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

[評천하]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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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현지시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중 실무 세션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참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3.05.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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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히로시마 G7 회의에 깜짝 초대됐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서방 선진국들로 구성된 기존 G7이나 한국은 환영한 반면, 브라질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글로벌 사우스1 국가는 반발했습니다. 미국 등 서방이 이번 G7회의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장소로 이용했다는 것입니다. 브라질룰라 대통령은 21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결국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은 '일정상의 이유'로 회담이 불발되었다고 했지만 브라질이 그간 지켜왔던 '중립' 때문에 양자회담을 꺼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G7은 전쟁 이야기를 하는 장소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G7에 초대된 또 다른 글로벌 사우스 대국인 인도네시아도 G7이 러시아와 중국 성토장이 된 것에 대해 불만스러워합니다. 인도네시아의 유력지 '컴퍼스'는 '세계에서 중요성을 잃어가는 G7'이라는 제목으로 G7의 운영을 비판했습니다. 특히 자신들을 초대해놓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대만문제 같은 의제를 강요한 것에 불만입니다. "인도, 러시아, 중국을 빼고 중요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세계의 주요현안은 이젠 영향력도 예전같지 않은 G7이 아니라 인도, 러시아, 중국까지 포함한 G20의 틀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등은 글로벌 사우스를 의식해 '민주주의' 같은 용어보다는 '법의 지배'를 쓰면서 한발 물러났지만 이들 주요 개도국들은 강대국들의 싸움에 연루되지 않으려 합니다.




5월 19일 제32차 아랍연맹 회의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회의는 사우디의 빈살만(MBS) 왕세자가 주도했는데, 2011년 이후 연맹에서 배제되었던 시리아가 연맹에 복귀해 주목받았습니다. 빈살만은 미국 등 서방이 중동지역에 민주주의를 강요하는 것에 경계심을 갖고 있는데 독재자로 비난 받아온 아사드 대통령을 연맹회의에 초청함으로써 자신은 경제와 사회 개혁은 추진하겠지만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것이 프랑스 르몽드의 평가입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아랍연맹 회의에 초대받아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을 가졌습니다. 빈살만은 사우디의 기존 친미 외교에서 이탈해 러시아, 중국과도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면서 중립노선을 밟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석유를 증산해 유가를 낮춰달라는 바이든 정부의 요청을 거부하면서 석유 가격을 올려버렸는데, 이를 통해 러시아의 전쟁비용 충당을 도우려는 의도도 있고(러시아도 천연가스, 석유 수출국입니다) 또 '탈석유' 경제개편을 위해 재원을 충분히 마련해두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이번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사우디가 러시아나 중국쪽으로 경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빈살만의 외교적 줄타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젤렌스키는 사우디 방문 후 비밀리에 일본 히로시마로 향했습니다. 항공편은 프랑스가 제공했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본격 시작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한 많은 언론매체가 결국 '바이든 vs 트럼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상황 속에서 공화당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디샌티스의 지지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44세의 젊은 정치가 디샌티스는 하버드 출신의 변호사로 해군에 입대해 이라크에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전형적인 애국심 강한 엘리트 이미지죠.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가 꼭 유리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포퓰리스트라고 불리는 트럼프가 강한 이유 중 하나는 분명히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는 공화당원이지만 미국 사회의 기득권을 쥔 엘리트에 반대한다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왔던 블루칼라 노동자층도 트럼프의 메시지에 호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을 가져올 힘이 있기에 트럼프의 포퓰리즘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습니다.


반면 디샌티스는 시종일관 보수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거기에 장시간에 걸쳐 매우 소프트한 방식으로 추진해야 할 '컬처 워'(culture war) 즉 문화전쟁을 저돌적으로 추진하는 그의 전략도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중도층을 멀어지게 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PADO가 그람시(Gramsci)의 문화적 헤게모니 전략을 다룬 기사를 앞서 소개한 바 있는데, '컬쳐 워'는 속도가 빠른 '기동전'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진지전' 형식이어야 합니다. 장시간을 요하는 이런 이데올로기 싸움은 단시간에 승부를 결정지어야 하는 대통령 후보에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디샌티스의 전략적 패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중간의 '칩워'(chip war) 즉 반도체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등의 비메모리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오던 반도체전쟁의 불길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해보였던 메모리 부문으로도 번졌습니다. 21일 중국 정부는 미국의 마이크론 메모리칩을 중국내 주요 인프라 사업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마이크론은 작년에 매출의 11%를 중국에서 올렸는데 판매가 막히게 되었습니다. 반면 메모리 부분의 강자인 한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게는 판매증가의 기회가 열린 것으로 보여 주가도 강하게 반등하기도 했습니다만, 미국측이 비공식적으로 두 한국회사가 메모리칩의 대중국 판매를 늘리거나 중국 내 공장을 늘리는 것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한국측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1년에 중국에서 각각 매출의 16%, 44%를 올렸습니다. SK하이닉스가 특히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습니다. 한국 정부로서는 한국기업의 이익과 미국의 요청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은 작년에 순(純) 이민유입자 수가 6만명을 넘었습니다. 역대 최고 기록이라고 합니다. 특히 작년에는 우크라이나와 홍콩에서 이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때문이고 홍콩은 중국의 억압적 정책 때문입니다. 홍콩에서는 교수나 금융권 등에서 자리 잡고 있던 전문직들도 직업을 포기하고 영국으로 건너온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의 유명인사들 중에는 해외이민자 출신들이 많습니다. 과거 전성기 대영제국을 이끌었던 디즈레일리 총리는 유태계 이민자였고, 현 총리인 리시 수낙은 인도계입니다. 런던 시장직은 노동당의 사디크 칸이 2016년부터 맡고 있는데 그는 파키스탄계입니다. 한국도 앞으로 해외에서 이주해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같은 언어를 쓰고 생김새도 같은 탈북자들 중에도 한국사회 정착이 어렵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른 언어를 쓰고 생김새도 확연히 다른 이주민들은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매년 6만명이나 이주해오는 영국의 이민정책을 꼼꼼히 연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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