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벨 프리고진은 아버지의 용병 사업을 막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 아버지가 탄 전용기가 러시아 상공 2만 8000피트(약 8500m)에서 폭발하는 사건을 맞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사망하면서, 아들 파벨이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용병 조직을 이끌게 됐다. 당시 25세였던 파벨은 용병사업과 금 밀수업, 마약 거래, 맥주 양조업, 보드카 증류업으로 구성된 거대한 비즈니스 제국인 바그너그룹을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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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응석받이 플레이보이로만 여겨졌던 그는 뜻밖에도 타고난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수도 방기에 있는 바그너그룹의 전 관계자들과 정부 관리, 사업가, 연구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재 28세인 파벨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의 아프리카 거점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업을 지켜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확장했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초국가 조직범죄 대응 글로벌 이니셔티브'의 추산에 따르면, 합법 사업과 범죄 사업을 모두 포함한 프리고진 가문의 사업체들은 연간 4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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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체에 따르면 파벨 프리고진은 방기를 거점으로 자신이 지휘하는 약 500명의 용병과 함께 금광들을 장악했다. 이들은 포스탱아르샹주 투아데라 대통령의 신변을 보호하고 반군과 싸우면서 프리고진과 그의 부하들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만들었다.
연구자들과 역내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아버지의 무기거래 사업도 이어받아 수단과 리비아의 반군 조직들에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바그너그룹은 '와 와 와'(Wa Wa Wa), 즉 '불과 불'이라는 이름의 보드카와 '아프리카 티 로르'(Africa Ti L'Or), 즉 '아프리카는 황금이다'라는 이름의 맥주도 생산, 판매하고 있다. 또한 향정신성 오피오이드계 진통제인 트라마돌의 현지 시장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바그너그룹의 활동을 추적하는 스위스 비영리단체 인팩트(Inpact)의 조사관 루 오즈번은 "바그너는 강력한 특수부대 조직에서 이제는 버림받은 네트워크로 전락했고, 조직범죄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파벨이 계속 사업을 운영하도록 허락받은 것 같다. 이는 그가 크렘린과 합의를 이끌어냈거나, 크렘린에 위협이 되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들 프리고진의 성공은 그를 후계자로 키우기 위해 수년간 공을 들였던 아버지의 야망을 실현한 것이었다. 러시아 감옥에서 사망한 반정부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와 관련된 비영리단체 반부패재단에 따르면, 젊은 시절 파벨 프리고진은 소셜미디어에 전용기에 탑승한 모습이나 가족 소유의 초호화 요트 갑판에서 나체로 찍은 사진을 올리곤 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파벨 프리고진이 20세가 되자 아버지는 그에게 가족 지주회사가 소유한 고급 빌라와 아파트 건물들의 관리를 맡겼다. 정보 투명성을 촉진하는 프랑스 단체 오픈팩토(OpenFacto)의 지원을 받는 비영리 조사단체 '올 아이즈 온 바그너'(All Eyes on Wagner)에 따르면,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두 명의 딸도 있었지만 수십억 달러 규모의 가족 사업을 이끌 후계자로 파벨을 점찍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장차 용병 조직의 수장이 될 아들에게 어울리도록 그의 대외 이미지를 다듬었다.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사진들은 파벨 프리고진을 러시아의 애국자로 묘사했다. 그는 시리아 내전에 참전해 용맹함을 인정받아 바그너그룹의 '검은 십자가' 훈장을 받았으며,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정보장교와 드론 운용요원으로 복무한 것으로 소개됐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났을 때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온라인에서 "내 아들은 이미 특별군사작전에 참여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올 아이즈 온 바그너'가 법원 제출 서류에서 입수해 공개한 유언장에 따르면,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아들을 주 상속인으로 지정했다. 파벨은 아버지가 사망한 뒤 바그너그룹의 지휘권을 넘겨받았다.
현재 파벨 프리고진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자택에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방기로 정기적으로 이동한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머무는 동안 그는 고급 호텔인 레저플라자(Ledger Plaza)에 투숙한다. 이 호텔은 사실상 바그너그룹의 본부 역할을 한다. 연구자들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관리들에 따르면 AK-47 소총으로 무장한 복면 전투원들이 호텔 주변을 경비하며, 고위 정부 관리나 외교관이라도 프리고진을 만나려면 보안 검색을 통과해야 한다.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정부의 묵인 아래 아버지가 앞서 장악했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최대 금광의 생산을 확대해 연간 생산액을 2억 5000만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글로벌 이니셔티브의 선임연구원 나탈리아 두칸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사업 운영에 관한 한 파벨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정부 관리들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후퇴
크렘린 행사에 음식을 공급한 경력 때문에 '푸틴의 요리사'라고 불렸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고위층과의 인맥을 활용해 바그너그룹에 대한 원대한 야망을 실현하려 했다. 바그너그룹은 19세기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이름을 딴 국제 용병 조직이다. 소속 전투원들은 스스로를 '음악가'라고 부른다.
미 국방부의 지원을 받는 아프리카전략연구센터(ACSS)에 따르면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서아프리카 말리의 군사정권을 보호하는 대가로 매달 1000만 달러를 받고 전투원들을 파견했다. 그의 부하들은 리비아에서 반군 장악 지역에 있는 유정(油井)을 확보했다. 또한 수단의 신속지원군(RSF)에 금괴를 받는 대가로 지대공미사일을 제공했다.
한때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아프리카 6개국에 걸쳐 최대 5000명의 병력을 지휘했다. 미국 텍사스주와 면적이 비슷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그가 가장 성공적으로 사업을 벌인 곳 중 하나였다. 바그너그룹은 장악한 광산에서 채굴한 광물을 판매하고 그 수익을 정부와 나눴다.
그 대가로 바그너 용병들은 투아데라 정권을 축출하려는 반군과 싸우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군부대를 이끌었다. 반군은 정부군과 민간인을 공격하고 있었다.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러시아 정규군의 병력이 부족해지자 전선에 투입할 죄수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2023년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략을 둘러싸고 푸틴과 러시아 군 지도부에 도전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의 용병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략 요충지인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 진입해 모스크바로 진격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이 반란은 오래가지 못했다. 프리고진은 복면을 쓴 무장대원들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상에서 푸틴의 최고위 군 지휘관들을 "노망난 광대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당신들이 우리 병사들을 고깃덩이 취급하기 때문에 우리 병사들이 죽어간다"며 "탄약도 없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곧 진격을 중단하고 자신과 부하들의 안전을 보장받는 합의에 동의했다. 그러나 두 달 뒤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탄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그와 최고위 군사 지휘관, 다른 탑승자 8명이 사망했다.
그가 사망한 뒤 크렘린은 러시아 내 바그너그룹의 사업체들을 장악하고, 바그너그룹의 작전을 러시아 국방부 산하로 편입하기 위해 '아프리카 군단'을 창설했다. 바그너그룹이 러시아의 지정학적 이익에 봉사하는 반(半)민간 군사기업으로 기능했던 것과 달리, 아프리카 군단은 러시아 국방부 관리들과 군 정보기관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는다.
파벨 프리고진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푸틴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연구자들과 안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방기로 날아가 아버지의 측근이자 바그너그룹의 현지 대표인 드미트리 시티, 현지 군사 지휘관인 데니스 수프루노프를 만났다. 프리고진은 호텔과 식당, 사무실 등에서 정부 고위 관리들과 긴밀한 회의를 가졌다.
외교관들과 연구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투아데라 대통령은 모스크바에 외교 메시지를 보내 자국에 주둔한 바그너 전투원들을 러시아 정규군으로 교체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투아데라는 바그너 용병들을 현지 경찰과 군대, 정보기관에 편입시키면서 프리고진이 자신의 입지를 굳히도록 도왔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조사단체 센트리(The Sentry)의 저스티나 구조프스카 사무총장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광물 자원과 정권 보호를 맞교환하는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습니다. 바로 그 맞교환 거래가 매우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리들과 바그너그룹 전 관계자들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지난 4월 금을 해외시장에서 계속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최선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바그너그룹과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을 방기의 자신이 묵는 호텔로 불러 모았다.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광업장관 루팽 베남 벨퉁구와 바그너그룹 관계자들은 아랍에미리트(UAE)의 금 거래시장을 우회해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벨퉁구 장관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광업부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수 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바그너그룹의 가까운 동맹인 벨퉁구 광업장관은 금을 정부 소유 재산으로 표시하는 서류를 발급해 프리고진이 국제시장으로 금을 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관리들과 현지 연구자들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이러한 금 수송 물량은 러시아의 긴밀한 동맹국인 벨라루스로 향했다.
마약 거래
현재 프리고진의 오른팔인 시티(Sytii)는 바그너그룹의 자금 지원을 받는 라디오 방송국들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방송국들은 투아데라 대통령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반(反)서방 선전을 내보낸다. 투아데라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3선에 성공했지만, 국제 선거감시단은 이 선거가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평가했다. 비판자들은 바그너그룹이 대통령에게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향력 때문에 투아데라를 '바그너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주민들과 현지 연구자들에 따르면 방기 거리에는 러시아를 아프리카 국가들이 선택해야 할 최상의 협력국으로 찬양하는 바그너그룹 후원 광고판들이 세워져 있다. 이는 푸틴의 호의를 계속 얻기 위한 선전 활동의 일환이다. 바그너그룹이 후원하는 라디오 방송에서는 진행자들이 러시아의 영향력을 찬양하는 한편 서방 국가들을 맹비난한다.
파벨 프리고진이 지휘권을 잡은 뒤 바그너그룹은 포로로 잡힌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반군들을 받아들여 병력을 늘렸다. 이들은 바그너그룹으로 충성을 바꾼 사람들로, '검은 러시아인'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바그너그룹은 사업 영역에 마약 거래도 추가했다. 방기 주민들은 현지 경찰을 대동한 복면의 바그너 전투원들이 바그너그룹의 유통망 밖에서 마약을 판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체포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공유했다.
올여름 어느 날, 현지 경찰 제복을 입은 복면의 바그너 전투원들이 트라마돌을 비롯한 오피오이드 약물 판매처로 알려진 방기의 한 거리에 나타났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마하마트 압데르만이 운영하는 상점에 들어갔다. 압데르만은 과거 바그너그룹의 유통망을 운영했지만 이후 독립해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 인물이었다.
압데르만은 뒷문으로 달아났고 두 남자가 그를 뒤쫓았다. 그는 얼마 못 가 발이 걸려 넘어졌다. 전투원들은 그를 구타했으며, 가족들에 따르면 이후 그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 친척은 "그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현지 활동가들에 따르면 바그너그룹과 연계된 친정부 민병대는 바그너그룹이 확보한 금광 채굴권 지역에 침입하는 허가받지 않은 광업자들을 대상으로 초법적 살해와 납치, 표적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
지난 4월 프리고진이 방기의 호텔에 머무는 동안 바그너 전투원들은 러시아제 헬리콥터를 이용해 남수단 국경 인근의 비공식 금 채굴 현장을 공중 정찰했다. 현지 연구자들은 그가 새로운 금 매장지를 노리고 있다고 말한다.




국민개병제의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는 용병(傭兵)이라는 것이 참 낯섭니다만, 역사적으로 돈을 주고 사적(私的)으로 고용한 병사는 매우 흔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런 병사들을 모아 하나의 회사처럼 경영하는 일도 흔합니다. 지금도 프랑스에서는 '레죵 에트랑제'라는 '외인부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국가가 운영하는 용병부대입니다. 과거 르네상스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은 대부분 용병을 사용했고, 용병들을 조직해서 제공하는 '콘도티에레'라고 불리던 용병부대 대장과 계약을 맺고 국가 방어를 맡겼습니다. 그러다가 이 용병부대 대장에게 나라를 찬탈당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최근 용병부대로 가장 유명한 것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선봉을 맡았다가 전선이 교착상태로 바뀌자 '팽(烹)'당한 프리고진의 바그너그룹입니다. 용병은 침공에는 좋지만 방어전쟁에서는 징병(徵兵)보다 딱히 유능하지도 않고 비용이나 충성심 등에서 오히려 부담만 될 뿐입니다. 용병은 국가보다 용병대장에게 충성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회사 같은 조직이니 자신을 고용한 고용주에게 충성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프리고진이 팽당한 것도 러시아의 전쟁이 공세에서 수세로 전환된 것과 관련됩니다.
프리고진의 바그너그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도왔지만 사실 러시아의 아프리카 침투에서도 큰 역할을 합니다. 친러 독재정권을 군사적으로 보호해주고 돈을 벌어 조직을 운영합니다. 그런 점에서 푸틴은 프리고진을 제거하긴 했지만 바그너그룹 자체까지 해체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10월 17일자 기사는 제거된 프리고진의 아들인 파벨이 어떻게 부친의 조직을 물려받아 특히 중앙아프리카를 거점으로 조직을 확대해 나가고 있고, 심지어 마약 사업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지를 심층 보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용병의 세계를 이 기사를 통해 엿보시기를 바랍니다. 용병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병력 사용 방식입니다. 돈을 주고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영원히 지속될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애국심으로 싸우는 시민전사(citizen-warrior)도 필요하며 돈을 받고 싸우는 용병(mercenary)도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