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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경 위기의 진짜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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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AP/뉴시스] 11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국경 장벽 사이에서 이민자들이 망명 신청을 기다리고 있다. '타이틀42'가 11일 폐지되면서 멕시코 티후아나와 샌디에이고를 가르는 장벽 사이 수백 명의 이민자 상당수가 망명 신청을 위해 며칠째 기다리고 있다. 2023.05.12.

2023.08.11 11:46

Foreign Aff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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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박해를 피해 영국과 네덜란드 등에서 개신교도들이 피난을 와 만든 나라가 미합중국, 즉 미국입니다. 미국은 처음부터 피난의 나라였고 이민의 나라였습니다. 200여년 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을 때 인구 300만이던 미국은 3억5000만의 거대한 '제국'이 됐는데 이젠 새로운 이민자에게 벽을 쌓으려 하고 있습니다. 한편 중미(中美)의 많은 나라가 '거버넌스의 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미국 이민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번영하는 미국과 무너지는 중미의 거버넌스가 합쳐져 미국의 국경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내년 말 치러지는 미 대선에서도 국경 문제는 가장 첨예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7·8월판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이 기사 역시 미국의 국경문제를 조명하고 있는데, '피난' '난민' '불법이민'이라는 한정적인 영역을 다루기는 하지만 국경문제의 중요성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PADO는 미국을 이해하는데 키워드 중 하나인 '이민'에 대해 앞으로도 꾸준히 기사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2023년 4월,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57,000명 이상의 피난 신청자가 이미 과부하 상태인 뉴욕의 보호시설에 들어왔고, 여전히 하루에 약 200명의 피난 신청자가 도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뉴욕시는 103개의 호텔을 긴급 보호시설로 사용했다. 14,000명 이상의 이주 아동이 공립학교에 등록되어 있었다. "이 도시가 경험한 가장 큰 인도주의적 위기 중 하나"라고 말한 애덤스는 새로 도착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드는 비용이 2년 동안 43억 달러로 치솟아 뉴욕시의 다른 공공 서비스 예산을 전반적으로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뉴욕시를 저버렸습니다"라고 애덤스 시장은 미국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의 민주당 소속 시장으로서 당연히 바이든의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한 명이어야 할 그가 이렇게 나온 것이다.


금년 늦은 봄 트럼프 시대의 국경 단속 정책인 '타이틀 42'를 종료하기로 한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따라 3년 동안 시행된 이 행정명령은 불법 입국자를 즉시 추방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바이든 행정부가 5월 11일 이 행정명령을 종료하자 많은 논평가들은 이민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애덤스 시장의 격앙된 기자회견이 몇 주 전에 보여줬듯 미국의 남서부 국경은 바이든의 정책 전환이 있기 훨씬 전에 위기를 맞고 있었다. '타이틀 42' 명령이 시행된 2022 회계연도에 미국 국경순찰대 대원들은 국경을 넘어온 불법입국자들을 220만 명이나 잡았는데, 이는 사상 최대 기록이다. 2021년 3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110만 명 이상의 밀입국자들이 미국 국경 당국에 의해 미국내로 석방되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임시 체류 허가를 받고 먼 미래의 날짜에 이민법원에 출두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이 기록적인 밀입국 급증은 미국 사회에 새롭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4월, 공화당 소속 텍사스 주지사 그렉 애보트는 이민에 유화적인 민주당 지도자들이 직접 대규모 입국자 물결을 겪어보도록 수천 명의 불법입국자들을 버스에 태워 뉴욕 등의 '블루 스테이트'(민주당이 강세인 주) 도시로 보내는 정치적 도박을 시작했다. 9월까지 피난 신청자가 급증하자 애덤스 뉴욕시장과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DC 시장, 제이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등 당국자들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국경 너머 멕시코 쪽에서는 인도주의적 재앙이 벌어지고 있었다. 올봄 텍사스 리오그란데 강 건너편 마타모로스와 레이노사 시에서는 2만 명 이상의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을 기회를 애타게 기다리며 하수구 하나 없이 구정물, 분뇨로 질퍽거리는 천막촌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이들 중 상당수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 깡패들에게 갈취와 성폭행까지 당하고 있었다. 3월 27일 멕시코쪽 국경도시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는 이민자 구금 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로 시설 안에 갇힌 40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화재가 발생하자 보안 요원들은 자리를 이탈해버렸다.


부분적으로는 비정상적인 외적 상황에 의해 유입이 촉진된 점도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정치적 불안정, 범죄집단의 폭력, 코로나19 팬데믹의 심각한 경제적 후유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반구(아메리카대륙)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집단 이주가 발생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10년 전 중미(中美) 북부지역 국가들에서 사람들이 온 가족을 데리고 포악한 폭력조직들과 절망적인 빈곤을 피해 탈출하면서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쿠바, 아이티, 니카라과, 베네수엘라처럼 국가경영 실패와 폭정이 주민들을 견딜 수 없게 만들고 미국이 문제해결을 도와줄 방법이 없는 국가들에서도 수십만 명의 이주자들이 미국 국경으로 몰려들고 있다. 남미(南美)에서는 새롭게 형성된 이주 경로를 따라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에서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수의 사람들이 미국 국경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주의 규모만으로는 국경의 기능장애를 다 설명할 수 없다. 국경지대에서 미국 내륙까지 이르는 이 국경 위기의 핵심에는 미국의 '피난처 제공'(이하 '피난')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거의 반세기 전에 외국인의 자국내 박해 주장을 건별로 꼼꼼히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피난 제도는 다른 합법적 통로가 없는 상황에서 남서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는 대량 이주의 주요 통로가 되었으며, 이는 '피난'의 원래 목적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었다. 데이터 연구 센터인 트랜잭셔널 레코즈 액세스 클리어링하우스에 따르면 2022년 말경 거의 80만 건의 피난 신청이 이민법원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이는 현재 법원에 밀려 있는 수많은 종류의 이민 소송의 엄청난 적체 중 일부였다. 피난 신청은 평균적으로 결정까지 4년 이상 걸렸다. 그러나 2022 회계연도에 전국 법원이 피난을 허가한 건수는 22,311건에 불과했으며, 작년에 판결을 받은 소송 중 26,000건 이상은 거부되었다. 피난 신청이 거부된 사람들을 추방할 수 있는 명확한 절차가 없기 때문에, 지난 몇 년간 거부된 수만 명의 피난 신청자와 그 가족들은 (이전에 피난 신청을 거부당하고 국내에 불법적으로 머물고 있는 수만 명과 함께) 수백만 명의 불법체류자 대열에 조용히 합류하고 있다.


피난 제도는 모든 단계에서 실패하고 있다. 국경에서는 입국자들에게 체계 잡힌 입국 경로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자국의 정말로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은 적시에 보호하지도 못하며, 엄격한 의미의 '박해'보다는 단지 빈곤을 피해 이주하려는 사람들은 적시에 차단해내지도 못하고 있다. 이제 뉴욕, 시카고 등의 도시들이 신규 입국자들에 대한 지원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피난 신청자들이 스스로 일을 하면 자신의 거주 비용도 충당하고 미국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을텐데, 현재의 시스템은 이를 막고 있다. 대부분의 입국자들은 일을 해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기를 열망하며, 역사적으로 많은 이민자들이 돈을 벌었던 농업 및 낙농업, 식품 가공, 조경, 건설, 간호, 간병, 보육 등 많은 산업이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한 시점에 사람들이 입국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적 제한과 관료주의로 인해 피난 신청자들은 합법적인 취업 허가를 받기 위해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지난 5월 바이든 행정부는 '타이틀 42' 대신 국경관리를 위한 야심찬 새 전략을 발표했다. 그 목표는 사람들에게 미국 도착 전 새로운 합법적 경로를 제공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징벌을 부과함으로써 불법 이주를 차단하는 것이다. 새로운 규칙에 따르면 입국자는 미국 정부의 모바일 앱을 사용해 육상의 공식 입국사무소에 출석을 위한 예약을 하거나 미국으로 오는 도중에 경유한 제3국에서 이미 피난을 거부당했음을 증명하지 않는 한 피난을 신청할 자격이 없다. '통과 금지'로 알려진 후자의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도한 조치와 유사하며 실제로 남서부 국경 대부분에 걸쳐 피난을 명분으로 한 입국을 차단할 것이다. 대부분의 무단 입국자들은 구금되어 본국으로 신속히 추방될 것이다. 5월 초, 바이든은 또한 1,500명의 병력을 국경에 추가로 배치시켰다.


이러한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의 접근방식은 지지를 얻지 못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갱단 두목, 펜타닐 밀매업자, 중국 간첩에게 국경을 개방했다고 비난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이 더 많은 불법이민을 조장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워싱턴의 이민자 인권단체와 민주당원들은 이 새로운 조치가 법적 기본권과 미국의 도덕적 가치를 침해한다고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논쟁 중에서 어느 누구도 피난 제도의 근본적인 결함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에서 이민제도 개혁 시도는 수년간 교착 상태에 빠져있고, 이 와중에 피난과 관련된 복잡한 관료주의는 사실상의 이민제도로 변질되었다. 피난 제도는 더 이상 위험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경을 지키고 신규 입국자를 미국경제에 통합하는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않고 있다.


(맨해튼 AFP=뉴스1) 임윤지 기자 = 31일(현지시간) 美 뉴욕주(州) 맨해튼시에서 이민자들이 루스벨트 호텔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봄과 여름에 급증한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도시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중미와 아프리카 출신의 이민자들은 길거리나 보호소에서 잠을 자고 있다. 2023.07.31/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해튼 AFP=뉴스1) 임윤지 기자 = 31일(현지시간) 美 뉴욕주(州) 맨해튼시에서 이민자들이 루스벨트 호텔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봄과 여름에 급증한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도시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중미와 아프리카 출신의 이민자들은 길거리나 보호소에서 잠을 자고 있다. 2023.07.31/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넓은 입구, 좁은 통로

피난 제도의 기원은 '1980년 난민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터 행정부가 서명한 이 법은 부분적으로 홀로코스트 당시 유대인 난민 수용을 거부한 미국의 부끄러운 과거를 바로잡기 위해 채택되었다. 당시 미국은 전쟁에서 패한 후 공산정부를 피해 탈출한 수십만 명의 베트남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이러한 전시(戰時) 정치적 난민을 염두에 두고 난민법 제정자들은 1951년 국제 난민협약의 '박해'에 대한 법적 정의를 받아들여 "인종, 종교, 민족,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에 기반한 공포"를 가진 사람에게 보호를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난민법은 난민 지위와 피난이라는 두 가지 뚜렷한 지원 경로를 마련하고 있다. 난민은 '박해'의 법적 요건을 충족하고 자국에서 쫓겨난 사람들로 미국 밖에 있을 때 보호를 신청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유엔의 심사를 거쳐 난민으로 등록된 후 미국으로 이동하기 전에 국무부의 엄격한 심사를 다시 한번 거친다. 백악관은 난민 입국에 대한 연간 쿼터를 설정하고 연방정부와 인도주의 기관들은 이들의 정착을 지원한다. 수십 년 동안 난민 프로그램은 초당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연간 쿼터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삭감하면서 난민 프로그램이 사실상 폐지되었다. 지난 2년 동안 바이든은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최고 목표치인 12만5000명으로 연간 쿼터를 상향 조정했지만, 관료주의적 장애물로 인해 실제 정착 난민 수는 훨씬 더 적었다.


반면 '피난'은 몇 발자국에 불과하더라도 이미 국경을 넘어 미국 국내에 있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경로다. 피난을 둘러싸고 복잡하게 얽힌 관료주의는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제공한다. 이미 미국에 거주하고 있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운 외국인은 국토안보부 소속 기관의 피난 담당관에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할 수 있으며, 피난 담당관은 거부 목적이 아닌 객관적 조사를 위한 면담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평가한다. 그러나 서류 없이 국경을 넘어 미국 땅에 도착한 입국자는 이민법원을 중심으로 완전히 다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들은 신속추방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추방에 맞서기 위해 피난 신청을 시작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토안보부의 피난 담당관이 입국자의 사정을 신속하게 평가한다. 담당관이 '공포'의 표현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입국자는 이민 담당 판사에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할 기회를 다시 한번 갖지만 대부분의 경우 받아들여지지 않고 추방 절차로 이어진다. 지난 10년간 대부분의 사례에서 그랬듯이 이민 담당관이 '공포'의 표현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이제 절차는 이민법원으로 넘어간다. 정부측 검사는 피난 신청자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판사는 피난을 허가할지 아니면 최종 추방 명령을 내릴지를 결정한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서는 항소해 두 단계의 상급 법원 절차를 거칠 수 있다.


이러한 신청과 재판 절차의 엄청난 정체 상황은 주로 깔때기 모양의 시스템 설계에서 비롯되었다. 국제 난민법에 부합하기 위해 의회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국경에 매우 넓은 문을 열어두도록 법령을 만들었다. 입국자들은 "지정된 입국사무소든 아니든" 그리고 합법적인 입국 서류가 있든 없든 국경을 따라 어느 지점에서든 피난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시점부터 피난 신청자는 매우 좁은 통로에 들어간다.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하는 법률에 근거한 긴 소송 절차를 통해 미국의 '박해' 기준이 제시하는 엄격한 요건에 부합한다는 것을 법정에서 입증해야 한다. 유능한 변호사의 조력 없이는 마지막의 이 매우 좁은 통로를 통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이민법정에서는 정부가 제공하는 관선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피난과 관련된 경직된 관료주의 시스템은 남부 국경으로 유입되는 인구의 엄청난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수십 년 동안 대부분의 무단 입국자들은 주로 계절상의 수요에 맞춰 미국의 밭과 공장에서 일하는 멕시코인이었으며, 노동 이주민인 이들이 '피난'을 신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멕시코인 입국이 줄어들고 중미 북부삼각지대 국가들을 떠난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입국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정치적 또는 종교적 난민이 아니었다.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에서 온 사람들은 구역 싸움을 벌이고 넓은 지역을 장악하고 청소년을 조직원으로 포섭하고 성폭력과 여성 살해를 일삼는 악랄한 갱단들을 피해 도망쳐 온 사람들이었다. 많은 마야 원주민을 포함한 과테말라 사람들은 극심한 빈곤과 인종 차별적 억압으로부터 탈출하려는 것이었다. 이들 가족들은 텍사스 남부의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왔지만 멕시코인들처럼 국경순찰대를 피하려 하지 않고 국경순찰대 요원들을 찾아 보호를 요청했다. 이들의 변호인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박해'의 정의를 갱단 범죄, 성폭행, 가정 폭력의 피해로까지 확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기간 동안 미국 법원에 계류 중인 피난 신청 사건의 적체량은 거의 6배나 증가했다.


더 많은 입국자들이 피난을 신청하면서 멕시코의 밀입국 업자들이 국경에서 새로운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이전에는 멕시코 노동자들이 밀입국 업자들에게 돈을 주고 외딴 지형 안내, 국경순찰대 회피 지원, 목적지까지의 교통편 마련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그러나 중미에서 온 가족들이 도착하면서 마약 카르텔은 특히 리오그란데 강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1200마일(1900㎞)이 넘는 텍사스 국경을 따라 사람을 밀입국시키는 사업이 위험성은 낮고 수익성은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했다. 이들은 입국을 돕는 역할이 아닌 길목을 지키는 역할을 하면서 멕시코를 그다지 안전하지도 않게 통과시켜주는 대가로 5천 달러에서 2만 달러를 요구하고, 또 미국 국경에서는 이주민을 납치한 후 멕시코 쪽의 더러운 은신처에 잡아두고는 몸값을 추가로 요구했다. 국경을 넘을 때 이 밀입국 업자들은 입국자들을 뗏목에 태우거나 강가의 얕은 포구로 안내했다. 수수료를 받은 후 업자들은 미국 관헌에 체포될 위험이 전혀 없는 멕시코 강둑에서 밀입국자들을 멀리 지켜보기만 하면 되었다.


이제 입국자들이 휴대폰과 SNS를 사용하여 길을 찾기 때문에 항상 수익을 늘리려는 밀입국 업자들은 입국자들이 접근하는 정보를 통제하는 데 점점 더 유능해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이 국경이 차단되었다는 경고를 방송하는 동안에도 업자들은 입국자들에게 미국 입국에 좋은 기회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애리조나 투손의 국경순찰대 대장인 존 모딘은 2월 의회 청문회에서 "국경 남쪽의 모든 것이 카르텔의 손아귀에 있습니다. 카르텔을 거치지 않고 국경을 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마타모로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1일 (현지시간) 미국의 42호 정책 종료로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 마타모로스에서 중남미 이민자 모녀가 미국으로 입국하기 위해 강을 건너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타모로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1일 (현지시간) 미국의 42호 정책 종료로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 마타모로스에서 중남미 이민자 모녀가 미국으로 입국하기 위해 강을 건너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회전문

역대 미국 행정부는 밀입국자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시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4년 초부터 중미 출신 이민자 급증에 직면하여 '억제' 전략을 선택했다. 그는 추방 속도를 높이고, 추방된 후 다시 입국한 사람에 대한 형사 소추를 강화했으며, 밀입국 여성을 아이와 함께 구금하는 새로운 시설을 설치했다. 오바마는 공격적인 국경단속을 통해 광범위한 이민 개혁에 대한 공화당의 지지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정치적 계산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미국 국경은 가족들이 넘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곳이 되었고, 2015년에는 국경순찰대 체포 건수가 40년간 최저 수준인 약 33만 건으로 감소했다.


트럼프는 '국경 장벽'을 예고하며 취임했고, '피난'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목표에 거의 성공했다. 그는 번거로운 기술적인 문제를 추가하여 피난 사무소의 운영을 방해했고, 이로 인해 피난 신청은 처리되지 못하고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그는 육상 입국사무소에서의 피난 신청을 대폭 제한하고, 입국자들이 멕시코에서 미국 이민법원 심리를 기다리게 했으며, 어렵사리 확보한 여성 및 갱단 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뒤집었고, 법원에서 피난을 인정 받기가 더욱 어려워지도록 규정을 수정했다. 트럼프는 이주 아동을 부모와 분리했는데, 이는 계산된 잔인한 정책이었지만 대중의 분노로 인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적대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무단 입국은 계속 증가하여 국경순찰대는 2019년에 85만9000건 이상의 체포 건수를 기록했다. 국경을 폐쇄하고 모든 곳의 여행을 중단시킨 코로나19의 발병으로 인해 한동안 불법 입국이 급격히 감소했을 뿐이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은 훨씬 더 과격한 법 집행을 시행할 수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타이틀 42'로 알려진 공중보건 긴급 명령을 발동하여 국경순찰대에 밀입국자들을 즉시 멕시코로 추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밀입국자들은 피난 신청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이 행정명령은 이주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변화시켰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와는 매우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공식적인 추방 절차 없이 '신속 추방'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민 기록이 남지 않았던 것이다. 영리한 밀입국자들은 적발되더라도 불리한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고 추방될 수 있으며 곧 다시 밀입국을 시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타이틀 42'는 밀입국자 유입을 늦추기는 커녕 오히려 새로운 밀입국자 흐름을 국경으로 끌어들였다.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정책 시행 첫 2년 동안 추방자 10명 중 6명을 차지할 정도로 멕시코인들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타이틀 42'의 회전문은 또한 비참한 쇠퇴를 겪고 있던 4개국에서 새로운 유입이 증가하는 시기와도 일치했다. 2020년 이후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본격화되면서, 부패한 공산주의 정권하에서는 더이상 발전이 없다고 절망한 쿠바인들은 1980년대 이후 최대 규모로 쿠바 탈출을 시작했다. 사회주의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재앙적인 실정으로 병원에는 의약품이 부족하고 시민들은 식량을 찾아 헤매는 등 700만 명 이상의 베네수엘라인이 자기 나라를 떠났다. 많은 베네수엘라인들이 처음에는 브라질, 콜롬비아 및 기타 남미 국가에 정착했지만, 팬데믹의 어려움으로 인해 수만 명의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다시 미국으로 향하는 길에 '다리엔 갭(콜롬비아-파나마 사이의 뱀이 우글거리는 진흙탕 정글)'을 통과하는 악몽 같은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니카라과에서는 안 그래도 경제적 낙후로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권력을 강화하면서 거리 시위와 반대파를 탄압하였고, 이에 따라 더욱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등졌다. 아이티에서는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하고 이후 국가가 붕괴되면서 수도 포르토프랭스 전 지역이 라이벌 무장 갱단들의 손에 넘어갔다. 이 4개국은 바이든 행정부에 특별한 골치거리가 되었는데, 이들 나라 주민들의 이동을 어떻게 다룰지 그 방도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마타모로스=AP/뉴시스] 10일(현지시각) 멕시코 마타모로스에서 리오 브라보 강을 건넌 이민자들이 미 텍사스주 경찰이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는 강둑으로 올라가고 있다. 오는 11일 이민자들을 신속 추방할 수 있게 한 '타이틀42'의 폐기를 앞두고 미국-멕시코 국경 도시로 이민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 정부는 10일 온라인으로 사전 망명 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통과 도시에서 보호를 요청하지 않은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망명을 거부하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2023.05.11.

[마타모로스=AP/뉴시스] 10일(현지시각) 멕시코 마타모로스에서 리오 브라보 강을 건넌 이민자들이 미 텍사스주 경찰이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는 강둑으로 올라가고 있다. 오는 11일 이민자들을 신속 추방할 수 있게 한 '타이틀42'의 폐기를 앞두고 미국-멕시코 국경 도시로 이민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 정부는 10일 온라인으로 사전 망명 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통과 도시에서 보호를 요청하지 않은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망명을 거부하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2023.05.11.

바이든의 딜레마

바이든은 국경 안보에 대한 보다 인도적인 접근 방식을 약속하며 취임했으며, 이는 백악관에서의 첫 달 동안 서반구(아메리카대륙) 전반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막대한 비용이 드는 국경장벽 건설을 축소했다. 그는 가족 분리를 금지하고 트럼프가 분리시킨 가족의 재결합을 돕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그는 자녀가 있는 가족에 대한 구금을 중단했다. 그러나 사실 바이든의 국경 차단은 트럼프의 국경 차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육상 입국사무소에서의 피난 신청을 계속 제한해왔다. 바이든은 이민자들이 멕시코에서 미국 이민법원의 심리를 기다리게 하는 프로그램을 취소하려 했지만, 연방법원에 의해 2022년 8월까지 종료가 연기되었다. 그리고 '타이틀 42'의 합법성에 대한 연방법원의 상충되는 결정으로 인해 5월까지 빠른 추방이 계속되었다. 바이든 정부하에서 2022 회계연도 기간 140만 명 이상의 불법입국자가 추방되었다.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이 취임한 지 몇 달도 지나지 않아 빈곤한 이민자들이 (추방과 재입국시도를 가속화시킨) '타이틀 42'와 빠르게 회복하는 미국 경제의 자력에 이끌려 국경에 모여들면서 국경업무를 압도했다. 그러나 미국의 국경 관리들은 새로운 밀입국 유입을 제한하는 일에 평소와 다른 제약을 받았다. 이민정책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2022 회계연도에 국경순찰대 대원들은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출 밀입국자 약 57만1000명을 단속했는데, 이는 중미 북부삼각지대 국가 출신 이민자 단속 건수를 처음으로 넘어선 수치였다. 그러나 미국과 이들 정부 간의 외교적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미국 당국은 쿠바인, 니카라과인, 베네수엘라인을 본국으로 추방할 수 없었다. 2022년 동안 멕시코는 '타이틀 42'에 따라 추방된 이들 나라 국적자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한편 아이티로의 추방은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웠다. 2021년 9월, 수천 명의 아이티인이 한꺼번에 텍사스주 델리오에 도착했는데, 국경순찰대 기마대원들이 이들을 리오그란데 강 안으로 몰아내는 장면이 사진에 찍히면서 비판을 많이 받았다. 많은 아이티인들이 본국으로 송환된 후, 흑인 활동가들과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여 행정부가 아이티인 추방을 줄이도록 압력을 가했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은 밀입국 업자들이 일선 구금 시설의 규모가 작은 텍사스의 델리오와 이글패스, 애리조나주의 유마 같은 소도시로 입국자들을 유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 관리들은 국경순찰대 수용소의 위험한 과밀을 피하기 위해 하루에 수천 명에 달하는 입국자들을 미국내로 석방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들에게 가석방이라는 임시 입국허가를 내렸고, 일부는 전자 모니터링을 위해 발찌나 모바일 GPS 추적 앱을 받았다. 이들에게는 이민세관단속국에 체크인하거나 목적지의 이민법원에 출두하라는 종이 통지서가 주어졌는데, 보통 출두일이 먼 미래의 날짜로 되어있다. 대부분의 입국자들은 국경지대를 떠나고 싶어했고, 정치적 의도를 지닌 애보트 주지사(공화당)의 버스 수송 작전 외에도 인도주의 단체들이 이들을 돕기 위해 시카고, 덴버, 뉴욕, 워싱턴 DC 등으로 향하는 버스에 이들을 태워주기도 했다.


밀입국을 막기 위해 고심하던 미국 국토안보부는 2022년 10월 베네수엘라인을 위한 새로운 '가입국'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베네수엘라인이 자국에서 신청하고 미국 내 자신의 재정후원자를 지정하면 항공편으로 입국해 2년간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서류 없이 무단으로 국경을 넘은 베네수엘라인은 이러한 '가입국'을 못 받게 되고 멕시코로 추방되었다. 1월에는 '가입국' 프로그램이 쿠바, 아이티, 니카라과로 확대되었다. 미국 정부는 4개국에서 한 달에 총 3만 명을 수용하기로 합의했고, 이로써 넓은 합법적 문호가 새로 열렸다. 멕시코정부도 협력적으로 나와 불법입국을 시도하다 추방된 4개국 출신자들을 매달 최대 3만 명까지 수용하는데 동의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한 이민자들이 미국에 도착하기 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여 텍사스의 브라운스빌과 엘파소, 애리조나의 노갈레스, 캘리포니아의 샌디에이고 등의 육상 입국사무소 입국심사 시간을 예약할 수 있는 모바일앱인 'CBP One'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가입국' 프로그램의 초기 효과는 놀라웠다. 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국경순찰대가 4개국 출신 밀입국자를 체포한 건수는 90% 감소했으며, 10만 명 이상이 합법적으로 이들 나라로부터 미국에 입국했다. 그러나 국경 너머의 멕시코 쪽에서는 불만이 계속 쌓여갔다. 대피소와 천막에 갇힌 수천 명은 매일 아침 'CBP One' 앱을 통해 매일 1000개 밖에 안되는 입국심사 예약을 잡기 위해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이 앱은 흑인 얼굴을 인식하는 데 문제가 있었으며, 부모에게는 예약을 제공하지만 자녀에게는 제공하지 않았다. 브라운스빌에서는 밀입국 업자들이 시스템을 해킹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주장하면서 1000달러에 예약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심하게 아프거나 카르텔 폭력배의 협박에 노출된 이민자들은 입국심사 우선권을 얻기 위한 변호사의 정교한 도움이 필요했지만, '타이틀 42'의 종료로 국경과 전국에 걸쳐 법률지원 및 인도주의 단체의 딜레마가 심화되었다. 그들은 바이든의 계획을 비판하면서 국경 전체에 걸쳐 '피난' 제도를 완전히 복원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타이틀 42'가 해제되기 전에도 입국자들에게 필요한 법률 상담, 보호소 및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들의 능력은 이미 쏟아지는 입국자 수에 압도되어버렸다. 입국자들이 계속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수용 도시들의 구호지원자들은 입국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자원이 한참 부족해 극심한 좌절감을 느꼈다.


 [마타모로스=AP/뉴시스] 10일(현지시각) 멕시코 마타모로스에서 미국 영토로 들어가려는 이민자들이 아기를 여행 가방에 태운 채 리오 브라보 강을 건너고 있다. 미국 정부가 11일부터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 종료와 함께 망명을 원하는 이민자들을 신속하게 추방할 수 있게 한 '타이틀42'를 폐기하면서 불법 입국자가 대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05.11.

[마타모로스=AP/뉴시스] 10일(현지시각) 멕시코 마타모로스에서 미국 영토로 들어가려는 이민자들이 아기를 여행 가방에 태운 채 리오 브라보 강을 건너고 있다. 미국 정부가 11일부터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 종료와 함께 망명을 원하는 이민자들을 신속하게 추방할 수 있게 한 '타이틀42'를 폐기하면서 불법 입국자가 대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05.11.

국경지역이 된 뉴욕 브루클린

뉴욕의 삭막한 항만청 버스 터미널 1층에서는 매일 수십 명의 이민자들이 버스에서 내려 여러 시 기관에 등록하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고, 긴급 대피소로 보내졌다. 애덤스 시장은 뉴욕이 환영(歡迎)의 모범을 보이기로 결심했지만,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시 예산을 16억 달러나 삭감한 후 일부 피난 신청자들을 뉴욕주 북부지역으로 버스로 옮길 계획도 세웠다고 말했다. 캐시 호출 뉴욕 주지사는 뉴욕시를 돕기 위해 주 예산에서 10억 달러를 배정했고, 5월에 연방 정부는 마침내 뉴욕시에 3천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뉴욕시의 진정한 관문은 시내에 있는 이민법원이다. 매일 아침 4시면 사정 청취에 참석하기 위해 긴 줄이 형성된다. 바이든 행정부하에서 법원은 엄청난 적체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수십 명의 판사가 새로 고용되어 전국적으로 600명 이상이 되었다. 뉴욕법원에서는 화면에 모습을 띄우는 향상된 기술을 통해 변호사가 원격으로 청문회에 참여할 수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으며, 시 법률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피난 신청자들은 전국의 다른 어느 곳보다 법률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다. 하지만 작년에 도착한 이민자들의 경우, 현재와 같이 법원이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는 판사의 판결을 받기까지 최소 3년이 걸릴 것이다.


새로이 입국한 집단에 속한 많은 사람들은 독재정부와 충돌했거나 갱단 또는 성적 학대의 피해자였기 때문에 '박해'를 받았다는 강력한 증거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판사에게 피난 자격이 있음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빈곤층일 것이다. 지난 3월 뉴욕시가 입국 남성용 막사로 사용되는 브루클린의 한 크루즈 터미널에 수용된 42세의 베네수엘라 출신 알렉시스 2세의 사례를 생각해 보자. 그가 자기 나라에서 도망친 이유는 간단하고 원초적이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아이들을 먹일 식량을 구하러 나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으니까요." 그가 이 강력한 인간적 동기를 어떻게 '박해'의 사례로 바꿀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피난에 가장 호의적인 법원 관할권 중 하나인 뉴욕에서는 2022년에 피난 신청 3건 중 1건만이 승인되었으며, 미국 전체 이민법원의 경우 중앙값은 10건 중 1건이었다.


알렉시스 2세와 다른 피난 신청자들이 가장 시급하게 원하는 것은 취업이다. 그러나 법에 따라 이민자들은 피난 신청 후 최소 180일을 기다려야 취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국토안보부의 처리 적체로 인해 최근 피난 신청자들이 합법적으로 취업 허가를 받기까지는 1년 이상 걸릴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은 기다리지 않는다. 이들은 배달원, 사무실 청소부, 건설 현장 인부, 농장 노동자 등 비공식적인 일자리를 찾아 이미 서류 미비자가 되어가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무료 쉼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공짜 음식도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이주민 보호소를 방문한 후 애덤스 시장은 열띤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혁신 아니면 내파(內破)

'타이틀 42'가 종료된 후 처음 몇 주 동안은 새로운 바이든식 규제가 예상보다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행정부는 하루에 최대 10,000명의 입국자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5월의 입국자 수는 명령이 해제되기 전보다 감소했다. 새로운 피난 규정을 시행하기 위해 1,000명 이상의 국토안보부 피난 담당관이 파견되어 미국 시설에 구금중인 불법입국자들을 면담하여 요건 충족 여부('CBP One' 앱 예약 또는 경유국가의 피난 거부)를 확인하고, 요건을 충족시키 못한 경우 추방했다. 미국은 매주 수십 편의 추방용 항공기를 띄웠다. 관리들은 예약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앱의 결함을 수정하고 있으며, 많은 날엔 1,000명 이상이 입국사무소를 통해 합법적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무단 입국자들은 추방에 직면했고, 이는 절망적인 두려움 속에서 그 긴 여정을 시작한 사람들로서는 참담한 최후였다. 5년간의 재입국 금지 조치가 적용되었고, 이를 위반한 사람들은 형사처벌을 받을지도 모른다.


바이든의 더 강력한 국경 단속은 서반구(아메리카대륙) 전역에서 난민 보호를 재편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광범위한 전략의 핵심이다. 지난 4월,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장관과 토니 블링큰 국무장관은 콜롬비아와 과테말라에 지역센터 2개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 지역센터에서는 미국 난민담당관이 유엔직원과 협력하여 난민으로 또는 기타 가족 및 노동 이주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 입국할 사람들을 선별하게 된다. 2022년 6월 미주 정상회의에서 21개국이 서명한 이주협력 협정인 로스앤젤레스선언을 기반으로, 미 행정부는 서반구에 걸쳐 100개 이상의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기존 '가입국' 프로그램 외에도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에 대한 새로운 가족 재결합 프로그램이 추가되었다. 바이든은 올해 서반구 출신 난민 수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행정부 관리들은 이 서반구 정책이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릴 것임을 인정한다. 그 동안 바이든 계획은 국경 전체에 걸쳐 피난을 닫아버리는 효과만 가질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노력은 정치적 지지를 거의 얻지 못했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의 조치를 비웃으며 민주당이 통제하는 상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매우 엄격한 법집행만 담은 국경안보 법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의 '통과 금지' 조치를 중단시키기 위해 성공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바이든의 조치에 대해서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가 임명한 플로리다의 한 연방판사는 행정부가 특정 가석방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피난 신청자를 석방하는 것을 차단했는데,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방식을 심각하게 방해할 수 있는 판결이다. 바이든의 정책은 의회의 승인 없이 행정조치로 시행되었기 때문에 법원에서 좌우파의 공격에 항상 취약하다.


양극화된 논쟁 속에서 피난 제도 자체의 개혁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워싱턴 DC 밖으로 나가보면, 불법입국자들이 머물고 있는 곳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초당파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시 및 주 공무원과 인도주의 및 법적 권리 단체들은 난민 프로그램의 모델을 바탕으로 피난 제도를 재구성하여 불법입국자들에 대한 질서 정연한 수용과 신속한 심사 및 재정착을 위한 연방 지원을 제공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국경 도시 공무원과 단체들은 입국사무소에 피난 신청에 대한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기를 원한다. 이들은 입국자들로 하여금 구금시설 안에서 급하게 심사받도록 강요하는 대신, 접수 센터를 설치해 여기서 국경 당국, 법률지원 단체, 재정착 지원 단체가 힘을 합쳐 많은 국경 도시에 이미 존재하는 협력방식에 따라 입국자를 검토 및 분류하고 피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국토안보부 피난 담당관에게 피난 신청에 대한 결정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더 빠른 해결을 이끌어내 법원으로 가는 사건 수를 줄일 것을 제안했는데, 국토안보부는 작년에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이 아이디어를 실험했다. 변호인들은 법적 대리 및 소송 관리를 위한 자금지원을 원하는데, 이러한 프로그램은 실제로 피난 신청자가 법정 기일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


시와 주 공무원들도 피난 신청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행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월, 애덤스와 50명 이상의 시장들은 바이든에게 소송이 계류 중인 입국자들의 취업 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인디애나의 에릭 홀콤과 유타의 스펜서 콕스 두 공화당 소속 주지사는 주 정부가 노동 수요에 따라 피난 신청자 및 기타 입국자에게 일자리를 도와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두 주를 합쳐 농업 및 낙농업, 의료, 저임금 서비스 산업에 32만 7,000개의 일자리가 비어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과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비슷한 제안을 하면서 바이든에게 자신의 권한을 사용해 주들이 이주 노동자를 데려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의 전략은 불법 입국을 줄이는 데는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대량 이주 시대에 국경 통제를 강화한다는 목적을 위해 대통령은 미국과 국제법에 명시되어 있고 미국적 가치의 핵심인 '피난처를 찾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원칙을 포기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정책은 근본적인 위기를 종식시키지도 못할 것이다. 현실은 다음과 같다. 즉, 피난 제도 자체의 문제가 개혁될 때까지 워싱턴의 관리들은 국경에 대해 계속 즉흥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며, 피난 문제의 개혁을 위해 의회는 움직여야 한다. 의원들은 '박해' 기준을 업데이트하고 명확히 하여 조직범죄의 폭력, 성적 학대 및 기타 비정치적 억압까지 포함시키고, 심사절차를 간소화하며, 신청이 거부된 사람에게 적용될 결과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더 시급한 것은 노동 이민 및 가족 이민을 위한 합법적 통로를 확대함으로써 피난 제도가 원래의 목적을 위해 운용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선거를 1년 앞두고 의회에서 해결책을 내놓을 전망은 어둡지만, 국가 전체를 위해 이 문제는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서반구에서 2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고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새로운 이주자들의 물결이 미국으로 향한다면 국경은 더욱 위험하고 무질서해져 국경 지역 미국인들의 관대함이 소진되고 더 많은 피난 신청자들이 뉴욕과 같은 과중한 부담을 안고 있는 도시로 보내질 수도 있다. 개혁이 없다면 미국은 더 많은 사람들을 불법 입국의 길로 끌어들이고,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 내 수십만 명의 밀입국자를 영구히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영원히 유지하게 될 것이다.



줄리아 프레스턴은 현재 마셜 프로젝트의 기고자로 2006년에서 2016년까지 뉴욕타임스의 이민문제 특파원으로 근무했고, 1998년에 멕시코에 대한 보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1922년 창간된 격월간 국제정치 전문지. 미국의 국제정치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에서 발행하는데 국제정치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거진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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