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가자전쟁 이후, 하마스의 '빅픽처'

통치의 부담 없이 투쟁에만 전념한다는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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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공습 이후의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 /사진=로이터/뉴스1

2024.05.24 15:54

Foreign Aff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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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는 가자 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정치조직이지만 그 투쟁 방식은 정치조직이라기 보다는 테러 조직에 더 가깝습니다. 작년 10월의 기습 공격 또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을 뿐, 과연 무슨 정치적 목표가 있는가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언론에서 하마스를 형용하는 데 '허무주의적'이란 표현이 사용되는 걸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연구로 책을 쓴 매튜 레빗은 포린어페어스 2024년 5월 10일 기고문에서 독특한 분석을 내놓습니다. 하마스가 헤즈볼라 모델을 채택해 가자 지구 통치에는 손을 떼고, 선명성을 강조한 무장세력으로서 대이스라엘 투쟁을 이어가려 한다는 것입니다.


작년 10월의 기습공격이 이스라엘-사우디 관계정상화도 막고 하마스가 가자지구 통치에서 손을 떼는 것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입니다. 하마스의 기습공격과 이에 따른 이스라엘군의 보복으로 가자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고, 주민들은 이 모든 것을 초래한 하마스를 미워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외적으로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맞서는 가장 선명한 투쟁조직으로 이미지를 굳혔습니다. 하마스가 애당초 이 모든 것들을 원했다는 것이 이 기사의 시각입니다.


매우 새로운 관점인데, 사실 하마스는 작년 기습공격 이전에도 가자 지구 통치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주민들의 지지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사우디의 관계정상화가 이뤄지면 하마스에게는 결정적인 타격이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이러한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하마스가 기습을 감행했다는 것인데, 이 기사의 분석이 옳은지 앞으로의 상황전개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5월 6일 거의 확실시되는 이스라엘의 라파 진입 작전을 막기 위해 하마스 지도자들은 이스라엘과 인질 교환 협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몇 주간의 대화 거부 끝에 발표한 이 제안은 수십 명의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세를 중단시킬 수 있는 모종의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미국내에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하마스가 이 협상을 얼마나 성실히 이행할지, 하마스가 남은 병력과 지도부가 은신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라파 요새를 지키기 위해 이런 협상을 제안한 것은 아닌지 여전히 불분명했다.


7개월간 가자지구 전쟁이 지속되어옴에 따라 하마스가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200만 명 이상의 가자 주민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으며 하마스의 통치체제는 거의 파괴되어 버렸다. 이제 두 가지 기본적인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도대체 하마스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끔찍한 기습공격을 통해 하마스는 가자지구의 대부분이 파괴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국제적 의제의 중심에 다시 세우려고 노력했다. 이 공격은 팔레스타인 온건파를 지지하고 하마스를 배제하려는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관계정상화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하마스의 지도자들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적 목표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스라엘을 파괴한다는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던 가자지구의 통치 부담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5월 초 중국의 중재로 열린 하마스와 파타 간의 회담에서 알 수 있듯이, 하마스 지도부는 두 정파 간의 수년간의 치열한 적대에도 불구하고 파타 및 파타가 통제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화해의 과정을 시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데는 더 깊은 목적이 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새로운 통치구조를 도입하고 팔레스타인해방기구1(PLO)를 자신들 식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헤즈볼라 모델을 가자지구에 도입하고자 한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 중무장한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 세력인 헤즈볼라와 마찬가지로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어떤 팔레스타인 통치 구조가 등장하든 그 일부이면서 동시에 통치부담에 거리를 둔 미래를 원한다. 이를 통해 레바논의 헤즈볼라처럼 단독 통치에서 오는 책임을 지지 않고 가자지구와 궁극적으로는 서안지구에서 정치적, 군사적 지배력을 행사하기를 희망한다. 하마스의 이러한 '큰 그림'과 그것이 이스라엘과 이 지역에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려면 10월 7일 공격이 있기까지 수년간 하마스가 어떻게 움직여왔는지, 하마스가 수많은 이스라엘 민간인을 살해하고 납치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방정식을 바꾸기

10월 7일의 기습공격 4일 후, 하마스 관계자는 하마스가 2년 넘게 비밀리에 공격을 계획해 왔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2021년 5월 이스라엘과의 짧은 전쟁 이후 하마스 지도자들은 그들의 근본적인 목표를 재검토했다. 그 이전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철수한 지 2년 후인 2007년에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로부터 가자지구 통치권을 완전히 빼앗은 후 14년 동안 가자지구를 통치해왔다. 이스라엘과의 간헐적인 무력충돌에도 불구하고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굳건히 자리를 잡았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로부터 수억 달러의 원조를 받았으며, 카타르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공공부문 급료를 충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1년의 짧은 전쟁 직후 가자지구의 하마스 지도자 신와르는 이스라엘에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카타르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출연한 신와르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완전제거'를 계속 목표로 하고는 있지만 이스라엘이 모든 정착촌 해체, 팔레스타인 포로 석방, 팔레스타인인의 귀환 권리 허용 등 요구사항에 동의한다면 장기 휴전에 들어갈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휴전은 일시적인 것이며 팔레스타인 정파들의 단결을 달성하기 위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러한 단결은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하마스의 입장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신와르는 또한 하마스가 "레바논의 형제들"(헤즈볼라)과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와 접촉하고 있다고 자랑하며, 2021년 전쟁이 격화되었다면 이러한 동맹세력들이 하마스를 지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곧 하마스는 이란 및 헤즈볼라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회동을 갖기 시작했다. 4개월 후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세상에서) "사라진 후"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신와르가 직접 주최한 가자지구 컨퍼런스를 후원했다. 이 회의에서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하는 모든 팔레스타인 및 아랍 세력과 우호 세력의 지원을 받는" 새로운 팔레스타인해방위원회(CLP)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대체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하마스는 가자지구 통치에 전념하는 대신 이스라엘에 대한 지상 공격을 개시하고 이스라엘의 파괴로 이어질 연쇄반응을 일으키려는 오랜 구상을 비밀리에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하마스의 지도자들은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그곳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소형 무기를 비축하고 있었고, 나중에 칼릴 알-하야라는 하마스 관리가 인정한 것처럼 "이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알-하야의 말처럼 하마스는 대이스라엘 관계에 있어서 "전체 방정식을 바꿔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불가능

10월 7일 공격 계획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마스 지도자들은 과감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것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에 대한 지지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10월 7일 이전 이스라엘의 대하마스 전략은 카타르 자금이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것을 허용해줌으로써 가자 주민들 사이에서 하마스의 무력투쟁 노선에 대한 지지가 줄어들기를 기대하며 평온한 상태를 유도하려는 것이었다.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몇 달 동안 이스라엘의 이러한 접근 방식이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효과가 있었다는 증거도 있다. 예를 들어, 팔레스타인 여론 센터가 2023년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자 주민의 72%가 "하마스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의 삶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데 동의했으며, 70%는 하마스의 경쟁자인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의 치안을 넘겨받는 방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를 보면 하마스는 자신들의 가자지구 통치가 실패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마스는 또한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정상화를 두려워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에게 '2국가' 해법을 향해 가시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미국에게는 사우디와 공식적인 안보 조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 대가로 이스라엘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겠다고 제안했다. 대부분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국가건설의 진전을 좋은 일로 여겼지만, 항상 '2국가' 해법에 반대하고 이스라엘의 완전제거에만 전념해 온 하마스는 그렇지 않았다. 하마스는 또한 '2국가' 해법 아래에서 양측이 각자의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을 단속할 것이며, 이는 하마스와 그 동맹세력들에게는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동시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장기화된 정치적 불안을 절호의 기회로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서안지구에서 폭력이 증가하고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모스크에서 팔레스타인인 신도들과 이스라엘 경찰이 충돌하는 가운데 네타냐후 우파 정부는 사법 개혁안을 놓고 수개월간 시위에 직면해 있었다. 살라 알아루리 등 하마스의 외부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인에 대한 공격을 선동하면서 서안지구의 긴장이 고조되자 이스라엘군은 더 많은 병력을 가자에서 서안으로 이동시켰고 이에 따라 가자-이스라엘 경계는 취약해졌다.


이러한 상황전개 속에서 하마스는 10월 7일 공격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신와르가 2021년의 컨퍼런스에서 예루살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훼손하는 이스라엘측 행동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위협했던 것을 떠올리며 하마스는 10월 7일 작전을 "알아크사 폭풍"이라고 이름 붙였다.


2주간 진행된 이스라엘군 작전 이후의 알시파 병원. /사진=로이터/뉴스1

2주간 진행된 이스라엘군 작전 이후의 알시파 병원. /사진=로이터/뉴스1

"우리는 이 피가 필요하다"

계획 초기부터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를 침공하면 이스라엘이 더 큰 분쟁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했고, 헤즈볼라와 이란 등 다른 "저항의 축" 멤버들이 빨리 합류하기를 바랐다. (하마스는 정확한 날짜를 포함한 공격의 세부 사항을 비밀로 유지했지만 이란과 헤즈볼라는 대략적인 개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마스 지도자들은 또한 가자지구에 기반을 둔 하마스 무장세력이 서안지구의 전사들과 연계하여 이스라엘 도시와 군사 기지를 목표로 삼아 초기 공격에 대한 후속 공격을 감행하는 시나리오를 포함하여 더 많은 것을 달성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작전계획을 짰다. 이를 위해 10월 7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쪽으로 침투해 들어간 당시 하마스 무장 세력은 며칠 동안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식량과 장비를 휴대하고 있었다.


이스라엘군이 결국 하마스가 염두에 두었던 이 최대한의 계획은 막아냈지만, 그들이 가자-이스라엘 경계 지역을 다시 통제하기 전에 하마스의 공격자들은 약 1200명의 이스라엘인과 외국인을 살해하고 200명 이상을 인질로 잡는 등 끔찍한 잔학행위를 저지르고 범죄를 녹화 및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하마스는 심지어 훔친 휴대폰으로 피해자의 SNS와 왓츠앱 계정을 탈취하여 공격을 생중계하고 피해자 가족에게 위협을 가하며 추가 폭력 행위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이스라엘군은 사살된 하마스 공격자들의 시신에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 "인질을 생포하라"고 지시하는 문서를 발견했다. 한 문서는 특히 초등학교와 청소년 센터의 어린이들을 표적으로 삼으라고 작전 요원들에게 지시했다.


하마스는 이러한 대혼란을 기획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면서 이스라엘로 하여금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지상 침공에 나서도록 유도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상자를 발생시키는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었는데, 카타르 도하에 머물던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10월 7일 이후 영상 연설에서 "우리는 이 피가 필요하다. 이 피는 우리 안에 혁명정신을 일깨우고, 우리 안에 결의를 일깨우고, 도전정신을 일깨우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우리를 밀어준다"고 거리낌없이 말했다.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300마일이 넘는 땅굴을 건설해 전투원들을 보호하면서도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보호할 방공호는 단 한 곳도 건설하지 않은 것은 단지 우연이 아니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대응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과 하마스가 내심 포기하고 싶은 가자지구의 통치도 중단시킬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파멸적이지만 성공적인

하마스는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 도달해 서안지구의 동료 무장 세력과 연대하려는 최대 열망을 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0월 7일의 뜻밖의 초기 성공에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안보체계와 군대가 가자-이스라엘 경계에서 많은 공격자들을 사살하고 생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날 이스라엘측 방비가 예상보다 약했고 이에 따라 훨씬 많은 공격요원들을 이스라엘 깊숙이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하마스가 가자-이스라엘을 가르는 철조망을 열었다는 소식이 가자지구에 퍼지면서 두 차례의 추가 공격이 이어졌다. 첫 번째 추가 공격에는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인민전선 등 다른 테러 조직이 참여했고, 두 번째 추가 공격에는 하마스에 소속되지 않은 가자 주민들이 참가해 국경 인근 이스라엘 마을에서 살해, 납치, 기타 잔학 행위를 자행했다.


이 공격은 몇 시간 동안 방치되었고 이스라엘군이 모든 공격자를 체포하거나 사살하고 국경을 다시 장악하는 데 며칠이나 걸렸지만, 하마스가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땅굴 네트워크 덕분에 큰 이점을 가질 것으로 생각되었던 가자지구에서 즉시 지상전을 개시하지 않았다. 대신 이스라엘은 몇 주 동안 대응계획을 세웠고, 하마스가 민간지역 내부와 그 아래에 구축한 군사 인프라를 뿌리 뽑기 위한 공습을 시작했고, 몇 주 후부턴 공습과 지상작전을 병행했다.


헤즈볼라를 비롯한 이른바 '저항의 축'의 다른 멤버들도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시작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시리아에 있던 이란 고위 지휘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해 이란이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을 때, 이스라엘과 동맹세력의 방공망은 일회성 작전으로 판명된 이 공격을 대부분 무력화시켰다. 하마스의 가장 강력한 동맹인 헤즈볼라와 이란은 모두 싸움에는 참여하기를 원했지만 전면전을 원하지는 않았다.


요컨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파괴적이었지만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역 전쟁으로 확전되지는 않았고, 하마스는 현재로서는 그것에 일단 만족해하고 있다. 하마스에게 전략적 인내는 미덕이다. 이 단체는 더 큰 성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번 작전을 계획했지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스라엘의 멸망으로 이어지는 더 길고 냉혹한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하마스는 가자 지구를 통치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야 했는데, 이 통치부담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가능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약화시킨다고 결론내렸다. 그 책임에서 벗어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전멸할 때까지 10월 7일 같은 공격을 몇 번이고 반복할 것"이라고 외칠 수 있게 될 것이다.

헤즈볼라 모델

10월 7일 공격을 감행하면서 하마스는 가자지구의 기존 상황을 뒤집었다. 하지만 하마스가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지는 덜 주목받았다. 실제로 하마스는 전후 가자지구 관리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화해하고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해방기구를 가자지구로 데려오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어떤 통치구조가 등장하더라도 그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하마스가 대이스라엘 관계의 전체 방정식을 바꾸고 싶어한다고 설명한 하마스 관리 알-하야는 최근 이 계획을 인정하고 1967년 전쟁 이전에 존재했던 휴전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5년 휴전하고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모두 통제하는 팔레스타인 통일정부를 세우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실제로 12월부터 하마스의 고위 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인기 없는 지도자 마무드 아바스에 반대하는 파타 내 분파와 만나 이러한 화해를 논의하고 있다. 4월 21일 하니예는 모든 팔레스타인 정파를 포함할 수 있도록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재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오랫동안 온건하고 세속적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부정해 온 무장 이슬람 운동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측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손을 잡으려는 것은 의외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하마스의 이러한 움직임 이면에는 헤즈볼라 모델을 모방한다는 더 중요한 전략적 목표가 있다.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는 명목상으로는 레바논의 약한 통치기구의 일부로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정부 예산집행에도 어느 정도 발언권을 갖고 있지만, 강력한 군대를 운영하고 이스라엘과 싸우는 데 있어서는 완전한 자율성을 유지하고 있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대한 새로운 협정 하에서 하마스는 통치기구에 종속되거나 통제받지 않고 독자적인 운동과 독자적인 군사력을 통해 동일한 영향력과 독립성을 발휘하기를 희망한다.


실제로 가자지구의 하마스 지도자들은 헤즈볼라의 전투방식에서 배운 10월 7일 공격을 계획하면서 헤즈볼라에 지침을 구하기도 했다. 카타르, 터키, 레바논 등 하마스의 외부 지도자들은 전쟁을 끝내는 데 더 관심이 많았지만, 가자지구에 머물면서 이스라엘 인질들을 통제하고 있어 대부분의 카드를 쥐고 있는 신와르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아내고 살아남아 "신성한 승리"를 선언하는 데 집착하고 있다. 그는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헤즈볼라가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군에 의해 파괴되지 않은 최초의 아랍 군대가 되었고 그 결과 지역적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과 비슷한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에서 살아남은 신와르는 향후 팔레스타인 통일정부에서 고위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와르가 향후 팔레스타인 통일정부에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10월 7일 하마스가 저지른 무도한 행위 때문에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또한 하마스는 파타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오랜 적으로, 2007년 파타와의 내전 끝에 무력으로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는 전후 통치구조에 하마스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명시적으로 거부했다. 그러나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정치 인프라를 완전히 해체하고 대안을 구축하려는 공동의 노력이 없다면 하마스는 전투가 멈춘 후에도 여러 정파 중 하나로 자리 잡는 데 성공할 수 있다.


전후 통치에서 배제되는 경우, 하마스는 헤즈볼라의 다른 접근 방식을 채택할 수도 있다. 헤즈볼라가 레바논의 은신처를 이용해 전 세계 이스라엘인과 유대인을 대상으로 국경을 넘는 테러 공격을 감행했던 것처럼 하마스도 이스라엘, 서안지구, 가자지구 국경을 넘어 해외에서 자신들의 소행임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테러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하마스는 국제적인 테러 공격을 감행한 적은 없었지만, 몇 차례 근접한 적이 있었다. 10월 7일 이후 유럽 정보기관은 독일과 스웨덴에서 하마스의 비밀계획을 발견했으며 불가리아, 덴마크, 네덜란드에서는 금지물자 수송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

전후의 승리를 방지하라

5월 초 하마스가 뒤늦게 인질 교환 협상을 승인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오랫동안 이스라엘 인질들을 석방하지 않고 무기를 내려놓지 않아 전쟁을 장기화시킨 하마스 지도부를 비난해 왔다. 그러나 그들만 하마스를 비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거의 7개월에 걸친 파괴적인 전쟁 이후 점점 더 절망에 빠진 가자 주민들은 하마스가 자신들이 유도한 이스라엘의 보복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화가 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가자 사람은 지난 4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신와르의 죽음을 매일 기도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정책여론 센터의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하마스의 인기는 43%에서 34%로 4분의1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자지구의 한 프리랜서 기자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제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이라면서 "우리는 이 피의 폭포가 멈추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지하터널에 몸을 숨기고 있는 하마스의 지도자들은 지상에서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민간인들이 점점 더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으며, 이는 하마스 지도자들이 최근 발표한 일부 성명의 온건한 어조가 잘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은 완전한 휴전과 라파에 남아있는 하마스 병력의 안전한 철수가 없는 인질-포로 맞교환에 동의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러한 낮은 지지율은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홀로 통치하지 말아야 하며 따라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모든 비난을 뒤집어쓰지 않는 통치 구조를 만들어 그 안에서 한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그들에게 일깨워줄 뿐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들을 모두 석방한 후 그들에게 남을 가장 중요한 힘은 살아남은 전투병력이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하마스는 우선 생존을 통해 헤즈볼라 방식의 승리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 다음, 하마스를 독립적인 전투세력으로 유지한 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 합류하고 팔레스타인 운동세력 전체를 내부에서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전후 통치구조와 관련하여 헤즈볼라 모델을 채택해야 한다. 하마스에게 이는 제1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으로서, 이스라엘을 파괴하고 '역사적 팔레스타인'의 모든 지역에 팔레스타인 이슬람국가을 세우겠다는 근본 목표를 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계획이 실행되는 것을 저지하려면 이스라엘, 미국, 아랍 및 서방 동맹국들이 하마스를 팔레스타인의 그 어떤 통치구조에서도 배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마스는 10월 7일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던 상황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불안한 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모두 이스라엘의 멸망이 불가피하며, 10월 7일은 궁극적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한 돌이킬 수 없는 과정의 시작일 뿐이라고 진정으로 믿고 있다는 사실에 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분쟁의 항구적인 해결을 진정으로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하마스의 근본적인 목표가 평화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하마스를 팔레스타인 통치기구에 포함시키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매튜 레빗은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라인하르트대테러정보프로그램의 소장이다. 저서로 '헤즈볼라Hezbollah: The Global Footprint of Lebanon's Party of God'가 있다.



1922년 창간된 격월간 국제정치 전문지. 미국의 국제정치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에서 발행하는데 국제정치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거진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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