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달래는 '초록빛': 시의 힘에 대한 성찰
모든 것이 점점 더 물질적 가치로 환원되고 평가받는 듯한 오늘날의 세상에서 시는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효용을 중요시하고 이윤을 추구해야 비로소 살아남는 현대인들에게 시가 의미 있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기는 한 것일까? 요즘 같은 시절 그나마 조금이라도 시에 마음이 끌리는 계기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어떤 아픔이 불쑥 찾아와 우리 곁에 머무르게 될 때가 아닐까 싶다. 열의를 쏟아 추구하던 과업이 실패할 때, 관계에서 크디큰 좌절감을 맛볼 때, 그리고 소중한 무엇인가를 떠나보내야 할 때, 슬픈 노래들은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들려오고 무심코 읽은 시 한 편은 생각지도 않은 위로를 안겨 준다. 집단적인 차원에서 역시, 시는 때때로 큰 고통을 달래는 위안을 주기도 한다. 예컨대, 2001년 미국을 큰 충격으로 뒤흔들어 놓았던 9/11 사태가 발발했을 때, 시는 여기저기서 출현하여 상처 입은 마음들이 서서히 애도와 치유를 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