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성인이 된 'SNS 베이비' 1세대가 경악하고 있다

'엄마,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걸 올렸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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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2023.06.23 12:20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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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우리가 일상을 사는 방식부터 정치의 양상에 이르기까지 많은 걸 변화시켰습니다. SNS가 인류에 미친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하겠지만 늘 그렇듯 명암이 혼재합니다. 애틀랜틱의 5월 23일 기사는 그 중에서도 우리가 그동안 깊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합니다. 바로 어린이의 프라이버시입니다. 귀여운 우리 아이 사진을 '카톡 프사'로 하는 게 뭐 그리 큰 문제가 될까 싶지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SNS에 너무 많은 걸 공유하는 버릇이 있고 이는 육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아이들이 이제 커서 생각지도 못한 악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내가 아기였을 때의 기록은 여전히 날 창피하게 만든다. 기저귀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뒤뚱거리며 걷는 사진, 음식을 먹는 대신 얼굴 전체에 문지르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 하지만 나는 다행히 옛날 사람이라서 이런 민감한 '아기 때' 자료들은 물리적인 '(사진)앨범'과 VHS '비디오 테이프' 형태로 부모님의 다락방 안에 안전하게 보관돼 있다. 내 초창기 온라인 활동(마이스페이스1에 썼던 감성적인 글귀와 집에서 만든 뮤직비디오)은 인터넷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단순했던 2000년대 초반에 이뤄진 데다가 너무나 고맙게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사라졌다. 지금은 사라진 나의 인터넷 유품 중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깊이 안도한다. 오늘날 인터넷에서 어린 아이들의 사진과 영상을 볼 때는 더더욱 안도한다. 이들은 나와 같은 운을 누리지 못할 것이므로.


작년 12월, 나는 올리비아와 밀리라는 어린 자매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여는 틱톡 영상을 봤다. 커다란 선물상자에 담겨 있던 게 여행가방 두 개라는 걸 알게 되자, 4살 가량으로 보이는 밀리는 눈물을 터뜨렸다. (놀랍지 않지만 아이가 산타에게 바라던 선물은 여행가방이 아니었다.) 부모는 황급히 아이에게 진짜 선물은 그 여행가방 안에 들어있는 디즈니 크루즈 여행 4일권 티켓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밀리는 주체할 수 없을 지경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낯선 사람 900만 명이 그 모습을 지켜봤고 수천 명이 댓글을 달았다. "이거 최고의 피임 광고네." 누군가 쓴 댓글이다. (이 틱톡 영상은 이후 삭제됐다.)


20년 전이라면 가족들끼리 가끔 들춰내는 이야깃거리로 끝났을 일이다. 최악의 경우라도 크리스마스 이브 때마다 친척들이 모여서 보는 비디오테이프로 그쳤을 테다. 그러나 지금은 몇 년 전에 별 생각없이 내린 결정(맥주 많이 마시기 사진이나 슈퍼에서 말싸움을 하는 영상)이 우리의 온라인 이미지를 결정지을 수 있다. 밀리의 부모 같은 요즘 세대의 부모들은 이를 알면서도 아이들에 대한 더 많은 온라인 기록을 만듦으로서 아이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


페이스북 시대(정확히 말하자면 모두가 가입할 수 있게 된 2006년부터다)의 아이들은 성인이 돼 취업을 준비하면서 부모의 SNS 기록으로 인한 후과(後果)를 맞닥뜨리고 있다. 이미 만들어져 삭제할 방안이 없는 디지털 인격을 감당해야 하는 이들이 많다.



케이미 배럿(24)의 어머니는 딸의 성장기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모조리 전체 공개로 썼다. 어린 시절 목욕하는 사진, 항생제 내성 세균(MRSA)에 감염됐던 일, 케이미가 사실은 입양아인 것, 케이미가 타고 있던 차를 음주운전자가 쳤던 일까지. (배럿의 어머니는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로 인한 고통으로 배럿은 어린이 인터넷 프라이버시의 강력한 지지자가 됐고, 올해 초 워싱턴주 의회에서 증언도 했다. 하지만 배럿도 10대 시절 첫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을 당시, 자신의 어머니처럼 가족에 대한 흉을 보거나 자신의 건강 문제를 터놓고 쓰기도 했다.


배럿은 자신의 영상을 보는 젊은 유저들이 그런 문제를 지적했다고 내게 말했다. 배럿의 인터넷 친구들이 "제게 메시지를 보내서 '이거 내리셔야 할 거 같아요'라는 거에요." 오늘날의 10대 청소년들도 배럿과 마찬가지로 부모가 SNS에 너무 많이 공유하는 걸 우려한다. 친구들이 부모의 페이스북 계정을 발견했을 때의 공포를 표현한 영상을 유머러스하게 만들어 틱톡에 올리기도 한다. 스티븐 밸컴 '가족온라인안전연구소'(Family Online Safety Institute) CEO는 더 어린 아이들도 '디지털 성년기'를 맞으면서 그에 따르는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매우 조숙한 10살, 11살, 12살 짜리 아이가 부모에게 '엄마,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걸 올린 거에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어요."


미국에서는 친권이 어린이의 프라이버시권에 우선한다. 사회적으로도 어른에 대해서라면 결코 하지 않을 정보나 사진 공유도 어린이에 대해서는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부모가 아이의 기저귀를 갈다가 벌어진 사건이나 배변 훈련의 성공담, 아이의 첫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주기적으로 하는 일이 잦다. 금지된 일도 아니다. SNS 플랫폼들은 진정으로 부적절한 콘텐츠(미성년자에 대한 신체적 학대, 미성년자의 노출 사진, 미성년자의 방치 및 위험에 대한 노출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학대의 목적 없이 올린 콘텐츠도 아이들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 온라인에 너무 많은 삶의 족적이 남겨진 아이들의 증언이다.


부모가 아이들에 대해 온라인에 올리는 걸 자제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부모로서 하는 일의 대부분이 다른 사람들에겐 눈에 띄지 않으며 어떠한 보답을 받는 일도 드물기 때문에, 조회수, '좋아요', 댓글은 부모에게 일종의 긍정 강화가 된다. "부모로서 하는 일의 가장 확실한 증거는 바로 아이들 자체죠." 책 '맘플루언서'의 저자 새러 피터슨이다. "귀여운 아이 사진을 올렸더니 한 열두어 명이 '정말 귀엽네'라고 댓글을 달면 정말 기분이 좋거든요."


'좋아요'와 댓글 외에도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돈이다. 유튜브나 틱톡에 자신들의 내밀한 삶을 기록하면 많은 청중은 물론이고 스폰서십, 광고 수익도 얻을 수 있다. 현재 미국의 그 어떤 주나 연방 차원에서도 이런 가족 브이로거가 번 수익에 대해 아이들의 권리를 인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런 내용을 담은 법안이 워싱턴과 일리노이주 의회에 계류 중이긴 하다.


아이들을 온라인에 공개적으로 노출시키는 행위는 어떤 핑계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 부모도 있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크리스티나(34, 프라이버시 문제로 성은 공개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다)는 딸의 사진을 조금 올리긴 했지만 모든 사진에서 딸의 얼굴을 가렸다. "아이의 사진을 공개적으로 공유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가 이에 동의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크리스티나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어른들도 많다. "어떤 사람은 제가 딸 아이 사진을 공유하지 않으니까 혹시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거냐는 듯 말하기도 하더군요."


부모가 SNS에 아이들을 노출시키지 않겠다고 결심하더라도 휴대폰을 가진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크리스티나는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그들이 온라인에 올린 딸의 사진의 삭제를 요청해야 했다고 한다. 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 생일 파티에 모인 모든 학부모들이 주머니에 카메라를 갖고 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크리스티나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배럿은 자신의 어머니가 십수 년 동안 자신에 대해 과도하게 공유했던 것의 영향을 지금도 느끼고 있다 한다. 배럿이 12세 때 한 남성이 자신을 집까지 따라온 적이 있는데 배럿은 그 남자가 자신을 인터넷에서 알아본 것이라 여긴다. 학창 시절에는 어머니가 온라인에 올려놓은 자신의 모든 내밀한 삶의 이야기들을 갖고 친구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바람에 고등학교를 중퇴해야 했다.


배럿은 이제 어머니와 아무런 교류를 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SNS 사용이 모녀관계에 남긴 상처 때문이 크다. 배럿은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에도 자기 이야기를 극도로 피하며 다른 사람과 교류할 때 피해망상에 시달릴 때가 있다고 한다. "심지어 제 친구나 약혼자에게 뭔가 말하는 게 두려워요. 마음 속으로는 계속 '이게 나중에 인터넷에서 나를 해치는 데 사용되진 않을까'하고 묻게 되거든요."



케이트 린지는 애틀랜틱의 뉴스레터 에디터로 일했고 현재 인터넷 문화에 대한 뉴스레터 '임베디드'를 운영한다.


1857년 창간된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문예 매거진. 진보적 성향으로 롱리드 피처, 인터뷰 기사로 유명합니다. 본래 월간지였으나 현재는 1년에 10회 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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