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베트남의 미국 접근,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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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하노이 주석 궁에서 열린 오찬서 보 반 트엉 국가 주석과 건배를 하고 있다. 2023.9.12

2023.10.13 08:34

Foreign Aff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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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현재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국 대사관을 짓고 있습니다. 미국은 그만큼 중국과의 패권경쟁에서 베트남을 핵심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을 위해 투자를 다변화할 때도 베트남을 주요 투자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은 아직은 미국과의 전면적인 안보협력 관계에는 주춤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공산당 일당독재에 대해 미국식 민주주의가 위협이 되지나 않을까 의구심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변수는 중국의 압박입니다. 중국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베트남에게는 선택지가 없게 됩니다. 또한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제 무기의 성능이 형편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러시아제 무기에 의존해온 베트남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 미국이나 서방제 무기를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나라의 외교정책을 보는 하나의 방법은 그 나라가 어느 나라 전투기를 사용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베트남이 미국제 전투기나 이와 호환되는 한국제 전투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확실히 외교적 입장을 정한 것이며, 프랑스나 스웨덴제 전투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아직 미중(美中) 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유지하겠다는 속내를 보인 것이 됩니다. 미국의 적극적인 '구애'와 베트남의 '주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베트남이 외교기조를 바꾼다면 한국의 자동차, 반도체, 방산 등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9월 10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를 방문해 베트남 지도자 응우옌 푸 쫑 서기장과 함께 역사적인 합의를 발표했다. 비교적 양국 외교관계가 짧은데도 불구하고 미국과 베트남은 현재의 외교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는데, 이것은 베트남이 오직 가장 가까운 몇몇 나라들과 유지하는 외교관계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방문이 베트남의 대미 접근에 있어서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두 나라가 낮은 차원의 협력관계(베트남에서는 이를 "포괄적 동반자관계"라고 부른다)를 수립한지 10년이 흐른 지금 새롭게 관계를 격상시킨 것은 베트남의 안보정책에서 미국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또한 이번 선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보이는 중국의 공격적 움직임이 과거에 적이었던 이 두 나라를 얼마나 가깝게 만들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미국-베트남 관계는 1995년 국교정상화 이후 먼 길을 거쳐왔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가장 격렬했던 전쟁 중 하나를 치렀던 두 나라는 이제 베트남 외교에서 가장 높은 협력관계로까지 그 관계를 발전시켰다. 너무나도 이질적인 정치체제를 가진 두 나라지만(베트남은 여전히 일당독재의 공산국가이다) 미국과 베트남은 반도체, 청정에너지, 공공의료 등의 부문에서 협력을 시작했다. 베트남의 남중국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등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안보동맹(비공식적이긴 하지만)이 강화되는 것은 베트남의 국가 지도자들에게 특히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이 미국편에 서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결론이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를 오직 정말 중요한 소수 국가와 맺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중요한 관계 목록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러시아,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베트남은 여러 나라들과 다양한 수준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많은 나라들과 복잡하고 다층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심지어 경쟁 국가들과도 협력관계를 유지한다)은 베트남 외교의 전통적인 특징이다. 베트남 정부는 오랫동안 한 나라가 아닌 여러 나라들과 친하게 지내는 전통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베트남이 미국과의 격상된 안보관계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중국이 장애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촉매가 되기도 한다는 것 역시 명확한 사실이다. 중국정부는 베트남이 너무 빨리 미국에 가까워지는 것을 도발로 간주할 것이며 이에 대해 제재를 가하려 할 것이고, 베트남은 이것을 피하려 한다.



이러한 점에서 베트남이 (중국의 견제를 감수하고) 바이든 행정부와 이번 합의를 맺은 것은 양국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진전인 것은 분명하며, 이 합의는 베트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될 것이다1. 하지만, 이번 협정으로 베트남 정부의 근본적인 외교 기조가 바뀔 것 같진 않다.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쪽을 선택하기 보다 이 두 강대국 사이에서 '등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여러 방향' 외교 기조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미국과의 외교관계 격상은 이러한 외교 기조의 일환에 불과하다.

적에서 친구로

베트남과 미국의 양국관계가 여기까지 온 것은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하겠다. 사실 베트남의 정치 엘리트들은 오랫동안 이에 대해 저항해왔다. 거의 30년 전에 미국과 국교정상화를 한 이후에도 그들은 미국 자체와 1975년 베트남전 종식 이후 통일된 베트남을 일당통치해온 공산당에 대한 미국의 속셈에 대해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베트남 엘리트들은 민주화, 즉 베트남 국내에서 "평화적 변화"라고 불리는 것(미국이 이를 부추기고 패망한 남베트남 정권의 잔당들이 협조할 가능성도 배제 안 함)을 최고의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미국 정부는 베트남에게 미국은 베트남의 자결권을 존중하며 국내정치에 개입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계속해서 안심시켜왔다. 2018년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과 외교적 돌파구를 모색하면서 베트남을 북한에게 공산국가로 머물면서도 나라를 개방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모범사례로 제시했고, 2019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제2차 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었다. 미국과 북한의 회담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 정상회담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베트남은 미국이 베트남의 정치시스템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을 이 어려운 북미협상의 정직한 중재자로 믿어주는 것을 보고 더욱 안심하게 되었다.


동남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정학적 변화 역시 중요한 촉매가 되고 있다. 육지로도 중국과 연결되어 있고 남중국해 쪽으로도 긴 해안을 갖고 있는 베트남은 아마도 이 지역에서 중국의 점증하는 압박에 가장 노출되어 있는 나라일 것이다. 베트남은 유사시 군사적 지원을 받을 공식적인 동맹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취약하다. 중국의 국제해양법에 대한 무시, 특히 UN해양법협약에 대한 무시와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으려는 태도나 군사력의 과시 행위에 대해 베트남 정부는 경계심을 갖게 되었다. 2016년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근거 주장을 UN중재법원이 기각한 것을 중국이 무시했던 사실, 그리고 중국이 분쟁 해역 안에 제멋대로 인공섬을 만들고 그 위에 군사시설 짓는 도발행위, 해상 준군사조직을 이용해 베트남 어선과 해경 선박을 위협하고 베트남이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자국의 경제적 권리 행사를 여러 번 방해한 사실에 베트남은 크게 긴장하게 되었다.


중국은 또한 8월에 공개한 "표준지도"에서 2016년 UN 결정을 무시하고 남중국해 대부분을 중국 영역으로 표시했다. 9월 초에는 분쟁중인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군도) 부근에서 조업중이던 베트남 어선들에게 중국 해경이 물대포를 쏜 사건이 발생했는데, 마치 바이든의 베트남 방문에 대한 경고처럼 보였다. 현재 파라셀 군도에 대해서는 중국, 대만, 베트남이 영유권을 다투고 있다. 중국은 또한 메콩강 상류의 자국 댐을 이용해 하류에 있는 베트남의 물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캄보디아의 레암 해군기지를 대규모로 확장하고 있는데, 분석가들은 중국 해군의 주요 해외시설로 활용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공격적 움직임으로 베트남은 이 거대한 이웃으로부터 육지와 해상 양방향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긴장 속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의 미 행정부는 베트남과의 관계를 격상시키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실제로 트럼프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천명한 것이 바로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2017년 APEC 정상회의 자리에서였다. 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개념은 인도태평양 지역 독립국가들의 주권을 확인하고 중국의 공격적 행동을 제한하며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계승해 발전시킨 인도태평양 전략의 전주(前奏)가 되었다. 당시 트럼프는 당시 베트남이 쟁취하고 유지해온 독립과 주권의 자랑스런 역사, 그리고 해양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에 맞서는 베트남의 투쟁을 언급했는데, 베트남은 이러한 언급을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분명한 지지로 받아들였다.


(하노이 로이터=뉴스1) 김예슬 기자 = 베트남 하노이에서 11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응우옌 치 둥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이 회담하고 있다. 23.09.1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노이 로이터=뉴스1) 김예슬 기자 = 베트남 하노이에서 11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응우옌 치 둥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이 회담하고 있다. 23.09.1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의 변화

현재 중국의 위협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미국-베트남을 묶어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기간 동안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점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6개월 동안 미 국무부는 남중국해 분쟁에서 기존의 중립 정책을 버리고 중국측 주장에 확실한 반대 입장을 천명하였고, 베트남에 대한 중국의 공격적 움직임을 비판하고 베트남이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서 자원개발의 주권적 권리가 있음을 확인했다.


트럼프가 보인 전통적인 '가치 중심'의 외교정책에 대한 무시는 민주주의 동맹국 및 협력국들과의 관계에는 확실히 해로웠지만, 역설적이게도 미국-베트남 관계개선에는 도움이 되었다. 트럼프가 베트남의 규범, 가치, 정치체제에 대해 개의치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양국이 친해지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관계개선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가속화되었고, 미국 내에서는 초당적인 대중국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2021년 7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번째 각료급 동남아 방문으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을 순방했다. 이 중 두 나라는 늘 방문하는 곳이었는데, 미국은 공식적으로 동맹조약을 맺고 있는 필리핀에 대해서는 폭넓은 방위공약을 갖고 있고, 싱가포르는 동남아 지역에서 오랫동안 가장 중요한 안보 협력국이었다. 이 순방에서 눈에 띄는 것은 베트남 방문이었는데, 동남아에서 또 다른 협력국인 태국, 그리고 동남아 최대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빠지고 베트남이 방문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금년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를 불참하고 인도의 G20회의만 참석한 후 곧바로 베트남으로 날아가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이러한 순방일정은 미국이 얼마나 베트남을 중시하는지를 잘 보여줬다. 다른 나라들은 미국이 아세안과 아세안의 다자회의를 경시한 것 같아 섭섭했을 것이고, 반면 베트남에게는 특별대우 같은 것이다. 공식적으로 미국 관리들은 자신들이 동남아 국가들에게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정하라고 압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일본, 필리핀, 한국, 베트남 같은 나라들과 양자관계를 강화하면서 반대로 중국이 참여하는 다자회의를 무시함으로써 미국은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미국편에 선 나라들과 일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개선은 다른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예컨대, 베트남 전쟁의 상처 치유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베트남의 외교관들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호의적인 반면 군인들은 거부감이 강했다. 군인들 중 많은 이들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이 있고, 또 자신들이 이 전쟁의 유산 상속자라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2021년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베트남 방문시 서명한 양해각서에서 베트남의 전시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1995년 관계정상화 이후 오랫동안 미군 유해 발굴 및 미국 송환을 도와준 베트남 정부의 협조에 대한 보답차원의 것이었다. 가까운 2018년만 해도 베트남과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단체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여전히 불발탄과 지뢰를 제거하고 베트남 토양을 오염시키고 베트남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고엽제(에이전트 오렌지) 제독에 협조하기를 꺼렸다. 하지만 2021년의 양해각서는 이러한 협력사업에 돌파구를 열었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양국간 안보협력 강화를 위해 이러한 이슈의 해결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미국-베트남의 관계강화는 다른 효과도 가져왔다. 2021년 이후 미국과 협력국들이 베트남에 공여한 백신은 베트남이 코로나19의 델타 변이에 대처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미국은 12억 달러(1조6000억원)를 투입해 대사관을 하노이에 새로 짓고 있는데, 이 대사관은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국 대사관이다. 또 미국은 베트남의 최대 수출대상국이 되었다(2022년 기준 대미 무역흑자는 1160억 달러 규모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됨에 따라 중국을 떠나려는 다국적 기업들이 옮겨가려고 마음에 두는 나라로 베트남이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 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대기업들은 최근 베트남에 투자했다. 반대로 베트남의 가장 큰 해외 투자는 미국이다. 미국에 투자한 대표적인 기업이 베트남 전기차 제조업체인 빈패스트인데 2022년에 놀랍게도 65억 달러를 투자해 노스캐롤라이나에 전기차 생산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베트남 정치 엘리트들은 여전히 중국을 존중한다. 2022년 10월, 아직 해외여행하기가 꺼림칙할 때였고 코로나 감염 위험도 남아 있을 때였음에도 베트남 지도자 쫑 서기장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축하한 첫번째 해외지도자 중 한 명이 되었다. 미국과의 안보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베트남 정부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몹시 주의했다. 베트남은 미국과의 새로운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단지 전통적인 '다변(多邊)' 외교의 일환임을 강조하기 위해 호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와도 동일한 수준의 동반자관계를 추진하겠다고 최근 몇 주일간 그 계획을 밝혔다.

국익만 바라보는 균형외교

베트남과 미국의 안보협력 심화는 양국에 매우 중요한 외교적 전환점을 제공할 것이며, 특히 베트남이 중국에 대해 가지는 힘의 불균형에 대처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베트남이 공식적으로 유지해오고 있는 외국과의 군사동맹 거부 및 외국군대의 기지 설립 거부의 원칙을 포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두 가지는 2019년 국방백서에서 천명한 '4개의 거부' 원칙 중에서 핵심 원칙이다. 베트남은 앞으로도 자국이 미국에만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며 미국만이 자국의 유일한 선택지는 아님을 계속해서 밝힐 것이다.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도 좋은 관계(무기 구매와 관련해서는 특히나 가까운 관계)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침공 이후에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미국과 새로운 합의를 갖게 된다고 해서 이것을 베트남이 (미국 주도의) 집단적 중국 봉쇄에 동참할 것이라는 예고로 해석한다면 잘못이다. 현재의 미중 관계에서 한쪽 편을 들겠다기보다는 베트남은 항상 베트남 자신만을 선택할 것이다. 미국도 역시 자신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베트남을 지원하면 된다.


미국은 베트남에 줄 것이 많다. 미국은 베트남의 산업기술 발전을 돕고 베트남 경제의 성장과 다변화를 지원함으로써 베트남이 중국의 압박에 맞설 수 있는 더욱 많은 수단을 갖도록 도울 수 있다. 해양감시 능력의 강화를 포함해 기술이전 및 기술교육이 베트남 관리들이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베트남은 반도체 부문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고,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은 베트남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실제로 이번에 격상된 외교관계를 발표하면서 양국은 베트남의 IT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기술투자, 교육, 연구 등 다양한 실질적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 미국의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 및 IT 기업들의 경영자들을 대동했는데, 이는 향후 미국-베트남 양자협력에서 이들 산업에 초점이 맞춰질 것임을 예고한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이라는 맥락에서 특히 베트남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이익도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베트남은 방산 장비들과 훈련과 관련해 주로 러시아에, 그리고 적은 규모지만 우크라이나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전쟁때문에 이것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의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베트남 방산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베트남은 최초의 방산 엑스포를 개최했는데, 이를 통해 베트남 정부는 방산장비의 해외공급선을 (러시아를 넘어) 확대하고 자국의 방산 생산을 강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미국의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은 이 방산 엑스포에 대규모로 참여했다. 베트남전 이후 시행되어온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가 2016년에야 해제되었음을 볼 때 이러한 변화는 놀라운 일이다.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강화는 계속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중국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나올지에 달려있다. 현재 베트남 지도부는 공식적인 동맹이 없어서 발생하는 안보 공백을 메우면서도 너무 한 편을 드는 모습은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 모두와 관계를 유지하고 심지어는 양국의 경쟁을 이용하면서 자국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내고 있다. 이러한 '균형외교'가 계속 지속된다면 베트남은 두 라이벌 강대국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동남아지역의 다른 나라들에게 하나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흐엉 르 추는 미국 워싱턴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비상근 펠로우다.


1922년 창간된 격월간 국제정치 전문지. 미국의 국제정치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에서 발행하는데 국제정치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거진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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