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評천하] 이란 '실세' 라리자니 폭격으로 사망, 트럼프 "방중 연기" 外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함(LHA-7)이 2026년 3월 17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해협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압도적 정보력을 기반으로 이란의 강경파 지도자로 보이는 인사들을 정밀폭격해 제거하고 있습니다.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현재 종적을 감추고 있고, 안보 부문 최고 실세로 알려진 알리 라리자니와 함께 혁명수비대의 바시지 민병대 총사령관 골람레자 솔레이마니, 이스마일 하티브 정보부 장관도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해서는 최고 지휘부를 계속 표적 공격해 제거함으로써 헤즈볼라를 와해 일보 직전까지 밀어붙였습니다. 이란에 대해서도 이런 전략을 적용해 강경 인사들은 제거하고, 상대적으로 온건한 인사들을 살려둠으로써 자연스럽게 이란의 대외정책 기조를 바꾸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스라엘이 가장 원하는 것은 '레짐 체인지' 즉 이란 신정정치체제를 바꿔내는 것입니다.


한편, 미국은 '레짐 체인지'와 이란 핵프로그램 폐기 사이에서 전쟁 목표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11월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가 급등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급선무가 되어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이란 석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하르그 섬을 포함해 호르무즈해협과 페르시아만의 주요 거점 도서를 점령하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하르그 섬은 점령 후 협상 카드로 사용하고, 다른 섬들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해 점령하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 2500명 가량이 소형 항공모함급인 상륙돌격함 3척과 함께 중동지역으로 이동중이며, 아마도 다음 주 초에는 호르무즈 해협 근방에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륙돌격함에는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등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해병대를 이용한 상륙작전이 개시된다면 우선 호르무즈 해협 돌파를 위해 해협 입구 도서를 점령하는 전투가 벌어질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31일~4월 2일로 예정되었던 방중(訪中) 일정을 "대략 5 내지 6주 뒤로" 연기하겠다고 했습니다. 즉, 미중 정상회담을 5월 중에 가질 생각이라는 것인데, 당분간 이란 전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트럼프의 머리 속에는 5월 중순 전까지 이란 문제를 일단락 짓겠다는 계획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주 초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 2500명과 강습돌격함 3척이 호르무즈 해협 근방에 도착하게 되면 곧이어 상륙작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 근방의 도서를 점령하는데 성공하게 되면, 페르시아만 안으로 진입해 페르시아 만 깊숙한 곳에 위치한 하르그 섬까지 점령을 시도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의 머리 속에는 이런 시간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쪽 지형이 산악이 많은 지형이라 미국의 공격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항공기의 폭격만으로는 산악에 동굴을 파고 숨겨놓은 해안포, 대함미사일, 드론, 기뢰를 모두 파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바다의 지뢰'인 기뢰를 수천 발 내지 1만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란이 미국과 서방을 상대로 기뢰전을 펼치게 되면 유가는 직격탄을 맞게 될 것입니다. 특히 페르시아만 석유, LNG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본, 한국 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됩니다. 기뢰는 가장 기초적인 부유(浮遊) 기뢰도 있지만, 배의 엔진과 스크류의 '성문(聲紋)'을 파악해 선박을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스마트한 고급 기뢰도 있습니다. 물론 이란은 중국 유조선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저가 기뢰가 많아 사용에 주의할 것입니다만, 정권 유지가 위태로워질 경우엔 무차별적인 기뢰전을 전개할 것입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유가 폭등'이라는 무기 앞에서 굴복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만약 트럼프가 굴복하게 된다면 그는 공개적으로는 "우리가 승리했다"고 선언하고 '핵 프로그램'에서 이란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선에서 외교적 합의를 하게 될 것입니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에게 호르무즈 해협으로 함정을 파견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전쟁을 중단하라고 쓴소리를 했고, 한국과 일본은 '미국측의 공식 요청이 없었다'며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유럽 국가들은 "불참"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작전의 전개 상황에 따라 한국 등에 함정 파견 요청의 강도를 조절하게 될 것입니다. 즉, 전황이 심각해지는 경우 미국의 함정 파견 요청을 거부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한국의 유조선을 보호하는 일을 한국 해군이 해주는 것이 옳지 않나'라는 논리를 반박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야구월드컵'으로 불리는 WBC 결승전에서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3-2로 꺾고 첫 우승을 거뒀습니다. 이 결승전은 '마두로 더비'로 불리면서 관심을 집중시켰는데, 베네수엘라가 세계 1위로 평가되는 미국의 드림팀을 꺾었습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WBC 우승을 기념해 3월 18일~19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베네수엘라는 축제 분위기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결승전에 진출했을 때 자신의 트루스소셜 SNS에 결승 진출을 축하를 하면서 미국의 "51번째 주"가 될 것을 권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베네수엘라가 우승하자 "주의 지위(Statehood)!"라는 짧은 글을 또 올렸습니다. 야구를 이렇게 잘하는 베네수엘라라면 미국의 주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베네수엘라를 미국에 합병할 수 있다면 남미에 교두보가 만들어지고 세계 최대 매장량으로 평가되고 있는 베네수엘라 석유를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베네수엘라가 경제적으로 피폐해 있기 때문에 상당수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미국 편입에 찬성하는 입장일 수도 있지만, 국가의 독립을 원하는 국민들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51번째 주" 이야기는 작은 에피소드로 끝날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WBC 결승전에서 미국을 격파하고 우승한 것으로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자존심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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