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6 13:52
1999년 좌절에 빠진 한 젊은 기업가가 주룽지 당시 총리에게 편지를 보냈다. 황원원은 선전의 제조업 붐을 타고 교육용 장난감을 팔아 부를 어느 정도 쌓았지만 그녀의 사업은 벽에 부딪혔다. 그녀의 제품이 너무 성공적이어서 시장에 값싼 모조품이 넘쳐나면서 수익의 상당 부분을 잠식하고 사업에 큰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던 황원원은 중국 비즈니스 환경의 더 큰 문제인 불공정 경쟁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당시 42세였던 그는 미국 8개 도시를 순회하며 비즈니스 전문가들과 인터뷰한 끝에 신용평가 시스템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는 것은 제조업에 헤아릴 수 없는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습니다"라고 황은 주룽지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중국만의 개인 신용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조언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이와 관련해 저의 지식과 부를 기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놀랍게도 총리는 황의 편지를 읽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아이디어를 승인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기업 스캔들과 금융 사기를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중국은 많은 일을 처리해야 했다. '삼각 채무'(三角債: A는 B에 빚을 지고, B는 이 빚을 담보로 C에 빚을 지고, C는 이 빚을 담보로 A에 빚을 지는 연쇄적 채무관계를 의미 - 역자주)가 경제 성장을 위협하고 있었고, 법 집행과 규제 준수는 취약했으며, 신용 조회와 시장 감독을 위한 인프라는 모두 처음부터 새로 구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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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은 이러한 경제적 문제를 단지 금융이나 법률적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았다. 도덕적 위기에 대한 인식도 커지고 있었다. 지도자들은 신용관리 시스템이 황원원과 같은 선량한 사업가들이 예기치 못한 난관으로부터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고 시장을 지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신용부족은 경제관계를 왜곡하고 사회적 거래 비용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 도덕을 타락시켜 현재 중국경제의 건전한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2001년 국무원 보고서의 지적이다.
황원원은 주룽지 총리의 허락을 얻어 사비 30만 위안(4만2270달러)을 내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연구그룹에 자금을 지원했고,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회학자 린쥔위를 비롯한 여러 학자를 영입했다. 17개 신용 관련 미국 법률 전문(前文)으로 무장한 린쥔위는 기업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사회신용체계'(社會信用體系)라는 아이디어를 개척했다. 그는 2019년에 "모든 기업이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다면 시장 경제 질서가 개선되고 기업윤리가 재편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2002년 중국 지도자 장쩌민은 법치주의 즉 '법의 지배'를 보완하기 위해 '덕의 지배'라는 개념을 제안하면서 사회신용 시스템 구축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쾰른 대학교 연구원 마리안 폰 블롬베르크는 이때부터 "신뢰가 주요 거버넌스 패러다임이 되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2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수백 가지의 다양한 버전으로 구성된 거대한 사회신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계속 변화하는 구성요소와 목표가 너무 많아 학자들은 수년 동안 이 시스템을 가장 잘 정의하는 방법에 대해 논쟁을 벌여왔다. 법 집행 도구, 법의 확장, 감시 시스템, 범죄 기록을 위한 단순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그리고 그 이상의 모든 것으로 묘사되어 왔다. 이러한 다양한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거나 작동하지 않는 방식에 대한 세부 사항은 복잡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규제 기관이 정보를 공유한 다음 규정 미준수 블랙리스트에 사람과 회사를 추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정 준수 데이터를 취합하는 것은 첫 번째 단계에 불과하다. 더 넓고 촘촘한 그물을 만들기 위해 당국은 악의적인 행위자에 대해 공동처벌을 가할 뿐만 아니라, 시장과 대중의 불매운동을 유도하기 위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명하고 수치심을 주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오늘날 가장 강력한 블랙리스트는 최고인민법원의 '신용상실 집행대상자'(失信被執行人) 명단으로, 신용상실자(흔히 '라오라이'(老賴)라고 부르는데, 이는 신용불량자라는 뜻)에 대해서는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거나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고 부동산을 구입하는 등 사치스러운 지출을 제한하는 등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이 법이 공포된 이후 2018년 말까지 약 1300만 명의 개인이 신용상실자 명단에 올랐다. 일부 지방정부는 체납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해 체납자를 압박하고 있으며, 일부 개발자는 사용자 주변에 '라오라이'가 있는지 알려주는 앱을 만들기도 했다.
비엔나대학의 연구원인 알렉산더 트라우트-고익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10년 또는 20년 내에 나쁜 알들을 점차적으로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라고 말한다. "결국에는 자정 작용을 통해 더욱 응집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시장 기반 환경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 때문에 중국은 '빅브라더'에 비유되기도 했다.
당연히 중국 사회에서 '신뢰성'을 증진하려는 중국의 노력은 빠르게 해외에서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첨단기술의 '판옵티콘'(panopticon: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유행시킨 용어로 모든 것을 감시하는 체계를 의미-역자주)으로 묘사되었다. 2018년 연설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이 중국 시스템을 "인간 삶의 거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려는 조지 오웰식 시스템"이라고 표현한 것은 널리 알려졌다.
쿤산 듀크대학의 사회과학부 조교수인 량판은 "서구에서는 이를 '빅 데이터'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중앙집중식 시스템이 있으며 모든 사람이 끊임없이 모니터링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서구의 해석(디스토피아적 통제사회)도 중국의 원래 목표(덕의 지배)도 실현되지 않았다. 시민들로부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 권위주의 국가에게 있어서 지난 20년간 사회신용제도의 시행은 놀라울 정도로 평범하고 일관성이 없었으며, 여러 측면에서 디스토피아적 통제보다는 기능중단이 더 많았다.
사실 중국의 사회신용 시스템에 대한 거대한 실험은 완전히 무산되지는 않았더라도 답보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정부는 '데이터 사일로'(부서간 정보 격리 현상-역자주), 일관성 없는 표준, 관료적 반발 등 사회신용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한 노력에서 뿌리 깊은 문제에 부딪혔다. 그리고 많은 지역의 시범 실시가 원래의 사회신용 제도 개념에서 너무 벗어났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지나치게 열성적이고 엉뚱한 적용을 억제하기 위해 고위급에서 일련의 문서를 내려보내야 했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연구원 아담 나이트는 중국의 사회신용 시스템에 대한 전체 아이디어가 "에너지를 많이 잃어버렸고, 중앙 정부의 관점에서 보면 상황이 많이 냉각되었다"라고 말한다. 나이트에 따르면 중국은 이제 '사회신용 이후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많은 현지 제도가 크게 변경되거나 완전히 폐지되었다.
중국은 정직한 사회, 즉 정부의 모토처럼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은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전혀 근접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신용 이후의 시대는 마침내 황원원이 원래 목표로 했던 시장규율과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신용 조회
사회적 신용에 대한 중국의 초기 열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사회적 신용을 도입하는 데 더디게 움직였다. 2006년 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이 전국적 상업 및 소비자 신용 보고 시스템인 신용조회센터(徵信中心)를 출범시켰지만, 그 외에는 수년 동안 이 분야는 거의 정체되어 있었다. 하지만 2014년 중국이 사회신용 시스템에 대한 계획 개요를 발표하고 지방과 정부 부처 간에 최고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경쟁을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 아이디어는 의도적으로 유연성에 큰 여지를 뒀다. 중앙정부는 큰 틀을 짜지만, 수집할 데이터의 종류와 방법 등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개별 당국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은 중앙정부를 대신하여 의식적으로 실험하는 정책이었다. 이 정책은 기본적으로 사회신용이 규율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대략적인 범위를 설정했지만, 실제로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세한 제시가 전혀 없었다"라고 나이트는 말한다. "이는 곧 서로 조금씩 다른 수백 가지 형태의 사회신용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사회적 신용 시스템 구축에 관여하는 중앙 기관과 부서의 수는 15개에서 46개로 급증했으며, 전국의 지방정부는 개인의 재산 상황과 신용 위험성을 판단하는 것 이상의 제도를 실시했다. 나이트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신용 시스템이 절정에 달했던 2019년경 중앙정부는 약 650개 도시의 다양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적하고 그 성과를 모니터링했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 중 하나는 산둥성의 룽청이라는 해안 도시로, 2014년부터 73만8000명의 주민에게 사회적 신용 등급뿐 아니라 점수까지 부여하기 시작했다. 수십 개 지역 부서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일선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클립보드를 들고 다니며 방대한 양의 메모를 작성하도록 하여 391개 지표를 바탕으로 주민들의 점수를 산출했다. 2019년 표준 평가에 따르면 무단횡단을 하면 5점, 호화 결혼식을 하면 10점, 위챗에 부정적인 정보를 퍼뜨리면 50점을 감점하고, 선한 사마리아인의 행동과 헌혈을 하면 점수를 더했다.
누적된 점수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고, 등급에 따라 공공 서비스 우대 혜택이 주어지거나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는 페널티가 주어졌다.
룽청의 시스템은 언론보도를 통해 모범사례로 자주 소개되었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방정부 중에서는 유일무이한 시스템이라고 한다. 베이징의 2014년 계획이 지방 정부에 동기를 부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스템을 고안하도록 동기를 부여했지만 실제로 실시한 사례는 거의 없다.
"중국의 지방정부는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지방정부도 시민 개개인의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2018년부터 사회신용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추적해온 베를린자유대 중국정치 교수 제니아 코스트카(Genia Kostka)의 진단이다. 코스트카의 연구 중 하나는 62개의 초기 계획을 조사한 결과, 2022년까지 개인과 기업을 추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개발된 계획은 절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코스트카의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무엇보다 이 시스템의 존재 자체를 거의 알지 못했다.
그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생색내기용이었을 뿐, 실제로는 열심인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기업평가에 있어서도 많은 지방정부가 제대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고안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에서 가장 선진적인 기업 사회신용 시스템을 갖춘 저장성에서는 531개 상장 기업 중 90%가 양호 또는 우수 등급을 받았다. 반면 미흡 등급을 받은 기업은 6개에 불과했다.
코스트카는 "처음부터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밝히기 위해 이렇게 거대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누가 세금을 납부하고 규정을 준수하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점수를 계산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나쁜 사과를 걸러내려고 한다면 이렇게 동일한 내용의 별도 시스템은 더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존 법과 규정을 더 잘 집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2018년부터 사회신용 시스템을 연구해 온 사회학자 류춘청에 따르면, 많은 지역의 시스템이 관료조직상 첫 번째 단계인 부서 간 데이터 공유조차 통과하지 못해 보류되었다. "대부분의 지역 신용 시스템은 이러한 통합적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해 실패했습니다." 류춘청의 지적이다.
실제로 한 관영언론의 보도는 막후에서 진행되는 힘든 협상을 엿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려면 목록을 작성하고 각 부서를 방문해야 합니다"라고 산둥성에서 데이터 취합을 담당하는 공무원 레이첸은 7월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서류상의 데이터를 집계하여 플랫폼에 제공하려면 수작업으로 컴퓨터에 일일이 입력해야 하므로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고 불평했습니다."
많은 지자체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산둥성 룽청 같은 "성공 사례"가 눈에 띄었고, 법학자와 정책입안자들 사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나이트에 따르면, 중국의 정책입안자들과 법학자들은 룽청의 사례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솔직히 룽청시가 처벌하려는 행위 중 상당수는 불법이 아닙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따라서 그들이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지나친 단속으로 인해 정부의 원래 목표가 훼손되는 것 같았다.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하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됩니다. 빅데이터를 멍청한 데이터로 만들 뿐입니다"라고 '사회신용시스템: 중국 디지털 제국의 전쟁'의 저자 빈센트 브루시는 말한다. 그는 법학자와 지역사회의 반발로 인해 중국 정부는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하면 사회신용 시스템이 원래의 목표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2019년부터 국무원은 룽청시의 제도 같은 것들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지침을 발표했다. 이 문건에는 사회적 신용 범위에 기록할 수 있거나 기록할 수 없는 정보의 유형과 징계 조치의 범위가 표준화되어 있다. 또한 모든 처벌은 국내법에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며, 심각한 위반 행위만 블랙리스트에 올릴 수 있다.
새로운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룽청시는 재빨리 입장을 바꿔 낮은 점수에 대한 페널티가 없는 옵트인(opt-in: 개인 데이터 수집에 본인의 동의를 요하는 제도-역자 주) 프로그램으로 제도를 전환했다.
분석가들은 이 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이기는 하지만,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고 말한다. 호주국립대 법과대학의 클레멘트 용시 첸 교수는 사회적 신용이 개인의 법적 책임 대신 개인의 신뢰성이라는 허구적 개념에 기반한 새로운 처벌 시스템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한다. "많은 법률과 규정이 이 다소 모호한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개정되었다"라고 그는 지적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당과 국무원이 필요하거나 편리하다고 판단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입니다."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가 그 예다.
정확한 신용 평가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아는 조지오웰식 시스템의 특징을 갖고 있음에도 중국 사회의 대다수는 2010년대 대부분 동안 사회신용 시스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일상생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래로 사회신용 시스템은 다양한 문제에 대한 스위스 만능칼같은 만능해결책으로 여겨져왔습니다"라고 트루스-고익은 말한다. "사실상 모든 지방정부와 기관이 해야 할 일이라고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고, 사회신용 웹사이트를 개설한 다음, 새로운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목격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상하이에서는 코로나 조치 미준수를 처벌하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도입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96건의 위반 사례를 기록했다. 산둥성 동부의 해안 도시 웨이하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근무하다 적발된 직장인에게 사회신용 점수를 감점했다.
항저우는 더 나아가 생활방식에 따라 주민들의 건강을 0~100점 척도로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보건코드를 대체하려고 시도했다. 예를 들어, 200㎖의 술을 마시면 1.5점, 담배를 5개비 피우면 3점 감점, 하루 7.5시간 수면을 취하면 1점 플러스하는 식이다. 이 제안은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당국은 이 계획을 발표한 지 나흘 만에 철회했다.
"갑자기 모든 국민이 법조계에서 경고해 온 비례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라고 브루시는 말한다.
시스템의 최초 설계자 중 일부도 마찬가지다. 중앙은행 신용평가 부서의 전직 관리였던 왕루는 차이신(財新)에 기고한 일련의 글에서 '개인신용' 개념을 "훔쳐" 모든 거버넌스 문제를 담아버리는 바구니로 만들어버렸다고 현지 관리들을 비난했다. 그는 '개인신용' 개념이 확대되는 것은 "총알이 사방으로 튀어 다니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2020년 말 중앙 정부는 이 거대한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판단하고 사회신용 시스템을 '재중앙화'하기 시작했다. 중국 인민은행과 함께 이 정책을 주도한 거시경제 계획 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롄웨이량 부주임은 크리스마스 당일 기자회견에서 일부 지역의 제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고 적절한 법적 근거 없이 벌칙을 부과했다고 인정했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과 시장 행위자들의 권리에 영향을 미쳤고, 사회신용체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했다"라고 롄웨이량은 말했다.
사회적 신용에 대한 일련의 규제 이후,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중앙은행은 2022년에 국가 사회신용 법안 초안을 함께 발표했다. 목표는 시스템을 정의하고 법적인 틀과 이상적으로는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었지만, 전문가들은 법 초안이 많은 답을 주지 못했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신용의 원죄(原罪) 즉 도덕적 행동과 규제 준수를 금융신용도와 묶어버리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예일대학교 폴 차이 중국센터의 선임 연구원 제레미 돔은 "한 영역의 법적 준수가 다른 영역의 법적 준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유용한 시스템으로 만들려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영역들이 반드시 생각만큼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은 버스 요금을 내지 않는 성향과 거의 관련이 없으며, 팬데믹 상황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의향과는 더더욱 관련이 없다. 하지만 돔 연구원이 '프랑켄슈타인 법'이라고 부르는 이 법 초안은 여전히 서로 다른 영역을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중국이 마침내 사회적 신용의 결함에서 교훈을 얻고 신뢰를 규제하려는 생각을 버릴 조짐이 보인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2015년부터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기업과 시장 행위자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전국 신용정보 공유 플랫폼'(全國信用信息共享平臺)이라는 마스터 데이터베이스에 엄청난 양의 정보를 쏟아부었다. 이 플랫폼은 세금 체납, 연례 보고서, 공공요금 납부 내역, 적색 및 블랙리스트 기록 등 46개 정부 기관 소재 데이터를 취합하여 기업이나 시장 행위자의 행동에 대한 일관된 시각을 제공한다.
"규정 준수와 행동에 대한 광범위한 관점을 통합하는 신용 시스템은 전 세계에 없습니다." 중국 전문 리서치 컨설팅 회사인 시노리틱스의 매니징 파트너인 미르잠 마이스너의 말이다.
하지만 이 새 프로젝트의 진전은 더디고 추적이 어려웠다. 마이스너는 데이터 통합과 공유가 투명성 확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마이스너는 "[플랫폼으로의] 이동 페이지가 없고, 정보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크레딧 차이나 플랫폼'에 체계적으로 공유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기업은 신용등급을 알기 위해 매우 개별적인 지역 플랫폼을 방문하거나 때로는 지역 당국에 직접 연락해야 합니다."
수년 동안 이러한 문제를 지켜본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이제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매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2018년에 처음 만들어진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여러 시장규제 기관들을 통합해 '데이터 사일로' 문제를 극복했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정부 데이터와 온라인 여론을 '마이닝'(대용량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통계적 패턴이나 규칙, 관계를 찾아내 분석하여 유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추출하는 작업-역자 주)하여 기업의 "신용 위험"을 판단한다. 결정적으로 브루시는 "수천 개의 메타요소를 기반으로 기업의 도덕적 신뢰도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규제를 위반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위반 시 그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폰 블룸버그는 보다 구체적이고 협소한 목표를 세운 것 외에도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평가결과를 처벌 대신 실사(實査) 빈도를 높이는 등의 부드러운 조치와 연결시킴으로써 합법성 문제를 피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2021년 산둥성에서 시범 운영된 이 방식은 2025년까지 전국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관료적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 성과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이트는 "거의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사회적 신용 실험은 거버넌스를 위해 데이터와 정보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국가의 역량과 이해를 높이는 데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사회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제 '상업적' 공간에 와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상업 공간은 현재 사회적 신용이 처음 고안된 1990년대와는 매우 다른 경제 환경에 직면해 있으며, 일부 분석가들은 사회적 신용 이후의 혁신들이 미묘한 시기에 중국 기업을 제약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앞으로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 자국 기업에 얼마나 더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인지이다.
브루시는 "사회적 신용이 더이상 사회의 모든 문제에 대한 멋진 해법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관심을 잃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이 시스템은 정말 답보 상태입니다. 그리고 완전히 폐기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레이첼 청은 더와이어차이나 소속 저널리스트로, 과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등에서 일했고,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 애틀랜틱 등에 기고했다.
대부분의 시장경제 국가들에서는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평가 제도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 기업이나 사람에게 돈을 빌려줘도 되는지 투자해도 되는지를 사전에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시장의 작동을 위해 '최소한'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중국은 한발 더 나가 시장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최대한'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원대한 실험을 지난 20년간 전개했습니다. 이른바 개인과 시장의 활동주체들의 '사회적 신용'(경제적 신용을 훨씬 넘어선 개념입니다)을 전방위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데 그치지 않고 꼼꼼히 점수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저의 '사회적 신용' 현재 점수가 운전중 속도위반을 하면 5점 감점이고 길에서 담배를 피면 2점 감점, 그리고 버스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면 1점 플러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해 중국 사회를 '법의 지배'를 넘어선 '덕의 지배' 아래 두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공식적인 이름은 '사회신용체계'입니다. 조지 오웰의 '1984'에나 나올 법한 이 '덕의 지배' 프로젝트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고 결국 어떻게 폐기 직전까지 오게되었는지를 자세히 소개한 더와이어차이나 2023년 12월 17일자 기사를 읽어보시면서 중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중앙정부의 사회 통제 시도, 시민사회의 저항, 시장과의 긴장 등을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