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9 13:27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는 카슈미르의 부대를 방문할 때 종종 군복 차림을 한다. 11월 25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꽉 끼는 공군 조종사복을 입고 방갈로르 상공으로 테자스 전투기를 타고 출격했다. 인도에서 설계된 이 비행기는 인도가 자국산 무기를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는 모디 총리의 의지를 담고 있으며, 또한 인도 국방의 많은 문제점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 전투기는 생산 및 배치가 예정보다 20년이나 늦어졌고, 엔진 출력도 부족하며, 인도 조종사들로부터 경멸을 받고 있다.
인도의 지정학적 힘이 커지는 것은 상당 부분 인도가 중국의 힘을 견제할 수 있다는 희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140만 명의 상비군을 보유한 세계 2위 규모의 인도 군대를 현대화하는 것은 전 세계의 관심사다. 테자스 같은 실패 때문에 인도군의 현대화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인도군은 여전히 소련의 구식 무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성공적인 현대화가 이뤄진다고 가정해도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도의 국방 노력을 면밀히 살펴보면 몇 가지 영역에서 과소평가되고는 있지만 중요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무엇보다 국방 주안점의 눈에 띄는 전환에서 시작된다. 인도 지도자들은 25년 동안 중국을 주적이라고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실제 군대의 배치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랫동안 인도군의 38개 사단 중 12개 사단만이 중국 방면에 배치되어 있었다. 파키스탄에서 시작하는 테러 공격과 국내에서 발생하는 유혈 충돌이 인도군의 관심을 가져갔다. 하지만 2020년 6월, 수년간 긴장이 고조된 끝에 인도군과 중국군이 라다크 동부 산악지대의 갈완 계곡에서 곤봉과 정글도를 들고 격렬하게 충돌한 것이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
이 무력충돌로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최소 4명이 사망한 후, 인도는 68,000명의 병력과 수많은 탱크를 이 지역으로 신속히 이동시켰는데, 이전에는 보병 1개 사단이 800km의 전선을 지키고 있었던 곳이었다. 제트기와 헬리콥터가 북부 기지로 보내졌고, 새로운 도로, 터널, 교량 건설이 가속화되어 지난 3년 동안 건설된 국경 도로의 60%가 중국과 국경을 접한 주들에 건설되었다.
[새로운 PADO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카톡으로 알려드립니다 (무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중국과 파키스탄을 모두 감시하라는 '이중 임무' 지시를 받았던 부대가 중국에 집중하라는 지시를 새로 받았다는 점이다. 파키스탄을 맹공격하기 위해 창설된 3개의 중기갑 '타격 군단' 중 하나인 인도군 제1군단은 파키스탄을 관할하는 서부사령부에서 라다크를 담당하는 북부사령부 예하로 재배치되었다(지도 참조). 퇴역 장군인 라지 슈클라는 "저는 제 경력의 3분의 2를 파키스탄을 지켜보며 보냈습니다"라고 말한다. "오늘날의 태세 전환은 현재의 위협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두 번째 변화는 1947년 인도 독립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군 지휘 구조 개편이다. 2020년 갈완에서의 무력충돌이 발발하기 6개월 전 모디 총리는 육군, 해군, 공군 참모총장 위에 '국방참모총장'(CDC)이라는 새로운 직책을 신설하여 각 군 참모총장들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유도했다. 이전 정부에서는 너무 강력한 권한을 지닌 장군의 존재가 문민 우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러한 움직임을 꺼려왔다.
이 개혁에는 인도의 끈질긴 관료주의에 놀라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인도 장교들은 오랫동안 국방부에서 군사 지식이 부족한 문민 관료들에 휘둘린다면서, 예를 들어 농업 전문가가 군함의 무장 규모를 비판하는 일이 가능하다며 불평해왔다. 그래서 모디 총리는 국방부 내에 군무본부(DMA)를 신설했다. 군무본부라는 밋밋한 명칭은 민간인들이 장교들 밑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감추며, 이는 민군 관계에서 지금까지와 달리 군인들이 우위를 갖는 조직이다.
3년이 지난 지금, 개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슈클라 장군은 개혁이 "완전히 판도를 바꿨다"고 말한다. "군이 국가 안보 의사 결정에서 정당한 목소리를 되찾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리스마 넘치는 전 육군참모총장 비핀 라왓 장군이 국방참모총장 취임 2년도 안 된 2021년 12월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사건도 발생하면서 예상보다 진전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 후 모디 총리는 10개월 동안 국방참모총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었다가 덜 권위적인 인물인 아닐 차우한 장군을 임명했다.
상부의 불협화음
하지만, 공군 측의 저항으로 인해 야전 지휘계통에서의 진전은 지독히도 더디게 진행되었다. 공군은 많은 장군과 제독들이 나눠 지휘하고 최전방에서 전술적 싸움에 전념하고 있는 몇 개 전역(戰域)으로 안 그래도 부족한 공군의 항공전력을 분산시키는 것을 싫어하며, 적 종심 깊이 타격하는 공군 독자적 전략 공격을 선호한다. 내년에 출범할 첫 번째 전역사령부 시스템은 육해공 삼군의 협력을 실험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성공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세 번째 변화는 기술 분야다. 인도의 국방연구개발기구(DRDO)는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대규모 조직인데 미사일 제작에만 뛰어날 뿐 다른 거의 모든 분야에서는 서툴다. 국방연구개발기구는 인도산 전투기 테자스를 "놀라운 인도 항공산업의 승리"라고 묘사한다. 대부분의 인도 조종사들은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릴 것이다. 인도군은 전통적으로 방위산업을 지배해 온 국영 무기회사 및 병기공장에서 생산한 무기보다 외국 무기, 즉 러시아산, 유럽산, 그리고 점점 더 미국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PADO 트럼프 특집: '미리보는 트럼프 2.0 시대']
탱크, 제트기 및 기타 고가 품목의 경우 여전히 그렇다. 인도에서 자체설계한 탱크인 아르준은 1990년대 후반에 처음 등장했다. 100대 이상의 초기 버전이 군에 납품되었다. 그러나 아르준은 인도 기갑 장교들이 과도하게 무겁고 구식이라며 거부하는 바람에 테자스와 거의 같은 운명을 겪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희망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다.
2014년 인도 육군의 7개 주요 야전사령부의 지휘관들은 자체 연구 개발이나 장비에 투자할 예산이 거의 없었다. 2021년, 당시 육군 훈련교리사령부를 책임지고 있던 슈클라 장군은 기술 확보에 80만 달러가 조금 넘는 예산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이것이 1년 뒤에는 1,800만 달러로 대폭 증가했는데, 미국이나 중국 기준으로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인도로서는 비약적인 발전이었다. 현재는 북부사령부만 약 2억 4천만 달러가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사용된다.
이러한 정책변경의 수혜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설립된 많은 기업을 포함한 소규모 민간 기업들이다. 슈클라 장군에 따르면 인도 육군은 한때 "민간 부문과 스타트업 개념에 적대적이었던" 군대였는데 "지금은 이들을 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의 반도체 회사인 3rdiTech의 CEO 브린다 카푸어에 따르면, 몇 년 전만 해도 군대 쪽과 비즈니스 미팅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한다. 비밀 유지 규정 때문에 유용한 대화를 나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9년에는 두 가지 모두 바뀌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고방식의 급격한 변화입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갈완 충돌 이후, 군 당국은 번거로운 관료적 승인절차나 경쟁입찰 없이 최대 3천6백만 달러까지 단일 벤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긴급 권한을 부여받았다. 군 당국의 시험만 통과하면 업체는 수주를 따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만으로 새로운 전차가 생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간 부문에서는 아직 대규모 무기 시스템을 생산하거나 통합할 수 있는 역량이 없습니다"라고 국방분석가인 스리나스 라가반은 말한다. 하지만 최첨단 키트를 최전방 부대에 신속하게 보낼 수는 있다. 올해 방갈로르에 본사를 둔 뉴스페이스 리서치앤테크놀로지스는 인도 육군에 50대로 구성된 군집 드론 두 세트를 공급했다. 전직 전투기 조종사이자 이 회사의 CEO인 사미르 조시는 11월에 실시된 훈련에서 한 타격 군단이 이 드론을 실전 테스트했다고 말한다.
기존의 방식이 폐기되고 있다. 11월에 진행된 같은 훈련에서는 군대가 주로 짐 나르는 동물에 의존하던 산악 지역에서 50kg을 운반할 수 있는 조시의 화물 드론도 시험했다. 이 드론은 궁극적으로 인도군의 노새 10,000마리와 그 노새몰이병들의 역할을 종식시킬 것이다. 전직 육군 참모총장인 MM 나라바네 장군은 "노새의 번식은 중단되었지만, 정상적인 감소율로 볼 때 노새는 적어도 20년은 더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개혁이 보편적으로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 정부가 4년의 복무기간을 갖는 새로운 군인 계급인 '아그니베어' 4만6,000명을 모집하는 '아그니패스' 계획을 발표하자 큰 파문이 일었다. 지지자들은 이 제도가 국방 예산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연금 비용을 낮추고 군인의 평균 연령을 32세에서 26세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도 건국의 아버지들이 구상했던 다양한 출신성분을 포괄하며 넓은 대표성을 갖춘 군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회의론자들은 이 프로젝트가 기껏해야 일자리 계획일 뿐이며, 최악의 경우 모디 총리의 힌두 민족주의적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 고안된 사회공학의 한 형태라고 우려한다. 이 프로젝트가 인도의 젊은이들을 "훈련시키고 민족주의적 열정을 불어넣을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나라바네 장군의 설명은 이러한 우려를 오히려 뒷받침한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월터 래드위그는 이것이 작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군대가 주로 젊은이들에게 군사 훈련을 통해 민족주의를 주입하는 데 사용된다면, 이는 잠재적으로 군사적 준비태세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많은 육군 장교들은 아그니패스가 일부 연대가 특정 카스트와 민족 집단에서 모집하는 영국이 물려준 연대 제도를 파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것이 제도의 취지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모디 총리는 영국식 이름, 의식, 휘장을 없애고 사관학교에 고대 힌두교 경전 연구를 도입하는 등 군대의 "탈식민화"에 전념하고 있다. 최고 지휘관들도 모디 총리의 뜻에 따라 인도를 '바라트'라고 부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과의 격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모디 총리가 취임한 2014년 인도의 국방 예산은 중국의 23%였다(차트 참조). 지금은 28%이다. 그러나 부족한 분야는 매우 많다. 인도 공군의 공식 목표는 42개 비행대대다. 하지만 아직 비행대대 수는 31개에 불과해 항공전력은 200여 대의 격차가 있으며, 낙후된 미그-21 전투기가 새 전투기가 들어오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퇴역하고 있다. 인도 공군 장교들은 인도 공군이 기술적으로 중국 인민해방군에 비해 적어도 10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사석에서 인정하고 있다.
해군 역시 2035년까지 175척의 함대를 보유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에 비해 여전히 한참 못 미치는 150척의 함정과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의 370척과 현격히 비교된다. 항공모함 3척 계획은 공상처럼 보인다. 48억 달러 짜리 자국산 항공모함이 곧 발주될 예정이지만, 기존 항공모함 두 척 중 가장 낡은 항공모함이 퇴역하는 시점에나 전력화될 것이다. 새 항공모함은 원래 계획보다 훨씬 작은, 중국 최신 항공모함의 절반 정도의 톤 수로 건조될 것이다. 2021년까지 해군 참모총장을 맡게 될 카람비르 싱 제독은 인도 해군의 진로에 대해 낙관적이다. 그러나 그는 중국의 최신 구축함이 수직발사관에 112기의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도는 8-16기만 탑재할 수 있다.
한편 육군은 심각한 제약에 직면해 있다. 지난 3월 인도 의회 국방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인도군이 보유한 장비의 약 45%가 노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군이 보유한 전쟁 물자는 두 개의 전선에서 40일 동안 격렬한 전투를 치르는 데 필요한 양이다. 2017년 주 감사원은 많은 종류의 필수 탄약이 10일 후에는 고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군대는 새로운 부대를 증원하기보다는 기존 부대를 재편할 뿐이다. 국방 분석가인 라가반은 중국과의 국경에 군대를 집중적으로 배치하면서 그 결과 "여러 종류의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하며 최근 북동부 마니푸르 주에서 종족간 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인도 관리들은 사석에서 향후 30년 동안 중국을 상대할 수 없다고 고백한다. 현재 예일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전 인도 육군 장교 수샨트 싱은 중국이 라다크의 분쟁 지역을 슬그머니 침범해 들어오고 인도군이 순찰 구역 65개 지점 중 26개 지점에 출입하는 것을 중국군이 막는 것을 인도는 무기력하게 지켜봐 왔다고 말한다. "중국과의 국경 상황은 굴욕적입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물론 희망적인 사람들도 있다. 슈클라 장군은 "지난 9년 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며 제도적 개혁과 함께 2019년 2월 파키스탄에 대한 인도의 공습, 2020년 8월 라다크 카일라쉬 산맥에서의 대담한 공지(空地) 합동 작전을 예로 들었다. 인도가 중국 주둔군을 내려볼 수 있는 고지를 차지하게 된 이 작전은 중국을 놀라게 했다.
슈클라 장군은 인도의 목표는 "비용 급증 없이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비율상 인도와 중국의 국방비 지출 차이는 중국과 미국의 국방비 지출 차이와 거의 같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중국은 미국에서 위협이 되고 있는데, 우리 인도는 왜 중국에 비슷한 위협이 못 되고 있는걸까"라고 반문한다. 사실 인도의 군사력 발전은 이미 중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어야만 한다.
모두 인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중국이라는 강자가 등장하게 되자 과거 중국과 손잡고 소련에 맞섰던 기억을 되새기며 인도와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는 아직 누구와 제휴하고 싶은 생각을 내비치지 않습니다. 물론 긴 국경을 맞대고 있고 세계 1, 2위의 인구대국에 앞으로 미국과 함께 세계의 지정학을 이끌 인도와 중국은 벌써 국경에서 충돌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경제적, 정치적 위상에 걸맞는 군사력을 갖추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의 'Made in India' 원리를 방위산업에도 적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향후 인도의 방산 및 국방획득은 꾸준히 규모를 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첨단전투기의 경우 한번 선택하게 되면 정비와 부품 조달을 위해서도 공급국에 가까워져야 한다는 외교적 부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는 가급적 미국산이나 러시아산보다는 국내산이나 유럽산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첨단전투기보다 기술적으로 덜 의존적인 무기들에 대해서는 한국산 같은 NATO-호환 무기들도 기꺼이 구매하려 할 것입니다. 인도의 무기획득 사업이 한국 방산과 만날 수 있는 지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인도는 중국의 군사적 압박을 분산시키는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인도의 군 현대화는 우리에게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의 11월 30일자 기사는 길지는 않지만 인도의 군 현대화 노력을 잘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