입니다.


돌이켜보면 중국에게 홍콩은 보배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오랜 기간 사회주의 노선을 걸어온 중국은 촘촘한 중앙관료제를 통해 사회를 통제해 왔는데, 이러한 환경에서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시장경제가 싹트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권 밖에 있던 홍콩은 중국에 '숨 쉴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중국은 자유의 힘을 홍콩에서 찾았고, 그 인접 지역인 선전에 특구를 설치해 홍콩의 활력을 성공적으로 흡수했습니다.


지금 중국은 하이난이라는 새로운 무대를 통해 자유의 공간을 다시 한번 확장하려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정교한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특구'라는 형식을 빌려 경제적 자유는 허용하되, 지리적 격리를 통해 정치적 위협은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자유의 효용은 취하고 리스크는 관리하겠다는 이 전략이 또 한 번의 성공을 거둘지는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입니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관료제적 통제가 강한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도 거제도와 같은 남해안의 섬들을 홍콩처럼 과감한 '규제 프리존'으로 지정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기존의 잣대를 걷어낸 그곳에서 수많은 청년 기업가가 창업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재도전하는 경제 실험장을 만드는 일,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중국 관리들은 열대 섬 하이난(海南)을 세계 최대 자유무역항으로 전환하기로 한 결정을 연일 치켜세우고 있다. 이 조치는 지난해 12월 발효됐으며, 방대한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인들에게 중국의 개방이 "중대한 도약"을 이뤘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은 이 결정이 미국이 주도하는 보호무역 강화 흐름에 맞서는 사례라고 강조한다. 하이난은 이 같은 홍보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모래사장과 5성급 리조트를 넘어서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이번에는 과연 다를까.


중국 지도자 시진핑이 2018년 처음 하이난 자유무역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일부 관측통들은 그가 새로운 홍콩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즉, 외국인들에게 중국 시장으로 향하는 관문이자 중국과 연계된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하는 자유무역 허브를 조성하려는 의도였다는 해석이다. 현재로서는 하이난의 목표가 그보다는 다소 절제된 수준이다. 다만 자유무역항이 적용되는 면적은 막대하다. 하이난은 대만과 거의 맞먹는 크기로, 홍콩보다 30배나 넓다.


그럼에도 변화의 폭은 크다. 새 자유무역항 체제에 따라 전체 상품의 74%가 무관세로 하이난에 반입될 수 있다. 이들 상품이 하이난에서 최소 30% 이상의 부가가치를 더하는 가공을 거칠 경우, 동일한 무관세 조건으로 중국 본토로 반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투자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전략 산업 분야 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은 15%로 상한이 설정된다. 이는 중국 본토의 각각 35%와 45%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하이난은 또한 자본의 국경 간 이동을 보다 용이하게 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금융 시스템은 여전히 자유로운 홍콩보다는 더 많은 제약을 유지할 전망이다. 미국을 포함한 86개국 국민은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다.


하이난이 금세기 중반까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자유무역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오랫동안 따라다닌 변방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평판은 과거 제정(帝政)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황제의 조정을 거슬러 노여움을 산 정치인과 시인들이 이곳으로 유배됐다. 1984년 중앙정부가 중국 다른 지역에서는 제한되던 외국 상품의 수입을 하이난에 허용했을 때, 이 섬은 대규모 폭리 스캔들로 악명을 떨쳤다. 4년 뒤 하이난은 광둥성에서 분리돼 별도 성(省)으로 승격되며 이미지 쇄신의 기회를 맞았다. 동시에 중국 유일의 성(省)급 경제특구로 지정돼, 보다 자유로운 경제 개혁 실험을 허용받았다. 그러나 성과는 엇갈렸다.


관광 산업은 호황을 누렸다. 중국의 혹한지대인 북부 주민들과 러시아인들이 겨울이면 대거 몰려든다. 봄철에는 중국판 다보스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을 위해 세계 각국의 거물 인사들이 방문한다. 우주 마니아와 모험가들도 하이난을 찾는다. 중국의 가장 강력한 로켓들이 이 섬 연안에서 발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섬의 전반적인 경제 성적표는 부진했다. 투자 열풍은 부동산 붕괴와 방치된 테마파크로 이어지곤 했다. 2024년 1인당 GDP는 약 7만6000위안(약 1만900달러)으로, 중국 내 다른 특별경제구들뿐 아니라 전국 평균에도 못 미쳤다. 같은 해 하이난의 GDP는 약 1140억 달러로, 중국 내에서도 낮은 수준에 속했다. 홍콩과 접한 중국의 대표적 경제특구인 선전과 비교하면, 하이난은 한층 황량해 보인다. 본토와 20~30km 폭의 해협으로 떨어져 있고 이를 잇는 인프라도 부족해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다.


그러나 바로 그 고립성, 그리고 북쪽으로 2300km 떨어진 베이징의 강력한 관료 조직으로부터의 거리감이 자유무역항 구상에는 오히려 자산이 될 수 있다. 하이난은 다른 지역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개혁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을 갖췄다고 자평한다. 특히 주목받는 실험은 지난해 도입된 시범 조치로, 기업들이 보다 완화된 인터넷 접근 권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본토에서는 차단된 구글이나 X 같은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베이징 지도부는 하이난에서의 일정한 위험 감수가 오히려 이로울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여전히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신호를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자유무역항 설립을 "개방적인 세계 경제"를 촉진하기 위한 "이정표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지지자도 적지 않다. 정부 자문을 맡고 있는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 교수는 "반에서 가장 젊고 용감한 학생이 깊은 물에서 수영할 수 있도록 허락받은 셈"이라며 "그러면 학급 전체가 하이난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난은 새 무역 규정의 최대 수혜 분야 중 하나로 의료 관광을 기대하고 있다. 이 섬에는 '보아오 호프 시티(Boao Hope City)'라는 '특별 의료 구역'이 조성됐다. 야자수 밭 사이로 사립 병원들이 들어섰고, 이들 병원은 해외에서는 승인됐지만 중국 내에서는 아직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일부 병원은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한 병원에서는 파란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회원들이 연간 최소 50만 위안을, 주황색을 입은 회원들은 최소 100만 위안을 내고 가입했다. 리조트를 연상시키는 병실은 부유한 중국인들로 예약이 꽉 차 있다.


가공 산업도 자유무역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인기 음료 브랜드 미쉐빙청(蜜雪氷城, Mixue)은 커피 원두를 무관세로 수입해 음료로 가공한 뒤 추가 관세 없이 중국 다른 지역에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현지에 공장을 세웠다. 홍콩 기업 스와이어퍼시픽(Swire Pacific) 역시 자회사를 통해 중국 시장용 코카콜라 병입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외국 기업인들은 하이난이 인재 부족과 잘 통합된 공급망 부재로 인해 본토의 기존 제조업 중심지들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자동차 업계 임원은 고위 관리의 권유로 하이난 투자를 검토했지만 "사업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하이난은 본토의 잠재 투자자들을 섬으로 초청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방문 이후, 레이쥔은 자신의 비디오게임 개발 회사를 푸젠성에서 하이난 남동부 링수이(陵水)로 이전했다. 그는 기후와 보조금 정책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레이쥔의 직원들은 2009년 시작된 '국제 관광 섬'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진 빌라에서 무상으로 거주하면서 근무한다. 이 건물들은 한때 방치돼 있었는데, 이는 하이난의 부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숙련 인력 채용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하이난의 많은 경영자들처럼 그는 본토에서 이주할 의향이 있는 숙련 노동자를 찾아야 한다. 다만 미래의 인력 공급 기반은 형성되고 있다. 인근에는 영국, 캐나다 및 중국 각지 대학의 분교 26곳이 건설 중이며, 일부는 이미 문을 열었다.


외국 기업들에는 적어도 초기에는 제조업보다 교육, 보건, 기타 서비스 산업이 더 밝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1987년 베이징에서 하이난으로 파견된 1세대 관리 중 한 명인 츠푸린(遲福林, 74세)은 현재 하이커우(海口)에 본부를 둔 국영 싱크탱크 중국개혁발전연구원(CIRD) 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하이난이 그동안 외국 기업에 거의 닫혀 있던 중국 서비스 부문의 개방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하이난은 해당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에 적용되는 네거티브 리스트가 가장 짧은 지역이다.


평생을 하이난 개혁에 바쳐온 그는 자유무역항 프로젝트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을 내놓는다. 그는 이를 비유로 설명했다. 한파가 닥쳐도 열대 복장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주민들의 습성을 거론하며 "겉에는 패딩 점퍼를 입고 아래에는 슬리퍼를 신는 곳이 하이난"이라며 "이곳에는 타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습관을 바꾸는 것은 장기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전체 환경이 급격히 변해 폭설이 내린다면, 여전히 슬리퍼를 신을 수 있겠는가?" 하이난에 부는 이 '겨울 바람'이 정말 개혁할 수 있는 자유를 싣고 온다면 환영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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