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테크

누가 대만의 해저 인터넷 케이블을 끊나

인터넷 인프라는 놀랄만큼 취약해 세계 정보전쟁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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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2023.06.30 12:30

The Wire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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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인터넷 케이블에 대한 관심이 최근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세계 곳곳의 해저 케이블망 설치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나서고 있고 미국을 필두로 서구가 이를 저지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해저 케이블은 놀랄만큼 감청이나 사보타주에 취약합니다. 아직까지 중국의 해저 케이블 설치 실적(길이 기준)은 프랑스, 미국, 일본 다음에 불과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의 해저 케이블 수리에 중국 기업이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케이블 중간 중간에 설치되는 중계기에 감청 장비를 설치할 가능성도 제기되죠. 세계 정보전쟁에서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는 과연 얼마나 안전할지 자문해봐야 할 때입니다.


2023년 2월과 3월, 난간(南竿)읍의 린지둥(林志東) 읍장은 이메일을 확인하기위해 15분을 걸어야 했다. 언덕을 오르내리며 사람들로 붐비는 통신사 사무실에 도착하면 와이파이 핫스팟에 겨우 연결해 이메일을 볼 수 있었다.


마쭈(馬祖) 열도 사람들에게 이는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타이베이에서 뱃길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이 열도는 대만의 영토이고 인기있는 관광지이다. 린지둥 읍장을 비롯한 1만4000명의 마쭈 열도 주민들의 인터넷 접속이 악화된 것은 2월 2일부터였다. 그날 중국 어선 한 척이 이 군도와 대만 본섬을 연결하는 해저 인터넷 케이블 두 개 중 하나를 끊어버린 일이 발생했다. 6일 뒤 정체를 알 수 없는 화물선 하나가 나머지 해저 케이블마저 끊어버렸다. 마지막 남은 대만 본섬과의 인터넷 연결이 끊어져버린 것이다.


마쭈 열도는 36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장 가까운 것은 중국에서 겨우 8킬로 떨어져 있을 뿐이다. 이렇게 대만 본섬에서 떨어져 있는 이 섬들은 비상용 극초단파 송수신망마저 없었다면 완전히 외부와 차단되었을 뻔했다. 병원 같은 필수적인 곳을 위해 남겨둔 이 한정된 대역을 가지고 지역의 통신회사는 지사 건물 밖에 와이파이 핫스팟을 세웠다. 하지만 수많은 인터넷 트래픽이 이 한 군데 통로로 몰리다보니 인터넷 접속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렸다. 주민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뒤지고 라인(마쭈 열도사람들은 라인을 이용해 메시지를 주고받고 결제를 한다)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도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넷플릭스 감상같이 데이터를 엄청 먹는 일은 말할 것도 없다. 문자 하나 보내는데 20분이 걸릴 수도 있었다.



"또 다시 인터넷 접속이 또 안될까봐 모두들 겁을 먹고 있습니다. 생활이 말이 아닙니다." 린지동 읍장의 이야기다.




/그래픽=The Wire China, 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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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쭈 열도에 인터넷 서비스가 재개된 것은 3월 31일이었다. 대만 정부가 해저케이블 수리 선박을 파견했다. 대만 정부가 나서는 게 처음은 아니었다.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대만 민진당의 마쭈 열도 지구당 사무실의 리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마쭈 열도는 지난 5년간 케이블 절단사태를 27차례 겪었고, 그 수리비가 총 830만달러(약 11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가장 길고 고통스러웠다. 51일간이나 먹통이었고 케이블 두 개가 모두 끊어졌기 때문이다.


모든 마쭈 열도 해저케이블 절단 사태는 인재(人災)에 의한 것이었는데, 해저케이블의 위치가 이런 실수를 막기 위해 널리 공지되어 있는데도 준설선이나 어선이나 화물선이 돌아가며 '실수로' 케이블을 끊어버렸다. 대만정부는 이런 케이블 절단 사태를 '고의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부르려다 참았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안보 전문가나 외교정책 분석가들에게 이런 사태들의 원인은 명백했다. 중국이 범인이다.


엘리자베스 브로는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선임연구원으로 신종 안보 위협과 회색지대 위협을 주로 연구하는데, 해저케이블 절단이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것을 보면 고의성이 엿보인다고 진단한다.


"중국 배들에 의해 해저케이블이 절단되는 빈도를 보면, 세계 다른 곳에 있는 케이블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빈도가 높습니다."


대만은 한동안 포위공격을 받고 있는 섬 같았다.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들은 자주 대만 상공에서 굉음을 내며 날아다녔고 해군함정들은 작년에 두 차례나 여러날에 걸친 훈련을 한다면서 대만의 민간 해상활동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대만은 계속해서 중국측의 사이버공격과 반정보(反情報) 작전의 표적이 되고 있는데, 이런 공격은 대만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거나 대만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대만인들은 이런 압박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최근에 있었던 마쭈 열도의 인터넷 차단 사태는 중국이 제대로 꼭 집어 공격할 경우 일상생활이 갑자기 어떻게 마비되는지 잘 보여줬다. "대만과 관련해 중국의 목표 중 하나는 대만 국민들로 하여금 대만정부의 국가운영 능력을 불신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브로의 지적이다.


그는 또한 이번 마쭈 열도의 인터넷 차단이 연습경기에 불과하고 본경기는 대만 전체의 인터넷 차단일 것이라고 믿는다. 해저 케이블 차단이 글로벌 정보전쟁에서 새로운 전선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전문가들이 계속해서 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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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모두 인터넷 케이블이 과거 열차가 했던 역할을 대신해 현대 전쟁의 병참선을 맡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쪽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케이블을 끊는 것이 상대방에게 큰 타격을 준다는 사실을 잘 알죠. 하지만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것이 심각한 문제인지도 잘 모릅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특별보좌역으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에 있었던 필리파 맬럼그린의 말이다.


인터넷을 통제하기 위한 글로벌 차원의 전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우주궤도와 깊은 해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일이 전시도 아닌 평화기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 전례없는 일이다. 하지만, 마쭈 열도의 인터넷 먹통사태는 유럽에서 최근 발생해온 인터넷 먹통들과 패턴이 비슷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유럽에 고의적으로 일으킨 것이었다고 말한다.


"해저 케이블 절단의 원인에 대해 증거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사건을 중국선박과 연관짓는 것은 아직 추측일 뿐입니다. 국가통신위원회(NCC)는 이 절단이 고의적이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지 않습니다." 대만 국가통신위원회에 물었더니 대변인이 이렇게 이메일로 답을 보내왔다.


확실한 증거를 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이 사건과 관련된 선박 회사측에 법적 책임을 묻는 것도 어렵다.


안보전문가들에 따르면 적대 국가들이 해저 인터넷 케이블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쉽게 끊을 수 있고 또 끊기면 상대국가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러 해에 걸쳐 세계 통신업계는 해저케이블을 안전하게 보호할 규칙을 개발해왔다. 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나라들과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런 규칙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벌써부터 적이 해저케이블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2월의 마쭈 열도 해저케이블 절단사건이 논의를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의회 등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우려하고 있는 시점에서 말이죠." 미 애틀랜틱 카운슬의 사이버 정책팀의 연구원인 저스틴 셔먼의 말이다.

'세계경제의 급소'

인기있는 고양이 영상이 멀리 있는 서버를 거쳐 당신의 태블릿PC의 화면에 떠오르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물리적 장치들이 필요하다. 사용하는 사람으로서는 순식간의 일이라 그런 물리적 요소가 있을 거라 생각 못하게 된다. 어떤 웹페이지를 클릭하면 당신의 스마트폰은 우선 통신사 기지국이나 와이파이 네트워크나 라우터에 연결되어야 하며, 그리고나선 우리가 보낸 신호는 광섬유 케이블을 타고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하며 거점 데이터 센터 사이를 오가며 정보의 패킷들을 배달한다. 이를 위해 주요 데이터 고속도로들로 촘촘히 짜여진 인터넷 중추망이 세워져있다.


육상에서는 인터넷 케이블을 유지보수하는 것이 쉽다. 하지만 이 케이블은 피할 수 없이 바다를 만나게 되고 케이블 랜딩 스테이션을 통해 바다로 들어간다. 이것들은 매우 중요한 국가 인프라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85개의 해저케이블 시스템이 국가의 공인을 받아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케이블은 폭풍에 의해 망가지지 않도록 단단히 보강되어 있고, 연방통신위원회(FCC) 같은 정부기관이 세심하게 감독하고 있다.


해저의 광섬유 케이블은 상어 등의 공격이나 다른 우연한 사고들에도 훼손되지 않도록 강철 등으로 겹겹이 둘러져 있다. 그리고 해저의 지질이 허용하는 경우 최대 3미터까지 깊이 매립되어 있고, 케이블의 위치는 지나는 선박들이 실수로 절단하지 못하도록 널리 공지되어 있다.


국제케이블보호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자연적 원인 보다는 인간의 활동이 케이블 절단의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위원회는 영국 포츠머스에 소재하는데, 정부들, 통신기업들, 은행들, 그리고 미 해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년 100~200개의 케이블 절단사고가 발생하는데, 그 절반이 트롤리 어선의 그물이나 선박의 잘못 내린 닻에 의해 발생하고, 나머지 절반은 해상 구조물 공사 등에 의해 발생한다.


자연재해 역시 케이블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2006년 대만 앞바다에서 해저지진이 발생했는데 두 개의 대륙판이 만나는 해저 지점에서 땅이 내려앉으면서 9개의 케이블이 끊어졌다. 이것을 고치느라 2개월간 11개의 선박이 동원됐다. 통가 역시 작년에 한달 간 인터넷 먹통을 겪었는데, 해저화산이 폭발했던 것이다.


해저케이블이 취약하다는 것을 정책결정자들은 잘 알고 있다. 각국 정부들은 해저케이블보호협약이 1884년에 파리에서 체결되었을 때부터 국제통신선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서로 협력하기로는 해놨지만, 국제통신선의 통제가 가지는 전략적 이익을 취하려는 시도가 늘 있었다. 예를 들어, 영국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마자 독일이 통제하고 있던 해저케이블을 딱 하나만 남겨놓고 모두 끊어버렸다. 영국정부는 이 남은 하나의 케이블을 감청해 그 유명한 '치머만 전보'를 가로챈 후 암호를 풀었다. 그리고 이것을 이용해 미국이 1917년에 영국편에 서서 참전하도록 했다. 독일제국도 순양함들을 보내 북해나 멀리 태평양, 인도양에 있는 영국 케이블까지 공격했다.


해저케이블의 절단은 새롭지 않은 일이지만, 인터넷이 생활 곳곳을 지배하게 되는 것에 맞춰 그런 절단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은 새롭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나는 인터넷 먹통은 시간이 갈수록 큰 피해를 가져온다. 2016년, 특수한 역외 금융지역인 영국의 채널섬이 인터넷 먹통을 겪은 적이 있다. 지나가는 선박이 닻을 엉뚱한 곳에 내리는 탓에 인터넷 케이블 3개를 다 끊어버린 것이다.


이듬해, 그 피해가 얼마나 컸던지 나중에 총리가 되는 리시 수낙이 작성한 보고서는 해저 케이블 인프라를 "세계경제의 급소"라고 불렀다. 그리고 같은 달 영국의 국가안보보좌관인 마크 세드윌은 이렇게 경고했다. "현대에서는 사이버 스페이스의 훼손을 겨냥해 해저 인터넷 케이블을 공격하는 것이 과거 2차 세계대전에서 런던의 도크시설이나 발전소를 파괴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전쟁피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케이블 절단은 유럽에서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절단이 발생해도 도대체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예컨대, 2021년 11월 노르웨이의 한 해양관측소는 케이블에 대한 "광범위한 훼손" 사례를 지적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해양연구소 보고서 참고). 이 해양관측소는 민영이지만, 훼손 사례와 관련해 근처의 해류, 생물체, 핵잠수함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근처를 지나는 핵잠수함 자료가 보인다면 케이블 훼손이 고의적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몇 달 뒤, 북극권의 노르웨이 군도 스발바르드에 소재하면서 평소 몇몇 유럽과 미국의 위성네트워크를 연결해 과학적 연구를 위해 지구관측을 하고 있는 한 관측소는 사용하고 있던 해저케이블 두 개 중 하나가 끊어지는 일을 겪었다. 누가 어떻게 끊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지난 해 10월에는 셰틀랜드와 스코틀랜드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이 끊어졌다.


이런 사건 하나하나를 보면 별것 아니다. 하지만 모아놓고 보면 매우 중요한 인프라를 훼손하려는 반복적인 시도가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너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것을 모아서 전세계적인 패턴으로 보거나 러시아와 중국이 이러한 취약점을 호시탐탐 노리고 이용하려 한다고 보지를 않습니다." 채텀하우스(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러시아 전문가인 키어 자일스가 지적한다.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공격 같은 것이 직접적인 전략적 효과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들은 단지 찔러보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러시아가 자기 능력을 테스트해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상대국의 대응능력을 보려는 것일 수도 있죠."


러시아의 의도는 2014년에 잘 드러났는데, 그해 크름(크림)반도를 병합하자마자 러시아는 기존에 있던 우크라이나 인터넷 서비스를 러시아 것으로 다 바꿔버렸다. 크름의 통제권을 손에 넣은 지 몇일도 채 되지 않아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총리는 국영 텔레콤 회사인 로스텔레콤에게 지시해 새로운 해저 케이블을 깔고 러시아와 직접 연결하도록 했다. 이로써 러시아정부는 크름에서 인터넷 통제를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지금 러시아가 해저케이블 근처에서 해저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데, 전례가 없는 규모입니다. 나토(NATO)의 잠수함사령관인 미 해군 중장 앤드류 레넌이 2017년에 워싱턴포스트에 한 말이다.


우려가 커지다보니 나토는 2003년 이후 문을 닫아뒀던 북대서양 해역 지휘소를 2020년에 다시 열었다. 유럽과 미국 사이의 해상교통로를 지켜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해저케이블은 훼손이나 절단 없이 잘 있다고 해도 다른 리스크가 있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셔먼이 말하는대로 "인터넷 케이블은 정보수집의 금광 같은 것입니다."


케이블을 제대로 통제하는 것이 급선무가 되었다.

팀 텔레콤, 세계 경찰

오랫동안 해저 케이블 산업은 3대 기업이 지배했다. 미국의 서브콤(사모펀드인 Cerberus Capital Management가 소유), 일본의 NEC, 그리고 핀란드 노키아 소속 알카텔 해양네트워크(Alcatel Submarine Networks)가 그 셋이다.


하지만 2008년에 이러한 판도가 흔들리게 되었는데, 중국의 통신부문 강자 화웨이의 자회사인 화웨이해양네트워크(華爲海洋網絡, 이하 화웨이해양)가 뛰어든 것이다.



/그래픽=The Wire China, 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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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해양은 싼 공사비를 무기로 경쟁자를 물리치며 해저 케이블 부문의 세계 최고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2023년까지 화웨이해양이 설치한 케이블의 총연장은 지구를 두 바퀴 돌 수 있는 7만1300㎞이고, 이로써 세계 4위에 올라섰다.


화웨이해양은 "전 세계 케이블의 1/4를 설치하거나 수리했습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인 죠프 스타크스가 2020년에 밝혔다. "공사들 중에는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뉴욕과 런던을 연결하는 주요 해저 케이블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스타크스는 화웨이해양이 중국정부와 연결되어 있는 점도 지적한다. 2019년 미 상무부가 화웨이를 국가안보의 위협으로 여겨 블랙리스트에 올렸을 때, 화웨이해양은 이름을 HMN테크놀로지(이하 HMN)로 바꿨고, 2020년에는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미 상무부는 HMN을 그 이듬해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현재 이 기업의 대주주는 헝퉁광전(亨通光電)인데, 시총 약 50억 달러 규모의 상하이 거래소 상장 기업이다. 이 기업의 회장은 억만장자인 추이건리엥(崔根良)이고 그는 작년 전인대1에 대표로 참가했다.


워싱턴의 국제전략연구소(CSIS) 보고서에 따르면, "헝퉁그룹은 민군융합(民軍融合)의 모범사례로 중국정부로부터 찬사를 받았고, 이 기업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보도자료(중문만 있음)에 따르면 동 기업은 '우리 나라의 국방 현대화를 강력히 지지'하며 '세계시장으로 전진해 들어갈 것이다'고 밝히고 있다."


HMN, 헝퉁, NEC, 알카텔은 이에 관한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적대적인 정부가 미국의 인터넷 인프라 설비를 담당하는 것이 문제임을 인식하게 된 미국 정부는 지난 몇 년간 규제와 감독을 강화했다. 1997년 이후 연방통신위원회는 국가안보문제에 대한 각료급으로 구성된 비공식 자문그룹을 두고 "팀 텔레콤"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2020년에 중국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그룹에 새로운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이에 따라 이 그룹은 공식적으로 '미합중국 텔레콤 서비스부문 해외기업 참여 평가위원회'로 불리게 되었다.


이 위원회의 일에 참여했던 전 법무부 관리(익명)에 따르면, '팀 텔레콤'이 인터넷 케이블 사업들을 감시하게 된 것은 두 가지 우려 때문이었다. 텔레콤 기업들의 "방대한 데이터 수집 능력"과 "데이터를 수집하는 위치에 있게 되면 데이터 흐름을 방해할 수도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낮출 수도 있다"는 사실이 그 두가지 우려였다


'팀 텔레콤'은 연방통신위원회에서 독립하게 되었고 위원장은 법무장관이 맡는데 구성원들은 각료급으로 국방장관, 국토안보부 장관이 포함되어 있고, 발족 이후 전세계 케이블의 주도적 보호자로서 부상했다. 이 위원회는 종종 외국기업에 의한 미 국내기업 인수를 막을 수 있는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에 비유된다.


'팀 텔레콤'의 권한은 해저 케이블을 설치하는 선박들을 넘어선다. 세계 굴지의 IT 기업들도 벌써 이 기관의 힘을 느끼기 시작했다. 전세계로 움직이는 데이터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메타(페이스북의 모회사),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아마존 같은 인터넷 대기업들이 케이블 사업에 뛰어들고자 한다. 빅테크 기업들의 케이블 인프라에 대한 신규투자는 향후 3년간 대서양 해역의 해저 케이블 신설 투자액 전체의 80%를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은 자신들의 데이터 센터 트래픽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자체 수요를 갖고 있다 보니 그들이 케이블 투자를 주도하고 있고 해저 케이블의 사용 우선권 배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인터넷 통신사업자들이 오랫동안 지배해왔던 산업에 이러한 움직임은 혁명적인 거죠." 텔레지오그라피의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앨런 몰딘의 분석이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은 '팀 텔레콤'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예컨대 2020년에 홍콩의 서슬 퍼런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팀 텔레콤'은 데이터 보안 경고를 발령했는데, 이에 따라 구글과 페이스북은 홍콩과 미국을 최초로 직접 연결시킬 수도 있었던 신규 케이블 건설에 대해 재고하게 되었다.


이 위원회는 중국의 정보 및 공안 기관들과 펑박사(鵬博士) 텔레콤미디어그룹의 관계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는데, 펑박사그룹은 이 신규 해저케이블 프로젝트에 상당부분 투자했고 중국 국내 통신서비스를 주로 공급할 예정이었다. 미국 정부의 허가는 작년 1월에 결국 주어졌는데, 구글과 페이스북이 중국측 파트너를 빼고 추진하고, 이 1만3000㎞ 길이의 케이블을 루트 재조정 후 대만과 필리핀을 통과하도록 하기로 한 이후에 허가를 받은 것이다.


"우리가 걱정했던 것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상황에서 홍콩이 아시아의 넘버1 데이터 허브가 되는 것입니다. 모든 것들이 홍콩을 경유하죠. 데이터를 보내는 측이나 받는 측 모두 중국과는 무관한 사람들인데도 말이죠." 전 법무부 관리의 말이다.


페이스북의 자회사 엣지유에스에이, 아마존의 자회사 바다타, 그리고 차이나모바일이 함께 추진한 캘리포니아와 홍콩을 연결하는 1만5000㎞ 길이의 케이블 공사도 같은 운명에 처해졌다. 이 프로젝트도 랜딩스테이션2을 홍콩을 빼고 미국과 필리핀에 설치하기로 하면서 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고, 차이나모바일은 빠지기로 했다. 연방통신위원회는 차이나모바일이 미국에서 사업하는 것을 금지했다.


'팀 텔레콤'은 중국과 미국 영토를 직접 연결하지 않는 해저케이블 프로젝트도 겨냥했다. 작년에 '팀 텔레콤'은 미국 케이블이 쿠바에 랜딩스테이션을 설치하는 것을 막았다. 국가안보 때문이었는데, 부분적으로는 쿠바와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또한, 싱가포르-프랑스간 케이블 건설에 경쟁사보다 3분의1 더 싼 입찰가를 제시하면서 HMN이 수주경쟁에 참가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개입해서 계약을 막아버렸다. 이 계약은 결국 미국 회사인 서브콤에게 갔다.


남태평양의 나우루-미크로네시아-키리바티 연결 해저케이블에 중국의 HMN이 입찰하려고 했는데 미국 정부의 반대에 부딪혔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도 있었다. 이 케이블은 미국 군사기지가 있는 괌에 연결될 계획이었다. 미국, 호주, 일본은 나중에 이들 도서국가들을 연결하는 새로운 해저케이블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애틀란틱 카운슬의 셔먼에 따르면, '팀 텔레콤'의 조심스러운 행동원칙은 "상당한 위험이 있는 경우를 발견하면 행동에 나선다, 하지만 과도한 행동으로 해저케이블망을 구축하는 전세계의 협력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편, '팀 텔레콤'의 영향력 행사로 중국정부가 미국 주도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맞서 경쟁하려는 노력을 멈춘 것은 아니다. HMN은 현재 길이 6000㎞에 3억 달러 규모의 케이블 프로젝트를 추진중인데, 중국과 동남아를 연결하며 2025년 준공 예정이다. 그리고 연초에 로이터는 중국이 주도하는 5억달러 규모의 케이블 프로젝트가 논의 중인데, 홍콩과 중동 및 유럽을 연결하는 루트다.


"평화기에 중국이 가급적 많은 통신 인프라를 통제 아래 두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두면 전시에 그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채텀하우스의 자일스의 말이다.


대만 역시 혹시 발발할지 모르는 전쟁을 염두에 두고 가급적 많은 것을 준비해두려고 한다. 마쭈 열도의 인터넷 먹통 사태 이후 중국이 대만의 인터넷 케이블을 조용히 훼손하거나 품질저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자, 대만 정부는 백업 인터넷 연결을 제공할 수 있는 위성 네트워크 설립을 허가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러시아의 침공 초기에 우크라이나에게 제공했던 것과 비슷한 것이다.


하지만 위성 네트워크가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다. 전 세계 인터넷 사용의 3퍼센트만이 위성을 통한 것이며, 미국 정부는 중국이 다른 나라의 위성 네트워크를 작동불능에 빠뜨리거나 파괴할 대(對)위성 무기를 개발중이라고 경고했다. 최근에 겪은 고통에 대한 작은 위안으로서 마쭈 열도는 대만의 첫번째 위성 인터넷의 테스트 장소가 될 것이다.


"마쭈 열도 인터넷 먹통 사건은 대만에게 정말로 강력한 경고신호를 줬습니다. 우리는 안정된 통신을 망가뜨릴 그 어떤 사고에도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쭈 열도에 인터넷 먹통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는 것을 보면, 대만 전체에도 비슷한 사태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을테죠." 대만 민진당 리원의 우려다.




그리고어 스튜어트 헌터는 타이페이 주재 기자로 가디언, 닛케이 아시아, 포춘,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기사를 썼다.



뉴욕타임스 중국 특파원 출신인 데이빗 바르보자가 2020년 만든 중국 전문 온라인 주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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