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돈로독트린 "아메리카는 내 앞마당"

그러나 서반구에 대한 트럼프의 지배권 주장은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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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1월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석유 기업 경영진과의 회동 중 한 기자에게 질문하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26.01.16 14:34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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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외교가의 화두가 '대중봉쇄'에서 '돈로독트린'으로 바뀌었습니다. 두 개념은 사실 상충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미국 군사력이 아메리카 대륙에 집중한다면 그만큼 대중봉쇄망을 느슨하게 풀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해군의 주요함정 척수에서 미국은 중국에 밀리고 있습니다. 그런 얼마 안되는 해군 자산을 카리브해 등 아메리카대륙에 집중시킨다면 당연히 서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도 이번 베네수엘라 공격은 150대 가량의 항공기와 델타포스 특수부대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이뤄졌기 때문에 미군 세력이 라틴아메리카의 늪에 빠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돈로독트린' 즉 먼로독트린 업그레이드판에 따라 아메리카 문제에 더욱 개입하기 시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PADO '評천하' 칼럼에서 여러번 지적했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소프트파워에 너무 관심이 없습니다. 모든 것을 군사력과 경제력으로만 해결하려 하면 힘이 달리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하드파워는 지켜보는 많은 나라들에게 경계심을 갖도록 합니다. 압도적인 하드파워엔 '줄을 서는' 연횡(連橫)이 이뤄지지만, 어설픈 하드파워 과시는 미국에 맞서는 연대 즉 합종(合縱)을 이끌어낼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것이 하드파워 사용의 딜레마입니다. 미국의 새로운 먼로독트린, 즉 돈로독트린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 첫 테스트가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군사적이기보다는 정치적인 방식으로 베네수엘라의 내정에 영향을 미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의 1월 8일자 '롱리드' 브리핑을 통해 돈로독트린이 향후 맞닥뜨려야 할 난관들에 대해 미리 파악해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미군이 베네수엘라의 강권적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생포하기 위해 감행한 전격 기습 작전은 이미 며칠 전에 끝났다. 그러나 수도 카라카스는 여전히 격변에 대비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공항에서 도심으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전차와 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스키 마스크를 쓴 병사들이 그 위에 올라타, 아마도 결코 일어나지 않을 추가 공격을 기다리고 있다. 오토바이를 탄 친정권 무장 자경단인 '콜렉티보' 무리들은 거리를 배회하거나 검문소를 설치해 차량을 수색하고 운전자들을 괴롭힌다. 소문에 따르면, 이는 위협적인 내무장관 디오스다도 카베요가 주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정권 수뇌부가 제거됐음에도 불구하고 권력공백은 없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마두로의 심복들이 방어 태세를 굳히고 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기습 작전 불과 이틀 뒤인 1월 5일, 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취임했다. 이튿날 그녀는 미군이 이번 작전에서 사살한 약 60명을 애도한다며 7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고, 이 기간 동안 많은 상점과 사무실이 문을 닫게 되었다. 냉소적인 시각에서는, 이는 그녀가 권력을 공고히 하고 잠재적인 소요를 차단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조치라고 본다.


한편 미국 정부는 사태가 정확히 계획대로 전개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자신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고 있다며, 로드리게스 권한대행과 그 측근들이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마두로 전 대통령보다 더 나쁜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추가 공습이나 심지어 지상군 투입을 명령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는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에 대한 현재의 봉쇄 조치가 압박 수단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 미국은 자국의 금수 조치를 위반했다며 유조선 두 척을 나포했다. 로드리게스는 여전히 때때로 식민주의에 맞서 저항하겠다는 강경한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협력 의제"를 놓고 함께 일하자는 유화적인 제안도 내놓았다.

볼리바르식 모호성

그러나 이러한 기묘한 교착 상태가 베네수엘라와 세계에 무엇을 예고하는지는 전혀 분명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세기 미국이 유럽 열강을 미주(아메리카)에서 배제하려 했던 먼로독트린을 자신이 "돈로독트린(Donroe doctrine)"으로 업데이트했다고 말한다. 이는 서반구 국가들에 대해 미국이 필요에 따라 개입할 권리가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는 이 지역의 여러 나라들에 대해, 태도를 고치지 않으면 베네수엘라와 비슷한 처우를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베네수엘라를 자신의 뜻대로 굴복시킬 수 있을지, 더 나아가 아메리카대륙 전체를 장악할 수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많은 주민들은 전쟁 영화를 방불케 했던 그날 밤 이후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한다. 1월 3일 새벽, 20개 기지에서 출격한 150대가 넘는 미군 항공기가 도시 상공을 급습했으며, 특수부대 돌격조를 태운 저공 비행 헬리콥터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마두로의 쿠바인 경호원 수십 명과 교전을 벌여 사살한 뒤, 철갑을 두른 안전실로 들어가려던 마두로를 붙잡았다.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대통령과 그의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는 체포돼 연안에서 대기 중이던 미 해군 군함으로 옮겨졌다. 작전을 지시하고 플로리다 소재 자신의 컨트리클럽 마러라고에서 영상으로 이를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와 과감성"에 감탄했다. 납치된 이 부부는 현재 뉴욕에 있으며, 마약 밀매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2013년부터 대통령직을 맡아온 니콜라스 마두로가 자신이 그토록 빈곤하게 만든 나라를 마침내 떠나는 순간을 오랫동안 꿈꿔왔다. 그는 자의적 체포와 고문,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살해로 유지된 억압적 도둑정치 체제를 통치해왔다. 그의 집권 아래 국내총생산(GDP)은 무시무시하게도 70%나 축소됐다. 경제의 근간인 석유 생산 역시 거의 그에 필적할 정도로 급감했다. 인구의 정확히 4분의 1이 절망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찾아 국외로 떠났다.


수갑을 찬 채 미국 요원들에게 둘러싸인 마두로의 합성 이미지는 수년간 온라인에서 떠돌았다. 그 상상은 현실이 됐지만, 기대했던 환희는 없었다. "마두로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축하하고 싶은 불타는 충동이 있지만, 지금은 그걸 미뤄둬야 하는 상황입니다." 택시 기사 아르투로의 푸념이다. 실망감을 더욱 부각하듯, 패닉 사재기의 영향도 있어 많은 슈퍼마켓의 진열대는 텅 비어 있다. 현지 통화인 볼리바르는 이번 기습 이후 이미 미미하던 가치에서 다시 20%를 잃었다.


일부 주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무리를 지어 정권의 잔재를 무너뜨리길 바란다. "이제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선례가 생겼어요." 생필품을 사며 카를라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이들은 더 암울한 운명을 체념하듯 받아들인다. "개인으로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있죠. 하지만 이 나라의 정치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에르네스토의 한숨이다.

차베스주의적 뻔뻔함

겉으로 보기에는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의 입지는 비교적 안정돼 보인다.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녀의 취임에 만족하는 듯하며,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관계가 "매우 견고하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카베요와 막강한 국방장관 블라디미르 파드리노의 지지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든 마두로를 배신했을지 모른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마두로의 아들이자 국회의원인 인물조차 "델시, 당신은 내 지지를 받고 있다… 국가는 좋은 사람 손에 맡겨져 있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파벌 간 단결은 겉으로 가장하기는 쉬워도 유지하기는 훨씬 어렵다. 잠재적으로 폭력적인 권력 투쟁이 여전히 정권을 집어삼킬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다른 자원들은 야심 있는 지도자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전리품이다. 카베요나 파드리노, 혹은 야심 찬 장군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말을 바꾸게 하려 들거나, 아예 쿠데타에 승부를 걸 수도 있다. 정부를 둘러싼 취약함의 분위기는 1월 5일 늦은 밤 카라카스의 대통령궁 미라플로레스 인근에서 총성이 울리며 더욱 부각됐다. 쿠데타가 진행 중이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경계심이 과도해진 경비 부대가 자국의 드론 하나를 향해 발포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당분간은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에게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 세력으로 보이는 쪽은 민주 야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매우 인기 있는 정권 비판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두고 "아주 좋은 여성"이지만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만큼 국내에서 충분한 존경을 받지는 못한다고 일축했다. 그는 마차도를 대신해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인물로, 마두로가 뻔뻔하게 훔쳐 간 2024년 대선에서 실제 승자로 널리 여겨지는 에드문도 곤살레스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야권을 배제하고 구정권을 끌어안기로 한 결정은,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정부를 전복한 뒤 군대와 집권 바트당을 해산하면서 나라가 혼란에 빠졌던 전철을 피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이는 또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그의 지지를 받았던 이전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데 대한 반영일 수도 있다. (다른 가설로는, 마차도가 노벨상을 먼저 받은 데 대한 트럼프의 심기가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최근 CIA 브리핑은 로드리게스나 다른 정권 인사들이 과도 정부를 운영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해진다.


로드리게스의 권력 장악력은 부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그녀에게 얼마나 가혹한 환경을 조성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7일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전량을 "무기한" 판매하는 내용의 합의를 베네수엘라 당국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수익금이 "미국 정부의 재량에 따라 미국 국민과 베네수엘라 국민의 이익을 위해 분배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런 과정에서 베네수엘라를 위해 구매되는 모든 물품은 미국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는 미국과 석유 판매를 놓고 협의 중이라고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이 대폭 확대되길 원한다고 말한다. 그는 세계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베네수엘라의 매장량—점성이 높아 아직 개발되지 않은 방대한 규모의 타르성 퇴적물을 '석유매장량'에 포함할 경우—을 더 많이 활용하기 위해 미국 석유회사들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처럼 불안정한 나라에 미국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를 하도록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허술한 인프라를 복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의 전 베네수엘라 특사 엘리엇 에이브럼스는 필요한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요구되는 안정성은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통해서만 확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로드리게스가 실제로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트럼프의 손에 맡긴다면, 그녀는 정권 내부의 강력한 정파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민족주의적 정서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한편 멀리 떨어진 베네수엘라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는 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공화당은 이번 기습을 박수로 맞이했지만, 상당수는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끝없는 전쟁"에 반대하며 선거운동을 벌였고, 여기서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라는 구호가 나왔다. 그러나 이제 공화당은 트럼프의 신(新)제국주의적 모험을 옹호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민주당은 외국의 수렁에 빠질 위험을 즐거운 듯 경고하며, 두 번째 나라까지 운영하는 일이 트럼프 대통령을 본업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들지 않겠느냐고 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비판을 일축한다. "MAGA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한다. MAGA는 내가 하는 모든 걸 사랑한다." 그러나 여론은 갈려 있다. 여론조사에 따라 다르지만, 응답자의 약 30~40%가 당파 성향에 따라 카라카스 기습을 지지하거나 반대한다고 답했다. 로이터/입소스 조사에 따르면 다수는 미국이 너무 깊이 개입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수렁에 빠진 듯 보이거나 병력이 투입될 경우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담무쌍한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모험을 줄이기보다는 더 늘리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지도 참조). 미국이 콜롬비아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쁘지 않게 들린다"고 답했다. 그는 "마약 카르텔이 멕시코를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는 뭔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쿠바는 "무너질 준비가 돼 있는 듯" 보이며, "그린란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기습 작전의 여파로 라틴아메리카는 갈라졌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엘살바도르, 파나마, 파라과이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마두로 축출 소식을 환영했다. 그러나 이 지역 최대 국가인 브라질, 콜롬비아, 멕시코—모두 좌파 지도자가 집권한 나라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규탄했다. 보통 '룰라'로 불리는 브라질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는 이번 사태가 "용납할 수 없는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멕시코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은 "일방적 행동과 침공은 평화나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 정부 가운데 다수는 다음 차례가 자신들일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남미 담당 국장을 지낸 벤저민 게단은 "이제 라틴아메리카는 사격장이 되었고, 미국은 마음대로 누구든 겨냥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한다.


콜롬비아는 오랫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표적에 올라 있었다. 수십 년간 미국의 이 지역 내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현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잦은 충돌을 빚어왔다. 두 사람은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 트럼프의 이민 정책, 그리고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매 선박으로 의심된다며 이뤄진 공격으로 콜롬비아인이 사망한 사건 등을 놓고 소셜미디어에서 설전을 벌였다. 마두로가 제거된 뒤 페트로 대통령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카라카스 기습을 스페인 내전 당시 나치의 게르니카 폭격에 비유하며, 미국이 라틴아메리카의 "신성한 주권에 피를 오줌처럼 갈겼다"고 비난했고,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거리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페트로에게 "엉덩이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트럼프의 강타

한 가지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이 콜롬비아 내 갱단이 운영하는 마약 제조 시설을 공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마약 문제를 이유로 페트로 대통령의 미국 비자를 취소하고 제재를 부과했다. 1월 4일에는 콜롬비아가 "코카인을 만들어 미국에 파는 걸 좋아하는 병든 인간"이 운영하는 나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콜롬비아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페트로 측근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무엇을 할지에 대해 "강한 편집증적 불안"이 퍼져 있다. 아마 이런 이유로 1월 7일 페트로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마약 문제와 그간의 이견들을 설명했다"고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적었다. 그는 "그의 전화와 어조에 감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유화적 전환은, 콜롬비아의 마약 조직을 공습할 경우 5월 콜롬비아 대선에서 좌파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헌법상 페트로는 단임만 가능하며 임기는 8월에 끝난다). 그러나 두 지도자 간 관계는 언제든 다시 적대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 설령 콜롬비아에 대한 군사 개입이 없더라도, 이 나라는 이웃 국가의 여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콜롬비아는 이미 약 300만 명에 달하는 베네수엘라 이주민을 수용하고 있는데, 이는 어느 나라보다 많은 규모다. 베네수엘라가 혼란에 빠질 경우 수십만 명이 추가로 국경을 넘고, 폭력 사태까지 번질 수 있다.


멕시코시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태도가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 위험을 얼마나 바꾸는지에 대해 비교적 느긋한 분위기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왔고, 그의 요구를 거의 모두 들어줬다. 그녀는 마약 갱단 단속을 강화하고, 국경 통제를 엄격히 했으며, 거물 범죄자들을 미국으로 인도했고, 중국산 제품에 관세도 부과했다.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멕시코를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비용은 콜롬비아를 공격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두 나라는 방대한 육상 국경을 공유하고 있으며, 안보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올해는 캐나다와 함께 월드컵을 공동 개최할 예정이고, 자유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도 재검토를 앞두고 있다. 멕시코 전 외무장관 호르헤 카스타녜다는 셰인바움이 트럼프의 요구를 거의 모두 수용하고 있는 한, 미국의 일방적 행동은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다만 미국이 멕시코 내에서 더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허용하는 것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미 멕시코는 자국 영공에서 미군 정찰 드론의 비행을 허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셰인바움의 집권당 모레나 내부를 포함해, 마약 밀매 조직과 결탁한 혐의를 받는 멕시코 정치인들에 대한 단속을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 미국 주재 멕시코 전 대사 마르타 바르세나는 "셰인바움은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부패 정치인들을 겨냥하면 정당성과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지만, 모레나의 종말을 의미할 수도 있다." 셰인바움은 또 강경 좌파 성향으로 마두로를 존경해온 당내 핵심 지지층도 달래야 한다. 그의 전임자이자 정치적 후견인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드물게 공개 석상에 복귀해 이번 작전을 규탄한 것은, 이 과제가 얼마나 예민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미국은 멕시코의 쿠바와의 관계도 문제 삼을 수 있다. 멕시코는 최근 몇 년간 보조금이 붙은 싼 석유를 보내며 쿠바 정권을 떠받쳐왔다(베네수엘라도 그랬다). 시민단체 MCCI에 따르면, 2025년 5~8월 사이 멕시코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Pemex)의 재정 악화 상황에도 불구하고, 30억 달러가 넘는 저가 연료를 쿠바에 보냈는데 이는 오브라도르 행정부 시절보다 세 배 많은 규모다. 2024년에는 쿠바 의사 3000명 이상을 고용하기도 했다.


카라카스 공격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한 국가들 가운데 쿠바는 가장 취약한 상태다. 미국이 멕시코와 베네수엘라를 압박해 지원을 끊게 만든다면, 쿠바는 진정한 위기에 빠질 것이다. 쿠바 경제는 이미 고전 중이며, 이는 마두로 축출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 베네수엘라발 석유 공급 감소의 영향이 크다. 연료 부족과 정전은 농업부터 관광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쿠바계 이민 2세인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 정권이 너무 약해 미국의 개입 없이도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해왔다. 만약 그렇다면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개입에서 비롯된 거대한 외교적 성과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카라카스 공격이 아메리카대륙 전역에 긍정적 연쇄 반응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안정적이고 민주적이며 번영하는 베네수엘라(혹은 쿠바)는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불안정한 이주 흐름을 줄이거나 일부를 귀국하게 만들며, 지역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큰 혜택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개입이 실패할 경우 부정적 파장은 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강압 및 폭력 중심 외교 노선은 이웃 국가들을 중국 쪽으로 더 밀어낼 수 있다(비록 중국 자체도 현재는 라틴아메리카 개입에 더 신중해진 상태이지만). 한편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들은, 트럼프가 이미 미군 기지를 보유한 나토 회원국 덴마크의 부분적 자치령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발언을 다시 꺼내든 데 충격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카라카스 기습과 그 이후 이어진 역내 국가들에 대한 압박을, 미국이 마침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나설 용기를 얻은 반가운 순간으로 평가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비서실장인 스티븐 밀러는 이번 주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초강대국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아래에서 우리는 초강대국답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습은 역내와 세계에서 미국의 권위를 과시하려던 시도가 곧 동력을 잃고, 오히려 미국의 신뢰성을 훼손한 사건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의 최선의 이익은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미묘할 수 있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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