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테크

AI가 가져올 새로운 일자리 22가지

몇몇 핵심 분야에서는 인간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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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ottonbro studio

2025.07.18 15:44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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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스미스와 리카도, 그리고 마르크스도 '노동가치설'을 이야기했습니다. 노동에서 경제적 가치가 나온다는 학설입니다. 가격은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이 만나는 곳에서 결정됩니다. 노동가치설은 공급곡선을 설명하고, 신고전파 이후의 '한계효용설'은 수요곡선을 설명합니다. AI가 만들어낼 일자리 세계를 생각할 때 '노동가치설'이 주는 인사이트를 쉽게 버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AI, 로봇의 도입을 통한 자동화로 인간 노동의 역할이 과연 사라질 것인지? 과거의 노동, 이른바 '죽은 노동'이 녹아들어 있는 AI와 로봇이라는 자본재만으로 과연 가치 즉 부가 창출될 것인지? 인간에게는 사회적 연대를 위한 책임이라는 것도 있고 또한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창의력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기존의 광범위한 지식을 빠르게 정리해내는 AI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 생산물이 어떤 가치로 평가받을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AI를 활용해 창조를 해내는 살아있는 인간의 노동이 높은 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지브리는 마치 유화나 수채화 같은 화면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화면 한컷 한컷을 수많은 인원을 투입해가며 그려내는 방식으로는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픽사는 이런 화면 작성을 컴퓨터에 맡겼는데, 이에 따라 사람들은 좀 더 스토리 구성 등 창의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었고, 수익성도 좋아졌습니다. 근래에 지브리 스튜디오가 예전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지브리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결국 실패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지브리는 AI에 유화, 수채화 같은 화면구성을 맡기고 프로듀서들은 스토리에 더욱 집중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런 대전환이 이뤄진다면 지브리 스튜디오는 또 한번의 전성기를 맞게 될 것 같습니다. 뉴욕타임스 6월 17일자 기사는 우리들에게 '러다이트'적 비관을 버리고 인간 노동의 가치에 대한 믿음을 견지하면서 AI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볼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브라보 신세계(Brave New World)입니다.


먼저 고백하자면, 필자는 이 글을 AI로 쓰려고 시도했었다.


챗GPT의 '딥 리서치' 모드로, AI의 부상으로 인해 인간을 위한 어떤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는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했다. 챗GPT는 몇 가지 추가 질문을 한 뒤 작업을 시작했고, 산업별로 분류된 6000단어 분량의 보고서를 가지고 돌아왔다. 필자는 그 보고서를 편집장에게 받은 최초의 기획 메모 및 업무의 미래에 관한 다른 최신 산업 보고서 몇 개와 함께 챗GPT-4o에 입력하고 '뉴욕타임스 매거진' 스타일의 기사를 요청했다.


90분 사이에 기사가 완성되었다. 기사는 생동감 있고 유익했으며, 상상 속 미래 직업 중 몇몇(예를 들어, AI와 사랑에 빠졌을 때 조언해줄 것 같은 '합성 관계 상담가' 같은)은 다소 비현실적이기도 했지만, 그럴싸한 직업들을 흥미롭게 다뤘고 몇몇 멋진 표현들도 담고 있었다. 평범한 독자에게는 약간의 생각을 해볼 만한 흥미로운 점들을 담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주말판 신문 기사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왜 독자 여러분은 그 AI 기사를 읽고 있지 않고 현재 기사를 읽는 것일까? 우선, 그랬다가는 내가 해고당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사에 나온 거의 모든 인용문과 전문가는 완전히 지어낸 것이었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더 깊고 철학적인 우려가 있었다. AI가 쓴 글이 전적으로 사실에 기반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편집자에게 제출하는 행위는 그들이 나를 고용한 이유를 근본적으로 오해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결과물이 글로 나타나는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프리랜서 저널리즘에서도 단지 제출하는 글자에 대해서만 보수를 받는 것이 아니다. 팩트, 개념, 공정성, 표현 등 그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대가로 보수를 받는 것이다. 이 기사에는 필자의 이름이 실려 있는데, 이는 독자가 읽고 있는 내용에 대해 필자가 개인적으로 보증한다는 의미이다. 마찬가지로, 편집자는 필자를 고용한 책임이 있으며 이러한 책임의 연쇄는 본질적으로 기계에 위임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평론가들은 AI 시대 인간의 노동 미래에 대해 점점 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벤처캐피털 투자자 크리스 사카는 최근 팀 페리스의 팟캐스트에 출연하여 "우리는 완전히 X됐다"고 선언했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변호사, 회계사, 마케팅 카피라이터 및 대부분의 다른 사무직 노동자들이 모두 파멸할 운명이라고 말했다. 파이버Fiverr의 최고경영자인 미카 카우프만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곧 사라질 직업 목록에 디자이너와 영업사원을 추가했다.


AI에 대한 이러한 한탄은 흔해졌지만, 필자가 설명하는 '책임'의 문제를 AI가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서 사람들은 거의 탐구하지 않는다. AI가 인간이 하는 작업들 상당수를 능숙하게 할 수 있음은 이미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우리의 '직업'은 작업의 합계 그 이상이다. 직업이란 우리를 이해하고, 우리와 상호작용하며, 알고리즘으로 쉽게 대체되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사와 동료라는 타인 집단에 우리의 노동력을 기여하는 것이다.


AI로 인한 변화가 심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저희 데이터에 따르면 2030년까지 평균적인 직업에서 요구되는 기술의 70%가 바뀔 것이라고 해요." 링크드인의 최고 경제적 기회 책임자chief economic opportunity officer 아니쉬 라만은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25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 동안 AI와 다른 신흥 기술로 인해 일자리 900만 개가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AI는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AI는 약 11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한다. 이 중에는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많은 역할이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기회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새로운 일자리가 AI의 경이로운 능력과 우리 인간의 필요 및 욕구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는 단지 인간이 어디에 AI를 원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AI가 어디에 인간을 필요로 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필자가 보기에, 인간이 현재 또는 곧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해질 세 가지 주요 영역이 있다. 바로 신뢰, 통합, 그리고 취향이다.

신뢰

AI의 경제적 영향을 연구하는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시먼스Robert Seamans 교수는 'AI 감사auditor'라는 새로운 역할군을 구상한다.AI를 깊이 파고들어 AI가 무엇을, 왜 하는지 이해하고 기술적, 설명적 또는 법적 책임 목적으로 이를 문서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시먼스 교수는 5년 안에 모든 대형 회계법인이 자사 업무에 'AI 감사'를 포함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필자에게 말했다.


그가 상상하는 관련 직업은 'AI 통역가'이다. AI를 충분히 이해하여 그 작동 원리를 비즈니스 내 다른 사람들, 특히 리더와 관리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AI 통역가는 매우 기술적인 것과 관리자가 알고 이해하는 것, 그리고 의사결정을 위해 알아야 할 것 사이의 접점 역할을 하는 거죠." 시먼스 교수는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시먼스가 그리는 미래 직업은 둘 다 '신뢰'라는 더 넓은 범주에 속한다. 필자가 AI 생성 기사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는 부분적으로 편집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또한 필자 자신이 그것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내용이 진실이라는 것과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했음을 신뢰할 수 없었다. 스스로 작업하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내용이 공정하거나 합리적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AI를 전문적으로 사용하려는 모든 사람은 이런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AI 기술은 순식간에 놀라운 양의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제공하는 걸 얼마나 신뢰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


AI가 우리의 직업과 조직에서 점점 더 영향력을 갖게 됨에 따라, 우리는 이러한 신뢰 문제를 많이 겪게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데는 결국 인간이 필요할 것이다.


'신뢰'라는 큰 틀 아래에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팩트 체커와 규정 준수(컴플라이언스) 책임자들이 생겨날 것이다. 법률 문서, 연례 보고서, 제품 사양서, 연구 보고서, 냉난방 공조장치(HVAC) 계약서 등 이 모든 것들이 곧 AI에 의해 작성될 것이며, AI가 저지르기 쉬운 놀랍고 기이한 실수들을 염두에 두고 이를 검토하고 검증할 인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신뢰 인증자trust authenticator' 또는 '신뢰 책임자trust director'라고 불릴 수 있는 직책을 탄생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직업들은 본질적으로 'AI 윤리학자'의 변형판이라 할 수 있는 다른 새로운 역할들과 가까워야 할 것이다. AI 윤리학자의 임무는 AI(또는 AI와 인간의 혼합팀)가 내린 결정을 투자자, 관리자, 고객, 그리고 어쩌면 판사나 배심원단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납득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방어 가능한 논리를 구축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윤리 위원회'라는 아이디어를 시험해 봤죠." 시먼스 교수는 말했다. "저는 이러한 AI 윤리 위원회가 오늘날보다 훨씬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는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핵심적으로 신뢰는 책임에 관한 것이며, 바로 이 지점에서 과정에 개입하는 인간이 가장 중요하다. 계약서부터 핵 발사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서 우리에겐 책임을 질 수 있는 인간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 인간이 있어야 해요." 스탠퍼드 인간 중심 인공지능 연구소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의 디지털 경제 연구소장이자 AI 컨설팅 회사 워크헬릭스Workhelix의 설립자인 에릭 브린욜프슨은 말했다. "지금 당장 차량 추돌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이 잠김 방지 브레이크인지, 운전자인지, 혹은 도로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가려내야 해요. 만약 잠김 방지 브레이크가 문제라면, 그 부품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추적해서 궁극적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죠. 인과관계가 복잡할 수 있고, AI가 도입되면 훨씬 더 복잡해지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책임을 지는 누군가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법률에서 건축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AI는 계약서 작성부터 주택 설계까지 고객이 필요로 하는 많은 기본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는 인간, 아마도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가가 이 작업을 승인해야 한다. 이 새로운 역할을 '법적 보증인legal guarantor', 즉 AI가 질 수 없는 책임을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와튼스쿨 교수이자 '듀얼브레인'의 저자인 이선 몰릭Ethan Mollick은 이러한 직업을 AI를 위한 '죄를 대신 먹는 사람'이라고 칭한다. 최종 단계에서 책임을 지는 사람인 것이다.


또 다른 새로운 역할은 '일관성 조정자consistency coordinator'가 될 것이다. AI는 많은 것을 잘하지만,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는 젬병이다. 패션 기업이 특정 드레스가 수십 장의 AI 생성 사진에서 정확하고 일관되게 표현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제조업에서, 실제 사물과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버전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관리자는 AI가 만든 디지털 복제품이 새로운 변경 사항이 구현될 때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AI에 일관성이 없으면 신뢰할 수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전담 역할이 시스템과 조직 전반의 일관성을 검증하기 위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상위 책임자escalation officer'이다. 작가이자 경제학자인 대니얼 서스킨드는 '인간에게 무슨 할 일이 남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인간에겐 (AI가 아니라) 다른 인간들이 수행하기를 선호하는 역할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AI가 오래전부터 최고의 체스 선수들을 이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 체스가 여전히 인기가 있다는 사실을 예로 든다. 그러나 우리는 AI가 너무…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때 개입할 누군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객서비스(CS)에서 AI가 겉도는 답변만 반복할 때, 사람들은 공감과 이해 능력을 갖춘 인간과 대화하길 원할 것이다. 이러한 역할은 교육 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학생과 학부모가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통합

AI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새로운 일자리의 상당수는 기술적인 성격을 띨 것이다. AI를 깊이 이해하고 그 지식을 비즈니스 니즈와 연결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수요가 클 것이다.


시먼스는 이들을 'AI 시스템통합자integrator'라고 부른다. 회사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내고 실행하는 전문가들이다.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AI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하는 CEO가 있을 겁니다." 시먼스 교수는 필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무엇을 하기 위해서죠? 청구서 지불이나 수금 같은 백오피스 기능인가요? 채용과 심사인가요? 아니면 당신의 비즈니스가 무엇이든 간에 사무직 근로자들과의 어떤 작업 흐름인가요?" 이를 파악하려면 기술과 회사를 모두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AI가 고장 났을 때 수리하는 사람들이 포함되는데 이는 전통적인 IT 전문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일 것이다. AI가 더 '에이전트화'되면서, 다시 말해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복잡한 과제를 해결하게 되면서 시스템은 더욱 깊게 계층화될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네트워크를 파헤쳐 무엇이, 왜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수리할지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말하자면 전체 시스템의 파이프를 뚫어야 하는 'AI 배관공' 같은 역할이다.


어떤 도구를 언제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다. 예를 들어, 학습 및 교육 서비스 대기업인 칸아카데미Khan Academy는 AI 모델을 비즈니스와 제품에 깊숙이 통합하여, 대수학부터 작문까지 모든 분야에서 아이들을 돕는 가상 교사를 만들었다. 모델들이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얼마나 거짓말을 하거나 '환각'을 일으키는지, 현재 어떤 모델이 언어나 수학에 더 뛰어난지를 추적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노력을 요하는 힘든 일이다. "이 모델들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어요." 칸아카데미를 설립한 살만 칸은 말했다. "기능에 대해 인지된 개선을 계속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퇴보하고 있는 건 아닌지 평가해야 해요." 최신 및 최고의 모델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역할은 'AI 평가자'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제 학생들이 '어떤 회사를 시작해야 할까요?'라고 물으면, 저는 종종 '고객의 문제를 기술의 힘과 연결하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방향으로 유도합니다." 브린욜프슨은 말했다.


링크드인의 라만에 따르면 시스템통합 관련 직무는 그 직책명이 다소 평범하더라도 이미 증가 추세에 있다. "'AI 총괄'이라는 이름의 직책은 지난 5년간 3배 증가한 것 같습니다." 그는 말했다. "AI 엔지니어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직책이며, 그 뒤를 AI 컨설턴트가 잇고 있죠." 미래에는 '시스템통합 전문가integration specialist'와 같이 더 구체적인 직함이 생길 수도 있다.


AI가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유형의 통합 직무가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고 확실히 예상할 수 있다. 기업들은 이미 조직에 고도로 맞춤화된 AI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이 모델들은 클로드나 챗GPT와 같은 일반적인 도구를 기반으로 구축될 수 있지만 회사의 독점 데이터에 접근하여 학습하기도 한다. 이는 잠재적으로 두 가지 새로운 역할을 창출한다. 하나는 'AI 트레이너'다. AI가 회사의 가장 유용하고 좋은 데이터를 찾고 소화하도록 돕고, 정확하고 유용한 방식으로 응답하도록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다른 역할은 이러한 맞춤형 AI가 조직 전체의 직원들, 그리고 아마도 고객들과도 상호작용할 것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이는 '당신 회사의 'AI 인성'은 어떤가?'라는 독특한 문제를 야기한다. 최근 일부 AI 모델들처럼 지나치게 아첨하고 과도하게 칭찬하는가? 챗GPT의 '먼데이' 모델처럼 냉소적이고 심술궂은가? 'AI 페르소나 디렉터'는 이러한 문제들을 미세 조정할 것이며, 미래에는 조직의 AI 페르소나가 로고만큼이나 브랜드의 핵심이 될 수 있다.


물론 AI가 엄청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엄청난 위험도 안고 있는 매우 복잡한 산업들이 있다. 아마도 그 목록의 맨 위에는 의료 분야가 있을 것이다. 이 분야에서 '약물 순응도 최적화 전문가drug-compliance optimizer'와 같이 환자가 올바른 약을 정확한 시간에 복용하도록 보장하는 AI 기반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람 등 다양한 종류의 통합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러한 복잡한 산업에서는 'AI/인간 평가 전문가'도 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전문가는 AI가 가장 잘 수행하는 영역, 인간이 더 낫거나 단순히 필요한 영역, 그리고 혼합팀이 최적일 수 있는 영역을 결정하는 사람이다.


제대로 된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시먼스 교수는 그가 연구하는 또 다른 분야인 로봇공학의 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AI와 마찬가지로, 로봇공학은 인간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는 자동화 기술이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제조업체가 로봇을 도입한 후에는 보통 인간 직원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많아진다. 왜 그럴까? "아무도 몰라요." 시먼스 교수는 말했다. 그는 로봇 공장이 성장하고 번창하면서 다른 공장의 사업을 빼앗아 확장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한다. "로봇을 도입하지 않는 기업들을 희생시키면서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시먼스는 말했다.


그러나 시먼스가 설명하듯이, 제조업체는 로봇 전문가가 아니며, 로봇을 도입하려면 로봇 자체뿐만 아니라 로봇을 수용하기 위해 제조 라인을 재구성하는 데 특화된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전문적인 로봇 시스템통합 전문가가 생겨났다. 이 시스템통합 전문가들은 지리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는 않지만 필수적이다. 어떤 곳에는 있고, 어떤 곳에는 없다.


"이런 유형의 제조업체가 똑같이 밀집해 있는 두 장소를 상상해 보세요." 시먼스는 말했다. "만약 한 지역에 시스템통합 전문가가 있다면, 그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로봇을 보유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요." 그리고 로봇을 가진 지역은 성공하고 성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위축되고 사라질 수 있다. "이는 AI 기술과 산업 전문 지식을 연결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시사합니다." 그는 말했다.

취향

물론 AI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지시하는 것은 인간의 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AI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지시하려면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우리 대부분이 동일한 생성 도구에 접근할 수 있는 미래에는 취향이 엄청나게 중요해질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바이럴 영상이 있는데 앤더슨 쿠퍼가 음악 프로듀서 릭 루빈Rick Rubin을 인터뷰한 '60분' 클립이다. 영상에서 쿠퍼는 루빈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악기를 연주하시나요?" 쿠퍼가 묻는다.


"거의 못 해요." 루빈이 답한다.


"사운드보드는 다룰 줄 아시나요?" 쿠퍼가 묻는다.


"아니요." 루빈이 말한다. "저는 기술적인 능력이 전혀 없어요. 그리고 음악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몰라요."


몇 차례 더 문답이 오간 후, 쿠퍼가 묻는다. "그럼 무엇 때문에 돈을 받는 건가요?"


루빈이 답한다. "제 취향에 대한 자신감과 제가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능력이 아티스트들에게 도움이 되더군요."


이는 분명 루빈이 하는 일을 과소평가하는 것이지만, 주로 자신의 확고한 취향으로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생각은 AI의 미래에 큰 울림을 준다. AI가 널리 보급됨에 따라, 좋든 나쁘든, 우리는 '기술적 능력 없이 창의성을 발현하는 사례들'을 보게 될 것이다.


필자가 AI에게 이 기사를 쓰게 할 준비가 되지 않았던 한 가지 이유는 신뢰 문제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래에는 신뢰 문제가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런 미래에는—필자와 편집자가 AI를 신뢰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이 기사를 쓰는 일은 입력값을 선택한 다음 클로드, 챗GPT, 제미나이 등이 제공하는 구절, 문단, 논리 전개를 골라내는 작업이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여전히 기사의 '저자author'이겠지만, 실질적인 '작성자'는 아닐 수도 있다.


창의적인 선택지가 거의 무한할 때, 대담하고 스타일리시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글쓰기, 영화 제작, 광고와 같은 크리에이티브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비즈니스에도 해당될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고객에게 무엇이 공감을 얻을지에 대한 감각을 갖는 것이 제품과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인간의 역할이 될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AI가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 목록에 '디자이너'가 자주 오르는 것이 놀랍게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래픽 디자이너가 매력적인 레이아웃이나 완벽하게 정렬된 서체를 만들기 위해 마우스를 클릭할 필요가 없어지리라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디자이너가 실제로 하는 일은 원하는 결과를 위해 창의적인 선택들을 조율하는 것이다. 이는 취향에 기반한 수많은 선택을 필요로 한다. 로고나 페이지 디자인에서 무엇이 필요한가? 어떻게 해야 좋은지를 아는가? 어떻게 해야 임팩트가 있을지 아는가? 심지어 어떻게 해야 정말로 '완성'되었는지 아는가? 미래에는 '디자이너'라는 용어가 사라지기보다는, 오히려 주로 자신의 취향에 기반하여 AI를 조종하여 매력적인 무언가(제품, 서비스, 프로세스)를 창조하는 것이 주된 기능인 다양한 직업군을 포괄하도록 확장될 수 있다.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품 디자이너'와 같은 일부 직함은 더 많은 것을 포괄하도록 확장될 것이다. 미래에 제품 디자이너는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할 수 있는 훨씬 더 큰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 역할은 단지 큰 그림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 큰 그림을 현실로 만드는 모든 선택에 관한 것이 될 것이다.


다른 디자인 관련 수식어들도 유행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작가가 아니라 '기사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다. '스토리 디자이너'는 영화와 TV에서 더 인기 있는 직함이 될 수 있다. 마케팅—한 사람이 가상의 인물과 장소로 완성된 전체 세계관을 만들어 캠페인의 모든 이미지와 비디오에 공급하는—부터 비디오 게임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훨씬 더 많은 '세계관 디자이너'를 보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역할 중 다수는 기술적 실행보다는 스타일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크리에이티브 산업이다. 비창조적인 분야에서 이러한 역할을 고려할 때 상황은 아마 더 흥미로워질 것이다. 훈련 자료부터 상세한 복리후생 및 휴가 정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더 철저하게 통제하여 조직의 전체 문화를 개인적으로 구성하는 데 더 뚜렷한 능력을 발휘하는 '인사(HR) 디자이너'가 등장할 수도 있다. 인프라 건설에서 수학이나 물리학보다 크리에이티브한 부분에 더 집중하는 '토목 디자이너'가 토목 엔지니어보다 선호될 수도 있다.


'디자이너'가 선호되는 명칭으로 남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변화를 유용하게 상징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창의적이고 취향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고, 원하는 방향으로 AI를 조종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직급 체계에서 점점 더 낮은 위치에 있게 될 것이다. 오늘날 AI에 대한 주요 우려 중 하나는 전통적으로 AI가 뛰어난 종류의 기계적인 작업에 초점을 맞춘 하위 직급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라만은 이 문제에 대해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을 썼지만 필자에게 그는 잠재적인 해결책도 지적했다. AI가 초보 근로자가 경험 부족을 극복하도록 도와 글쓰기와 연구에서부터 디자인과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신입 사원에게 AI가 잘하는 보고서 작성이나 메모 작성을 시키는 대신, 즉시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과 같은 일을 시작하게 할 수 있음을 뜻한다. 전통적으로 이런 종류의 일은 경험이 풍부한 노동자가 했지만 더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젊고 경험이 부족한 노동자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AI는 그들이 더 빨리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더 넓은 범위의 관점을 가진 조직의 더 많은 사람들이 반복적인 사무 업무에 몰두하는 대신, 새로운 훌륭한 아이디어나 새로운 성장 분야를 찾아 나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게 본격화되면, 우리는 새로운 경제의 시대에 들어서게 될 겁니다." 라만은 말했다. "기업가 정신을 핵심으로 하는 '혁신 경제' 같은 것이죠."


창의적인 의사결정 또한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능과 전문성이 차별화 요소였던 기업들은 방향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서비스 회사를 보자. 모든 금융서비스 회사들이 강력한 지능에 똑같이 접근할 수 있게 되면 어떻게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취향' 역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그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마케팅하는지, 고객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그들의 창의적인 철학 등이다. 여기에서 브랜딩, 철학, 제품, 위험 감수, 창의적 실행을 결합하는 '차별화 디자이너'의 역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술적 능력의 상실을 한탄할 이유는 충분하다. 작가들이 글을 직접 쓰지 않고, 음악가들이 악기를 직접 연주하지 않으며,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는 시대를 상상하는 것은 암울하다. 하지만 우리가 진입하고 있는 시대는 사실 그렇지 않다. 결국 기술적 능력은 항상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몰릭은 자신의 학술적 글쓰기에서도 이를 발견한다. "AI에게 미리 리서치는 시키겠지만, 제가 쓰기 전에 AI가 먼저 글을 쓰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몰릭은 AI에 대해 말했다.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려면 먼저 난잡하게 글을 써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AI가 제 생각을 지배하게 되겠죠."


실제로는 사람들이 선호와 필요에 따라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악기를 연주할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가장 잘 일하고 생각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작이 급진적으로 풍부해지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그 정도의 기술적 능력 없이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더 많은 길을 보게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문제가 따르겠지만 장점도 있을 것이다.


시먼스 교수는 이러한 변화의 잠재적 이점을 설명하기 위해 픽사Pixar를 비유로 사용한다. 그는 픽사 이전에 "기교 면에서 정말 최고 수준인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터들은 각 프레임의 그림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하지만 컴퓨터가 그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게 되자 애니메이터의 역할이 바뀌었다. "그들은 스토리텔링과 플롯 개발에 대해 생각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할 수 있게 되었어요."


AI가 가져올 미래는 언젠가 모든 것을 하기 위해 모든 것을 '어떻게' 하는지 알 필요가 없을 가능성을 품고 있다. "우리 모두가 작은 AI 에이전트 군단의 CEO가 될 겁니다." 브린욜프슨은 말했다. "우리는 '좋아, 우리가 정말로 성취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목표는 무엇인가?'하고 생각해야 해요. 그리고 과거보다 그것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AI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에 대한 많은 타당한 우려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충분히 신중하게 생각한다면—우리가 AI에게 요청하는 것들에 대해 잘 숙고하고 있다면—우리의 미래는 매우 밝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들 자신은 AI가 가져올 미래의 디자이너이다. 우리가 훌륭한 취향을 갖길 바라자.


1825년 창간된 미국의 진보 성향 일간지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퓰리처상을 수상(130회 이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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