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카리스마의 역사와 미래: 베버, 트럼프, 그리고 AI

누구나 느낄 수 있지만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사회 현상인 '카리스마'는 우리의 문화, 정치, 심지어 기술에까지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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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2024.02.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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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모두가 즐겨 사용하지만 그 정확한 뜻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단어입니다. 실은 바로 그러한 모호함이 카리스마가 가진 마력이기도 하죠. 카리스마는 신비로운 리더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그 리더가 대중의 숨겨진 힘을 이끌어내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대중은 단지 합리적으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플라톤의 '향연'이 잘 설명했듯 인간에게는 합리와 이기를 뛰어넘는, 불멸을 향해 희생을 각오하는 열정이 숨어있습니다. 노에마 매거진의 2023년 5월 기사는 문학, 철학, 사회학을 넘나들며 카리스마의 역사를 파헤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카리스마가 AI와 알고리즘에도 깃들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어 모든 독자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1929년 독일의 한 일간지가 "이젠 전설이 된"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소개하는 사진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 실린 인물에는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 러시아의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 인도의 반식민주의 운동가 마하트마 간디가 있었다. 그 옆에는 오랫동안 잊혀진 독일 시인의 사진도 있었다. 그의 이름은 슈테판 게오르게. 하지만 추종자들은 그를 '스승master'이라 불렀다.


(This article was produced by and originally published in Noema Magazine.)


그해 게오르게의 나이는 61세. 일정한 거처도 없었고 그의 사생활과 과거에 대해 알려진 바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추종자들은 개의치않았다. 그들에게 게오르게는 인간 그 이상의 존재, "우주적 자아", "자신의 존재를 반추하는 정신"이었다. 1차 대전 패배의 굴욕과 전통적인 정치 및 문화 제도에 대한 믿음의 붕괴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게오르게는 자신의 시를 통해 대안적인 현실을 설파했다. 그의 말은 비합리주의의 바다를 헤엄쳤다. 비기독교적 신들, 고대의 운명을 논했고, 그가 '비밀의 독일'이라고 불렀던 '영적 제국'이 평범한 삶의 표면 아래에서 꿈틀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본질적으로 게오르게는 '과거에서 영감을 받은 미래'라는 끔찍하게 끈질긴 정치적 환상을 꿈꿨다. 그는 '독일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었다.


게오르게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독일인들을 매료시켰다(많은 사람들이 후회하며 나중에 거리를 두게 되긴 했지만). 발터 벤야민은 게오르게와 마주치길 기대하며 그가 자주 찾는 하이델베르크의 공원 주변을 몇 시간 동안 배회했다. "나는 슈테판 게오르게로 개종한다." 젊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경제학자 쿠르트 싱어는 철학자 마르틴 부버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오늘날 게오르게보다 더 순수하고 창의적으로 신성을 구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회학의 창시자로 손꼽히는 막스 베버는 1910년 슈테판 게오르게를 만나자마자 호기심을 가졌다. 그는 게오르게의 메시지에 설득되지 않았지만—베버는 그가 '다른 신'을 섬긴다고 느꼈다—그가 기이할 정도로 추종자들을 사로잡는 데 매료됐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그는 주변에서 성장하고 있는 게오르게의 '컬트'를 "예술적 세계관"으로 결속된 "현대적 종교 "라고 설명했다. 그해 6월, 그는 제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게오르게를 "진정한 위대함의 특성들과 함께 그로테스크에 가까운 특성들"을 함께 지닌 인물로 묘사하며 자신이 목격한 것을 표현하기 위해 당시 매우 드물게 사용되던 단어인 '카리스마'를 사용했다.


당시 카리스마는 주로 기독교 신학 일각에서 사용되는 모호한 종교적 개념이었다. 거의 2000년 전에 바울이 쓴 신약성서에서 예수나 모세와 같이 하느님의 능력이나 은혜에 충만한 인물을 묘사할 때 사용되었다. 바울은 이 단어를 고대 그리스어 '카리스charis'에서 차용했는데 일반적으로 은혜의 은사를 받은 사람을 가리킨다. 베버는 카리스마가 기독교 초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훨씬 더 광범위한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했고, 이후 저서에서 이 개념을 천 번도 넘게 사용했다. 그는 카리스마가 과거와 현재의 문화와 정치 전반, 특히 슈테판 게오르게의 삶에서 크게 울려 퍼지는 것을 보았다.


게오르게가 창백한 청백색 피부와 강인하고 뼈가 두드러지는 얼굴에 무서울 정도로 키가 컸던 것은 분명 도움이 되었다. 그의 움푹 들어간 눈에는 짙푸른 홍채가 있었고, 커다란 흰 걸레 같은 머리는 항상 뒤로 빗어 넘겼다. 그는 종종 사제처럼 긴 프록 코트를 입었는데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었다. 어둑한 곳에서 비공개적으로 열리는 낭독회에서 그는 깊고 당당한 목소리로 마치 성가를 부르듯 시를 낭송했다. 그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민주주의를 경멸하고 근대의 합리성과 무영혼성을 저주했으며 자본주의가 사회와 개인의 삶을 파괴한다고 비난했다.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가 집권하기 몇 년 전부터 그는 메시아적 "총통"과 "새로운 제국"의 등장을 초래할 폭력적인 변화를 예견했다.


많은 사람들이 게오르게의 매력에 즉시 빠져들었고, 다른 사람들은 불안해했다. 미국 노터데임대학교의 역사학자 로버트 노턴Robert Norton의 저서 '비밀의 독일Secret Germany'에서 에른스트 베르트람Ernst Bertram은 게오르게를 만난 후 그를 "늑대인간!"이라고 표현하며 두려워했다. 반면 베르트람의 파트너인 에른스트 글뢰크너Ernst Glöckner는 게오르게와의 첫 만남을 "끔찍하고, 형언할 수 없고, 행복하고, 사악하며... 무한한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미세한 행복의 전율이었다"고 묘사했다. 글뢰크너는 자신이 어떻게 게오르게의 강력한 개성에 무너졌는지를 회고하며 이렇게 썼다. "난 알고 있었다. 이 사내는 내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난 더 이상 강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내민 손에 입을 맞추고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 '스승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독일 민주주의가 국민의 저항과 초인플레이션의 압력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게오르게의 예언은 더욱 힘을 얻었다. 그는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켰고, 소수의 사람들이 선택을 받아 그의 '제자' 이너서클에 들어갔다. '게오르게 크라이스George-Kreis'(게오르게 서클)에는 프리드리히 군돌프, 에른스트 칸토로비츠, 막스 코메렐, 에른스트 모르비츠, 프리드리히 볼터스 같은 저명한 작가, 시인, 역사가는 물론이고 베르톨트, 알렉산더, 클라우스 폰 스타우펜베르크 형제 같은 귀족들과 제약 재벌 로베르트 베링거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당대 독일에서 가장 지적으로 뛰어난 젊은이들이었다. 또한 언제나 젊고 매력적인 남성들이 서클의 주를 이뤘다. 게오르게의 여성혐오적 관점과 동성애 성향, 고대 그리스의 남성 간 유대 문화도 영향을 미쳤다.


1916년부터 1934년까지 게오르게 서클은 18권의 책을 출판했으며, 이 중 다수가 전국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책 대부분은 엄선된 역사적 전기로, 프레드리히 2세, 괴테, 니체, 라이프니츠 등 게르만 민족의 인물 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 나폴레옹, 카이사르처럼 게오르게가 같은 정신적 제국의 일부라고 믿었던 인물들도 다뤘다. 게오르게 서클의 전기 작품은 당대의 다른 전기들이 중시하던 객관성을 버리고 화려한 묘사와 이데올로기적 신화 만들기를 선호했다. 그들의 의도는 분명했다. 독일의 역사를 영웅적인 개인의 행동이 국민에게 구원과 의미를 전달하는 것으로 수정해 미래를 조각하겠다는 것이었다.


1928년, 그는 마지막 시집인 '새로운 제국Das Neue Reich'을 출간했고, 그 비전을 통해 독일 극우파의 신탁과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히틀러와 하인리히 히믈러는 게오르게 서클의 책을 탐독했고 헤르만 괴링은 책을 베니토 무솔리니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사상통제 부서에서 게오르게의 작품은 간직할 가치가 있는 문학의 전범으로 언급되었고, 그를 계관 시인으로 만들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베버는 게오르게가 진정한 권력의 정점에 도달하기 전(그리고 20세기의 대부분을 규정할 전체주의 독재의 물결이 일기 전)인 1920년에 사망했지만, 이미 카리스마 이론을 펼치기에 충분한 사례들을 보았다. 베버는 위기, 혼란, 복잡성의 시기에는 전통적이고 이성적인 제도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특정 개인의 비이성적인 매력에서 구원과 구원을 찾게 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사람들은 평범함에서 벗어나 기존의 규범과 가치에 도전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의 추종자는 그들을 '비범한', '초인적인', 심지어 '초자연적인' 인물로 여기며 열정적인 감정의 물결에 휩쓸려 그들을 권좌에 세운다.


베버가 생각한 카리스마의 힘은 예언자, 성인, 주술사, 전쟁 영웅, 혁명가, 급진주의자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종교와 사회에 대한 역사 기록에서만 입증되는 것이 아니었다. 아킬레우스와 쿠훌린1Cú Chulainn과 같은 신화 속 영웅들의 이야기처럼 우리가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바로 그 이야기에도 반영되어 있다.


이런 카리스마적 폭발은 대개 수명이 짧고 불안정했지만—베버는 "카리스마는 존재하는 매순간마다 그 끝에 가까워진다"고 썼다—가장 강력한 폭발은 세계를 건설하고 새로운 전통과 가치의 유산을 남길 수 있으며, 이후 더 전통적인 권력 구조에 안치되는 것도 가능했다. 베버는 본질적으로 모든 형태의 권력은 카리스마에서 시작하고 카리스마에서 끝나며, 카리스마가 폭발적인 사회적 격변을 일으킨다고 여겼다. 그는 자신의 카리스마 이론이 역사의 "창조적 혁명의 힘"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베버는 이런 생각을 한 최초의 사람이 아니다. 비슷한 생각들이 돌아다니던 시기는 적어도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이 이성과 열정 사이의 싸움에서 후자가 항상 승리한다는 글을 썼던 1700년대 중반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1800년대에는 토머스 칼라일의 '위인이론2Great Man Theory'과 니체의 '초인Übermensch'에 대한 생각에도 이러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베버만큼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없었다. 그의 연구 덕분에 카리스마란 단어는 종교학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영어에서 가장 남발됨에도 불구하고 가장 이해도가 낮은 단어 중 하나가 됐다.




1968년 봄,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러셀 베이커는 "요즘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카리스마"라며 모든 케네디 가문 인사들이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 이후로 카리스마는 마릴린 먼로부터 반식민주의 봉기, 뉴에이지 구루, 기업 CEO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었다. 유튜브 영상으로 전 세계의 수많은 테러 공격에 영향을 미친 수니파 지하드 설교자 안와르 알아울라키가 2011년 오바마 행정부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을 때, 일부 전문가들은 그의 "카리스마적 성격"이 그의 주된 위협이었다고 추정했다.


현재 미국 영어에서 카리스마란 단어가 얼마나 사용되는지를 구글 엔그램3Ngram으로 보면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단지 미국 영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카리스마는 서양식 발음 그대로 중국어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일본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에서도 사용된다. 카리스마란 단어가 각국에서 원어의 발음 거의 그대로 차용되고 있다는 것은 이 단어의 신비로운 특성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해당 언어에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틱톡에서 카리스마는 '리즈rizz' 또는 '무언의 리즈unspoken rizz'라는 줄임말로 통하며, 몸짓과 표정만으로 상대를 유혹하는 능력을 일컫는 바이럴 용어가 됐다. #리즈 해시태그의 조회수는 130억 회가 넘는다.


단어가 살아남고 번성하는 이유는 설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필요나 욕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단어든 주의 깊게 살펴보면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지속적인 교류가 발생하는 웜홀wormhole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카리스마란 단어가 널리 사용된다는 것은 카리스마의 힘과 역사를 바꿀 수 있는 특별한 개인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널리 퍼져 있음을 의미한다. 베버의 묘사는 여전히 울림이 크다. 우리가 카리스마가 존재한다고 말할 때, 마법적이고 위험하며 헤아릴 수 없는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적절한 질문은 카리스마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카리스마가 왜 존재하는지이다." 문화 이론가 존 포츠John Potts는 말한다.


우리 대부분은 살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의 매력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반면 자신의 욕망, 신념,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기이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카리스마를 가져본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카리스마를 경험하는 느낌을 분석하려고 하면 수수께끼 같은 표현에 빠지게 된다. "그[엘리자베스 홈즈]가 말을 걸면, 마치 그 순간 당신이 그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요." 테라노스4Theranos에서 일했던 내부고발자 타일러 슐츠는 CBS뉴스에 말했다. "그의 주변에는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현실 왜곡의 장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레프 톨스토이와의 만남에 대해 막심 고리키는 이렇게 썼다. "내가 그 순간 느낀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내 영혼에는 기쁨과 두려움이 있었고 곧이어 모든 게 뒤섞이면서 이런 행복한 생각으로 변했다: '이 사람이 지구상에 살아있는 한 나는 고아가 아니다.'"신문 칼럼니스트 매기 앨더슨Maggie Alderson은 25년간 저명인사를 인터뷰하면서 겪은 드문 카리스마 경험을 회고하며 다음과 같이 썼다. "난 아직까지도 무엇이 그런 효과를 만들어내는지 모르겠다. ... 명성, 아름다움, 권력, 부와 영광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일까? 타고나는 것이 틀림없다. 정말 짜릿한 일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예언자'가 다른 사람에게는 '늑대인간'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카리스마란 주관적이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마술 같다. 모든 젊은 남성들이 여성혐오적 인플루언서 앤드류 테이트의 '카리스마'에 끌리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홈즈와 테라노스를 접한 모든 금융가와 전문가들이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기술에 투자하기로 확신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카리스마를 불길한 영역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편견을 강화시키는 일종의 퇴행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거죠." 시카고대학교의 인류학자 윌리엄 마자렐라William Mazzarella는 설명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카리스마에 끌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는 지배에 복종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는 대신 남에게 끌려다니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카리스마에 끌린다는 것에는 이타적이고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가장 위대해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마자렐라의 말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고 영감을 준 인물과 카리스마 넘치는 스승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카리스마를 사용한다. "이 사람은 다른 방법으로는 할 수 없었을 방식으로 내가 나 자신이 되거나 나를 초월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뜻도 있는 겁니다." 그는 말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카리스마가 흥미롭지요. 인간 충동의 가장 어두운 근원을 건드리는 동시에 인간의 가장 높은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리스마에는 이러한 양면이 있는데, 어느 한쪽이 없으면 다른 한쪽도 가질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점이 기이하고 불안을 자아내죠. 영감을 주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은 사람을 착취하고 조종하거나 폭력적일 수 있습니다. 폭력이 해방으로 이어지거나 해방이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문제는 좋은 카리스마와 나쁜 카리스마를 구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 카리스마가 다른 카리스마로 변질되는 성향이 있다는 겁니다."


베버는 우리가 스스로를 노골적으로 종교적이라고 생각하든 그렇지 않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신비주의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현대 세계가 점점 더 세속화, 산업화, 합리화—지금은 유명해진 그의 표현을 빌자면 "탈주술화"—되고 신이나 주술사보다는 탈신비화된 과학적 세계관에 더 많은 믿음을 갖게 되면서, 카리스마적 힘의 비합리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은 사라지지기는 커녕 더욱 갈망의 대상이 됐다.


이는 카리스마에 대한 갈망이 만연하고 카리스마의 부족이 자주 언급되는 우리의 정치 영역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2023년 영국의 좌파 성향 신문 가디언에서 앤디 베켓은 토니 블레어와 달리 노동당 지도자 케어 스타머에겐 "메시아적 자질"이 부족하다고 한탄하며 "스타머는 개인적인 카리스마를 사용할 수 없다"고 썼다. 한편 미국의 보수 매거진 내셔널리뷰에서 네이트 호크먼은 론 디샌티스가 집중력 있고 유능할지 모르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원초적인 카리스마에서 그를 앞선다"고 썼다. 실제로 미국의 역사가 데이비드 벨은 "트럼프의 지지층은 미국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카리스마적 관계로 그와 연결되어 있다"고 썼다. 2023년 4월 배니티 페어는 터커 칼슨이 폭스뉴스를 떠난 이유가 칼슨의 "메시아주의"에 대한 루퍼트 머독의 혐오와 칼슨이 "신의 메신저"라는 머독의 전 약혼녀의 믿음과 관련이 있다는 가설을 보도한 바 있다.


"저는 정치적 토론의 프레임을 어떻게 짜느냐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합니다." 서섹스대학교의 문화사학자 톰 라이트는 말했다. "토론의 조건 중 하나가 어떤 사람은 재능이 있고 어떤 사람은 재능이 없다는 것이라면, 그것은 우리가 정치 과정과 우리가 원하는 리더십의 종류, 가능한 혼란의 종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 성찰하는 방식을 규정하게 되죠." 이에 대한 좋은 예로 2007년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의 캠페인 슬로건이 있다. "플래시 말고 그냥 고든5Not flash, just Gordon." 그의 노골적인 카리스마 부족때문에 정치 지도자로서 신뢰할 수 있는 역량을 못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브라운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치른 총선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데이비드 캐머런에게 패배했다.


오랜 세월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에 대한 과학적으로 타당하거나 일반적으로 합의된 정의는 여전히 찾기 어렵다. 사회학, 인류학, 심리학, 정치학, 역사학, 연극학 등 학계에서는 리더의 강력한 특성이나 추종자의 예민한 마음, 또는 자기장처럼 그 둘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하는 리더십을 정확히 설명, 정제,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카리스마를 "어떤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별한 힘"이라고 정의하지만, 이러한 개인의 영향력과의 연관성은 위인이론의 또 다른 지루한 표현일 뿐이며 상호 연결된 복잡성을 간과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에리카 에드워즈Erica Edwards는 저서 '카리스마와 흑인 지도자의 허구Charisma and the Fictions of Black Leaders'에서 이러한 관점이 "사회적 현실을 바꾸려 했던 평범한 여성, 남성, 어린이들의 고단하고 기록되지 않은 노력을 무시하고, 프레드릭 더글라스부터 마틴 루터 킹까지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들에게 특권을 부여했다"고 주장한다. 카리스마가 역사의 원동력이라는 무비판적인 믿음은 "사회 운동의 모델로서 카리스마의 한계를 무시하는 동시에 카리스마가 얼마나 강력한 내러티브적 힘인지 보여준다"고 그는 썼다.


라이트가 설명했듯, 베버 자신도 카리스마에 대한 현대의 개별화된 이해 방식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실제로 훨씬 더 정교한 방식으로 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말했다. "관건은 개인의 힘이 아니라 청중이 그 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영하는지에 대한 것이어었죠. 그는 이를 상호작용의 과정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개인만큼이나 군중에게도 매료되었고요." 베버 자신의 표현을 들어보자. "[카리스마적] 개인이 카리스마적 권위의 대상인 '추종자' 또는 '제자'들에게 실제로 어떻게 인식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카리스마의 유효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권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인정이다."


그렇다면 카리스마는 사랑이나 아름다움처럼 보는 사람의 눈 속에 숨어있는 것일 수 있다. 특정한 역사적 상황에서 대규모로 생겨나는 중독성 있는 사랑과 믿음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의 정치학자 고 세드릭 로빈슨Cedric Robinson은 카리스마를 대중의 궁극적인 힘을 상징하는 '심리사회적 힘', 즉 선택된 한 개인에게 집중되는 대중의 표출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러한 관계에서 카리스마적 개인은 완전히 종속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국민의 뜻을 관철하지 못하면 카리스마적 매력은 사라지는 것이다. "사실 카리스마적 인물은 그의 추종자가 아니라 사회적 환경, 정신역학적psychodynamic 특성 및 전통에 의해 선택된 인물이다."


그는 카리스마가 "사람들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권위가 된다"고 썼다. 카리스마적 리더는 좋든 나쁘든 단순한 거울이나 매력적인 마리오네트, 즉 "카리스마적 대중의 집단적 투사projection, 대중의 고뇌, 신화, 비전, 역사, 문화, 즉 전통과 억압에서 나온 투사"로 이해될 수 있다. 그들이 추종자들의 마음을 읽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들이 집단정신group mind의 현화embodiment로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중은 리더에게서 자기 자신을 본다.


네덜란드의 사회주의자 피터르 옐러스 트로엘스트라Pieter Jelles Troelstra는 "연설 중 어느 순간, 지금 연설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니면 나 자신인지 궁금해지는 순간이 종종 찾아왔다"고 술회한 바 있다.




"지난 10년 동안 카리스마에 대해 수행된 대부분의 연구가 완전 쓸모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요." 로잔대학교의 조직행동학 교수 존 안토나키스John Antonakis는 말했다. "실제로 그것이 무엇인지 손가락으로 짚어볼 수도 없고, 행동을 실험적으로 조작하고 실제 과학적 현장 실험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의할 수도 없는 지극히 가설적인 수준이었죠." 안토나키스는 사회학자, 역사학자, 문화 이론가가 아닌, 수학과 통계학에 대한 배경 지식을 갖춘 심리학자이자 리더십 학자다. 그는 카리스마가 결코 모호한 개념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저는 제가 카리스마의 핵심 요소라고 생각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는 말했다. "그 사람이 어떻게 말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말하는가 입니다."


안토나키스는 10년 넘게 카리스마를 복합적인 요소로 세분화하여 측정 가능하고 학습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실험해 왔다. 그는 외모에 집착하는 세상에서 카리스마를 학습해 외모의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 결과 그가 정의하는 카리스마는 "가치에 기반하고 상징적이며 감정이 담긴 리더의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연구팀과 함께 이 모든 것을 12가지 '카리스마적 리더십 전술'(줄여서 CLT)로 정리했다. CLT에는 은유, 일화, 대조, 수사적 질문 등 9가지 언어적 기법과 표정, 제스처 등 3가지 비언어적 기법이 포함되어 있다. 그는 CLT로 훈련받은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의 눈에 더 영향력 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리더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의 연구진은 약 100개의 TED 강연을 통해 학습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연설의 카리스마 수준을 판단할 수 있다. 이 알고리즘의 이름은 '딥 카리스마'인데 안토나키스는 이를 "카리스마 측정기"라고 부른다.


한 실험에서 연구진은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TED 강연에서 CLT가 높을수록 유튜브 조회수가 증가하고 실험 대상자가 보고한 영감의 평가가 높아진다는 것을 보였다. 다시 말해, 카리스마는 인터넷의 바이럴 지수와 동일시될 수 있다. 그는 나와 한 줌 영상통화에서 화면을 공유해 '딥 카리스마'를 열어 보여줬다. "유명한 연설문을 떠올려서 기계에 입력해 보죠." 그는 말했다. 말콤 엑스의 자서전을 막 시작한 나는 말콤 엑스의 1964년 연설 '투표냐 총알이냐'를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벌써부터 환상적이네요." 안토나키스는 말했다. "이미 은유을 사용했잖아요." 딥 카리스마에 대본을 붙여넣자 숫자가 화면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1분 만에 최종 점수가 나왔다. 350점. "매우 높은 점수입니다." 그는 말했다. "제 카리스마 측정기를 속일 수는 없어요."


호기심에 챗GPT가 만든 연설문을 넣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는 챗GPT에게 윈스턴 처칠 스타일로 연설문을 작성해 달라고 했다. "동료 시민 여러분, 우리는 오늘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는 완성된 연설문을 딥 카리스마에 붙여넣었고 분석을 시작했다. "한 인공지능 네트워크로는 연설문을 만들고 다른 인공지능 네트워크로는 이걸 갖고 카리스마를 추출하라고 하고 있는 거죠." 그는 말했다. 계산 결과가 나왔다. "오, 젠장." 그는 말했다. "점수가 아주 높군요." 나는 그에게 다시 한 번 테스트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번에는 챗GPT에게 "카리스마 있는 연설문"을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단순히 카리스마 있는 연사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점수가 나왔다. "네, 평균 수준이네요." 그는 말했다.


나는 카리스마에 대한 그의 과학적 공식화와 이전에는 타고나는 것이며 형언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것을 민주화할 수 있는 가능성에 감탄했다. 하지만 그가 카리스마를 측정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카리스마를 재정의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카리스마 현상에 필수적인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딥 카리스마는 재능 있는 연설가의 설득력 있고 고양된 습관과 열광적인 연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지만, 무수히 많은 복잡한 이유, 잠재의식적 욕망, 역사적 상황으로 인해 모든 이성을 거슬러 우리를 끌어당기는 색다른 사람의 매력은 설명하기 더 어려울 수 있다.


나는 1980년대에 종교 운동을 시작하여 수천 명의 추종자를 거느린 수백만 달러 규모의 영적 조직으로 키운 캐나다 시골 출신의 제화공 존 드 루이터John de Ruiter가 떠올랐다. 최근 여러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드 루이터는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말을 하지 않았는지를 통해 카리스마를 키웠다. 그의 설교는 몇 시간 동안 청중을 응시하는 긴 침묵의 시간이었다. 트럼프의 연설은 녹취록으로 읽으면 수사학과 은유로 가득 찬 훌륭한 작품이라기보다는 횡설수설하고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있다. CLT는 더 깊은 신비를 포착하진 않는 듯하다. 안토나키스는 딥 카리스마가 트럼프를 뚜렷하게 평균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는 말했다. 수백만의 미국인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CLT는 참여와 영감,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람을 자극하는 데 능란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안토나키스의 연구를 주목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 2022년 12월, 일군의 컴퓨터 과학자들이 '계산 가능한 카리스마—카리스마 넘치는 인공지능 구축을 위한 단계별 청사진'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초록은 이렇게 시작된다. "카리스마는 다른 사람을 끌어당기고 잠재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능력으로 간주된다. 인공지능의 관점에서 그러한 기술을 제공하면 상당한 관심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하며 도발적인 질문으로 마무리한다. "인공지능은 미래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을까?"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인공지능 교수이자 이 논문의 주 저자인 비에른 슐러Björn Schuller는 이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바로 목소리라고 말했다. "시각적으로 제작된 인공지능 캐릭터를 보고 실존 인물처럼 받아들이기엔 아직 멀었지만, 음성에는 더 이상 그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는 말했다. "당신의 목소리 몇 초 분량만 가지고도 당신과 똑같이 들리는 음성 파일을 만들 수 있어요. 따라서 음성으로만 상호작용하는 경우에는 '언캐니 밸리6uncanny valley'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불러서 대화할 수 있는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는 AI 개체를 만드는 것이 연구의 목표다. "가상의 의사나 정신건강 상담치료사가 있다면 카리스마를 가진 개체가 사람들에게 더 잘 와닿을 겁니다." 슐러는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 작용에서 카리스마는 AI에게 수용성 그리고... 순종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그런 측면에서 큰 도약이 되죠."


슐러는 AI가 끝없는 강화 학습과 모방 학습을 통해 이러한 형태의 카리스마를 완성하면 인간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때때로 카리스마를 잃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 자신의 성질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노력이란 것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표현, 목소리 톤, 언어를 동시에 제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여기에 사용자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학습한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 어떨까요."


"인공지능이 새로운 접근 방식을 확립하고 이를 통해 성공을 거두면 어느 순간에는 인간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말했다. "나중에는 우리가 AI에서 비롯된 카리스마적 행동을 따라하게 될 수도 있죠."




베버의 유럽 중심적 버전의 카리스마 개념은 카리스마를 기독교에서 가져와 서구 문화와 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이론으로 변형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당대의 인류학 연구를 통해 발견한 수많은 비서구적 영적 개념에 기반을 두기도 했다. 베버의 1920년 저서 '종교사회학'에서 잘 인용되지 않는 단락 중 하나를 보면 베버가 자신의 초기 카리스마 개념이 마나mana(폴리네시아), 마가maga(조로아스터교, '마법magic'이라는 단어의 기원), 오렌다orenda(아메리카 원주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썼다. 라이트는 이 대목을 연구한 논문에서 "이 순간, 우리는 현대 정치 어휘가 우리 눈앞에서 구체화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썼다.


베버는 특히 아메리카 원주민 신앙에 관심을 가졌다. 1904년 유일하게 미국을 방문했을 때 베버는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백악관 방문 초대를 거절하고 오클라호마 평원으로 향했다. 그곳에 남아 있는 원주민 공동체를 찾아 나선 것이다. 오렌다는 다양한 정도의 힘으로 모든 것을 관통하는 영적 에너지를 뜻하는 이로쿼이Iroquois족 어휘다. 카리스마와 마찬가지로 오렌다를 가진 이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데 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아메리카 원주민 학자 JNB 휴잇은 "샤먼은 오렌다가 강한 사람을 가리킨다"고 썼다. 그러나 서구에서 카리스마란 단어의 용법과는 달리 오렌다는 인간부터 동물, 나무, 돌에 이르기까지 생물과 무생물을 막론하고 모든 것에 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날씨조차도 오렌다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휴잇은 "몰아치는 폭풍은 오렌다를 준비하고 있다"고 표현된다고 썼다.


오렌다의 이러한 확산적 요소, 즉 모든 것에 스며들 수 있다는 생각은 서구의 카리스마 개념의 최근의 변화를 예고했다. 카리스마가 인간 바깥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고고학자들은 역사적으로 특정 사물이 수행해 온 강력하고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에 카리스마 개념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제이미 로리머Jamie Lorimer는 환경학에서 사자나 코끼리와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종들이 "야생동물에 대한 대중의 감성을 구성하는 미디어를 지배"하며 "보존을 수행하는 데이터베이스와 지정물에 불균형적으로 등장"한다고 썼다.


비인간적 카리스마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도 현대 기술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루어졌다. 인간과 기술의 관계는 항상 암묵적으로 영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 18세기에 시계 제작자는 신에 대한 은유가 됐고 시계는 우주에 대한 은유가 되었다. 비행기는 "날개를 단 복음"으로 묘사되었다. 최초의 아이폰은 진지한 의미와 조롱의 의미 모두에서 '예수 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새로운 대중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비전이 그려지면서 우리는 그것에서 일종의 구원, 또는 초월을 추구한다. 어떤 것은 기적을 일으키고, 어떤 것은 겉보기에만 그러하며, 어떤 것은 처참하게 실패한다.


오늘날 우리가 흥미롭고 무섭고 혁명적이라고 여기며 우리의 가장 깊은 신념, 편견, 욕망을 알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은 것은 포퓰리즘 정치인, 인터넷 인플루언서, 종교 지도자가 아니다. 바로 알고리즘이다.


이제 이러한 기술은 세상에서 행동하고, 사물을 파악하고, 일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대부분의 경우 그 영향은 평범하다. 타임라인을 정리하고, 구매할 옷을 추천하고, 신용점수를 계산한다. 그러나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일상적으로 교류하는 방식으로 점점 더 친밀한 수준에서 알고리즘과 더 많이 교류하면서 우리는 카리스마적인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게 된다.


이제 누군가가 알고리즘과 챗봇이 "나를 이해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은 꽤나 일상적으로 굳어진 표현이 됐다. AI 기반 프로그램인 레플리카Replika와 깊고 장기적인 우정을 쌓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2022년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레플리카를 "자신의 일부 또는 거울처럼 여긴다"고 답했다. 다른 어떤 SNS 플랫폼보다도 틱톡 같은 앱에서 사용자 경험은 거의 전적으로 알고리즘과의 밀접한 관계에 의해 좌우된다. 사용자는 친구나 특정 크리에이터가 아닌, 대부분 사용자가 팔로우하지 않거나 교류하지 않은 계정으로부터 스트리밍을 제공받는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플랫폼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일련의 계산 절차를 통해 사용자의 열정과 욕구를 수학적 추론으로 구축한 개미굴로 사용자를 유인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자신들의 고뇌와 열망을 이해한다고 느끼는 군중들처럼, 많은 틱톡 사용자들은 마치 마음을 읽는 것 같은 컴퓨팅 과정을 경험한다. 사람들은 틱톡의 동영상 큐레이션으로 인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재고하게 되었다거나("틱톡의 알고리즘은 내가 양성애자라는 걸 나 자신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니까요. 나만 그런 게 아니야.") 정치 성향이 급진적으로 바뀌었다거나("트랜스포비아에서 테드 카친스키까지: 틱톡의 알고리즘은 어떻게 극우적 자기 급진화를 가능하게 하는가") 자신의 정신 건강을 재평가("의사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나요? '틱톡이 저보고 ADHD라고 해서요'라고 말하면 비웃음거리가 될 것 같아서요.")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하고 있다.


럿거스대학교의 커뮤니케이션학 교수인 홀리 아벨라Holly Avella는 사용자가 감정적인 차원에서 이 알고리즘에 끌리는데 이는 알고리즘의 시선이 진정으로 통찰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 나를 이해해준다는 감정이 중독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것이 알고리즘이 무의식적 자아에 접근하고 일종의 형이상학적인 이해를 할 수 있다는 '컬트적' 믿음을 만들어내는 데 작용한다고 썼다.


정교한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대부분 관련 정보가 의도적으로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리즘의 힘을 인식하는 것은 알고리즘을 우리 삶에서 권위자로 만든다. 심리학자 도널드 매킨토시는 거의 반세기 전에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카리스마의 뛰어난 특성은 모든 인간의 정신 속에 무의식적으로 잠재되어 있는 힘의 강도와 강렬함에 기반한 엄청난 힘이다. (...) 이러한 힘을 활용하는 능력은 인간 행동의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모든 것의 배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진 끔찍한 파괴력의 배후에도 있다. (...) 사회적, 정치적 영역에서 추종자들의 무의식적 자원을 불러일으키고 활용할 수 있는 리더의 힘에 필적할 만한 힘은 없다."


점점 더 복잡해지고 분열되는 사회, 당파성이 인권에서 기후 위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협력의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는 오늘날, 대중을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나 인공지능에 대한 갈망은 그 어느 때보다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카리스마 현상이 선과 악, 해방과 폭력, 구원과 파괴 중 어느 쪽으로 이어질지는 이 양면적인 현상의 핵심에 남아있는 수수께끼다. "거짓 메시아는 참 메시아에 대한 희망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독일의 신학자·철학자 프란츠 로젠츠바이크Franz Rosenzweig는 썼다. "그는 변하지 않는 희망의 변화하는 모습이다."




1933년, 히틀러가 권력을 잡았고 슈테판 게오르게가 예고한 폭력적이고 피비린내 나는 대재앙이 거리에서 현실이 됐다. '비밀의 독일'에 대한 그의 꿈이 수면 위로 부상하여 구질서를 파괴할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고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스위스로 장기 휴가를 떠났는데(일각에서는 자발적 망명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나치당 지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그곳에서 사망했다. 그의 장례식에서는 젊은 추종자들이 나치식 경례를 하는 모습이 목격되어 유대인 추종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제 게오르게의 비판론자가 된 월터 벤야민은 스페인 이비자 섬으로 피신했는데, 그곳에서 친구 게르숌 숄렘Gershom Scholem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신이 예언을 성취함으로써 예언자를 벌한 적이 있다면, 게오르게가 바로 그런 경우일 걸세."


독일군 장교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는 나치 운동에 가담한 수많은 게오르게의 제자 중 하나로, 1939년 폴란드 침공에 가담했다. 하지만 잔학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게오르게 서클이 열어젖힌 판도라의 상자를 닫기 위해 독일 레지스탕스에 합류하기로 결심한다.


1944년 7월 20일, 슈타우펜베르크는 히틀러가 참석한 브리핑 회의에 들어가 히틀러와 악수한 후 원목 테이블 아래에 폭탄이 설치된 서류가방을 놓고 전화를 받기 위해 회의장을 나갔다. 폭탄이 폭발했을 때 장교 세 명과 속기사 한 명이 사망했지만 히틀러는 테이블 다리가 폭발을 막은 덕분에 살아남았다.


그날 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슈타우펜베르크와 그의 공모자들은 트럭의 눈부신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벽에 일렬로 늘어선 채 총살당했다. 총에 맞기 전, 그는 마지막으로 외쳤다. "우리의 신성한 독일 만세!Es lebe das heilige Deutschland!" 역사학자들은 일반적으로 그가 이렇게 외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목격자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가 외친 말은 "우리의 비밀 독일 만세!Es lebe unser geheimes Deutschland!"였다는 것이다.



조 자데는 영국의 저널리스트로 가디언, 바이스, 롤링스톤 등에 기고했으며 LA프레스클럽 어워즈에서 '2023년 최고의 과학 기사'상을 받았다.



(To read the original essay and other similar essays in English, visit noemamag.com.)


‘집 없는 억만장자’로 유명했던 투자가 겸 자선가 니콜라스 베르그루엔(이젠 집을 마련해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이 설립한 베르그루엔연구소에서 발행하는 매거진. 2014년 허핑턴포스트와 파트너십으로 발행했던 월드포스트가 그 시초로, 현재는 자체 웹사이트 위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성향은 두드러지지 않으나 대체로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국제정세, 철학, 테크놀러지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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