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항(內港)을 둘러싼 방어 네트가 열리자 검은 지느러미를 가진 포식자가 미끄러지듯 빠져나온다. 몇 분 뒤 열린 바다에 도달한 그것은 크게 숨을 내쉰 뒤 열대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춘다. 괌의 아프라항을 출항한 미 해군 애너폴리스 함은 바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로, 태평양의 지배권을 둘러싸고 중국, 러시아와 조용하지만 점점 격화되는 경쟁에 나서고 있다.
군함은 시끄럽다. 트럭처럼 굉음을 내며 움직인다. 그러나 핵추진 공격잠수함은 다르다. 테슬라 차량처럼 낮게 윙윙거릴 뿐이다. 수개월 동안 애너폴리스 함 승조원 145명(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여성은 1명이었다)은 인공 조명과 재활용 공기로 가득한 초현실적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외부와 거의 단절된 채, 창문 없는 우주선처럼 숨 막히는 암흑 속을 가로지르는 것이다. 핵추진 덕분에 항해를 제한하는 주요 요소는 연료도, 공기도, 담수도 아니다. 식량이다. 이 같은 공학의 경이로움은 그래서 과적된 캠핑카처럼 출항한다. 바나나는 배관에 매달려 있고, 땅콩버터 병은 좌석 쿠션 틈 사이에 쑤셔 넣어진다. 수심 깊은 바닷속에서 조리실은 매일 빵을 굽는다. 압축된 밀가루는 폭신한 롤빵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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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기압이 넘는 압력이 선체를 짓누르는 공간 안에서 승조원들을 살아 있게 유지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위업이다. 클린턴 에머리치 함장은 "바닷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매 순간 우리를 죽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잠수함은 공식적으로 수심 240m 이상까지 잠항할 수 있으며 시속 25노트 이상으로 항해할 수 있다. 실제 수치는 기밀이며 아마 훨씬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잠수함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마크-48 어뢰, 기뢰, 그리고 아마도 다른 무기들까지 탑재하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 잠수함들은 지상 목표물을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적 함정을 향해 어뢰를 발사해 이란 호위함 데나를 격침했다.
애너폴리스 같은 로스앤젤레스급 잠수함(34년째 운용 중)과 보다 최신형인 버지니아급 잠수함 등 괌에 배치된 공격형 잠수함들은 미국 잠수함 승조원들 사이에서 "창끝"으로 불린다. 향후 중국과 전쟁이 벌어질 경우, 이들은 가장 초기이자 가장 강력한 타격을 가하는 전력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이들의 임무는 적의 탄도미사일 잠수함 추적부터 정보 수집, 특수부대 침투 지원까지 다양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억제력이다. 어느 날 갑자기 호주나 한국 근해에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혹은 중국 군함 근처에 은밀하게 부상해 잠행 능력을 과시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척이 동시에 여러 중국 함정들 근처에 나타날 수도 있다.
수중
심해(深海)는 미국이 여전히 중국에 대해 분명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마지막 영역이다. 전장이 각종 센서로 가득 차 점점 더 투명해지는 상황에서 "수중(水中)은 숨을 수 있는 마지막 장소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전직 잠수함 승조원인 토머스 슈가트는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해저(海底) 지배력 역시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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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군대"인 잠수함 부대는 양측의 역량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 잠수함 승조원들은 태평양을 거의 미국의 호수처럼 돌아다닌다고 말하곤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중국 잠수함이 너무 시끄러워 미국 서부 해안에서도 들릴 정도라고 농담했다. 이제는 아니다. 조롱은 경계심으로 바뀌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수상함대를 구축하고 가장 빠르게 핵무기를 증강해 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제 중국 잠수함 전력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현재 중국 잠수함 전력은 대부분 재래식 동력 잠수함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속도와 항속거리가 제한적이어서 주로 자국 인근 해역에서 선박 공격에 활용된다. 그러나 미국 정보당국은 향후 10년 안팎 동안 새로운 세대의 핵추진 원양 잠수함이 중국 잠수함 전력의 주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태평양과 인도양, 북극 접근 해역, 나아가 대서양에서까지 미국의 우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군 관계자들은 중국이 러시아 기술의 도움을 받아 훨씬 더 조용한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중국이 러시아의 난항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대가로 기술을 넘겨받았거나, 혹은 기술을 몰래 훔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리처드 사이프 미국 잠수함 전력 사령관은 최근 의회 증언에서 "중국의 최신 잠수함 모델들은 미국 해군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수중 우위에 도전할 정도의 첨단 기술을 통합한 강력한 전력"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브룩스 미 해군 정보국장(해군소장)은 중국이 내년에 70척, 2035년까지는 80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이 가운데 약 40척이 핵추진 잠수함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이전 예상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현재 미국은 모두 '핵추진'으로 구성된 67척의 잠수함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영국과 함께하는 잠수함 건조 협력체인 오커스(AUKUS)를 통해 호주에 핵추진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오커스 잠수함은 2040년대에나 인도될 예정이다. 그 사이 미국은 2030년대에 버지니아급 잠수함 3~5척을 호주에 판매하겠다고 약속했다. 호주 해군 승조원들은 이미 미국 잠수함에서 훈련을 받고 있으며, 미국 잠수함들은 내년부터 퍼스 인근 기지에서 정기적으로 배치 작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미국과 한국은 지난해 새로운 "헌터-킬러" 핵추진 잠수함(SSN)을 공동 건조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건조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한국 재벌기업 한화오션은 필라델피아에 새로운 '스마트' 조선소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곳이 향후 잠수함 건조 기지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 역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잠수함 건조는 열악한 제조업 역량 때문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미국과 호주는 미국 잠수함 산업 기반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주요 스포츠 경기 중계 때 방영된 '잠수함을 건조한다(Build Submarines)' 광고는 젊은 미국인들에게 용접공과 기타 기술직 훈련을 받을 것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연간 버지니아급 잠수함 2척을 건조해야 한다는 목표에 미달하고 있다. 호주에 잠수함을 공급하려면 연간 생산량을 약 2.33척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실제 생산량은 컬럼비아급 SSBN 1척(노후한 오하이오급을 대체할 장거리 핵미사일 발사 가능 대형 핵추진 잠수함)을 추가로 건조하는 것까지 포함해도 연간 겨우 버지니아급 1.1~1.2척 수준에 그치고 있다.
목표치 미달
미국 잠수함 전력은 10여 년 전 70여 척에서 현재 67척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는 공격형 핵잠수함(SSN) 49척, 핵탄도미사일 발사 가능한 핵잠수함(SSBN) 14척, 재래식 미사일 발사 가능한 중형 잠수함(SSGN) 4척이 포함된다. 향후 전력은 더 줄어 63척까지 감소한 뒤, 이론적으로는 2054년에 66척 수준으로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이 역시 미 해군이 목표로 하는 공격형 핵잠수함(SSN) 66척에는 크게 못 미치는 규모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극심한 정비 적체로 인해 공격형 핵잠수함의 3분의 1이 정비 중이거나 사실상 놀고 있다는 점이다. 미 해군 보이시(Boise) 함은 너무 오랫동안 작전에서 이탈해 있었다. 2017년부터 묶여 있던 이 잠수함은 결국 미 국방부가 올해 퇴역시키기로 결정했다. 정비와 수리를 가속하기 위해 하와이 진주만에는 새로운 드라이도크(건선거)가 건설되고 있으며, 내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정기적인 '창정비'에는 18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 1942년 미드웨이 해전을 앞두고 크게 손상된 항공모함 요크타운 함을 단 3일 만에 다시 바다로 내보냈던 미국 조선소의 전시(戰時) 업적은 이제 희미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영국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 의회의 한 보고서는 지난달 "황폐화된 잠수함 산업 기반"의 업그레이드 지연을 포함한 각종 "결함과 실패"가 오커스 계획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으며, 이는 "영국 국가안보와 오커스 파트너들에 대한 신뢰 모두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안감을 느낀 호주 전문가들은 이제 '플랜 B' 선택지를 논의하고 있다. 한편 런던의 싱크탱크인 IISS에 따르면 위성사진 분석 결과 중국은 보하이해 후루다오 조선시설 확장에 힘입어 2024년 이후 매년 공격형 잠수함(SSN) 2척과 탄도미사일 핵잠수함(SSBN) 1척을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핵추진 잠수함은 극한 환경 속에서 승조원들을 생존시켜야 하기 때문에 제작 비용이 막대하고 건조 난도도 매우 높다. 버지니아급 잠수함 한 척의 가격은 약 50억 달러(7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잠수함 선체는 강도와 인성(靭性), 연성(軟性)을 모두 갖춘 특수강으로 만들어져야 하며, 숙련된 용접공들에 의해서만 완벽하게 밀봉될 수 있다. 부력(浮力) 조절 역시 까다롭다. 잠수함은 깊이 잠항할수록 선체가 압력으로 수축하면서 밀어내는 물의 양이 줄어들고, 그 결과 더 빠르게 가라앉게 된다. 반대로 상승할 때는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밸러스트(ballast)와 트림(trim)같은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잠수함은 바닷바닥으로 추락해 압괴(壓壞)될 수도 있고, 반대로 수면 위로 떠올라 버릴 수도 있다. 추진 방식 역시 문제다. 제1·2차 세계대전 시기의 잠수함들은 수면 위 항해와 배터리 충전을 위해 디젤 엔진을 사용했고, 수중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전기모터를 사용했다.
핵추진은 판도를 바꾸는 혁신이었다. 크리스토퍼 캐버노 태평양함대 잠수함 전력 사령관은 "우리 잠수함들은 3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연료를 탑재하고 있어 사실상 항해에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핵추진은 은밀성도 제공한다"며 "잠수함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배터리 충전을 위한 디젤 엔진 가동에 필요한) 스노클링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최초의 핵추진 잠수함 노틸러스 함은 1958년 북극 얼음층 아래를 통과하는 최초의 항해를 수행했다. 올해 4월에는 영국의 탄도미사일 핵잠수함 뱅가드 함은 205일간의 순찰 임무 기록을 세웠다. 애너폴리스 함에서는 승조원들이 너무 오랫동안 바다 속에 머물기 때문에, 출항 전 가족에게 나쁜 일이 생겼을 경우 항해 중 그 소식을 전달받을지 여부를 상관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생체리듬 유지를 위해 조명 밝기는 괌의 낮과 밤 주기를 따른다. 크리비지 카드게임과 책은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을 준다. <붉은 10월The Hunt for Red October>은 특히 인기 있는 책이다.
물은 대부분의 빛과 전파를 빠르게 흡수한다. 이는 잠수함을 은밀하게 만들지만 통신을 어렵게 만든다. 반면 소리는 잘 전달된다. 고래의 노랫소리든 적 함정 프로펠러의 진동음이든 마찬가지다. 잠수함 승조원의 기술은 수온과 염분층의 변화, 해저 지형과 해류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있다. 어디에 숨어야 하는지, 또 먼 거리의 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사운드 터널(sound tunnel)'이 어디에 형성되는지를 아는 것이다. 당신이 함내에서 아무리 목청껏 소리를 질러도 현대적인 잠수함 밖에서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잠수함 내부의 갑판과 기계들은 소음을 흡수하는 '래프트(raft)'라는 구조물 위에 얹혀 있기 때문이다. 잠수함 외부는 추가적인 소음 차단과 소나(음탐기) 교란을 위해 고무 같은 코팅으로 덮여 있다. 애너폴리스 함의 통제실은 큰 목소리의 명령과 복창으로 가득 차 있으며, 비좁은 어뢰실은 더욱 그렇다. 기자는 '워터 슬러그(water slug)'라 불리는 훈련용 공(空)어뢰를 발사하기 위해 황동 레버를 당기기 전 귀마개를 착용해야 했다. 그러나 내부 소음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은 '음향 단락(acoustic short)'이다. 이는 방치된 물건 하나가 래프트와 동체 사이에 끼여 양쪽에 접촉하면서 소리를 만들어 바닷물로 전달하는 현상이다. 장교들은 부주의하게 고정된 장비나, 혹은 틈새 공간에 몰래 끼워 넣은 통조림 같은 물건이 없는지 잠수함 곳곳을 돌아다니며 점검한다.
미 태평양함대의 본거지인 진주만에는 수많은 기념물이 세워져 있다. 1941년 일본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들뿐 아니라, 이후 함대가 재건되는 동안 전선을 지켜낸 잠수함 승조원들을 기리는 기념물도 포함된다. 진주만 공격 직후 선포된 태평양 지역 일본 상선에 대한 무제한 잠수함전은 나치 독일 U보트가 영국을 상대로 거둔 성과보다 더 큰 타격을 일본에 입혔다. 잠수함은 전쟁 중 일본이 잃은 선박의 약 55%를 격침했으며, 여기에는 항공모함 8척도 포함됐다.
함정 쇼
중국은 미국 잠수함들이 비슷한 공격을 자신들에게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원유 수입의 약 80%는 말라카 해협을 통과한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초래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강력한 경고 사례가 되고 있다. 미국에도 교훈은 있다. 레이더와 계류 중인 항공기를 포함한 미국의 기지와 기타 고정 목표물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중국의 미사일 전력은 강력하다. 일본에서 말레이시아로 이어지는 '제1도련선' 내 미국 기지들뿐 아니라 괌, 하와이, 알래스카의 후방 기지들까지, 강도 차이는 있지만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또한 태평양을 가로질러 전장으로 향하는 군함들 역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 잠수함들이 제1도련선의 해협들을 들키지 않은 채 통과해 태평양 외해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면, 미군은 어느 방향에서든 발사될 수 있는 순항미사일 일제 사격이라는 추가적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또 다른 우려는 러시아가 점점 더 중국과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국 잠수함 부대는 지난해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북한 해군 역시 자체 잠수함 프로그램과 관련해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설령 러시아와 북한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단순히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만으로도 미중 전쟁 상황에서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모든 상황은 미국 잠수함 전력을 극도로 분산시키고 압박할 수 있다. 최소한 신뢰할 만한 중국 잠수함 위협만으로도 미국의 지원 속도는 늦춰질 수 있으며, 그 결과 중국군은 예를 들어 대만을 제압할 시간을 더 벌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 잠수함들이 중국 잠수함을 추적하거나 경쟁국 전력을 감시하는 데 더 많이 투입될수록, 대만해협을 건너는 중국 함대를 저지할 수 있는 잠수함 수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라이언 마틴슨 미 해군대학 중국해양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여전히 미국이 수중에서 누리고 있는 "열린 출입문(open door)"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군 내부 문건들은 위성, 항공기 및 잠수함 탑재 센서를 포함한 미국의 수중 감시 체계가 중국 잠수함이 항구를 떠나는 순간 이를 탐지할 가능성이 "극히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이를 포착할 가능성 역시 "상당히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 가운데 하나는 잠수함 탐지 자체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 배치 중인 093B급 SSGN(유도탄 발사 핵추진잠수함)은 미국 버지니아급과 마찬가지로 프로펠러 대신 더욱 조용한 펌프제트 추진 방식을 사용한다. 곧 해상 시험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더 대형인 095급 잠수함 역시 펌프제트와 함께 기동성이 더 뛰어난 X자형 방향타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신형 모델인 096형 SSBN(핵탄도미사일 발사 핵추진잠수함) 역시 현재 건조 중이다. 마이클 브룩스 제독은 이 잠수함들이 핵기술, 센서, 무기체계, 소음 저감 기술에서 "상당한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중국의 또 다른 전략은 바다를 덜 불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수중 만리장성"은 해저 센서부터 위성 관측까지 다양한 체계를 포함한다. 이런 시스템들은 중국의 탄도미사일 핵잠수함(SSBN)들이 미국 본토 대부분을 사정권에 둘 수 있는 보호된 "성채"를 형성한다. 미국 지휘관들은 그 결과가 완전한 "투명성"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은밀성 우위가 줄어드는 것"에 가까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크리스토퍼 캐버노 제독은 "우리의 센서는 그들의 은밀성보다 우수하고, 우리의 은밀성은 그들의 센서보다 우수하다"며 "내 아이들을 어느 잠수함 부대에 보내고 싶냐고 묻는다면 답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 잠수함 승조원들은 누구보다 태평양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우리는 실제로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 전장을 매일 걸어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잠수함들조차도 제약을 안고 있다. 우선 탑재 가능한 무장 수량이 제한적이다. 잠수함은 무장이 떨어지면 수천 마일을 항해해 재보급을 받아야 한다. 한 군 관계자는 항공모함은 한 달간 전투하는 경우 공격형 잠수함보다 수백 배 더 많은 무장을 발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제1도련선 너머 태평양 지역에는 잠수함이 이용할 수 있는 항구가 매우 부족하다. 사실상 괌, 진주만, 그리고 최근의 퍼스 정도가 전부다. 미 해군은 뒤늦게 다른 항구들의 업그레이드를 검토하고 있다. 특수 지원함이 잠수함 재보급을 수행할 수는 있지만, 이는 보호된 해역에서만 가능하며 미국은 태평양에 이런 함정을 단 두 척만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보다 저렴하고 소모 가능한 드론으로 이런 문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흑해에서 러시아 군함을 상대로 해상 드론을 활용해 상당한 성과를 보여줬다. 다만 이 드론들은 수면 위를 항해하며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의 통제를 받는다. 무인 수중기체(UUV)와의 통신은 잠수함과의 통신만큼 어렵다. 이 때문에 인간이 실시간 통제하는 '맨 인 더 루프(man in the loop: 공격 절차 중에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지만, 반드시 해결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어뢰 역시 일종의 UUV이기 때문이다.
신흥 '네오 프라임(neo-prime)' 방산업체 가운데 하나인 안두릴(Anduril)은 Dive-XL UUV의 개량형인 '고스트 샤크(Ghost Shark)'를 호주 해군에 판매했으며, 미 해군용 시제품도 제작 중이다. 이 기체는 컨테이너나 수송기에 실을 수 있을 만큼 작다. 섬유유리 재질의 동체 내부는 물로 채워지며, 핵심 부품들만 소형 압력 용기 안에 들어간다. 무선 및 음향 장비를 통해 통신이 가능하고, 모듈형 적재 공간에는 어뢰, 기뢰, 센서 등이 탑재된다. 중국 역시 다양한 무인 기체들을 배치하고 있다. 중국의 '돌고래' 웨이브 글라이더는 부력 변화를 이용해 천천히 이동하며 해역을 감시한다. 일부 중국 군사 분석가들은 적을 혼란시키기 위해 로봇 '어군(魚群)'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해 왔다.
진주만 사무실 벽에 제2차 세계대전 기념품들과 동맹국 잠수함 승조원들에게 받은 선물들을 걸어둔 크리스토퍼 캐버노 제독은 "유·무인 협동"의 장점을 강조한다. 드론은 유인 잠수함보다 더 깊은 곳으로 갈 수 있고, 더 위험한 지역에도 투입할 수 있다. 그는 "(유·무인) 양쪽 모두 충분한 역할이 있다"며 "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유인 잠수함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적인 지식이 압축되어 있으면서도 일반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기사를 우리는 얼마나 자주 만날 수 있을까요? 이코노미스트의 5월 7일자 기사는 전문성, 가독성을 모두 달성한 훌륭한 기사입니다. 기자(들)가 현장에서 직접 듣고 본 것을 오랫동안 조사한 것과 합쳐냈고, 이러한 내용을 군더더기 없는 구성과 필치로 전달합니다. 이 글은 무엇보다 잠수함이 현대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고, 이어서 중국이 잠수함 전력에서 미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한국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도 있습니다. 작년에 미국과 합의한 '핵추진잠수함' 건조 내용입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속도로 중국을 따라 잡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잠수함 갭'을 메우기 위해 호주, 한국, 일본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인공위성 등 감시 자산이 고도로 발달한 현재의 전장에서도 잠수함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무력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더욱 각광받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 위로 올라오거나 스노클링 하면서 디젤엔진으로 전기를 만들고 이것을 배터리에 담은 후 전기 모터로만 잠항하는 재래식 잠수함과 소형원자로(SMR)을 품고는 무한대의 동력을 가지고 잠항하는 핵추진잠수함이 어떤 장점과 약점을 가지는지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대한 내용을 가독성 있게 풀어낸 이 기사와 함께 독자 여러분도 미국과 중국 사이의 잠수함 경쟁을 추적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