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2 09:00
인도네시아 모로왈리 산업단지(IMIP)의 투광조명은 밤새 켜져있다. 4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8000에이커(약 980만 평) 규모의 단지에서 24시간 일한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네 번째로 큰 술라웨시의 우거진 우림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날 이 거대한 산업단지에는 항구, 공항, 중국인 노동자 기숙사, 4성 호텔, 모스크 3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IP가 존재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니켈을 대규모로 제련하기 위해서다.
오래 전부터 스테인리스 스틸의 핵심 원료였던 니켈은 최근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에서 그 수요가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40년까지 전체 니켈 수요의 70%가 클린에너지 기술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인도네시아에게 이는 엄청난 기회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세계 최대의 니켈 산지로 2022년 현재 세계 니켈 수요의 거의 절반을 채취하고 있으며, 이제 전기자동차 생산망의 주요 기지로 발돋움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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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P는 인도네시아가 자국의 풍부한 천연자원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거론된다. 약 10년 전, 인도네시아는 '자원 민족주의' 전략을 개시했다. 정부는 외국 기업들이 국내의 제련 사업에 투자하길 기대하며 가공하지 않은 광물의 수출을 금지했다. 그러나 당시 외국 투자자들은 인도네시아의 정책에 놀라 리오틴토를 비롯한 세계적인 광산 업체들이 인도네시아를 떠났다.
하지만 한 외국 투자자는 오히려 인도네시아 투자를 강화했다. 중국의 철강 기업 칭산 그룹의 창업자 샹광다(?光?)였다.
현지 광산 기업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칭산 그룹은 2013년부터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모로왈리에 산업단지를 조성했다. IMIP는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허브로 손꼽히며 한때 중국의 거대 국영 철강 기업들에 밀려 고전하던 칭산 그룹은 세계 최대의 스테인리스 스틸 생산 기업이 됐다.
칭산은 또한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고 있어 서구에는 문제가 된다.
IMIP를 비롯, 칭산이 투자한 다른 산업단지들도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덕분에 중국의 광산 기업(저장화유코발트, 낙양몰리브덴 등)과 배터리 기업(CATL과 GEM 등)들도 칭산을 따라 투자를 개시했다. 지난 10년 간 중국은 니켈 보유량은 많지만 역사적으로 저개발된 지역인 술라웨시와 북말루쿠 섬에 29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반면 캐나다, 미국, 호주의 투자액은 모두 합쳐도 20억 달러를 넘지 않는다.
중국 기업들은 또한 인도네시아의 니켈 제련소 주변 지원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건설했다. 사실상 인도네시아의 니켈에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를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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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도로, 항만, 물류 등의 대부분을 중국 기업들이 만들었죠." 브루나이다루살람대학교의 교수 안젤라 트리토의 설명이다. 그는 칭산의 인프라 건설도 마찬가지로 늘었나도 덧붙였다. "칭산 그룹은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어요. 예를 들어 석탄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에너지 자회사도 있죠."
칭산 그룹과 IMIP는 본 기사에 대한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광물로 손꼽히는 니켈의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전세계 투자자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월, 포드는 술라웨시의 니켈 제련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인도네시아의 투자부 장관은 폭스바겐도 이 사업에 동참할 것이라 말했다. 프랑스의 에라메트와 독일 바스프도 전기차 배터리를 위해 인도네시아의 니켈 제련에 투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니켈 시장의 사우디아라비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컬렌 헨드릭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다. "포드를 비롯한 여러 기업이 인도네시아 투자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니켈의 공급망이 취약한 걸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죠."
포드의 대변인은 더와이어차이나에 최근의 인도네시아 투자가 "전기차 배터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사람'들에 미국 소비자도 포함되는지는 분명치 않다. 왜냐면 포드의 니켈 사업은 중국 기업 화유코발트와의 파트너십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통과시킨 인플레이션억제법(IRA)은 생산지에 관한 조건을 충족하는 전기차에 세액 공제를 부여한다. 미국은 이를 통해 중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자 한다. 미국과 인도네시아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않은 상태라 인도네시아산 광물을 포함한 차량은 세액 공제를 못 받을 위험이 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제안했지만 인도네시아의 니켈 산업에 중국 기업이 많이 연관돼 있어 협정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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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향후 10년 내로 세계 최대의 니켈 생산국이 될 겁니다. 그리고 미국은 전기차 판매를 활성화시키려 하죠." <볼트 러시: 녹색 성장 경쟁의 승자와 패자>의 저자 헨리 샌더슨이다. "이건 IRA의 근본적인 모순 중 하나에요. 미국이 기후 관련 목표와 지정학적 목표를 동시에 진전시키기는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칭산 같은 중국 기업들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미래가 전기차에 있다는 걸 감지한 칭산은 자회사 REPT배테로에너지를 상장할 채비를 하고 있으며 그렇게 확보한 자금은 배터리 생산 능력 확충에 신속하게 사용할 계획이다. 배터리 사업까지 진출하게 되면 칭산은 배터리 생산 기업 중에서도 독특한 위상을 갖게 된다. IMIP의 사업장과 중국의 배터리 공장을 더하면 칭산은 사실상 광산부터 제련소, 배터리 생산 라인까지 배터리 공급망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게 된다. 샌더슨이 지적하듯, 중국 최대의 자동차 기업 BYD조차도 이 정도 수준의 수직계열화를 이룩하진 못했다.
"칭산이 이에 성공한다면 정말 강력해질 겁니다."
이를 위해 넘어야 할 허들이 적진 않다. 환경 문제나 노동 문제도 있고 중국 배터리 시장이 매우 치열한 경쟁 상태라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칭산이 이전에도 이런 난관을 돌파한 적이 있다고 한다.
"저는 칭산을 금속 광업 업계의 애플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호주의 금융 그룹 맥쿼리의 원자재 부문 사장을 지낸 짐 레넌이다. "다른 중국 기업보다 훨씬 창의적으로 일을 잘해요. 가장 다이내믹하죠. 지금까지 업계를 선도했어요."
승부사
샹광다(65)를 만난 사람들은 그를 겸손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줄무늬 셔츠와 운동화를 선호하는 그를 두고 심지어 "평범"하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를 만난 사람들은 또한 그에게 조용한 카리스마가 있다고 말한다. 냉정하게 방향을 바꿀 의향을 갖고 있으며 큰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장성 원저우(사업가들이 많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출신의 젊은 사업가였던 샹광다는 1988년 국영 자동차 기업에 문과 창문을 납품하는 회사를 창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2015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듯,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공장을 방문하고는 두 회사 중 어느 곳도 차문과 창문을 아웃소싱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중국의 자동차 업계가 발전하면 결국 자신의 사업이 망할 거라는 걸 예감하고 그는 1992년 자신의 첫 회사를 버리기로 결심한다.
그가 이듬해 설립한 회사가 바로 칭산이었다. 중국 내 스테인리스 스틸 수요는 높았지만 바오스틸과 티스코 같은 거대 국영기업 외에는 이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이 거의 없었다. 칭산은 스테인리스 스틸 생산에 대담하게 도전해 꾸준히 성장했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피라미에 불과했다.
하지만 바오스틸과 티스코도 약점이 있었다. 니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니켈 가격의 변동에 취약했다. 2000년대 중반 중국과 인도의 높은 수요로 니켈 가격이 폭등하면서 샹광다는 기회를 포착했다. 중국에 있는 제련소를 활용해 니켈선철(NPI)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제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니켈선철이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매장량이 많은 저순도 니켈 광석으로 만든 니켈 합금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제조업체들은 니켈선철을 제대로 활용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니켈선철의 니켈 함유량이 낮을 때는 4% 수준으로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칭산은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한 니켈 광석을 사용해 최대 30%까지 니켈을 함유한 니켈선철을 만들 수 있는 제련법을 개발했다. 이 정도면 스테인리스 스틸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칭산의 사업은 즉각 날개를 폈다. 칭산의 스테인리스 스틸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니켈 가격 안정화에 기여를 했다. 그러나 운송비가 오르고 마진이 줄어들면서 샹광다는 다시 큰 베팅을 할 기회를 포착했다. 이번엔 인도네시아였다.
2009년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 행정부는 2014년 발효 예정인 새로운 광업 관련 법을 통과시켰는데 제련되지 않은 미네랄 광석의 수출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이는 인도네시아 광업 부문의 뿌리깊은 부패와 관리 부실에 대한 우려와 맞물려 많은 외국 투자자들은 짐을 싸서 떠났다. 광산기업들이 필리핀이나 호주 등의 대체 산지로 고개를 돌리면서 2013~2014년 인도네시아의 니켈 광산 생산량은 80% 가까이 하락했다.
그러냐 샹광다는 투자 계획을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물에 젖어 무거운 광석을 중국까지 운송하는 비용이 칭산의 마진을 갉아먹는 걸 보고 칭산은 제련소를 원료가 있는 곳 가까이 옮기기로 결심했다. 2009년 칭산은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제련소를 설립하는 계획을 실행했다.
인도네시아는 열광했다.
"인도네시아의 정치 엘리트는 오랫동안 산업정책과 산업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왔습니다." 덴버대 정치경제학과 교수 앨빈 캠버다. "천연자원 측면에서 인도네시아는 수출지향경제를 벗어나고자 해요. 단지 광물을 캐서 제련하는 수준에서 직접 생산을 하고자 하죠."
칭산은 중국개발은행, 중국수출입은행, 중국은행, HSBC차이나를 비롯한 중국의 정책은행들로부터 자금을 확보했고 인도네시아의 빈탕델라판 그룹과 합작으로 PT술라웨시마이닝인베스트먼트(PT Sulawesi Mining Investment)를 설립한다. PT술라웨시는 11만5000에이커가 넘는 니켈 매장지에 대한 채굴권을 신속히 승인받았다.
칭산은 또한 홍콩에 있는 자회사를 통해 빈탕델라판과 IMIP를 설립하는 협약을 2013년 10월 체결한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IMIP 사업은 적기에 등장한 것이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일대일로 구상을 공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중국 정부는 당시 인도네시아와의 관계에 기름칠을 할 수 있을 법한 대형 사업을 물색하던 중이었어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제시카 랴오다. 칭산의 IMIP 설립 계획이 실제로는 시진핑의 글로벌 인프라 계획인 일대일로 구상보다 더 앞선 것일 수 있지만 "일대일로 구상의 발표 시점은 IMIP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죠." 당시 협약 서명식에 시진핑과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모두 참석했다.
IMIP 설립 계획은 그 규모에서 전례없는 것이었다. 현지의 노동력과 중국에서 들여온 노동력을 결합시켜 칭산은 전기부터 항만, 도로까지 모든 것을 다 만들었다.
수개월 후 제련되지 않은 광물의 수출금지 조치가 발효됐을 때 "칭산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레넌은 말했다. "모로왈리에 40개가 넘는 용광로를 건설했고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니켈선철 생산자가 됐죠."
수출금지 조치는 또한 칭산에게 원료 구매자로서의 입장에서도 이점이 됐다. 수금 조치로 인도네시아의 니켈 광석을 살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일한 구매자로서 칭산 같은 제련 사업자는 구매 가격을 거의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캠버와 트리토가 2020년 작성한 연구 보고서는 그 결과를 '구매 과점(oligopsony)'이라 일컬었다. 소수의 구매자가 시장 전체에 불균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아이러니하게도 칭산이 니켈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데 성공하면서 샹광다는 인생 최대의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작년 초 샹광다는 런던금속거래소에서 대규모의 숏 포지션1을 취했다. 그러나 주요 니켈 생산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적인 제재를 받았고, 그로 인한 칭산의 숏스퀴즈2로 니켈 가격은 되려 급상승했다. 손실이 20억 달러(약 2조6000억 원)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칭산은 마진콜3 압박으로 붕괴 직전까지 갔다.
결과적으로 칭산은 살아날 수 있었다. 런던금속거래소가 샹광다가 칭산의 채권단과 합의를 보는 동안 니켈 거래를 여드레동안 중지시킨 게 도움이 됐다. (런던금속거래소는 홍콩증권거래소가 소유하고 있는데 당시 거래 중지 조치로 인해 현재 영국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칭산의 스테린리스 스틸에 대한 경쟁 우위도 시간이 흐를수록 약화됐다. 맥쿼리는 현재 인도네시아에 니켈선철을 생산하는 용광로가 200개 이상이 있다고 추산하는데(칭산은 그중 80개 가량을 운영한다) 시장은 과잉공급 상태를 맞고 있다. 니켈선철의 가격은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30% 하락한 상태다.
"칭산의 최초 과제는 세계 최대 규모이자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생산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었죠." 레넌의 말이다. "이제 그걸 달성했으니 자사의 스테인리스 스틸 사업의 일부를 처분하고 있습니다. 곧 재난이 닥치리라는 걸 읽은 거죠."
이제 칭산은 차기를 위한 대형 베팅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전기차 배터리다.
환경친화적 니켈?
2020년 7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자사의 실적 발표 중간에 공개 청원을 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모든 광산 업체들에게, 제발 니켈을 더 많이 캐주세요.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니켈 채굴을 대용량으로 좀 부탁드립니다. 니켈을 효율적이면서도 환경적인 배려가 있는 방식으로 채굴한다면 테슬라가 엄청난 계약을 오랜 기간동안 맺어줄 겁니다."
저럼한 니켈의 공급선을 손에 쥐고 있는 데다가 엄청난 제련 용량을 보유하고 있으니 칭산이 가장 먼저 머스크의 요청에 응답할 것이라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여러 가지 환경 및 사회적 이유로 칭산(그리고 보다 넓게는 인도네시아까지)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한 가지 이유로는 니켈의 종류 문제가 있다. 칭산이 제련 기법을 완벽하게 가다듬은 니켈의 종류는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니켈과 완벽하게 부합하진 않는다. 클래스2 니켈에 속하는 니켈선철은 순도가 2~30%다. 그러나 배터리에 필요한 니켈은 클래스1 니켈에 속하는데 이는 순도가 99.8%를 넘도록 제련된다. 세계 니켈 시장에서 이 두 클래스는 별개로 움직이고 있으며 생산업체나 광산도 각자가 지향하는 클래스에 따라 돌아간다.
하지만 칭산은 이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 원료를 많이 투입해 클래스2 니켈을 정제하는 기법을 선도적으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칭산은 중국의 배터리 부품업체 CNGR과 화유코발트에 '니켈 매트' 10만 톤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모두 테슬라 납품업체다. 니켈 매트는 니켈선철을 생산하는 데 사용하는 용광로에서 생산이 가능하며 대략 75%의 순도를 갖는다. 추가 정제과정을 거치면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는 클래스1 니켈로 만들 수 있다.
니켈 매트를 이렇게 생산하는 게 새로운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한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니켈 매트를 통해 생산되는 클래스1 니켈은 전통적인 클래스1 생산 방식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6배 더 배출한다.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모든 금속 중에서 니켈은 이미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다. 프랑스의 에라메트, 캐나다의 셰리트를 비롯한 많은 광산 기업들이 니켈 매트 방식을 실험해봤지만 자본 투입이 많은 데다가 환경 비용도 커 결국 포기했다.
칭산은 아직까지 이런 문제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IMIP는 모든 전력을 인도네시아가 풍부하게 보유한 석탄 화력발전으로 충당한다. 칭산의 니켈선철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환경 오염이 심한 제품으로 알려져있다. 칭산은 IMIP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대담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나 업계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그런 계획이 실제로 시행되고 있다는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한다.
칭산이 채택한 두 번째 제련 기법인 고압산침출법(HPAL)도 그리 환경에 좋진 않다. 니켈 광석을 황산과 섞은 후 이를 정제해서 배터리에 사용가능한 순도의 니켈로 만드는 방식이다. 니켈 매트를 만드는 것보다 탄소 배출은 적은 반면 유독성의 찌꺼기를 남기는데 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칭산을 비롯한 몇몇 중국 기업들은 이 찌꺼기를 바다에 버리려 했다가 환경단체들의 맹공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2021년 이를 금지했다. 니켈 제련업체들은 이후 '드라이 스태킹' 방식으로 찌꺼기 처리 방식을 전환했다. 찌꺼기를 건조시킨 후 매립지 방식으로 쌓는 방식인데 유해물질이 침출될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이 지역에 폭우가 잦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칭산의 고순도 니켈 생산 전략은 일론 머스크의 친환경 니켈에 대한 요청과 잘 어울려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칭산 등의 기업들이 도입한 방식이 업계의 유일한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만일 업계가 저순도 광석에서 배터리용 니켈을 정제하는 방식을 대대적으로 채택하게 될 경우, 클래스1 니켈이 역사적으로 누리고 있던 프리미엄은 결국 사라질 수 있다. 그럼 보다 기업들이 보다 지속가능한 니켈 공급원에 투자하기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칭산을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산업단지는 노동권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도 비판을 받았다. 일례로 지난 1월, 다른 중국 기업 장쑤들롱니켈공업 소유의 시설에서 폭발 사고로 인도네시아 노동자 두 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그 중 한 명은 산채로 타죽었다) 시위가 벌어졌다. 현지 노동자들은 작업장의 안전수칙 개선을 요구했으나 보안 인력이 개입하면서 시위는 격화됐고 두 명의 노동자(각각 인도네시아인, 중국인)가 또 숨졌다.
뉴욕 소재의 중국 노동자 인권 단체 차이나레이버워치(CLW)의 리창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산업단지에서는 산업재해가 잦다. 작년 11월 CLW가 발표한 보고서에는 일대일로 사업으로 해외 파견된 중국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착취와 강제노동에 시달린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리창은 IMIP에서 여권을 압수당하거나 임금 체불 등의 인권 침해를 겪은 노동자들을 CLW가 조사한 바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노동자들의 귀국이 제한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여기서부터 논의가 정말로 민감해집니다."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의 에너지, 광물, 자재 연구위원인 미셸 포스의 말이다. 채굴과 제련은 "어떤 기업이라도 다루기가 어려운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것. 궁극적으로 녹색 전환을 위해 광물을 확보하는 사안에 대해 포스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한다. "인도네시아처럼 앞으로 상당히 오랫동안 석탄 기반 전력체계를 유지할 나라를 보면서 이곳의 기업들이 녹색 전환을 할 수 있으리라 믿기란 어렵죠."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배터리 등급의 니켈 부족이 닥칠 예정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서구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시작할 완벽한 조건을 기다리지 않는 까닭이다.
"현재 니켈 업계에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열의가 넘칩니다. 모두가 향후 30년 동안 계속 성장할 거라고 말하고 있죠." 연구·컨설팅 그룹 우드맥켄지의 니켈 시장 애널리스트 에이드리언 가드너다.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 달성을 위해 니켈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생산 목표량을 위해 추진하고 있죠. 돈을 가진 쪽과 법을 만들 수 있는 쪽이 모두 한 배를 타고 있는 겁니다."
인도네시아의 중국 기업 의존도를 볼 때 이는 단지 전기차 공급망 만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략적 위치를 갖고 있어(인도네시아의 섬들은 유럽, 오세아니아, 아시아를 잇는 핵심 해상무역로를 가로지른다) 서구는 인도네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인도네시아의 대중국 관계 심화를 상쇄하려 한다. 일부 전문가는 스스로를 인도네시아의 '인프라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 치하에서 중국-인도네시아 관계가 더욱 진전됐다며 우려를 표한다. 양국 정부는 또다른 일대일로 사업 추진을 축하한 바 있다. 중국의 기술력을 사용해 자카르타와 반둥을 잇는 고속철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조코위는 중국과의 관계 진전에 관심이 많아요. 이념적으로 가깝기 때문이 아니라 언제나 실용주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의 가트라 프리얀디타다. "중국은 인도네시아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난관인 인프라와 인적자본에 대해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어요. 미국은 중국만큼 투자를 하진 않습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미국 시장에서 버림받길 원하지 않는다. 지난 4월 인도네시아는 미국에 제한적인 자유무역협정을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자국의 광물이 미국 자동차에 사용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 양국의 관계가 더 진전될 것이라고 일각에선 주장한다.
"인도-태평양에서 인도는 중국과 협력 관계에 있지만 경쟁 관계에 있기도 합니다." 피터슨연구소의 헨드릭스 연구위원이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미국과 군사 및 해상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어요. 인도네시아가 자국의 니켈 수출 시장을 다각화할 수 있게 도우면 태평양에서 중국의 세력을 상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한편 라이스대의 포스 연구위원은 (중국과의 여러 가지 연관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산 니켈을 받아들이면 IRA의 정신을 위반하게 되리라고 주장한다.
"문제의 핵심은 이거에요. 선을 긋고 그 선을 지키면서 (IRA가) 진지한 거라고 말하는 게 한 가지 방법이죠. 그럼 그 다음에는 또다른 의존성이나 공급망 리스크를 만들지 않으면서 원료를 구하는 방법을 강구해야죠. 아니면 사실 우리가 그렇게 진지한 건 아님을 인정하고 뭐, 약간의 중국산 원료는 문제가 안된다고 해야겠죠."
어느 정도 중국의 연관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인도네시아산 니켈을 사용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 대다수의 공통된 견해다. 리서치펌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는 2030년이 되면 인도네시아의 니켈 공급선에서 중국의 투자가 전혀 없는 분량은 7% 미만일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의 기술은 저렴하면서도 고도로 발달했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요." 인도네시아 싱크탱크 파라마디나 공공정책연구소의 무하마드 익산의 말이다. 그는 비(非)중국 투자자 중 가장 큰 발레(Vale)조차도 중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은 점을 지적한다. "중국이 훨씬 생산적이죠. 누구도 중국 기업과 경쟁하길 원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