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정치

[評천하]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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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AFP=뉴스1) 김예슬 기자 = 18일(현지시간) 주요7개국(G7) 회의가 열리는 일본 히로시마에 있는 국제미디어센터(IMC). 23.05.18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3.05.1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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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중국블라디보스톡 항구 사용권을 제공했습니다. 바닷길이 없어서 경제활동에 어려움이 많았던 동북3성 중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이 특히 혜택를 보게 될 것입니다. 과거 해삼위(海蔘威)라고 불렸던 블라디보스톡은 1860년에 러시아 영토로 편입되었습니다. 중국이 163년만에 이 러시아 극동 항구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블라디보스톡 항구는 러시아 극동함대의 모항이기도 한 곳이고, 연해주의 중심도시입니다. 러시아로서는 동아시아의 경제발전과 이 도시를 연계시키고 싶어합니다만, 아직은 성과가 보이지 않습니다. 과거 소련 공산주의 시절에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어서 연해주 인구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자본주의로 전환된 이후에는 그것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연해주 인구를 유지하고 늘리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인구가 너무 줄게되면 장기적으로 중국의 압력을 막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푸틴 대통령은 여러 경로로 한국인들의 연해주 진출을 요청했습니다.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더라도 훗날 한국 정부가 교민보호 명목으로 러시아를 압박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톡과 연해주를 가보면 중국인들이 많습니다. 러시아는 중국으로부터 빼앗은 연해주를 지키려 합니다만, 장기적으로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연해주는 지형상 중국과 긴 국경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군사적 용어를 쓰자면 '종심'이 짧습니다. 방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블라디보스톡 진출은 큰 변화입니다. 러시아측으로서는 중국의 상업적, 산업적 이익을 보장해주면서 영토적 관심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으로서는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는 남쪽 지역과 동북3성, 특히 헤이룽장, 지린성과의 경제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과거 만주국이었던 이곳은 산업적으로는 중국 다른 지역보다 발달했었습니다. 특히 중공업이 발달했었습니다. 작업장이 큰 중공업 지역은 노동자들이 한곳에 뭉쳐 있어서 민심이 이반하는 경우 경공업 지역보다 정부에 더 위협적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동북3성의 큰 문제였는데, 블라디보스톡 항구가 열리게 되면 헤이룽장과 지린성의 경제상황이 개선되어 그런 위험이 줄어들게 됩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G7 정상회의가 개최됩니다. 일본은 주최국으로서 한국, 호주, 베트남, 인도 등을 초대했습니다. 기시다 정부는 이번 회의의 테마를 "핵 없는 세계"로 정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문제, 챗GPT같은 생성AI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합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 중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는 행사입니다. 특히 기시다 총리가 어떤 제스처를 보이고 언급을 할지가 주목됩니다. 또 G7 확대문제가 논의될지도 관심거리입니다. 1970년 초 석유위기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G7이 90년대 초까지는 세계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향력이 컸지만 중국, 인도의 부상으로 경제적으로는 이제 G20이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서방은 컨트롤하기 어려운 G20보다는 G7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를 이끌고 싶어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나 호주를 신규회원으로 받아들여 G8이나 G9으로 확대하는 것이 영향력 유지 내지 확대를 위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정권에 따라 친중과 친미 사이에서 흔들린다는 인상을 주는 한국을 서방진영에 묶어두기 위해서도 이 서방 선진국 클럽에 가입시키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베트남을 초청한 것도 의미있는 일입니다. 베트남은 서방측에 많이 가까워져 있지만 아직 러시아와의 끈을 완전히 끊고 있지는 않습니다. IMF는 현재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베트남이 20년 뒤쯤에 선진국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인구 1억의 경제대국이 될 베트남을 가까운 국가로 관리해야겠다는 것이 일본의 외교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날 중국 시진핑 주석은 산시성 시안(西安)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정상회의를 갖습니다. 일대일로 정책이 주요 의제인데, 'G7 견제'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참가 국가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입니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는데, 그렇지만 지리적 제약으로 미국에 가까워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중국에 가까워지려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들 국가의 안보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만나게 된 것입니다.






대만 총통선거가 내년 1월로 예정되어 있는데, 3개 주요 정당의 후보가 모두 확정됐습니다. 현재 여론조사로는 집권당 후보가 35.8%, 제1야당인 국민당 후보가 27.6%, '제3세력'을 표방하는 대만민중당 후보가 25.1% 순입니다. 아직 시간은 많이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 집권당이 고전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그리고 국민당과 대만민중당이 단일화를 이뤄 공동전선을 펼치면 선거패배의 가능성이 아주 높아집니다. 대만민중당 후보(커원저 전 타이베이 시장)가 국민당과 마찬가지로 친중 성향이 있는 점은 '단일화'에 유리합니다만, 국민당 후보와 지지율이 엇비슷하게 나오는 것은 '단일화'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PADO가 이미 소개했듯이 미국이 대만의 반도체기업 TSMC의 투자를 미국으로 가져가려는 움직임에 대만국민들이 불만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반도체공급망을 분산시켜 위험을 줄이려는 계산도 있겠지만 TSMC에 의존도가 높은 대만으로서는 불만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제 3개 정당의 총통후보가 모두 확정됐으니 대만 총통선거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대만 총통선거 결과가 동아시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최고 강자는 수십년 간 독일 폭스바겐이었습니다. 그런데 폭스바겐이 1사분기 판매량에서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주게되었습니다. 중국 전기자동차의 최강자 비야디(BYD)가 1위에 오른 것입니다. 폭스바겐은 중국시장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판매하는 자동차 6대 중 4대를 중국에서 판매합니다. 중국은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자동차시장이 급격히 개편되고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내연기관에 경쟁력이 있는 독일 자동차메이커들은 전망이 어둡습니다. 유럽연합(EU) 자체도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미국이 한때 쓰던 강경한 표현인 '디커플'(de-couple)보다는 '디리스크'(de-risk)라는 표현을 선호하는데, 결국은 미국 눈치를 보면서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천천히 조정해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유럽연합 국가들 중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독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독일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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