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評천하] 트럼프 "브라질엔 50% 고율관세" 이유는? 外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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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신기림 기자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리창 중국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모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 아비 아흐메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 셰이크 칼리드 빈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세예드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7.6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025.07.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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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보통 25% 관세율을 통보했는데, 브라질에 대해서만 2배나 높은 관세율을 정한데에는 배경이 있습니다. 국내외 보도를 보면, 트럼프가 현재 쿠데타 모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볼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해 이렇게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만, 좀 더 지정학적 관점에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트럼프와 볼소나루 전 대통령 사이의 친밀한 관계가 어느 정도는 작용할 수 있었겠지만, 한 나라의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관세를 2배 높일 정도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좀 더 깊은 원인을 찾아봐야 합니다.


브라질은 지난 주말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브릭스란 2001년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 짐 오닐(Jim O'Neill)이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가 세계 경제를 이끌 신흥 경제국이라면서 첫 글자를 따 'BRICs'라고 불렀고, 이것을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조직화된 것이 현재의 브릭스입니다. 2010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가 가입하면서 'BRICS'로 이름이 확정되었습니다.


문제는 브릭스가 중국과 러시아, 특히 중국이 미국과 서방을 견제하는 조직으로 열심히 공을 들이고 있는 조직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는 브릭스는 경계하며 싫어합니다. 이번 브라질 리우 정상회의에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을 규탄하는 공동성언문을 채택했고, 미국의 관세정책도 비난했습니다. 문제는 이 정도가 아닙니다. 중국은 브릭스 회원국들 사이에서 위안화로 무역거래를 하기를 원해왔고,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2023년에 "브릭스 통화"(BRICS currency)를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달러 의존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트럼프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는 트럼프는 한 내각회의에서 "브릭스 자체는 심각한 위협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짓은 달러를 훼손해 다른 나라 화폐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표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달러가 기축화폐 지위를 잃는 것은 전쟁에서 패하는 것과 같다... 절대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안 할 것이다"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트럼프는 남미 좌파의 리더이기도 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는 룰라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지난 주말에 리우 브릭스 정상회의를 못마땅하게 지켜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의식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휘로 정신이 없기도 할 것입니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 시진핑이 불참한 것에 대해 한국의 반중 우익 매체들이 '시진핑 실각설'을 퍼뜨리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미국과의 관세-무역 갈등 상황에서 미국을 미국의 뒷마당인 남미에서 너무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 동남아국가 최초로 브릭스에 정식가입한 인도네시아프라보워 대통령은 리우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브릭스 정식가입 및 정상회의 참석은 인도네시아 외교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코위 전 대통령은 브릭스 가입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고,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더욱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10월에 취임한 신임 프라보워 대통령은 방침을 바꿔 취임 직후 가입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그리고 프라보워는 첫 외국방문지로 인도네시아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11월에는 러시아 해군과 첫 연합 군사훈련을 가졌고, 금년 6월에는 서방의 G7 정상회의에 초청을 받았음에도 참석하는 대신 러시아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브릭스 리우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과거에 비해 중국-러시아를 좀 더 중시하는 외교를 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서방에 너무 의존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도 일본, 호주와의 정상회담은 이어가고 있습니다. 2억 8000만명이나 되는 인구 대국이자 자원 대국 인도네시아가 과거처럼 특정 강대국에 경도되는 것을 피하는 '비동맹 외교' 전통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인도네시아가 과거 한국산 KF-21 보라매 전투기 개발, 생산에 참여했다가 이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인도네시아의 '비동맹 외교'와 관련될 수 있습니다. 한국산 전투기는 아무래도 미국, 특히 미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비슷한 부품과 작동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산 전투기를 구매하게 되면 미국에 의존하게 될 리스크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가 프랑스나 튀르키예 같은 제3국의 전투기에 관심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트럼프의 관세 25% 부과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 정부로서는 안이한 타협을 피할 것"이라면서 "깔보는데 참을 수 있냐"라며 총리로서 격식에 맞지 않는 표현까지 써가며 고율 관세에 맞서겠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는 미일 관계에 대해 "우리가 많이 의존하고 있으니까 말을 들으라는 식이면 곤란하다. 미국 의존에서 한층 더 자립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이시바 총리가 이렇게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는 배경에는 7월 20일에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지난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자민당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참패하면 이시바 총리의 입지와 위태로워질 위험이 있습니다. 또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이시바는 미국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아시아 외교를 중시해야 한다는 다나카 총리의 계보에 속했던 사람입니다. 이 다나카 스쿨은 기본적으로 동아시아를 중시하고 미국으로부터는 자율성을 확보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합니다. 어쩌면 한국의 더불어민주당 정부와도 대미 정책 관점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을 듯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모종의 협력체제가 물밑에서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해외 대사관에 전문을 보내 누군가가 AI루비오 국무장관 목소리를 담은 가짜 메시지를 3명의 외국 장관들과 2명의 미국 정치가에게 보냈다면서 주의를 환기했습니다. AI 기술이 발달해감에 따라 앞으로 이런 감쪽같이 속이는 가짜 메시지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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