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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사업 모델은 끝났다. 할리우드는 대안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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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1 12:18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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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지속됐던 저금리 시대가 끝나면서(이것이 일시적일지 항구적일지는 아직 논란의 대상입니다) 하나 뚜렷해지고 있는 건 지난 십여년간 기승을 부리던 실리콘밸리의 주된 사업 모델이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겁니다. 주로 기성 업계에 침투해 이를 교란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많이 취하는 모델인데 당장은 수익성이 없거나 심지어 손실만 내고 있더라도 매출 또는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걸 근거로 다소 허황된 밸류에이션을 제시하며 벤처투자자,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으는 식으로 돌아갑니다. 택시의 우버, 음악의 스포티파이, 영화·드라마의 넷플릭스가 대표적입니다.


저금리로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시절에는 이런 사업 모델이 그럭저럭 유지가 가능했는데 고금리 시대로 들어서면서 거품이 급속히 빠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기업의 교란으로 피해를 입은 업계의 회생이 아직까지 요원하다는 겁니다. 여전히 많은 창작자들이 생계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고통받고 있는 음악계(스포티파이에 대한 PADO 기사 참조)가 대표적입니다. 뉴욕매거진의 엔터테인먼트 버티컬 벌처Vulture는 스트리밍 업계가 할리우드에 미친 영향을 풍부한 전·현직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빌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징어게임'의 성공 이후 한동안 넷플릭스가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도약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증권가를 보면 넷플릭스 특수는 그리 오래 가지 않는 듯합니다. 당장 눈 앞에 보여지는 숫자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재편을 읽어야 한국 엔터 산업이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드라마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사장, 에이전트, 사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텔레비전 산업의 상태가 어떠냐고 물으면 이런 답변을 듣게 될 것이다.


"지금은 이 매체의 역사상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최악의 시기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암울합니다."


"끔찍한 재앙이죠, 안그래요?"


"시스템 전체가 망가진 것 같습니다."



"기존 업체들이 탁월하게 성공적었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었는데 잘 될지 아닐지 알 수 없는—그러나 거의 확실히 기존 모델만큼 잘 되지는 않을—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찬동하면서 기존 모델을 파괴해버렸습니다."


"모든 것이 빅테크가 되었어요. 즉 '실제로 돈을 벌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주가 상승만 보여주면 돼요'라는 식의 아마존 사업 모델 말이에요. 모두가 '좋아, 그게 나아가야 할 방향인 듯하군'하고 말했지만 실은 '모두 자살 의식을 치르자. 진정으로 돈을 찍어내듯 벌어준, 현대사의 혁신이었던 케이블 텔레비전 송출 시스템을 끝장내자. 그리고 전적으로 투기投機적인 수익을 좇아 수십억 달러를 하수구에 버리는 빅테크 회사로 재탄생하자'라는 뜻이었죠."


"아무도 이 문제를 공론화하려 하지 않는 이유는, 월스트리트에서 문제를 들여다본다면 집단으로 실신할 것이기 때문이죠."


"'앨리어스Alias'는 왜 없어? '웨스트윙West Wing'은 어딨고? '24'는? '앨리 맥빌Ally McBeal', '원스 앤 어게인Once and Again', '브라더스 & 시스터스Brothers & Sisters'는?1 나는 지난 몇 년간 넷플릭스에게서 일하는 친구에게, 스트리밍 업계가 언제 자기 만족적인 위세를 버리고 정신을 차릴 건지 물어보곤 했어요."


"우리는 모든 화려한 아티스트들을 TV로 초대해왔는데, 이제 그들은 이 미디어를 직업이 아니라 예술로 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상처받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아무도 말하지 않는, 정말 사회진보적 관점이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경제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나이든 백인 남성입니다. 이제 그들은 이전에는 결코 경쟁할 필요가 없었던 젊은 사람들, 여성들, 유색인종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들은 상처받습니다."


"산업은 약간 미쳐 돌아가고 있고, 그것을 바로잡는 데 얼마간의 고통이 따르겠지만, 사실 나는 그것이 더 정상적이고 살만한 바람직한 곳, 즉 우리가 있었어야 할 바로 그곳에 도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세계 최대의 피라미드 사기에 말려든 것 같아요."




넷플릭스 구독자 대규모 이탈 사태2 이후로 일 년 남짓 지났다. 스트리밍 서비스 선두주자가 처음으로 겪은 구독자 감소와 그에 이은 주식 하락 때문에 '우리가 알던 TV는 끝났다'라는 과장된 선언이 나왔던 그때로부터 말이다. 그리하여 현대의 할리우드를 지배하는 사업 모델이 크게 망가졌다는 것이 분명해졌지만, 동시에 (적어도 아직은) 그 모델이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점도 분명해졌다.


할리우드라는 도시 전반에 절망과 창조적 파괴가 만연하다. 동시에 그런 절망과 파괴를 상쇄하는 온갖 지표들도 있다. 2년 전에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제작 승인을 받았던 어떤 프로그램들은 지금이라면 제작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미 볼 것이 너무 많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려고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들이 있다. 넷플릭스가 체계를 재정비하고 다소 회복했지만, 여전히 업계가 더 많은 고통을 겪으리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더 적절한 경제 구조를 위해 봉급을 삭감하고, 합병하고, 고군분투하면서 겪게 될 고통 말이다. 미국 작가조합의 과격한 파업은 할리우드의 노동 불안에 관심을 집중시켰지만,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구조적 문제는 스트리밍의 사업 모델이 제대로 맞아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스트리밍 시스템이 최대 히트작들을 수익화하는 방식인데 제대로 된 수익화 방식이 없다는 게 진짜 문제다.


숀 라이언Shawn Ryan에게 물어보자. 이 베테랑 TV 프로듀서가 만든 최신 첩보 스릴러 '나이트 에이전트The Night Agent'는 올 4월에 넷플릭스 역사상 다섯 번째로 많이 시청된 영어 오리지널 시리즈가 되었고, 첫 4주 동안 누적 6억2700만 시청시간을 이끌어냈다. 시리즈가 '기묘한 이야기'와 '브리저튼'에 버금가는, 플랫폼을 대표하는 히트작의 반열에 올랐을 때, 라이언은 시리즈의 성공이 어느 정도의 보상으로 돌아올지 궁금해졌다.


"직접 계산해보았어요. 5억 시간은 6천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18일 동안 10개의 에피소드를 모두 봤을 때 나올 수 있는 수치입니다. 슈퍼볼 직후에 방영되는 쇼3 다섯 개에서 열 개에 버금가는 것이죠. 그래서 변호사에게 이 상황에 대해 물어봤어요." 라이언은 이렇게 회상했다. 사실 큰 보상은 없었다. "변호사가 말하길, 내 경우에는 이미 받을 것을 다 받았다는 거예요. 시즌 2가 확정되면 약간의 보너스를 받고, 추가 에피소드마다 명목상의 로열티를 받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내가 개인 전용기를 살 만큼 벌었다고 생각했다면 크게 오해한 겁니다."


라이언은 '나이트 에이전트'로 벌어들일 돈이 그가 2002년에 만들었던 경찰 드라마 '실드The Shield'로 벌어들인 돈보다 적을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실드'는 신생 케이블 채널인 FX에서 방영되었고 슈퍼볼 방송에 비견할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는 말한다. "그때는 회사에 수십억 달러를 가져다주면, 나는 수백만 달러를 벌게 되리라는 약속이 있었어요. 이제 그런 약속은 사라졌습니다."


물론 누구도 라이언의 처지를 애처롭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고, 라이언도 누군가 그렇게 여겨주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라이언은 "난 불평하는 게 아니에요! 대다수 사람의 재정적 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모르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도 생각해볼 만한 점이 있다. 한때는—그러니까 좀더 합리적이었던 시절에는—한 프로그램을 시청한 사람들의 수와 프로그램의 제작자가 살 수 있는 전용기의 수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 더 많은 시청자는 더 높은 광고 단가를 의미했고, 최고 히트작은 타 방송사에 라이선스를 팔거나 세계 시장에 팔 수 있었다. 히트작에 관여한 사람들은 적절한 보상을 받았다. 그래서 '프렌즈'의 제작자가 1990년대 이후로 일반 여객기를 타고 다닐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반면 스트리밍 쇼는 광고 수가 적고(혹은 전혀 없고), 대체로 영원히 최초 방영 플랫폼에 귀속된다. TV 제작자에게 시청률과 보상의 관련성은 깨져 버렸다.


그렇다면 누가 '나이트 에이전트' 같은 히트작으로 부자가 되는가?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도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시청 시간을 축적하든 간에 말이다.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가 자신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빚을 졌지만, 구독료는 그것을 충당할 만큼 빠르게 모이지 않았다.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이 돈을 번다 해도 과거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벌어들였던 돈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수준이다. 미국의 1억500만 가구케이블 방송에 한 달 평균 75달러를 소비하던 시절 그 회사들이 벌어들였던 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1989년 영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Sex, Lies, and Videotape'를 만든 이후 할리우드의 구조적 변화를 탐색해 온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업계 전체가 뉴턴 경제학에서 양자 경제학으로 이동했어요. 이 세계에서는 모순되는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일 수 있다는 거죠. 한 플랫폼에서 엄청난 히트를 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그 플랫폼의 수익에 어떤 실질적 기여도 하지 않습니다. 스트리밍 구독 모델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코인' 같다고 생각해보면 완벽하게 아귀가 들어맞아요."


'1+1=3' 식의 산술 위에 엄청난 장부상의 부를 축적한 암호화폐처럼 스트리밍 TV는 진실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달콤한 유혹이었지만 어쨌든 많은 똑똑한 사람을 꾀어냈다. 할리우드는 지난 10년간 디지털 모델을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했다. 그러면서 한때나마 인기를 끌었던 방송국과 스튜디오가 스스로를 앱으로 바꾸었고, 더 큰 수익원이 실현되기를 기원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수익원을 포기했다. 그들은 자신의 생산량을 세 배로 늘리고, 오스카 수상자들에게 과도한 돈을 지불하고 미니시리즈를 만들며 스스로의 위상을 격하했으며, 온갖 사람을 각본 작업실에 고용했다. 너무 많은 틈새시장과 취향을 저격하는 바람에 시청자들은 현실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한 맞춤형 프로그램들의 홍수에 휩쓸렸다.


우리는 그런 모델이 지속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실제로도 지속되지 않았다. 재정적 책임을 둘러싼 수많은 공허한 발언들이 횡행하는 가운데, 스트리밍 회사들은 드라마 제작편수를 줄이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오리지널 각본이 있는 드라마의 수가 2009년 210개에서 2022년 599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해온 것을 고려하면 극적인 변화다. 물론 적어도 당분간은 볼 콘텐츠가 넘쳐날 것이다. 여전히 수십억 달러가 지출될 것이다. 넷플릭스의 테드 서랜도스Ted Sarandos만이 넷플릭스가 파업 이후에도 계속 방영 가능한 양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유형의 시청자들―성인이 된 이후 한 번도 비평적 극찬을 받을 다음 코미디 드라마가 어디서 나올지 염려해보지 않은 30대나 40대를 떠올려보라―에게는 이미 그 모델이 끝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업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선도자 중 한 명이 지친 어조로 말했듯이, 피크 TV4는 "너무 많은 프로그램을 초래한, 짧지만 강렬한 열광"이었다.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책임자(CEO)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넷플릭스와 한국콘텐츠 간담회’를 앞두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6.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책임자(CEO)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넷플릭스와 한국콘텐츠 간담회’를 앞두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6.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TV의 곤경에 대해 누굴 탓해야 할지 궁금하다면 답은 간단하다. 넷플릭스다. '굿 플레이스The Good Place'를 제작한 마이크 슈어Mike Schur는 말했다. "넷플릭스는 100년 역사의 산업에 완전한 혁명을 일으켰어요. 모든 것이 바뀌었고 모두가 자신이 바꿔왔던 그 방식까지도 바꾸었습니다." 2013년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의 첫 시즌 전체를 하루에 공개했는데 이는 매주 차례에 맞춰 방송되는 TV 시리즈의 오랜 시간적 질서를 무너뜨리고 시청자들에게 연속으로 13시간을 보내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그러고 나서 이 회사는 아마도 엔터테인먼트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름신을 영접했다. 월스트리트는 수익을 좌우하는 요소를 무시하고 성장률만 들여다 보며 넷플릭스를 차세대 HBO가 아닌 차세대 테슬라처럼 취급했다.


"우리 모두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이 200억 달러에서 600억 달러를 거쳐 1000억 달러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당시 기성 TV 프로그램 제작사의 임원이었던 사람의 말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넷플릭스의 기업 가치는 증가 일로일 듯 보였어요. '수익성 있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주식은 오를 것이다!'라는 식이었지요." 그는 결국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모두가, 심지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브랜드조차도 불가피해 보이는 흐름에 굴복했다. 2017년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는 넷플릭스에 제공되던 디즈니의 영화와 드라마를 거둬들여, 수익성이 좋았던 라이센스 계약을 끝내고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투자자들에게 말했다. 당시 HBO와 워너브라더스를 소유했던 AT&T, 그리고 NBC유니버셜을 소유했던 컴캐스트도 똑같이 했다. 그들은 수억달러의 매출을 기꺼이 포기하고 새로운 앱을 위한 드라마를 만드는 데 수십억달러를 썼다. 애플도 동참했다. 제프 베이조스가 '반지의 제왕'을 각색하는 판권에 2억5천만달러를 지불하면서 아마존도 프라임 비디오에 대한 투자를 극적으로 강화했다. (물론 실제 드라마를 만드는 데는 그보다 훨씬 큰 비용이 든다.) 넷플릭스 경쟁사 출시를 도운 한 임원은 "업계 전체가 돈을 버는 것과는 무관하게 돈을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이를 자해 행위로 보기 쉽지만 당시 투자자들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자 코드커팅5cord-cutting 추세에 대한 대비책이라고 이를 합리화했다. 디즈니가 스트리밍 계획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100달러대에서 거래되던 회사의 주가는 '디즈니+' 출시 몇 주 만에 150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는 집 안에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는 회사들의 가치 상승을 더 밀어붙였다. 넷플릭스는 2020년에 3660만 명의 구독자를 추가 확보했는데, 이는 사상 최대의 연간 실적이었다. 디즈니+는 더 좋은 성과를 거두며 8680만 명의 고객과 함께 첫해 영업을 마쳤다. 아이거는 2021년 마지막 날에 은퇴했다. 빠진 것은 '임무 완수6MISSION: ACCOMPLISHED' 현수막 뿐이었다.


환란의 첫 징후는 바로 그 다음달 넷플릭스가 주주에게 발송한 서한의 열 단어짜리 구절에 나타났다. "심화된 경쟁이 당사의 추가 성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달아나기 시작했다. 2022년 4월,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구독자가 감소했음을 알렸을 때, 500억달러 이상이 하루아침에 증발했다. 700달러에 육박하던 주가는 곧 200달러로 떨어질 것이었다. 넷플릭스는 그것이 무찌르려 했던 고루한 기존 사업체들과 비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광고 정책을 바꾸었고(이는 잘한 일이었다), 계정 공유 정책을 바꾸었으며(이는 좋지 않은 일이었다) 수백 개의 일자리를 없앴다.


넷플릭스의 불행은 경쟁사들에게 고소함과 안도감이 뒤섞인 감정을 가져다주었다. 시장이 이성을 되찾은 듯 보였다. 그러나 처음에 넷플릭스만 겪는 벌처럼 보였던 게 실은 스트리밍 산업 전체에 내려진 벌이었다. 투자자들은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그리고 여타 넷플릭스 후계자들을 처벌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가 정신을 차리고는 '사실, 수익성이 유일한 지표'라고 단언했지요. 500만 명의 구독자를 추가하면 기업 가치 10%가 증가한다는 식의 성공에 대한 막연한 관점? 그런 건 끝이죠." 주요 스트리밍 회사의 한 고위 임원이 한 말이다. 아이거는 디즈니의 CEO 자리로 다시 불려 나왔다.


해고와 예산 삭감은 할리우드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수년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드라마들을 마구 제작 승인하더니, 플랫폼들은 드라마 제작을 취소하는 잔인하고 특이한 방법들을 개발했다. HBO 맥스, 디즈니+, 파라마운트+, 그리고 훌루Hulu는 절세節稅를 위해 콘텐츠 라이브러리에서 드라마 시리즈들을 대거 삭제했다. 일부는 미방송 시즌에 완전히 제작이 마무리된 프로그램들을 무더기로 취소했다. 나심 페드라드Nasim Pedrad의 '채드'는 공개 몇 시간 전에 철회되었다. 거물들이 참여한 프로젝트조차도 안전하지 않았다. 2022년 6월, HBO는 JJ 에이브럼스Abrams가 제작한 2억달러짜리 SF 드라마 '데미몽드Demimonde'를 백지화했다. 그 드라마가 4년 동안 준비 중이었고 주연 배우를 막 캐스팅한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데미몽드' 관련 일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어요." 한 TV 드라마 제작자는 말했다. "HBO가 JJ 에이브럼스에게 '안 돼'라고 말할 정도라면 그 누구에게라도 '안 돼'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몇 주 후 피콕Peacock은 이미 사전제작 단계가 상당히 진행된 후였는데도 마이크 슈어의 '꿈의 구장Field of Dreams' TV 각색을 무산시켰다. "그들은 그냥 생각을 바꾸었어요. 돈을 더 쓰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슈어는 그 프로젝트가 피크 TV의 실현되지 않은 잠재력에 대한 최고의 기념물, 하나의 유물을 남겼음을 지적했다. "우리는 아이오와의 옥수수밭에 야구장 세트를 지었어요. 우리가 말하고 있는 지금도 거기 그대로 있습니다." 야구장 세트는 지어졌지만 아무도 세트를 찾지 않았다.




지금쯤이면—특히 당신이 피켓 라인(시위가 벌어지는 곳) 근처에 살고 있다면—작가조합의 고충은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조합원들은 로열티가 줄어들고 있고, 각본 집필진이 감축되고 있으며, 스튜디오가 그들을 챗GPT로 대체할지 모른다고 부르짖고 있다. 또 스트리밍 회사들이 재정난을 호소하지만 최고 경영진들에게 수억달러(수천억원)의 연봉을 지불한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이러한 근심의 상당수는 지난 10년간 있었던 일들이 정교한 사기와 조작이었다는 느낌으로 촉발된다.


초기에 스트리밍 시대는 작가들에게 흥미로운 가능성을 예고하는 듯 보였다. 시리즈의 수가 급증함에 따라 글 쓰는 직종도 증가했고, 그 어느 때보다 광범위한 배경과 경험을 지닌 많은 사람이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원대한 '아메리칸 판타지'에 참여하게 됐다. 다른 창작 산업들이 붕괴하고 있을 때 할리우드는 탈출구뿐만 아니라 경력 발전을 위한 사다리도 약속했다. '세브란스Severance'의 크리에이터인 댄 에릭슨Dan Erickson처럼 이전에는 무명이었던 인물도 기고한 각본이 문서 더미에서 뽑혀 전全시즌 제작을 약속받았다. 소설가와 극작가들은 LA로 모여들었고, 날로 커져가는 작가실 자리를 채우느라 심지어 어떤 드라마에선 기자들을 고용하기까지 했다(신이여 그들을 도우소서).


스트리밍의 새로운 경제학이 적어도 처음에는 현금을 쉽고 빠르게 얻게 해주었기 때문에, 이 확장의 물결은 기성 작가들에게도 반색할 일이었다. 기존 TV 모델 하에서는 드라마가 성공하면 크리에이터는 사후의 추가 수입으로 부를 얻을 수 있었다. 모든 전통 TV 프로그램의 수익 원천이 결합되면(광고와 라이선싱, 해외 판권을 더하면), 스튜디오는 히트작에 들인 돈의 세 배를 벌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작가들에게 문제는 대부분의 드라마가 망하기 때문에 사후에 추가 수익을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스트리밍 회사는 다른 옵션을 제안했다. '코스트플러스cost plus'라고 불리는 그들의 모델은 제작비의 1.3~1.5배를 선금으로 지불해 모든 드라마를 성공작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다만 '대'성공이 아닐 뿐이었다.


사후 추가 수익이 없다는 단점을 만회하기 위해 스트리밍 회사들은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슈어는 플랫폼이 제작자에게 시즌 1에 10만 달러, 시즌 2에 25만 달러, 시즌 3에 50만 달러, 시즌 4에 170만 달러를 약속하는 시나리오를 설명하곤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이거 미쳤네. 너무 좋잖아!'" 여기에 함정이 있다. 성공한 드라마들이 단지 두어 시즌만 하고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큰 돈을 주기 전에 드라마를 끝장내리란 걸 아무도 예상 못했죠. 모두 속았습니다. 이젠 드라마가 20회차까지 간다면 기적입니다."


'뱀파이어 다이어리The Vampire Diaries'의 제작자인 줄리 플렉Julie Plec은 이렇게 말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무질서와 혼돈 속에서, 모두에게 유익했던 업계의 토대가 사라졌어요. 우리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이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상황은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었지요. 우리는 그저 한 켠에 앉아, 우리가 성취하려고 고군분투했던 모든 것을 눈앞에서 빼앗기는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어요."


스트리밍 회사 사장들은(심지어 몇몇 에이전트들도) 이러한 불평들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코스트플러스 모델은 크리에이터에게 꽤 좋은, 위험 부담이 낮은 수입을 제공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창의적인 유형의 사람들은 예측 가능한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작가는 도박꾼들이고, 그들 자신의 재능에 기꺼이 돈을 걸 겁니다. 그들은 큰 성공을 거뒀을 때 큰돈을 받고 그들의 쇼가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땐 적은 돈을 받을 때 훨씬 행복할 거예요. 그러나 이제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1루타만 칠 수 있는 야구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공이 펜스를 넘어가도 여전히 1루타일 뿐입니다." 전통 TV와 스트리밍 TV에서 모두 메가 히트를 기록한 한 제작자의 말이다.


최근에는 작가 겸 제작자들이 그들의 창작 노동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넘겨주는 대가로―때때로 막대한―돈을 지불받는 독점계약에 대해 많은 말이 나왔다. 넷플릭스는 경쟁사들로부터 각본가 숀다 라임스Shonda Rhimes(3억에서 4억달러 정도였다고 알려진 일련의 계약), 감독이자 제작자인 라이언 머피Ryan Murphy(3억달러), 제작자이자 각본가인 케냐 배리스Kenya Barris(1억달러)를 가로채기 위해 이 독점계약을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계약은 성공적인 드라마 크리에이터들이 간접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다. (숀 라이언은 '나이트 에이전트' 이후의 계약에서는 금액이 급증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 대부분은 스트리밍 시대의 사각지대에서 외면받을 작품을 위해 고안된 빈약하고 임시적인 방책일 뿐이다.


"우리는 프로그램 제작이 진짜 직업인 것처럼 이야기하죠."'브라이어패치Briarpatch'의 제작자 앤디 그린왈드Andy Greenwald의 말이다. "하지만 아니에요. 그것은 명목상 이름일 뿐이고 봉급을 받는 자리가 아닙니다. 업계는 독점계약을 활용해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흘린 피, 땀, 눈물을 제대로 보상할 수 있어요. 그 계약이 아니라면 그것들은 고려되지 못하겠지요. 독점계약 없이 제가 8부작으로 이루어진 TV 쇼의 한 시즌을 제작한다면, 작가실의 협력 인원보다도 적게 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제가 하는 모든 일, 즉 작가들을 고용하고, 세트에서 프로듀싱하고, 몇 달 동안 후반 작업에 관여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등의 일이 보상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몇몇 슈퍼스타의 경우를 제외하면 최근 이런 장기계약 시장은 위축되었다. "독점계약은 지금 당장은 성사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대형 에이전시 관계자의 말이다. 파업의 여파도 주요 요인이었지만 많은 이가 스트리밍 산업의 '수익 최우선' 경제학이 미래에도 그러한 계약들에 대한 수요를 낮출 것이라 전망한다.


업계에서 보다 낮은 계층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상황이 더 어렵다. 히트 드라마의 스탭 작가들은 예전에는 재방송으로 추가 수익을 얻었기 때문에 일이 비는 동안에도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부가 수익은 코스트플러스 모델로 만들어지는 스트리밍 드라마에서는 축소되었다. 전통적으로 22편 정도였던 TV 드라마 시즌이 6~10편으로 줄어든 지금, 성공적인 드라마 시리즈의 작가조차도 1년의 대부분을 실직 상태로 보내게 될 수도 있다. 어떤 작가들은 마트 점원이나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로이터=뉴스1) 임윤지 기자 =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에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와 미국작가조합(WGA)의 동반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3.07.3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로스앤젤레스 로이터=뉴스1) 임윤지 기자 =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에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와 미국작가조합(WGA)의 동반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3.07.3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 고위 에이전트는 스튜디오들이 미국 작가조합의 요구―특히 더 높은 최저임금과 직원 배치 조건―를 오늘날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방식과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작가조합은 현실과 동떨어져, 한 해에 '내쉬 브릿지Nash Bridges'가 25회차까지 방영되고, 재방송되어 로열티를 받을 수 있었던 그 옛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때는 유럽인들이 기꺼이 우리의 쓰레기 드라마를 보려 했고, 미국인들도 밤 11시에 케이블에서 그 쓰레기가 재방송되는 걸 시청할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부가 수입이 존재했습니다. 진짜 문제는 매체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1년에 46주간 'CSI: 마이애미'의 보조 작가로 취업하는 대신 이제는 더 나은 드라마인 '웬즈데이Wednesday'를 위해 25주간 일하는 것입니다. 그저 산업의 진보일 뿐이에요."


하지만 이러한 '진보'는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고용 기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많은 초보 작가가 직위를 거쳐 가면서 필요한 훈련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조 작가들은 언젠가 자신의 드라마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기술을 배우기 위해 세트장이나 편집실에 머무를 필요가 있는데도 거의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는 모든 사람이 특정하게 아주 작은 일을 맡아 하는 모델T7 조립 라인으로 변했어요." 슈어의 말이다. "거기서 사람들은 한 금속 조각에 볼트를 끼우는 데 정말로 열중하는데 그게 그들이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그 결과, 아무도 자동차 전체를 만드는 방법을 못 배워요. 지금 해결해야 할 난관은 이 과정의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5년이나 10년 후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TV 드라마를 만드는 방법을 알 수 있을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스탭들의 상황은 지금 엉망진창입니다." 그린왈드는 말했다. "예외도 있고 좋은 사례도 있음을 알지만 전반적으론 공포물 같은 이야기가 들려온다구요." 초보 작업자들은 "드라마 제작에 몇 달씩 시간을 쏟는데 프로그램이 제작 취소될 수도 있고 방송이 아예 안될 수도 있습니다. 한 줌의 재로 무슨 경력을 쌓겠어요?"




피크 TV는 무엇이었나? 우리의 재생목록에 쌓여 있는 콘텐츠를 정직하게 바라본다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지난 10년은 분명, 진지한 드라마부터 엉뚱한 코미디까지 역사에 남을 만한 드라마를 배출했다. 그중 몇몇 걸작은 만약 다른 환경이었다면 만들어졌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저질 콘텐츠도 있었다.


"한 해 만들어지는 작품의 양과, 결과적으로 위대한 예술이 될 작품의 양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는 없어요." 다음 달 맥스8에 '풀 서클'이라는 새로운 드라마를 공개할 예정인 소더버그의 말이다. "1년에 60개의 프로그램이 한 플랫폼에서 만들어지고, 그중 6개가 훌륭하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는 그들이 다음 해에 120개의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그중 12개가 훌륭할 것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위대한 것을 만드는 방법을 정말로 아는 사람들의 수는 적고, 그들은 바쁩니다. 숨어있는 천재 제작자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천재들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종종 천재성에 의존하는 TV 제작의 정교한 형태, 즉 고급 드라마만을 불균형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마도 대중적인 히트작들로부터 이익을 얻을 직접적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플랫폼들은 그 대신 비평가나 에미상 심사위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화제를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앱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 전략은 어둡고 심각하며, 영화적인 효과로 장식된 드라마를 너무 많이 만들어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해버렸고 심지어 전문 비평가조차 그것들을 모두 볼 시간이 없었다.


"'워치맨Watchmen' 작가실에서 우리는 '진짜 있는 드라마일까?'라는 게임을 하곤 했죠." '로스트Lost'와 '레프트오버The Leftovers'의 공동제작자인 데이먼 린델로프Damon Lindelof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누군가 제목과 시놉시스, 그리고 배우 중 한 명의 이름을 대면 그것이 진짜로 있는 드라마인지 알아맞춰야 하는 게임이었죠. 하지만 웃긴 점은 모든 게 항상 진짜로 존재하는 드라마였다는 거예요. 어떤 것은 이미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시즌이 방영 중이었는데 드라마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중 누구도 그것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만약 당신도 집에서 이 게임을 해보고 싶다면 '더 베어The Bear', '성난 사람들Beef'처럼 혜성처럼 나타나 찬사를 받은 작품이 있을 때마다 '1899', '아메리칸 지골로American Gigolo', '아카이브 81', '우리가 사는 세상As Wee See It', '비커밍 엘리자베스', '디어 에드워드', '퍼스트 레이디', '렛미인',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The Man Who Fell to Earth', '나이트 스카이', '지금부터 시작일까On the Verge', '페이퍼 걸스', '리부트', '샨타람Shantaram'처럼 냉대받은 실패작도 있었다는 것을 떠올려보라. 이 작품들은 모두 2022년과 2023년 첫 시즌만에 종료된 것들이며 다른 드라마들은 조기에 차기 시즌 제작 취소가 됐다는 창피를 면하려고 한정 시리즈인 척 위장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 스스로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 '스웜Swarm'을 보고 있지만 내 어머니, 처가집 식구들, 젊고 유쾌한 처남 등은 그런 작품이 존재한다는 것도 몰라요. 그런 상황을 보면 자문하게 되죠. '나는 이 드라마의 존재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TV 드라마는 소수를 위한 특별 제작품이 되어버렸어요."


일부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자사의 추천 알고리즘으로 기존의 마케팅을 산뜻하게 대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으리라. 일부 플랫폼들은 과잉 공급 속에서 자신들의 콘텐츠를 돋보이게 하려고 그저 돈을 더 많이 들여 혼종적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급 영상물의 사치스러운 특징들―스타 배우, 독립된 세트장들, 시네마토그래피9―는 매우 익숙한 것이 되었고, 그리하여 시청자들이 예닐곱 시간이 지나서야 자신이 보는 것이 모조품에 불과함을 알아차리게 될 수 있었다.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와 스트리밍은 TV 프로그램보다는 영화적인 모양새를 좇았고, 따라서 쇼를 만드는 데 더 많은 돈이 들게 되었지만, 종종 예전의 쇼들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요." 라이언의 말이다. "우리는 영화가 되어야 했던 아이디어들이 8개의 에피소드로 길게 늘어진 것을 보고 있어요. 그 결과물들은 그렇게 긴 시간을 이끌어나갈 서사적 추진력을 갖고 있지 않죠."


"사람들은 종종 비용과 품질을 동일시하지만 그건 완전히 헛소리입니다." 한 메이저 스트리밍 플랫폼의 고위 임원의 말이다. "그들은 회당 2000만달러(260억원)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TV 드라마가 2008년 선댄스 영화제 수상작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하고,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기 위해 채널을 고정합니다. 거기에 부끄러워할 것은 없어요." 드라마 제작 뿐만 아니라 TV 팟캐스트 '더 와치'의 공동사회자인 그린왈드의 말이다. "오직 60만 명이 봤을 때만 그것을 '천재적'이라고 말하는 내가 문제일지도 모르죠. 어쨌든 쇼가 1%를 위한 것 아니면 99%를 위한 것이라는 식의 계층화는 이상합니다. 우리는 아마존에서 배리 젠킨스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10Underground Railroad' 같은 작업을 하거나 아니면… 여기서 우리가 들 수 있는 가장 쓰레기 같은 예가 뭐가 있을까요?"


이 양극화된 제작 시스템은 한때 황금시간대를 제패한 대중적인 쇼들이 채우고 있던 영역을 공백으로 남겼다. "프로그램을 팔고, 협상하고, 사고, 제작하는 사람들이 시트콤을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 히트 시트콤을 만들기는 어렵죠. 그들은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듯 보여요." 업계 톱 에이전트의 말이다.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사람들은 '두 남자와 1/211Two and a Half Men'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은데 저희랑 계약한 작가들은 아무도 그런 작품을 쓰려 하지 않아요. 그들은 모두 '배리Barry' 같은 것을 쓰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누가 '배리'를 보는지 아세요? 아무도 안 봐요."




스트리밍 TV의 첫 10년은, 영화사들이 진보적인 젊은 히피들에게 통제권을 잠시 넘겨주면서 미디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들이 만들어졌던 1970년대의 '뉴 할리우드'에 비견됐다. 그러나 스트리밍 산업이 재정적 규율의 압박 하에 스스로를 재부팅함에 따라, 이제 기업의 마이크로매니징과 대규모 프랜차이즈의 결합으로 창의성이 질식했던 1980년대의 영화 산업과 더 비슷해질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한 해도 비참했지만, 앞으로의 한 해는 더 나빠질 것이다. 많은 이가 6월 말 계약이 만료되는 배우들이 파업에 동참할 경우 두 조합의 파업이 겹치고 할리우드의 노사분규가 여름 내내 지속될 것을 우려한다(미국 감독조합은 지난 주말에 영화·텔레비전 제작 연합Alliance of Motion Picture and Television Producer과 잠정적인 합의를 했다). 셧다운이 장기화되면 스트리밍 회사들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와 계약 전반을―'데미몽드'가 겪었던 사형집행 같은 방식으로―더 많이 취소하게 될 수 있다. 그 후 새로운 계약이 성사되면 새로운 사업은 프로젝트들이 폐기되었던 지점에서 더 적은 회차수, 더 적은 예산, 더 안전한 아이디어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미 실망스러운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TV 스튜디오들은 2010년대의 영화 산업조차도 부끄럽게 만들 소심함을 보여주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지적재산권12을 재탕하기로 했다. 워너브라더스는 해리포터 책들을 10년에 걸친 TV 시리즈로 각색할 계획을 발표했다. 라이온스게이트Lionsgate는 트와일라잇Twilight 책으로 똑같은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쇼타임Showtime은 '덱스터Dexter'의 스핀오프 세 편, '빌리언즈Billions'의 스핀오프 네 편, '위즈Weeds'와 '너스 재키Nurse Jackie'의 속편들을 계획하고 있다.


슈어는 유명 지적재산권이나 주요 배우가 관련되어 있지 않으면 어떤 프로젝트도 확실한 보장을 못 받는다고 한다. "작년에는 누구도 '그래, 당연히 전시즌이지. 마음대로 해봐'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몇 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진 거죠. 지금은 거의 모든 것이 '그래'와 '안 돼' 사이 불확실한 공간에 머무르고 있어요."


지난 몇 년의 폭발적인 급증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평소 소외되던 이야기와 목소리를 위한 공간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할리우드가 다시 확실한 것만 추구하게 됨에 따라 많은 이가 TV 드라마가 다양성을 잃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만화가이자 작가인 노리 리드Nori Reed는 이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트랜스젠더 주연 캐릭터가 나올법한 드라마의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몇 년간 준비한 끝에, 그들은 드라마를 제작하길 원한다면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시스젠더13cisgender 캐릭터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는군요. 또 다른 친구는 어떤 스튜디오에서 드라마를 준비 중이었는데, 그 드라마는 트렌스젠더 스토리라인이 중심에 있었죠. 그러나 그 드라마는 취소되었어요. 매니저가 다른 스튜디오에 각본을 판매하려 시도했을 때, '글로벌한 매력'이 필요하다면서 이제 누구도 트랜스젠더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제작하려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더군요."


한 저명 스튜디오의 창업자는 업계가 모든 작품을 허용하던 때에 핫한 정체성 중심 작품을 판매했던 것을 회상했다.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쇼타임 등 우리에게 시리즈 제작을 약속해주는 네트워크가 항상 있었습니다. 모두가 '이 드라마를 확보하고 싶은데 무얼 해줄까?'라는 식이었습니다. 심지어 각본도 아닌 시놉시스만 있는 상태였는데도요." 하지만 최근에는 비슷한 내용의 드라마를 판매하려 할 때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 "사람들은 매우 신중해졌고, 작품 제작에 착수하려면 엄격한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실제로 뭔가를 만들려고 도전하기도 전에 매우 고심하게 됩니다." 이번엔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한 유색인 베테랑 임원은 사전 계약14development deal이 많은 새로운 창작자에게 기회를 주어 산업이 "목소리를 바꾸는 데 정말 큰 기여를" 했는데도 지금 스튜디오와 플랫폼이 사전 계약을 대거 축소하고 있다고 말한다. "퀸타 브런슨Quinta Brunson에게 투자하지 않으면 '애벗 엘리멘트리15Abbott Elementary' 같은 작품을 볼 수 없게 됩니다. 여성과 유색인종들, 젊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사전 계약을 축소하면서 모두 사라졌어요."


이러한 긴축에는 일부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부분적으로 더 많은 기업 구조의 변화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가 HBO맥스를 단순히 '맥스'로 바꾸었지만 많은 이들은 회사가 해체되거나 매각될 경우 몇 년 내에 또 다른 개편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간의 말로는 파라마운트+와 피콕이 다음 합병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칠 것이라고 한다. 라이언스게이트나 AMC네트워크 같은 작은 회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미 약간의 부분적 합병이 있었다. 쇼타임은 이번 여름에 파라마운트+에 편입될 것이며, 지난달 아이거는 디즈니+앱에서 곧 훌루의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일종의 느린 눈사태입니다. 나는 이 모든 스트리밍 플랫폼이 다 존재할 수는 없고, 존재하지도 않으리라고 생각해요." 여기 언급된 스트리밍 업체 하나의 임원이 한 말이다.


아마존도 애플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수조달러짜리 테크 기업에게 TV 드라마와 영화는 그저 부업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두 회사 모두 언제든 스트리밍에 대한 계획을 재고할 수 있다. "아마존이 내일부터 더 이상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 대신 스포츠를 중계하고 드라마의 디지털 복제본을 판매하겠다고 말한다면 주가도 상승하고 단 한 명의 프리미엄 구독자도 잃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한 스트리밍 회사 임원의 말인데 그는 이 점이 애플에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핵심 사업이 아닌 것은 투기가 되는 법이죠."


업계의 많은 이는 스트리밍 생태계가 결국 주요 플랫폼 네 개로 축소될 거라고 전망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케이블 TV를 희생시켜 그것을 고작 방송 독점으로 대체한 셈이다. 몇 개의 앱밖에 남지 않은 세상은 소비자와 제작자 모두에게 즉각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많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구독료를 올렸는데 경쟁이 덜해지면 그들은 가격을 또 올리기 쉬워질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협상력을 잃으리라는 점이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에 빗대어볼 수 있는 사례로는 우버가 있다. 우버 또한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산업을 혼란에 빠뜨린, 벤처투자의 지원을 받는 혼돈의 사도다. 우버는 다양한 도시의 택시 시스템을 손상시켰다. 우버의 재정 상황이 의심스러워졌을 때도, 옛날의 택시가 마법처럼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사용자들이 앱을 통해 차를 쉽게 부르는 데 익숙해져버린 것처럼, 이제 케이블 TV와 수신료로 돌아갈 일은 없다.


대신 스트리밍 회사들은 다른 사업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자사의 '광고를 포함하는 기본 구독Basic With Ads' 모델이 표준 광고 면제 요금제보다 사용자당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준다고 주장한다. TubiPLato TV 같은, 광고를 포함하는 무료 스트리밍 텔레비전FAST (Free, Ad-supported Streaming Television) 채널의 부상은 업계 전반의 콘텐츠 윈도우16로의 전환을 촉진했다. HBO맥스에서 사라진 일부 프로그램('웨스트월드Westworld', '에프보이 아일랜드FBoy Island')은 이제 FAST 서비스를 통해 잠재적으로 더 많은 관객에게 제공된다. 그리고 아이거가 각자의 라이브러리 콘텐츠를 각자의 플랫폼에서만 제공하도록 대부분의 할리우드 회사를 추동한 지 6년이 지난 지금, 디즈니를 비롯한 회사들은 다시 일부 프로그램의 라이선스를 공유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옛 경쟁사 넷플릭스에게도.


이러한 전개는 구독자가 자신을 발견해주기를 기다리면서 프로그램들이 하나의 플랫폼에 숨어 있는 대신, 대중적 프로그램이 다시 다수의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미래를 시사한다. 한 스튜디오 임원은 이미 더 작은 선취금을 받는 대신 프로젝트가 성공적일 경우 더 큰 추가 수익을 허용하는 계약 구조에 대해 스트리밍 회사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눈 바 있다고 말했다. "아마 우리는 라이선스 기간을 10년이나 15년이 아닌 기간으로 변경할 수 있을 것이고 독점성 정도도 변경할 수 있을 거예요." 이 시나리오를 따라 에피소드가 여러 곳에 제공될 수 있게 된다면, 쇼가 한 플랫폼에서 벗어나 수백만 개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더 다양한 매력을 가진 방송을 선호하도록 TV 사업의 동기를 재편할 수 있다. 아마 이미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한 베테랑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모두가 다시 고품질의, 광범위한 시청자를 위한 드라마를 찾고 있어요. 만약 브랜든 타르티코프Brandon Tartikoff와 워렌 리틀필드Warren Littlefield가 있었던 NBC의 전성기17처럼 '웨스트윙' 'ER', '프렌즈', '사인필드Seinfeld' 같은 드라마를―아마 약간의 누드와 욕설을 사용해―되살릴 수 있다면, 모든 스트리밍 회사들은 지금 매우 기뻐할 거예요."


최근 업계에 경종을 울린 작품은 아마존의 무료 스트리밍 시리즈 '주리 듀티Jury Duty'였다. 이 작품은 시트콤과 리얼리티 쇼의 경계를 흐려지게 했고,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나 무료 시리즈를 통틀어 최고로 중요한 30분 시리즈가 될 예정이다. "그 작품은 에피소드당 200만달러가 듭니다.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는 회당 5000만달러씩 들지요. 이제 업계가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 생각해보세요." TV 예산에 익숙한 톱 패키징 에이전트18의 말이다(아마존 대변인은 '반지의 제왕'의 이 수치가 "과장"이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변화 중 어떤 것도 지난 10년 동안 텔레비전 드라마를 특징지었던 수많은 공예적이고 값비싼 드라마의 팬과 창작자에게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런 종류의 드라마가 재정적으로 더 보수화 된 업계에서 사라져 갈 것을 걱정한다. "이상하게도 지금 모든 해결책은 얼마간 과거의 상태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 당시에도 상황이 정말 개판인 것처럼 느껴졌는데도요." 플렉의 말이다. "단지 예전 상태로 돌아가는 게 정답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토네이도의 중심에 있고, 그것이 우리 주변 모든 것을 휩쓸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도 그것을 멈추게 하는 방법을 진정으로 아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1968년 창간된 미국의 격주간지로 뉴요커와 함께 뉴욕을 대표하는 매거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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