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엘브리지 콜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떼고 중국에 집중하길 원한다

미국의 무기 부족을 강조한 콜비 국방차관의 메모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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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미국 싱크탱크 CSIS가 주최한 패널 토론에 참석한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의 과거 사진. /사진제공=CSIS

2025.07.18 15:43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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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방 정책 심장부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입니다. 그는 미국의 한정된 군사 자원을 오직 중국 견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며,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잠정 중단시킨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7월 13일자 기사에서 콜비 차관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콜비 국방차관이 일으킨 파문은 미국의 세계 전략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향후 세계 패권을 두고 벌이게 될 일전을 대비하기 위해 중국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은 트럼프 대통령만의 것이 아닌, 오바마 시절부터 있던 것('피벗 투 아시아')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전략적 '관성'과 트럼프의 자존심 강하고 지기 싫어하는 기질은 이번에도 중동에 무력 개입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이 진정한 '피벗'을 이루기까지는 앞으로도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결국은 콜비 차관 등이 그리는 '큰 그림'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한국 독자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새롭게 형성되는 미국의 세계 전략 속에서의 한국의 위치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서 처음 보도했고 아래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서도 언급했듯, 콜비 차관은 일본과 호주에게 대만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어떤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인지 밝힐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콜비 차관은 한국에도 그런 요청을 했을까요? 만약 지금까지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는다면, 혹은 한국이 명시적으로 이를 거부한다면(일본과 호주는 모두 '가정에 기반하여 어떠한 공약을 할 수는 없다'고 즉답을 피했습니다)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의 위치는 어떻게 될까요? 주일미군사령부가 권한 확장을 추진하고 전작권 전환으로 주한미군사령부의 입지가 크게 변할 수 있다는 맥락을 고려해보면 한국의 위치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유동적일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동맹에게 미국으로부터 받기만 하지말고 미국에 무엇을 해줄지도 챙길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요구가 조만간 한국에도 떨어질 것입니다. 한국 외교의 최대 관심사항입니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은 미군이 중국 견제에 다시 집중하길 원한다. 이로 인해 그는 우크라이나 무기 제공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갑작스러운 조치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손자인 45세의 콜비는 6월 초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우크라이나의 무기 지원 요청이 이미 고갈된 국방부의 무기 비축량을 더욱 압박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메모를 작성했다.


한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메모에는 특별한 권고사항은 없었으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미국의 무기 비축량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였다고 한다. 그러나 행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은 이 메모가 펜타곤의 우크라이나 무기 수송을 일부 중단시키는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무기 수송 중단 조치를 번복했다.


콜비를 지지하는 이들은 이 사건이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군사적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오랜 약속을 이행하려는 콜비의 노력을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또한 집권 초기 몇 달 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계속하면서도, 이미 중동에서 이란과 후티 반군을 상대로 대대적인 군사 작전을 개시한 트럼프 행정부가 받고 있는 상반된 압박을 부각한다.



"콜비는 제한된 자원의 시대에 미국이 어떻게 스스로를 가장 잘 방어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매우 깊이 고민해 왔습니다." 헤그세스 장관의 보좌관이었던 댄 콜드웰은 말했다. "많은 정책 입안자들이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해 왔죠."


콜비 차관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아시아 및 유럽 파트너들의 국방 노력 강화 촉구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거절해 왔다. 그러나 그는 7월 12일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통해 "솔직한 논의를 환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동맹국들이 군사비를 증액하도록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맹국과의 해당 논의에 정통한 한 인사에 따르면, 이러한 '솔직한 논의'에는 중국의 대만 공격 시 일본과 호주가 어떤 군사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명확히 하도록 압박하는 내용도 있었다. 콜비의 이러한 노력은 해당 국가 관리들을 놀라게 했다. 미국 정부는 오랜 '전략적 모호성' 정책으로 중국군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을 피해왔고, 심지어 트럼프조차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콜비의 '논의'는 앞서 파이낸셜타임스에 의해 보도된 바 있다.


중국에 대한 집중을 주장하면서, 콜비는 중국에 대응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 이외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을 제한하는 것을 선호하는 '우선순위론자prioritizer'로 통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해외 개입 축소를 촉구해 온 '개입 축소론자restrainer'나 전통적인 공화당 매파와 자신을 차별화했다.


버락 오바마를 시작으로 양당 대통령들이 미국 국가안보 전략의 초점을 중국에 맞출 것을 요구해왔지만, 아시아 외부에서 새로운 위협이 부상하고 유럽과 중동에 대한 펜타곤의 오랜 공약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시아 이외 지역의 미군 임무를 줄이자는 콜비의 주장은 일부 공화당원들과 불협화음을 냈다.



"수년 동안 공화당 내 '우선순위론자'들은 중국과의 잠재적 전쟁에 대비해 자원을 비축해야 하므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거나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2012년 밋 롬니와 2016년 마르코 루비오 대선 캠프에서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낸 애틀랜틱카운슬의 매튜 크로니그Matthew Kroenig는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가 세계 여러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개입을 요구한다고 믿고 있죠."


트럼프가 2024년 12월 콜비를 국방부 정책차관으로 지명했을 때, 국가안보를 둘러싼 공화당 내 균열이 전면에 드러났다. 콜비는 지난 3월 인준 청문회에서 JD 밴스 부통령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는데, 밴스 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수십억 달러(수조 원) 규모의 무기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왔으며 콜비를 '친구'라고 불렀다.


콜비는 톰 코튼 상원의원(공화·아칸소)으로부터 핵무장한 이란을 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과거 발언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콜비는 해당 인준 청문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수정해,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도록 허용할 수 없으며 이를 막기 위한 군사적 옵션을 대통령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비의 인준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원인 켄터키주의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은 그가 '지정학적 자해'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을 조장한다며 맹비난했다.


콜비는 전 CIA 국장이었던 할아버지 윌리엄 콜비를 통해 외교 정책 기득권층과 깊은 가족적 유대를 맺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 '브리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는 아버지가 일하던 투자은행이 있던 일본에서 학교를 다녔고, 이후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했다.


예일대 로스쿨 재학 시절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이었던 존 파이너와 하우스메이트였다. 그 당시에도 콜비의 독특한 외교 정책 우선순위는 분명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 몇 안되는 공화당원이었다.


콜비는 2003년 이라크 전쟁과 장기적인 미국의 점령이 막대한 자원을 낭비한 '역사적 실수'였다고 저술했다. 그는 2012년 한 기고문에서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는 것에 반대하며, 이는 이란 정부가 "더 강력하게 핵개발을 재개할 모든 동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국방부 부차관보로서 2018년 국방전략(NDS) 초안 작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전략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방부가 채택했던 대테러 중심에서 중국과 러시아 견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콜비의 역할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시 참가자들의 회고에 따르면, 해병대 대장 출신인 짐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은 콜비가 대만 방어를 강조하는 것에 불만을 가졌다. "저는 브리지가 전략 수립 과정을 관리하는 데 정말 훌륭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매티스 장관에 의해 전략 문서 초안 작성을 돕기 위해 영입된 퇴역 해병대 대령인 프랭크 호프먼은 말했다. "하지만 대만 방어를 중국과의 군사 경쟁의 핵심축으로 삼는 데 있어서는, 그 전략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매티스 장관보다 더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었어요."


콜비는 2021년 저서 '거부전략The Strategy of Denial'에서 자신의 견해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책에서 대만이 중국과 인접해 있고 일본, 필리핀과 함께 펜타곤 전략가들이 서태평양의 제1도련선이라고 부르는 것을 형성하기 때문에 대만 방어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책에서 미국이 중국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러시아가 반중국 연합에서 미국의 '잠재적 협력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그는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경고했는데, 그 이유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에 "매우 노출되어" 있는 반면 "동맹에 부과될 비용과 위험을 조금이라도 보상할만한 의미 있는 이점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방부 전략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라는 콜비의 요구는 이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러시아 방위 산업 확장을 위해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은 중국을 고립시키는 대신, 지리적으로 이질적이면서 서로 협력하고 있는 두 적을 동시에 억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콜비는 정책 토론과 향후 수년간의 지출 및 병력 배치 목표를 설정할 새로운 국방 전략 수립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태평양에서 미국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콜비의 목표를 공유하는 일부 전현직 관리들은 그가 동맹국들을 설득하기보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데 더 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에 따르면 콜비는 일본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증액하라고 촉구하여 일본 정부를 언짢게 했다. 국방비와 관세에 대한 정책적 이견으로 일본은 7월로 예정되었던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을 연기했다.


호주가 미국 방위산업에 수십억 달러(수조 원)을 기여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핵추진 공격 잠수함을 받게 하는 2021년 오커스(AUKUS) 협정을 콜비가 재검토하자 호주 관리들은 우려했다.


작년 호주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콜비는 미 국방부가 미국도 충분한 잠수함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것은 "미친 짓"이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미국이 중국과의 충돌 없이 2030년대에 이른다면 "운이 좋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콜비의 견해를 특히 부각시킨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인도 중단에 앞서 작성된 기밀 메모였다. 이 메모는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무기의 수량과 전 세계 훈련 및 전투를 위해 미국이 비축하고 있는 무기 수량을 집계했다. 트럼프는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무기 수송 중단은 자신이 지시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으며, 이후 이 조치를 해제했다.


과거 콜비와 함께 '마라톤 이니셔티브'라는 정책 단체를 설립했던 웨스 미첼 전 국무부 고위 관리는 중국 억제에 집중하며 모진 결정을 내리는 콜비 국방차관의 태도는 미국이 과도하게 확장되어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그를 감쌌다.


"브리지는 진짜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고 '다른 지역에서의 절충을 감수해야 하더라도 주요 위협에 우선순위를 두자'고 말한 겁니다." 미첼은 말했다. "사람들이 그의 접근법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는 현재 우리가 3개 전선에서 전쟁을 치를 자원이 없다는 합당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1889년 창간된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지. USA투데이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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