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동아시아 가족의 새로운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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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1 12:45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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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률 격감에 따른 인구감소 전망은 한국이 가장 심각하긴 하지만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른바 일본,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앞으로 경제성장, 복지재원 충당, 심지어 국방력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사안입니다. 7월 8일자 이코노미스트는 '동아시아가 사회혁명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커버스토리를 싣고 인구감소의 원인으로 동아시아 가족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전통적 형태의 '가족'에 대한 집착이 현재의 사태를 낳고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입니다. 전향적인 이민 정책과 함께 가족 구조에 대한 '사회혁명'이 필요하다는 이코노미스트의 기사 전문을 읽어보시고 앞으로 한국 사회가 변해가야할 방향에 대해 함께 숙고해보면 좋겠습니다. 기사는 비록 짧지만 임팩트가 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의 미래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기사입니다.


한때 아시아 지역 지도자들이 옹호했던 '아시아적 가치'라는 개념은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 인기를 잃었다. 동남·동아시아의 규율 잡힌 정부가 퇴폐적인 서구에 비해 독특한 경제적 우위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하루 아침에 설득력을 잃은 것이다. 그간 과장 광고돼 온 아시아적 가치의 다른 한 측면은 오늘날 번영하는 동아시아에서 더욱 위태로워 보인다. 중국, 일본, 한국, 대만에서 보수적인 가족 생활에 대한 아시아인의 관념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이번 주 아시아 및 중국 섹션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수백만의 젊은이들이 더 느슨하고 좀 더 외로우며?동아시아적 맥락에서는?덜 남성중심적인 가정 구성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인류의 5분의 1 이상이 거주하는 동아시아 지역의 사회경제적, 인구학적 변화가 미칠 영향은 방대함과 동시에 불안정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수백만의 삶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가장 먼저 뚜렷하게 나타난 일본의 경우, 1980년에는 자녀가 한 명 이상인 부부가 전체 가구의 42%였고 독신 가구가 20%였는데 이제는 상황이 뒤집혔다. 2020년에는 자녀가 있는 부부가 전체 가구의 25%였고 독신 가구는 38%였다. 감소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18~34세 남성의 17%와 여성의 15%가 '결혼하지 않겠다'고 답해 1980년대 초의 2%와 4%에 비해 크게 늘었고, 중국의 혼인 건수는 10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어떤 의미에서 중국, 일본, 대만, 한국의 젊은이들은 다른 선진국이 걸어온 길을 따라가고 있다. 1960년부터 2010년까지 유럽의 혼인율은 절반으로 떨어졌는데 그 이유 중 상당수가 오늘날 동아시아의 혼인율 저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결혼은 점점 더 시대착오적이고 감당할 수 없는 일처럼 보인다. 동아시아에서 결혼은 여전히 지배적인 남성과 복종적인 여성의 결합이라는 유교적 관점으로 이해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기혼 여성을 '집사람'으로 부르고, 남편을 '바깥양반'으로 부른다.


높은 집값은 신혼집을 마련하는 데 또 다른 장애물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대안적인 가정 형태를 받아들이고 있다. 독신 외에도 세대간 공동거주, 좀 더 드물긴 하나 동거 및 동성 파트너십도 존재한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중산층 여성들이 자신의 경력에 집중하기 위해 결혼을 미루고 있다.



전통적 가치관은 일하는 여성에게 가혹하다. 동아시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여성이 많다. 그러나 여성의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은 부족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15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성평등 순위에서 중국?여성이 '하늘의 절반'이라고 하는?은 2006년 63위에서 2022년 102위로 하락했다. 한국은 OECD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크다.


이런 이야기 대부분이 새삼스럽지 않더라도, 동아시아의 거대한 사회 변화는 두 가지 지점에서 두드러지며 한편으로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첫째,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금기가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하다. OECD 회원국 전반적으로 출생의 40%가 혼외 출생이다. 일본, 한국, 대만에서는 이 수치가 5% 미만이다. (중국의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여겨지진 않는다.)


그 결과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다. 한국은 0.78로 그 어느 나라보다도 낮고, 대만은 한국보다 약간 높을 따름이다. 일본과 중국의 출산율은 인구대체율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중국의 잔혹한 한 자녀 정책은 인구 압박을 악화시켰고 최근 들어서야 당황한 관료들이 '세 자녀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전반적 상황이 보여주듯 어차피 일어났을 일이다. 동아시아 4개국의 총 인구는 2020년에서 2075년 사이에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문제는 동아시아 각국 정부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들어가는 동아시아의 인구구조를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정책은 대규모 이민이지만 어떤 정부도 이를 진지하게 고민하진 않는다. 주로 세금 감면, 결혼 보조금 지원 등의 경제적 혜택으로 혼인율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이 이러한 정책에 280조원을 낭비했음을 인정한다.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과 중국,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점점 더 많은 자국 국민들이 반대하는 보수적 접근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이전 정부는 한부모가족과 미혼 커플에게도 혜택을 확대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저출산을 페미니즘 탓으로 돌리는 윤 대통령은 이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는 국민에게 유교의 부흥을 약속하고 동성애자 인권 운동가들을 체포하고 있다. 일본의 집권당인 자민당도 동성 커플의 결혼 허용을 거부하는 등의 혼인 제도 개혁에 반대한다. 그러나 유권자 대부분은 이러한 변화를 바라고 있다.


일부 진전도 있었다. 특히 근래 보다 진보적 노선을 택한 대만에서는 동성 혼인을 법제화했고 5월에는 동성 커플의 입양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통계에 반영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 전반은 현대와 전통 사이에 끼어 양쪽에서 최악의 영향을 받고 있다. 동아시아인은 전통적인 가족 역할을 무시할 순 있어도 새로운 가족 역할을 제시할 수는 없다. 수백만이 무자녀와 고독을 택하는 까닭이 바로 이것이다.


동아시아 각국 정부는 이렇게 한쪽으로 기운 혁명을 바로 세우려 노력해야 한다. 사회 변화가 하루 아침에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정부가 그 변화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정부가 변화에 저항하는 걸 멈출 수는 있다. 정부가 가족 생활을 보다 매력적으로 만들려면 가족 생활의 비용은 물론이고 남녀간의 여러 차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남성의 육아 휴직을 당연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한 예다. 동아시아 시민들은 이미 이성애 결혼만을 결혼으로 보지 않는다. 정부도 동거, 동성애를 비롯한 비전통적 가족 형태에 대한 법적 인정을 확대하고, 특히 자녀 양육과 관련하여 현재 결혼한 커플이 받고 있는 수준의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중국에서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을 막거나 일본에서 동성 커플이 아이를 입양하는 걸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문제를 되려 키우는 일인데다가 도를 넘는 일이다.

결혼하지 않을 자유를 허하라

이런 정책으로 동아시아의 인구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순 없다. 하지만 지금의 정책보다는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수백만의 시민?특히 여성과 동성애자들?이 자신이 선택한 삶을 더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각국 정부는 사상 유래 없는 규모의 경제 성장을 견인해왔다. 이제는 시민의 행복과 자유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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