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중국군의 글로벌 항만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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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2023.06.23 12:20

Foreign Aff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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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은 '떠다니는 영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제법상 다른 나라 항구에 정박해 있더라도 해당 국가가 관할권을 행사하는 데 제한이 있습니다. 주재국도 다른 나라의 군함에 대한 공권력 행사를 조심스러워합니다. 2022년 美 펜실베니아대 페리월드하우스 '글로벌 정책 신진학자상' 수상작으로 2023년 5월 22일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아래 에세이는 미국에 비해 해외 해군 기지 네트워크가 취약한 중국이, 자국기업이 전세계에 개척한 상업항을 군사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세심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비록 상업용 항구라 하더라도 중국 해군의 군함이 기항해 있으면 중국의 주권이 해당 지역으로 확장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중국의 '은밀한' 해외 세력 확장을 우리도 주시해야 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국가안보 당국자들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주시해왔다. 소련 붕괴 이후 이토록 강력한 도전자에 직면한 적이 없었던 미국은 2월에 발표한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에서 중국을 "거의 동등한 수준의 경쟁자"로 묘사했다. 미군에게 중국은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제체제에서 효과적인 국방을 위해 얼마나 빨리, 얼마나 멀리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속적인 도전 과제'가 되었다.


미국의 국방전략은 아직 중국이 제기하는 핵심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인상적인 대양해군과 더욱더 치명적인 미사일전력에서 드러나는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급속한 현대화만 주목하다가 중국의 글로벌 세력투사의 또 다른 중요 기반인 경제적 입지를 놓칠 위험이 있다. 중국은 많은 국가의 최대 무역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국제무역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인프라를 상당 부분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통제력은 특히 해상운송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중국 정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중국 기업이 전 세계 항만 터미널의 자금 조달, 설계, 건설, 운영, 소유에서 선두주자가 되었다.


이러한 항만 네트워크는 중국의 세력투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군사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의 세계적인 배치 태세를 그대로 따라할 수 없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전 세계에 설치한 군사기지를 기반으로 작전하는 전진 배치 전력을 유지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군은 2017년 지부티(아프리카 동북부 홍해 입구에 있는 소국-역주)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했는데,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른 기지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 대신 중국 기업이 세계 곳곳에 확보한 항만 인프라를 민간-군사 겸용으로 활용해 중국군의 작전 범위를 넓히도록 뒷받침함으로써 중국은 조용히 미국의 '항만 경쟁자'가 되었다.


컨테이너선에서 군함으로

중국 기업은 현재 100개에 가까운 전 세계 주요 지역 상업항에서 터미널을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항만 네트워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물론 국제무역이지만, 이 핵심 인프라로 중국 인민해방군의 글로벌 작전을 지원하기도 한다. 물론 상업용 항만시설은 일반적으로 첨단 군사능력을 갖추도록 설계되지 않았지만, 거의 모든 상업항을 다양한 군사적 임무에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이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해외 항만 터미널 수십 곳을 중국 해군이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패턴이 새롭게 나타났다. 이러한 항구에서 중국 군함은 외교적 효과를 위해 중국 국기를 게양하고 급유, 보급, 심지어 전문적인 유지보수와 수리를 받기도 한다. 이러한 목적으로 이용되는 항구에는 싱가포르, 다르에스살람(탄자니아), 피레우스(그리스) 등이 있다. 또한 중국의 상업용 항만 네트워크는 이미 중국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증가하는 인민해방군의 임무를 지원하는 병참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 항만 확장은 무엇보다도 상업적 요인에 좌우되는 경제적 현상이다. 중국 상품 무역의 90% 이상이 해상 무역이며, 이는 세계 평균인 80%를 상회한다. 전 세계에 걸친 항구는 중국이 에너지, 광물, 농산물, 기타 글로벌 상품을 수입하는데 필수적인 통로이다. 현대식 컨테이너 터미널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막대한 중국산 제품의 수출을 용이하게 한다. 중국 경제발전 모델에서 국제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이 글로벌 해상운송 산업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드루리 해양리서치'와 우리가 자체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중국 기업은 전세계 100대 컨테이너항 중 36개에서 하나 이상의 터미널을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중국 본토에 추가로 25개 항구가 있다. 이로써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국제 해상운송 허브 중 61%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선박의 총 화물 톤수 기준 세계 10대 항구 중 8개, 화물처리량 기준 10대 항구 중 7개가 중국 본토에 있다. 2022년 말까지 중국 기업들은 남극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 걸쳐 53개국 95개 항구의 소유권이나 운영 지분을 획득했다.


중국의 글로벌 항만 진출에는 경제적 목적만이 아니라 전략적 목적도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 공산당은 글로벌 시장과 천연자원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는 것을 핵심 외교정책 목표로 삼고, 중국 기업이 항만이나 해상운송 같은 분야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와 물질적 지원을 제공했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무역, 투자, 인프라를 통해 중국과 세계를 연결하려는 글로벌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니셔티브' 출범으로 이러한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확대했다. 이러한 정책은 항만 분야 중국 기업들이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업계 리더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중국 정부의 관점에서 보자면 상업적인 차원에서 특정 항구가 가지는 이점, 즉 주요 시장과 자원, 주요 항로, 해상 요충지로의 근접성은 해군력 투사에도 마찬가지로 이점이 된다. 중국 기업들은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와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구처럼 상업적 이점이 뚜렷하지 않은 장기 프로젝트를 지속하는 경우도 있고, 로스앤젤레스 항구처럼 시장 논리가 명확하고 군사적 이용 가능성이 거의 없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몇 개의 항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에는 상업적 목적과 전략적 목적이 모두 존재한다. 국제무역은 국부(國富) 증진에 필수적이며 항구는 국제무역에 필수적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해외에서 중국의 국가이익과 수출입 물류를 보호하는 '전략적 임무'를 인민해방군에 부여했다고 2015년 중국 군사전략 보고서에 밝혔다.


상업항은 인민해방군의 글로벌 작전에 필수적인 병참 플랫폼이 되었다. 중국이 소유하고 중국이 운영하는 이러한 시설에서 해군함정은 특수연료, 오일, 윤활유를 보충하고 군사물자, 장비, 인력을 다시 실을 수 있으며 일부 시설에서는 유지보수와 수리도 할 수 있다. 해외 항만시설은 또한 중국 터미널 운영자가 선박 이동 및 무역 거래에 대한 독점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중국의 정보역량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는 항만 내 군사화물이나 군사활동을 모니터링할 때 더욱 가치가 있다. 이스라엘의 하이파 항구처럼 중국 소유 항구가 주재국 군사기지와 함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 항구의 상업터미널은 다른 나라 군대의 작전 루틴, 인력, 필요 사항, 움직임을 관찰하기에 편리한 장소이다.



중국이 2017년 4월 26일 최초의 자체 제작 항모 진수식을 거행했다. 중국 해군은 이날 오전 중국선박중공업그룹 다롄(大連) 조선소에서 '001A'형 항공모함의 진수식을 열었다. ? AFP=뉴스1

중국이 2017년 4월 26일 최초의 자체 제작 항모 진수식을 거행했다. 중국 해군은 이날 오전 중국선박중공업그룹 다롄(大連) 조선소에서 '001A'형 항공모함의 진수식을 열었다. ? AFP=뉴스1


그래도 전시(戰時)에 중국의 해외 상업항 네트워크에서 인민해방군이 효과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만한 범위는 제한적이다. 항구의 군사적 이용은 주재국을 분쟁에 끌어들여 분쟁당사국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 또한 중국이 주재국과 군사동맹이나 방위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중국 인민해방군이 이러한 민간-군사 겸용 항구를 활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렇듯 공식적인 안보조약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해외분쟁에 개입할 가능성은 적고 전투에 대비한 항만 플랫폼을 가질 필요도 적다.


반면에 중국 해군함정이 글로벌 항만 네트워크를 통해 투사하는 평시(平時) 군사력은 이미 국제 안보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 중국 해군의 지속적인 존재는 다른 나라 해군의 군사태세와 루틴을 변경하도록 압박하고, 중국의 군사 능력에 대한 세계적 인식에 영향을 미치며, 다른 나라가 자국의 경제적 자산과 이익을 보호하려고 중국에 도전하는 것을 잠재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의 항만 활동의 성격과 범위, 그 활동이 중국의 이익에 기여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생명줄과 해상길목

중국 기업들은 이제 모든 대륙과 주요 대양에 항만 터미널을 소유하거나 운영한다. 이 항만 네트워크는 주요 수출입국과 중국을 연결하

는 항로를 따라 매우 촘촘히 짜여 있다. 천연자원을 수입해오는 중동과 아프리카 연결 항로, 주요 수출시장인 지중해로 이어지는 항로 등이다. 특히, 중국 기업이 지분을 갖고 있는 해외 항구의 반 이상이 중국 연안에서 남중국해와 말라카 해협을 거쳐 인도양을 가로지른 후 페르시아만과 연결되거나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거쳐 지중해로 이어지는 해상 항로를 따라 위치해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업계 분석가들은 이 동서 해상교통로를 중국의 '해양 생명줄'이라고 부른다. 중국을 최대 수출시장인 유럽 및 천연자원 공급지인 페르시아만과 아프리카에 연결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 항로를 따라 자원 공급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것을 인민해방군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전략적 임무'라고 일컫지만, 해외 군사작전에 특화된 군사기지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중국이 통제하는 해외 항구의 반 이상(57%)이 페르시아만으로 이어지는 호르무즈 해협과 말라카 해협 같은 주요 해상 길목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 주요 해상 길목에 있는 중국 기업 운영 항만시설 덕분에, 중국 해군은 세계 주요 해역 사이에 다른 나라 해군 활동과 무역 흐름을 감시하고 유사시에 방해할 수도 있다.


인민해방군이 이러한 항구를 통해 얻는 군사적 활동범위 확대는 해외에서 중국의 무역 이익을 보호하는 능력을 갖추는데 꼭 필요하다. 중국 연안과 세계 주요 시장 및 군사 작전지역을 연결하는 양방향 해상 루트는 중국 해군이 원거리에서 작전을 수행하려면 현지 항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 관리하고 기술적 특성이 알려진 터미널을 고정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우호적인 항구를 찾아 임시 기항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보안과 안정성을 제공한다.


물론 글로벌 항만 산업에서 중국 민간 기업이 부상한다고 해서 중국군의 힘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와 일본 같은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를 포함한 여러 국가도 전 세계에 대규모 항만 네트워크와 해운회사를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나라들과 달리 중국이 독특한 점은 중국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지배하는 중국 공산당이 국내외 기업의 활동에 국가안보 목표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중국 기업의 상업용 항만 네트워크를 중국의 광범위한 외교정책에 더 잘 활용하려고 눈에 보이는 노력을 해왔다.


중국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해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업조직 차원에서 국가가 기업을 소유하는 방식을 통해 이를 수행할 수 있다. 국유기업은 국가가 주요 주주이며 경우에 따라 유일한 주주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지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중국 정부는 정부 보조금, 초법적 통제, 경영진의 정치단체 가입 등을 통해 사기업과 국유기업 모두를 지도하고 있지만, 국가가 기업을 소유하는 것이 여전히 당-국가 영향력에서 최고로 강력한 수단이다. 특히 항만 분야에서는 단 세 개 대기업에 국가 소유권이 집중되어 중국 정부가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 세 기업, 즉 중원해원항구(COSCO Shipping Ports, 이하 '코스코'), 차이나 머천트 포트(China Merchants Port), 허치슨포트(Hutchison Ports)는 현재 중국이 해외에 소유한 항구의 거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코는 국유기업이자 급속히 확장중인 글로벌 운송 및 물류 기업으로, 이 3대 중국 기업 중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지부티와 함반토타(스리랑카)에서 가장 야심차고 눈에 띄는 중국 항만 개발을 추진한 차이나 머천트 포트는 중앙 정부가 소유하고 있지만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다. 허치슨 역시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대기업인 시케이 허치슨(CK Hutchison)의 자회사이다. 그러나 이 기업도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정부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 정부는 또한 인사에 대한 개입과 공산당 위원회 가입 등을 통해 이들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국유기업인 코스코와 차이나 머천트 포트의 경우 중국 공산당이 이사회 의장, 당서기, 총경리 등의 경영진을 임명한다. 한편으로 이사회 의장과 당서기를 겸직하게 하여 한 사람이 최고 경영자와 당 지도부 직책을 동시에 맡기도 한다. 기업의 수장을 통제하면 기업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간단한 논리이다. 기업의 당 위원회는 주요 안건이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되기 전에 미리 논의하는 권한을 통해 기업의 활동 방향을 결정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중요한 기업 활동이나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을 포함한다.


점점 더 많은 중국 법률과 규정이 중국 기업에게 자산을 군사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민간 소유 자산을 군사적으로 이용할 권한을 부여하는 국방 동원 및 운송 관련 법률과 규정이 포함된다. 중국 정부는 더 나아가 필요시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인력을 구축하고 유지하라고 중국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국방동원법, 국방운송법 및 관련 규정은 민간 자원을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당과 국가의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중국 법률은 또한 정부가 군사 동원을 명령할 경우 특정 민간 자산을 유지하여 인민해방군에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0년 국방동원법 제4조는 "민간과 군의 결합, 평시생산과 전시생산의 결합, 민사 분야에 대한 군사적 개입의 원칙"을 규정했다. 2017년 국방운송법 제36조는 중국 기업에게 "장거리 및 대규모 국방 운송"을 지원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민간 항만시설, 도로, 기타 시설을 군사기술적 표준에 맞춰야 한다는 등의 기타 규정과 산업적 조치가 이러한 법률을 보완한다.


더불어 2015년부터 중국은 민간 자산과 시설을 인민해방군의 작전 루틴에 더욱 통합하는 대대적인 군사개혁을 단행했다. 군지휘관은 운송기업에 직접 지시해서 그들의 해외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 운송기업의 시설을 사용해 필요한 자원을 사전 배치하고, 특수한 부품과 연료와 잠재적 군수품을 관리하고, 군사작전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기업 자산을 징발할 권한까지 지니고 있다. 중국의 해외 항만시설이 소수의 중국 기업에 몰려 있어서 이러한 과정이 더욱 용이하다.

함반토타 항구의 우리 사람

해외 항만 자산을 중국이 전략적으로 유용하게 사용하려면 중국 기업이 먼저 이를 획득한 다음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항만 터미널을 단독으로 임차 또는 이용허가를 받거나 터미널 지분의 과반 확보는 중국 기업이 재량에 따라 항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중국 기업이 관여한 해외 항구 95개 중 55개에서 중국 기업이 최소 1개 터미널의 대주주이며, 24개는 중국 기업이 전부 소유하고 있다. 항구의 단독 소유주 또는 대주주로서 중국 기업의 경영진은 일반적으로 특정 선박과 화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연료, 부품, 부두 설비의 사용을 결정할 수도 있다.



(아테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그리스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11월 11일(현지시간) 아테네 피레우스에 있는 중국 선사인 코스코의 화물 터미널을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방문해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아테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그리스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11월 11일(현지시간) 아테네 피레우스에 있는 중국 선사인 코스코의 화물 터미널을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방문해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중국 기업이 상업항 전체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더 광범위한 군사적 이용이 가능하다.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카메룬의 크리비 등 약 29개 해외 항구에서 중국 기업이 모든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완전한 운영통제권을 가진다는 것은 중국 기업이 항만 단지의 개발을 전체적으로 결정하고, 특정 선박의 부두 이용을 제한하거나 배제하며, 필요시 상업적 활동을 멈추고 해군 작전을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확한 이용허가 조건은 소수의 손에 달려 있고 주재국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일상적인 시설 이용에 대해서는 항구를 운영하는 중국 기업이 상당한 재량권을 갖고 있다.


기존 항만시설이 군사적 표준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는 항만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데, 중국의 통제 수준이 가장 높은 항만시설이 군용으로 가장 적합한 경우가 많다. 한 가지 예로, 그리스의 피레우스 항만청 대주주가 된 코스코는 2016년부터 창고와 조선소는 물론 벌크선, 컨테이너선, 로로선 터미널을 포함한 전체 항만 단지의 개발을 지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인프라 개선작업은 시설을 해군함정에 더 유용하게 만들고 중국 군함이 수리나 유지보수를 위해 정박할 수 있도록 한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해외에 전용 기지가 많지 않지만, 전 세계에 군사를 배치하고 매우 복잡한 해외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상업 시설을 다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각각의 항구도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중국에게 해외 항구의 전략적 가치는 무엇보다도 이들 항구가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예컨대 중국 인민해방군은 여러 중국 기업 소유 터미널의 협력을 통해 광범위한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은 기항 통지, 접안, 창고 이용, 터미널 시설 전반에 걸친 기타 서비스를 직접 관리하는 한 회사 내에서 훨씬 더 쉽게 달성할 수 있다. 그러므로 코스코 같은 국유 대기업의 통합 운송 역량은 인민해방군에 거의 완벽한 물류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러한 기업의 상업 네트워크가 인민해방군의 직접적인 지휘하에 있지는 않지만, 중국 정부가 이들 기업에 대한 궁극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산 활용이 안정적이며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중국의 이권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이를 보호해야 할 중국 정부의 의무도 커지고 있다. 2019년 중국 국방 당국에 따르면 해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이 4만 개이고, 해외 투자액이 7조 달러를 넘고, 해외에서 일하는 국민이 100만 명 이상이며, 매년 1억 4000만 명 이상이 해외 여행을 떠난다. 현재의 수단 내전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국민, 자산, 국제무역을 위협하는 우발적 상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해외 기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군의 기획 담당자들은 해외에서 취약한 이권을 보호하려고 중국의 해외 상업항 네트워크에 의존하게 되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 있는 한 중국 군함을 위한 수송·지원 전진기지를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중국 해군 상륙수송선거함 창바이샨(長白山)의 함장 덩셴우의 말이다.


해외 항구는 물질적, 지정학적 측면에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중국에 소중한 물류 및 정보 역량을 제공한다. 평시에는 이러한 항구의 지원을 통해 인민해방군이 해외에서 중국의 경제적 이익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 전시에는 이러한 항구의 사용이 매우 제한적일 수 있지만, 어차피 중국 근해를 벗어난 원격 전역(戰域)에서 중국군의 전쟁 수행 역량도 마찬가지로 제한적일 것이다. 타이완 침공, 인도와 또 한 차례의 국경 분쟁, 남중국해에서 베트남과의 세 번째 전투 등 인민해방군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 분쟁에서 원거리 전진 기지는 직접적인 가치가 거의 없다. 현재는 물론 가까운 미래에도 중국이 인근 지역 너머로 강력한 전투력을 투입할 전략적 필요에 직면할 것 같지도 않다.

글로벌파워로 가는 다른 길

중국의 해외 상업항 네트워크는 이미 세력투사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다. 인민해방군은 미래를 내다보며 이러한 항구가 증가하는 해외원정을 지원할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해외 기항(寄港)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음에도 중국군은 병참과 정보수집 등 비전투 기능에 중국의 항만 자산을 계속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상업항을 통해 첨단 전투력을 투사하기로 결정한다면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다. 전시 또는 위기 상황에서 중국과 동맹관계가 아닌 나라의 항구에 대한 중국 기업의 통제권은 거의 보장되지 않는다. 중국 세력은 여전히 주재국 당국의 제약을 받고 외국 군사력의 공격에 취약할 것이다. 항구는 그 자체로 적에게 고정된 표적이며 직접적인 공격으로부터 거의 보호받지 못한다. 항구로 진입하는 협수로에서 단 한 척의 선박이라도 기뢰 폭발이나 다른 방식으로 피격되어 침몰하면 항구 전체가 운영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 분쟁이 발생하면 주재국 정부가 항구 운영을 중단하거나 중국측 시설을 압수 또는 국유화할 수도 있다. 상업항을 이용해 전투력을 투사하는 것에는 예측 가능하고 중대한 단점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중국 인민해방군은 고도의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더 많은 중국군 전용 해외 기지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중국은 해외 군사기지를 통한 영미식 세력투사 모델이 글로벌 군사력 배치의 유일한 방식이 아님을 입증했다. 중국은 해외 상업항에서 전력을 투사하는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었다. 중국 기업들은 현재 전 세계에 방대한 항만 터미널을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산은 다양한 당-국가 영향력 행사에 통제 받는 소수의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세계 항만 및 해상운송 산업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확장은 알려진 안보 위험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이 이러한 주요 인프라 자산을 운영하거나 획득하는 것을 막으려는 국가가 거의 없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전 세계 대양에서 더 큰 상업적, 군사적 우위를 추구함에 따라 중국의 광범위한 글로벌 상업항 네트워크는 중국의 커지는 힘을 반영하는 동시에 증폭시키고 있다.



아이잭 카돈은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중국학 선임 연구위원이며 웬디 로텃은 인디애나대학교 해밀턴루거국제학대학 부교수다. 이 에세이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 페리월드하우스의 2022년 '글로벌 정책 신진 학자상'(Emerging Scholars Global Policy Prize)을 받았다.



1922년 창간된 격월간 국제정치 전문지. 미국의 국제정치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에서 발행하는데 국제정치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거진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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